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8화(228/524)
Episode 228
“…….”
“프레이, 왜 말이 없느냐? 재밌는 이야기라도 좀 해보거라.”
“닥쳐.”
복도를 걸어가던 루비가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가 그녀를 노려보며 일갈을 한다.
“귀엽구나. 그 노려보는 모습까지. 상처받은 고양이가 째려보는 느낌이야.”
“닥치라고.”
그런 프레이를 눈웃음을 치며 바라보던 루비는 그렇게 말하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나, 이내 프레이가 그녀의 손을 거세게 쳐낸다.
“그러지 말고 프레이, 조금은 친하게 지내는게 어떨가 싶은데?”
하지만 그 순간 생긴 시스템의 방어막 덕분에 프레이의 손은 맥없이 튕겨나갔고.
“어차피 몇개월 뒤면 아카데미에서 질릴 정도로 봐야 하지 않느냐.”
덕분에 이를 갈며 옆으로 몸을 뺀 프레이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던 루비는, 넌지시 그렇게 말한다.
“이리 오거라, 프레이.”
그런 루비를 무시하고 프레이가 옆으로 빠지려 하자, 어느새 솟아난 꼬리로 그의 팔을 휘감는 루비.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해도, 넌 절대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이윽고 그의 팔에 휘감은 꼬리를 이용해 프레이를 자신쪽으로 당긴 그녀는, 어느새 그녀 본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가? 이 모습은. 애새끼 같은 모습은 싫어하는 것 같던데… 이런 풍만한 형태는 어떠느냐.”
“…….”
“설마 후회하고 있는건가? 그때 내 부하로 들어오지 않은 걸? 허나 이미 늦었다. 넌 이미 기회를 놓쳤…”
“흉측하게 생겼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비였으나, 프레이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다.
“대체 네 취향은 뭐더냐? 설마…”
“너라서 싫은거다. 네가 그 어떤 모습을 해도 항상 증오스럽게만 보여.”
“…그래?”
그 말을 들은 루비가, 미소를 짓는다.
“이래도?”
그리고는, 갑자기 프레이의 앞에 나타난 카니아.
“도련님,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평소의 카니아와는 다르게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는, 컵에 커피를 따르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어떠십니까? 도련님?”
– 쾅!!
그런 그녀에게,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내지른 프레이.
“…하아.”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서 가로막힌 그의 주먹을 빤히 쳐다보던 마왕은, 이내 다시 용사 루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 부하가 되면, 일인 다역도 해줄 수 있었다만.”
그런 루비를 무시한채, 주먹을 어루만지며 복도를 걸어가는 프레이.
“천천히 가거라. 굳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그런 프레이를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걸어가던 루비는.
“…..흠?”
이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다.
“………”
그렇게 한동안 한 곳을 쳐다보던 루비는, 이내 프레이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완전 무관심한것 같더니… 역시 너도 내가 신경쓰였나보구나?”
“…뭐?”
“최근에 자꾸 시선이 느껴진다. 무슨 짓을 한거지? 나조차도 감지하는 게 다다.”
“잘 모르겠는데.”
프레이가 시큰둥하게 답하고 복도를 걸어가자, 피식 미소를 지은 루비는.
“…물론, 그러시겠지.”
그렇게 말하고 자신도 걸음을 재촉한다.
“요, 용사님!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한참을 복도를 걷던 그녀가 이내 대기실 앞에 도착하자, 기사가 다급히 그녀에게 경례를 한다.
“네~ 수고가 많으셔요!”
그런 기사에게 살갑게 인사를 한 루비는.
“프레이, 잘 봐두거라.”
얼굴에 미소를 만연한 채, 옆에 있던 프레이의 귓가에 속삭인다.
“네가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이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이들이…”
“……”
“나에게 눈웃음을 보내고, 날 칭송하고,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을.”
그렇게 말한 루비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던 프레이를 올려다보며.
“그 모습을 보고, 망가지는 표정을 내게 보여다오.”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루비님. 잠시만 대기를…”
“…음?”
하지만, 루비가 먼저 대기실로 보냈던 그녀의 호위기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다급하게 그리 속삭인다.
“어, 그게…”
“베네르 씨? 무슨 일이길래 그러는…”
어서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루비는, 그런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며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다가.
“……..”
대기실 안을 살펴보고는,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대기실이, 완전히 텅텅 비어있었다.
“아, 그게… 방금전까지는 성녀님이랑 로즈윈 씨가 계셨는데… 잠시 화장실에 가신다고…”
“…두명밖에 안 왔다고요? 소집 명령이 있었는데?”
“송구합니다.”
안절부절 못하다가 고개를 숙이는 호위기사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던 루비는.
“뭐해…?”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프레이가, 비아냥 거리는 미소를 띠며 귓가에 속삭여오자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라도 보여줘야지?”
.
“하아…”
텅 빈 대기실에 있는 책상에 앉아있던 루비가, 무료한 눈으로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짜증나는군.”
그런 그녀의 앞에 앉은채, 팔짱을 끼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프레이.
그런 그의 눈은, 오늘도 빛을 잃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루비의 원래 계획은, 대기실에 프레이를 데려온 뒤 자신의 소집 명령을 받고 온 용사파티가 그를 매도하게 하는 것이였다.
그것만큼 프레이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일은 없었을테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왜 부른거지?”
“………”
하지만, 어째서인지 용사파티의 일원들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황실과 교단은 잠시 뒤에 사람들의 앞에 용사파티를 소개하는 기획에 비상이 걸려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지만, 루비에게는 그런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그저 프레이가. 아름답고 고결한 존재가. 자신의 눈앞에서 망가지고,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쯧.”
원래 루비의 파괴욕구가 향하던 대상은 ‘이 세계’였다.
1000년전의 대전쟁 이후, 지금까지 아름답게 부흥해온 대륙들 말이다.
찬란한 태양이라 불리는 선라이즈 제국과, 다양한 종족들이 공존하는 서대륙, 그리고 신비한 곳이라 불리는 동대륙.
그곳에 얽힌 인연들과 사랑들, 아름다운 조형물들과 역사들을 불태우고 파괴하는것은, 얼마나 재밌을까?
그렇기에 루비는 세상을 불태우고 싶었다. 아름답고 고결한것이, 자신의 손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었기에.
“왜 널 불렀냐고 물었느냐?”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것 역시 부수적인 목표가 되어 가는 듯 싶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어쩌면 역사상 단 한번밖에 존재하지 않을정도로 아름답고 고결한 존재를 찾았기에.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절대 꺾이거나 타락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파괴 욕구를 한곳으로 집중시켜준 ‘용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런 남자가 너무나 사랑하는 ‘이 세계’를 불태운다면. 마지막에 그가 보여줄 표정은 얼마나 달콤할까?
그가 슬퍼하는 모습은, 그가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얼마나 황홀할까?
그렇기에, 루비는 더욱 더 열심히 세상을 부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부터 알려주마.”
최근 들어서,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결국 이 모든것은, 앞에 있는 이 남자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일인데.
그는 최근 너무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흔들리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위기’가 없다.
그리고 루비는, 그런 밋밋한 상황은 원하지 않았다.
– 철컥.
한동안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던 루비가 손을 까딱거리자, 대기실의 문이 단단히 잠긴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그런 루비를 경계심 많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프레이.
– 스윽…
그런 프레이의 올곧은 눈빛을 눈에 담으며, 루비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위기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는 법이지.’
그리고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서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고립시켜주마, 프레이. 오늘 이 자리에서, 세상 모두가 널 증오하게 만들어… 널 완전히 고립시켜버리겠다.’
“무슨…!”
그런 루비의 변화를 눈치챈 프레이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 꽈악…!
“아윽!”
믿기지 않을 속도로 그의 두 팔을 잡아챈 루비는, 그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뭐, 뭐야…!”
“가만히 있어.”
덕분에 잔뜩 당황한 프레이가 몸을 비틀어댔지만, 루비는 압도적인 힘으로 프레이를 찍어 누른다.
– 콰직…!
프레이의 가녀린 팔이 루비에 의해 잡아당겨졌다가, 그녀의 손과 함께 거세게 바닥에 내리찍힌다.
“아아…”
때문에 눈에 눈물이 고인 프레이는, 자신의 두 팔을 잡은채 자신의 위에 누워있는 루비를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았고.
– 꾸욱…
그런 프레이의 팔을 바닥에 꾹 눌러, 자신이 위임을 무의식중에 그에게 각인시킨 루비는,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네가 망가지는 꼴이 보고싶다, 프레이.”
– 꾸우욱…
“널 공격할 수만 있었다면… 아마 널 반쯤 죽여두고, 사람들이 네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매도를 하다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걸 보며 즐겼겠지.”
그렇게 말하던 루비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헌데… 아쉽게도 우리의 시스템이 공격을 방해하는구나.”
“어, 어째서…”
그런 루비의 말을 듣던 프레이는, 퍼특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어째서 지금 넌… 날 공격 하고 있는데도 멀쩡한거지?”
“그게 말이다, 최근 한 바보같은 년에게 계속 피해를 받으며 알아냈거든.”
그러자,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 루비.
“너와 나에게 적용되는 공격 금지의 기준은… 아무래도 행위를 가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
“그게 무슨…”
“이건 공격이 아니다, 프레이.”
그리고 다음 순간 루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프레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시스템상 이 행위는, 애정행각으로 치부되는 거다.”
“…….!”
그 말에 프레이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런 프레이를 내려다보던 루비는 조용히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속삭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널 타락시켜 주마 프레이.”
.
한편 그 시각.
“역시… 뭐가 있긴 한데…”
글레어는, 팔짱을 끼고 대기실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분명히 뭔가가 있어… 분명히…”
방금 전에 만난 ‘프레이’라는 사람이, 어째서인지 계속 그녀의 눈에 밟히고 있었다.
어째서였을까?
그가 모두에게 비난을 받거나, 차가운 시선을 받거나, 매도를 들을때마다, 그녀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마냥 마음이 아팠다.
물론, 길거리 생활을 할 때도 굶어죽는 이가 있으면 항상 슬프게 여겼던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좀 달랐다.
“흠…”
말로만 듣던 몰락 귀족 프레이.
공작가 영식임에도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비난을 당하는데 익숙해진건지, 방금전에 만났던 그는 사람들의 매도들을 꾹 참고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째서인지 세간에서 떠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보였다.
“……..”
그 뿐만이 아니였다.
어째서인지 용사님의 적인 ‘루비’를 보고 짓던 그 이상한 표정이라던가. 그녀가 오는걸 알아채고 모습을 감추자, 루비가 그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라던가.
아니, 애초에 루비가 그런 사람을 데리고 가는것 자체가 이상했다.
지금 대기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살짝 들여다볼까?”
왠지 모르게 루비에게 끌려가는 프레이의 모습이 불쌍해보였고, 위태로워 보였기에.
– 딱!
한참동안 방 밖을 서성이던 글레어는, 이내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다.
– 콰직!
그러자 대기실에 있던 불투명한 창문의 귀퉁이가, 아주 살짝 부서진다.
글레어의 파괴능력은, 이미 그렇게나 세밀한 컨트롤도 강해져 있었다.
“…..꿀꺽.”
그렇게, 대기실 안의 빛이 새어나오는 귀퉁이에 다가가 조용히 침을 삼키며 안을 들여다본 글레어는.
“……!!!”
이내, 입을 가렸다.
“그, 그만… 그만둬…”
“가만히… 있어…!”
“그만둬…!”
루비가 프레이의 두 팔을 잡은채 그의 위에 올라타 있었고, 프레이는 전력으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뭐야?”
아무리봐도 그것은, 프레이가 루비에게 겁간을 당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