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3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30화(230/524)
Episode 230
“…후우.”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퀭한 눈빛을 띠고 있는 프레이가 화장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그런 프레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 비록 아닌척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프레이의 행동을 아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귀족들은 항상 높은 곳에 있는 존재를 동경하고 시기하는 자들이었고, 그렇기에 가장 높은곳에서 추락한 자를 구경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즐거운 구경거리였기 때문이었다.
– 터벅, 터벅…
그런 귀족들의 시선을 눈치챈건지, 시선을 슬며시 아래로 내린 프레이는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우으…”
그러다가 갑자기 입을 손으로 감싸는 프레이.
아까의 충격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것인지, 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입을 가린채 숨을 헐떡인다.
“…풋.”
“푸흡.”
그런 모습을 꼴사납다는 듯이 쳐다보는 귀족들과 메이드들.
이미 프레이가 루비를 덮쳤다는 소문이 만천하에 퍼져있었기에, 그의 그러한 행동은 그들에게 그저 우습게만 보였다.
– 끼리릭… 끼릭…
“…아.”
그렇게, 알게 모르게 압박해 오는 눈빛들과 비웃음 속에서 혼자 떨던 프레이는.
“저기…”
마침 한 메이드가 술들을 진열한 수레를 이끌고 옆을 지나가자, 그녀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시죠.”
“술을 좀 마시고 싶은데…”
이윽고 프레이가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자, 메이드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프레이님에게 술을 제공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래?”
“네, 그러니 실례지만 비켜주시지요.”
그 말에 입가를 가리고 있던 프레이가 울상을 짓는다.
“저기, 그럼 도수가 낮은거라도…”
이윽고 왠지 모르게 초조한 표정을 짓던 프레이는, 다급히 수레를 끌고 떠나가는 그녀를 따라가며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으나.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좀 바쁜지라.”
“아니, 그게 아니라 음료수…”
“죄, 죄송해요. 전 찍히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수레를 이끌고 나아갔다.
그녀의 말대로, 꽤 많은 귀족들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개 메이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하지만 프레이의 마음이 유난히도 아려왔다.
수레를 이끌고 가다가 자신을 살짝 돌아본 메이드의 눈빛이 싸늘했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 메이드가 한때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던 메이드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후.”
그렇게 한참동안 자리에 서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이내 어깨를 축 늘어틀인채로 근처에 있던 배수대로 향했다.
“저기요.”
“…..?”
그리고, 그때까지 그런 프레이의 처량한 모습과 부당한 대우를 지켜보던 한 소녀는.
“저 술좀 주세요.”
수레를 끌고가던 메이드를 막아서고, 당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꼬마 아가씨는 술을 드시기엔 아직 어리신것 같은데요.”
수레를 막아선 이는, 다름 아닌 글레어였다.
“아, 아닌데요! 저 술 좋아하는데요!”
“…….”
“기, 길거리에서도 몇번 주워먹어 봤고… 스승님것도 몰래 뺏어먹어 봤고… 아, 아무튼 잘 마시는데요!”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꽤나 용감해보였을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이러시면 곤란한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들의 입장이었고, 책임을 져야하는 메이드의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음… 보호자 분을 데려오시는건 어떠신가요?”
그렇기에 메이드는, 살짝 머리를 굴렸다.
보아하니 갓 데뷔한, 철없는 귀족영애로 보이는 이 꼬마가 무서워 할 보호자를 방패로 내세우기로 말이다.
“스승님은… 지금쯤 용사를 체크하고 계실텐데…”
“네?”
하지만, 그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아, 제 스승님이 마탑주거든요.”
글레어의 보호자는, 다름아닌 마탑주였다는 것을.
“아, 어어…”
그녀가 워낙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미처 듣지 못했지만, 메이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시녀도 아닌 하녀의 신분인 그녀에게, 마탑주는. 그것도 자신이 한때 섬기던 프레이보다 더 괴짜로 알려진 마탑주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다.
“그, 그럼… 뭘 가져가실 건가요?”
그렇기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그녀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다.
“흐음…”
그러자, 턱에 손을 괴고 열심히 얼음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그녀.
“이, 이거랑! 이거. 그리고 요거 주세요!”
“네.”
“으, 음료수도 주세요!”
“………”
그러던 그녀는, 결국 가장 화려해 보이는 술병들과 음료수 하나를 골랐다.
“…정말 이것들이 맞나요?”
그런 그녀를, 메이드는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네, 네! 확실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이내 그녀는 수레에 실려있던 술들중에 가장 독한 술들을 꺼내들고는 그녀에게 건냈다.
“감사합니다~!”
“…총합 30000골드입니다.”
“헉.”
하지만, 가격을 들은 그녀는 깜짝 놀라 품에 안고 있던 술병들을 놓칠 뻔 했다.
“에구구…”
그렇지만, 초인적인 순발력을 발휘해 술병이 품에서 미끄러져 나가기 직전에 꽉 움켜지는 걸 성공한 그녀는.
“사, 삼만… 골드…”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그거면… 한끼 식사가… 으으…”
비록 프레이에게 받은 돈을 스승의 도움으로 착실히 불려나가, 웬만한 상인들의 자금 수준으로 돈을 불려놓았었지만.
뒷골목에서 고생을 하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있었기에, 천 골드가 넘는 지출은 거의 해본적이 없던 그녀였다.
“…여, 여기요.”
하지만, 저 멀리에 있는 배수대에서 맹물로 목을 축이며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프레이를 힐끔 쳐다본 그녀는, 이내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돈을 건냈다.
“저기요~!”
그렇게, 계산이 끝나지마자 술을 품에 안은채 도도도 달려나가는 글레어.
“여러분께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응?”
그렇게 글레어가 프레이의 앞까지 도달하고, 사람들의 이목이 전부 그녀에게 쏠릴 때쯤, 누군가가 홀로 들어와 전달사항을 알리기 시작한다.
“용사파티 공개식이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미리들 가셔서 준비하고 계시지요.”
그렇게 말한 뒤에 한동안 주변을 노려보던 이솔렛은, 주변의 사람들이 그녀의 기세에 눌려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것을 두눈으로 지켜본다.
“거기.”
“네, 네?”
“가장 독한 술로.”
“네에…”
그러다가 슬그머니 홀을 빠져나가려던 메이드를 붙잡은 그녀는, 가장 독한 술을 주문한 뒤에.
“…프레이는 어딨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기… 음…”
그런 그녀에게서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낀 글레어는, 자신의 앞에 다가온 그녀를 발견하고는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프레이에게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저랑, 수 술 먹으실래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
“………”
프레이가 글레어와 함께 대기실로 향하고 난 뒤에,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모두, 큰 박수 드립니다!”
“…하.”
프레이를 한참 찾아다니던 이솔렛은, 현재 텅 빈 메인 홀에 떠오른 홀로그램 영사 마도구에서 용사파티가 소개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용사파티가 네명이라… 그것 참 볼만 하군.”
아직까지 용사파티의 지휘관 자리를 받지 않은 그녀였기에, 관객석에서 소개를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실소를 흘린다.
무대에 있는 자들은 용사 루비와 순백의 성녀 페를로체, 그리고 정보담당 로즈윈과 자신의 새로운 제자인 최연소 성기사로, 총 네명이었다.
원래 그 두배 이상은 더 모여야 했었지만, 어째서인지 소집령을 받은 사람들이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아예 거절을 해버리거나,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참여할 수 없다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 등 각양각색의 이유였다.
“흠…”
그런 상황임에도 그저 눈 앞에 보이는 희망에 눈이 멀어 열렬히 박수만을 치고 있는 멍청한 귀족들을 눈에 담으며, 이솔렛은 조용히 생각한다.
‘용사 녀석, 뭔가 수상해.’
아까 그 일에 대한 조사를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위에서 함구령이 내려왔다.
말이 ‘위에서’지, 자신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윗선’이라면 제국 삼 공작가나 황실, 그것도 아니면 교단이 직접 개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수상한데…’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신의 조사를 막았을까? 혹시, 무엇인가 숨기는 거라도 있었던 걸까?
역시, 자신은 모르는 무엇인가가 개입한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불길한 기운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 두근!
그런 생각을 하니, 그녀의 심장이 갑자기 불타오르듯이 뜨거워졌다.
“또 이러는군.”
요즘들어 프레이의 생각만 하면, 특히 프레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만 하면 자꾸 이렇게 심장이 뜨거워져 온다.
그리고 그럴때면, 마치 무엇인가가 꽉 막혀 있는 곳을 억지로 뚫으려 하는 느낌이 항상 동반되고는 한다.
“…으득.”
덕분에 심장을 어루만지던 그녀는, 이내 뺨이 부풀어 오른채 퀭한 눈으로 바닥에 쭈구려 앉아있던 프레이를 생각한다.
“베네르… 그 자식…”
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허접이라고 부르던가, 음란한 농담들을 던져오며 건방지게도 자신을 유혹해 도발을 하던 프레이를 회상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제압되었을 때는 그런 일을 상정해두지도 않은건지 겁에 질린 눈초리를 하며 딸꾹질까지도 하던 프레이를 회상한다.
“혼내도… 내가 혼낼거란 말이다…”
그런 그가 베네르에게 배를 정통으로 맞는 바람에, 허리를 꺾은채 그녀의 손에 침을 줄줄 흘리고.
그런 상황에서 베네르의 팔을 잡았다가 뺨을 맞고, 심지어 목을 졸려 발버둥까지 쳤으며.
종국에는 헝크러진 머리가 되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사람들에게 매도를 당하고 있었다.
조금만 겁을 줘도 지레 겁을 먹고 얼굴을 붉히는 녀석이, 그렇게 심한 꼴을 당했단 말이다.
“……..”
자신에게 보여주던 그 건방진 소악마스러운 태도는 온데간데 없어졌었다.
자신이 방 안으로 오자 평소처럼 건방진 태도를 보이기는 커녕,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풀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게 어찌나 마음이 아팠던지.
자신에게 건방을 떨던 아이가 그런 꼴이 되어있는 것을 지켜보는건, 꽤나 역경이었다.
“…아무튼, 용사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겠어.”
그렇기에 침묵을 유지하던 이솔렛은, 이내 주먹을 불끈 쥐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이번 사건에는, 의문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아까 모두를 불러 왔던 소녀는 용사가 프레이를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경황이 없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그를 깔아뭉개고 있었다고 한다.
헌데, 왜 용사는 그가 자신을 덮쳤다고 한 것이였으며. 그녀의 옷은 왜 그렇게나 풀어 해쳐져 있었던 것인가?
용사라는 작자가, 자신도 몇초면 쉽게 제압가능한 프레이 하나 제압을 하지 못해 교전을 벌였단 말인가?
그리고, 프레이의 몸 구석구석에는 구속을 당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결정적으로, 프레이가 눈에 눈물을 맺은채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정보들을 정리하던 이솔렛은, 순간적으로 뇌리에 어떠한 가능성이 떠오르자 손을 꽉 쥔다.
물론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을정도로 어이없는 가정이었지만. 어쩌면 진실은 따로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봐도 요즘들어 어딘가 이상해보이는 프레이. 그리고,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루비.
이 둘의 진실에 대해서 말이다.
– 터벅, 터벅…
왠지 모르게 심장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머리는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한동안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잘근잘근 씹던 이솔렛은.
“후우…”
이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아까 구입한 독한 술을 들고 텅빈 대기실로 향했다.
“가장 독한 술이 이거라니… 계집애들도 아니고…”
그렇게, 대기실에 들어선 그녀는 도수가 낮은 술을 보고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으려고 했으나.
“누, 누구야…?”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 누나구나…”
“으, 으음.”
그녀의 눈 앞에는, 음료수에 빨대를 꽂은채 쪽쪽 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글레어와.
“허접 누나…♡”
“…….”
“우리 같이 만들자…”
웬 이상한 스크롤을 찢어서 자신의 앞에 둔채, 독한 술을 들이키고 있던 프레이가 들어왔다.
“…무엇을 말이냐.”
자신을 보며 헤픈 미소를 짓던 프레이는, 그녀가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오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움츠러든다.
“아…”
그러던 그는, 이내 모두에게 매도를 당할때 띄던 퀭한 눈빛을 한채로 조용히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알리바이…?”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소심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자세히 몰랐지만, 프레이를 지켜보던 이솔렛의 눈빛은 어느새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
무대의 중앙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던 루비는, 조용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 모두 반가워요~”
용사파티를 환영하러 모인 사람들 사이에,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고 있었다.
“…후후.”
2인자 드미르칸을 위시한, 마왕군의 전투간부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