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6화(226/524)
Episode 226
– 끼이익…!
사방이 돌이나 계란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마차가, 황실이 준비한 장소에 정지한다.
– 덜컥!
그리고 잠시 뒤, 거세게 열린 문에서 나오는 프레이. 그는 손에 지팡이를 든채, 살짝 비틀거리며 경비병들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그런 그의 뒤를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스와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안느가 따라 나섰고, 그렇게 걷던 그들은 이내 일제히 멈추어선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이 입장하십니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황실이 준비한 커다란 무도회장 안에 울려퍼진 시종의 목소리.
“”……….””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무도회장에 싸늘한 적막이 찾아왔다.
– 터벅, 터벅.
그 적막속에서, 프레이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시선은 오직, 자신의 명찰이 놓여있는 자리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음.”
호기심에 가득한 시선, 대놓고 적대적인 시선, 그리고 차가운 시선들을 그대로 받으며 자리로 향한 프레이는,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뭐지.”
그의 자리가 메인 홀의 맨 끝자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공작가의 장남이었기에, 관례상 맨 앞자리를 차지해야 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맨 끝자리에는 아무도 앉히지 않는것이 예의였다.
하지만 참가자 그 누구에게 권해도 명백한 실례가 되는 그 자리에, 분명히 프레이의 이름이 놓여져 있었다.
그것도, 남작들이나 쓰는 초라한 이름표가.
“…….”
그걸 발견하고서야 이 상황의 의도를 알아차린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본다.
“푸흡, 푸흐…”
“…저러다 다 뒤엎는거 아니야? 재밌겠는데?”
대부분의 귀족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며 그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옛날이라면 상상도 못했던 태도였겠지만, 이미 귀족들 사이에서 프레이는 더 이상 줄을 타거나 잘 보여야 할 상대가 아니었다.
매일 같이 언론에게 집중 포화를 맞고, 황실과 교단에게 조사를 받고, 평민들에게 까지 무시를 당하는 그는.
용사의 검증과 임명식이 끝나기만 하면, 그 후에 이루어질 기습 청문회에서 권력과 재력 두가지를 전부 잃어버릴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 스륵…
그렇기에 프레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맨 끝자리에 앉고 고개를 숙이자 귀족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입을 가려 미소를 숨겼으며, 시녀들은 저들끼리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만약 프레이가 평민이 되면… 어떻게 될까?”
“글쎄… 잘은 몰라도 귀부인들한테 엄청 괴롭힘 당할걸?”
“내가 데려가서 키울까? 말 안들으면 매질도 좀 하고.”
“농담도 잘하네. 그러다가 너도 찍힐걸?”
막 황실에 들어온 어린 시녀들이 그렇게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당연히 맨 끝자락에 앉아 있는 프레이의 귀에 들어갔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프레이는 이미 공공의 적이 아닌, 공공의 먹잇감이었다.
평소와 같은 잘난체 하는 표정도, 까불까불한 표정도, 오만한 표정도 아닌. 불안하고, 우울하고, 겁에질린,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초라한 모습은.
그를 아는 이였다면, 배덕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가지게 될 몰락한 공작 영식이라는 타이틀은, 여러 사람들이 군침을 돌게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높은곳에 있던 사람을, 그리고 그곳에서 떨어진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예로부터 매력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상당히 처량해 보였음에도 프레이는 한참동안 노골적인 시선과 언행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몇 예외는 있었다.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그러게, 마지막에 봤을때보다 더 심해진거 아니야…?”
뒤에 멀뚱멀뚱히 서있던 아리스와 아리안느의 뒤에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던 몇몇 스타라이트가 출신 사용인들이나.
“”……….””
그를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몇몇 영애들과.
“스승님, 저 사람은 누구에요? 저긴 앉으면 안되는 자리라고 했잖아요?”
“…에휴. 오기 싫었는데.”
스승의 손을 잡고 무도회에 방금 막 도착한, 귀엽게 생긴 한 소녀라던가 말이다.
.
“프레이님~! 안녕하세요?”
“흠?”
맨 끝자리에 처량하게 앉아있던 프레이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다.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그 말에 뒤를 돌아본 프레이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린다.
화장을 짙게 한 귀족 영애들이, 자신의 뒤에서 눈웃음을 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자리에 오실래요? 여긴 많이 불편하실 것 같은데.”
“맞아요~ 저희 쪽으로 오세요~”
눈웃음을 치던 영애들이, 프레이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런 제안을 던진다.
“너희는 누구지?”
그런 그들에게 프레이가 질문을 던지자, 영애들의 웃음에 금이 간다.
“후후… 기억이 잘 안나시나 보네요?”
하지만, 그녀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미소를 유지한 채 조용히 속삭인다.
“저희, 같은 반이잖아요.”
“같은 반?”
“그것도 진성 프레이 파벌이었는데…”
그렇다. 그녀들은 아카데미의 자칭 프레이 파벌중 최소 후작가문의 신분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여성 인원들을 담당하고 있던 대표들이었다.
“이래도 기억 안나세요?”
매일 프레이의 어깨를 주물러주던 소녀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자, 그는 조용히 눈을 내리 깔며 말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헤픈 여자들에게는 관심이 없어서.”
그런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주무르던 영애들은, 프레이가 그 말을 하자 침묵에 잠겼다.
“…지금 네가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이해가 안되나 본데.”
잠시 후, 프레이의 어깨를 주무르던 소녀의 표정이 무시무시하게 바뀐다.
“넌, 조금 있으면 끝장이야. 아마 평범한 평민이 되겠지. 안 그래?”
“………”
그 말에 입을 다문 프레이의 어깨에, 소녀의 손톱이 파고든다.
“내가 지금까지 네게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바쳤는지 알아? 아니, 나뿐만이 아니지. 지금 여기 모여있는 우리들의 가문이 네게 준 돈과 뇌물만 해도… 제국을 5년은 먹여살릴걸?”
그렇게 말한 소녀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어떻게 책임질거야?”
“으윽…”
“너 곧 평민되잖아. 돈도 다 뺏기고. 네게 투자했던 귀족 가문들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거냐고.”
자신의 어깨에 그녀의 손톱이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음에도,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레이.
“푸흐흐… 웃기네. 천하의 프레이가 나한테 쩔쩔 매다니.”
그 모습에 만족한 소녀는, 조용히 프레이의 귓가에 속삭인다.
“우리가 노예로 삼아줄까?”
“…….”
“우리 정도 권력이면… 너 정도는 숨겨줄 수 있어. 그 정도야 식은죽 먹기지.”
그렇게 말한 소녀는, 프레이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바닥에 집중하고 있자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임을 이어나간다.
“대신, 그동안 우리가 네게 당한 굴욕을… 그대로 되갚아 주고 싶은데.”
“………”
“싫으면, 창관에 팔려가던가. 아니면 납치나 당해버려.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던데.”
그 말을 듣던 프레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만둬.”
“응?”
그러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미소를 짓는 소녀.
“그만두는게 좋을거야.”
“풉.”
어느새 잔뜩 쭈그려 있는 프레이의 주변을 둘러싼,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탐욕에 가득찬 눈빛을 짓고 있는 영애들 사이에서 그들의 우두머리는.
“웃겨.”
“윽…”
손을 이리저리 비틀며 속삭였다.
“네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명령을 할 수 있었지?”
그 말을 듣고 눈을 지긋이 감은 프레이는.
“난 분명히 경고했어.”
소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어머, 무서워라… 어쩌지?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다 저리네…”
몰락한 악한 공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도 인정하지 못한채 끝까지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그리고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모습은, 평소에 쌓인게 많았던 그녀들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왜? 비명이라도 질러보지 그래?”
하지만 언제까지나 프레이가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것도 문제가 있었기에, 그녀들은 천천히 그를 에워싸며 싸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널 구할 영웅이 나타날지, 누가 알…”
“저기요.”
“응?”
그녀들이 프레이를 완전히 둘러싸기 직전에, 누군가가 그녀들의 옆에 나타났다.
“비켜주시겠어요?”
“뭐야? 너?”
얼굴이 완전히 가려지는 로브를 푹 눌러 쓴, 꽤나 어려보이는 소녀는.
“원래 올 예정이 아니였는데, 제가 억지로 오자고 해서 자리가 없거든요. 실례좀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영애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프레이의 옆에 앉았다.
“뭐야… 이 눈치 없는 꼬맹이는…”
그런 그녀를 보던 영애들의 우두머리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지만.
“꼬맹아, 방해하지 말고 저기로 꺼지…”
“…부탁좀 하네.”
“으앗?”
자신의 뒤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는, 이내 입을 떡 벌렸다.
“내 제자가 서있게 할 수는 없잖나.”
“아, 으아. 네, 그 그렇죠…?”
제국 마탑의 마탑주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창 소문만 무성하던 제국 마탑주의 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에, 귀족들의 눈길이 끝자리로 집중된다.
“뭘 보나?”
하지만, 마탑주의 그 한마디에 다시 돌아가는 시선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그런 상황에서, 일단 후퇴를 선택한 영애들은.
“…이따가 다시올테니. 각오하고 있어.”
싸늘한 표정으로 프레이의 귓가에 그리 속삭이고는, 빠르게 복도로 걸어나갔다.
“”……….””
그리고 찾아온 짧은 정적.
“저기요.”
그 정적을 깬 소녀가, 옆에서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프레이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괜찮으세요?”
“……..”
“저기요오~?”
프레이가 대답이 없자, 옆으로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레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
“으음…”
그렇게 그녀는, 한참동안 프레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신경 꺼, 꼬맹아.”
하지만 그런 소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프레이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이미 거의 다 끝나가는 검증식을 바라보기 시작한 프레이를 물끄러미 쳐자보던 그녀는.
“왜 당하고만 있으셨던 거에요?”
“…….”
“네?”
집요하게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날 모르니?”
“아는데요? 방금 스승님한테 들었어요.”
“그런데도 계속 말을 거는 이유는?”
“궁금해서요.”
“하아.”
그런 그녀덕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프레이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뒤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만두라고 해도 못 알아먹는 멍청이들을 배려해줄 필요는 없었거든.”
“…?”
“그런데…”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꼬맹이를 바라보던 프레이는,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넌 누구지?”
그 질문을 받은 소녀의 왼손에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아윽, 아으으으…!”
복도의 문 너머에서, 방금 전까지 프레이의 어깨를 손톱으로 찍어누르던 영애를 양쪽에서 붙잡고.
“죄, 죄송… 죄송합… 끄아악…!”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양 어깨를 서로 잡은채 찍어누르던 세레나와 클라나는.
“아까 뿔뿔히 도망친 사람들 기억해 놨나요?”
“전부 기억해 뒀어요. 가문이랑 이름까지.”
“오늘 할 발표도 준비됐죠?”
“네, 완벽히.”
태연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저 꼬맹이는 누구죠?”
“마탑주의 제자라던데요?”
“그렇군요. 원래 안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와서 자리가 없었나 보죠? 그런거라면 안심인데…”
그러다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세레나에게 질문을 던진 클라나는, 그녀의 답변에 안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잠깐, 마탑주의 제자?”
이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문 너머에 있는 로브를 쓴 소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회차 때 마탑주의 제자는… 이리나밖에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