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4화(24/524)
Episode 24
“…네 전속 메이드가 되라고?”
“네! 당신은 앞으로 제 전속 메이드가 되어서, 죽기전까지 평생을 봉사하도록 하세요!”
“…….”
내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되묻자, 성녀는 다시한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날 손가락질 하며 선언했다.
그런 그녀의 입꼬리는, 실룩실룩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말은, 내가 여자라는거야?”
“네! 당신은 여자에요!”
“…왜?”
예언서에 따르면, 성녀와 말싸움을 하는건 배드엔딩으로도 직결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 나와있다.
하지만 지금 묻지 않는다면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이 돌아갈 것 같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질문을 던졌더니 성녀가 팔짱을 끼더니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흥,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좋아요! 그럼… 그 이유를 말해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성녀는 손가락 3개를 피고는, 날 내려다 보며 말했다.
“당신이 여자인 이유는 총 3가지가 있어요!”
“…3가지나 있어?”
“네! 그럼, 첫번째 이유부터 말씀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성녀는, 손가락을 하나 접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은, 이미 제 앞에서 당신이 여자임을 자백했어요!”
“…내가?”
“네! 그때 그 복도에서 말이죠!”
“…아.”
그제서야 나는 이 눈물겨운 헤프닝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순수하신 성녀님은, 내가 복도를 지나가다 거짓말의 위력을 올리는 스킬을 테스트 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을 진짜로 믿어버린 것 같다.
워낙 신경 쓸 일이 많았고, 설마 진심으로 믿을까 싶어서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페를로체의 지능을 너무 과대평가 한 것 같다.
“그건 농담이었는데?”
“하… 이제와서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답니다! 이유는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농담이라 말한 나에게, 성녀는 코웃음을 치며 반박하고는 두번째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당신의 곱상한 외모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성녀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그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야말로… 사실 당신이 남장을 한 미소녀라는 진실을 명백하게 뒷받힘 해주고 있습니다!”
“………..”
“어때요? 정곡이죠? 정곡을 찔리셨죠? 역시… 제 명추리가 맞았어요!”
말을 마치고 우쭐대는 성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꿀밤을 때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위악포인트도 들어오지 않는 진짜 악행이므로 꾹 참은 나는, 여전히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는 성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마지막 이유는 뭐야?”
“마지막 이유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만들어 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흰색 돌을 나에게 던졌다.
“…이게 뭔데?”
“역시… 그럴줄 알았어요… 이걸로써 확실해졌군요…!”
무의식적으로 돌을 잡아든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성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돌은 순결하지 않은 사람이 만지면 검게 변해요!”
“검게 변한다고?”
“네! 교단의 주교님들이 제게 맨날 쥐게하는 돌이니, 확실해요!”
뭐가 그리 신났는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하던 성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매일매일 여자들을 곁에 끼고 계시면서 당신이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유는?”
이윽고 내 바로 앞에 멈춰선 성녀는, 날 가리키며 선언했다.
“당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그 분들을 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시 성당에 침묵이 흘렀다.
“…용케 그런 지식은 있네?”
잠시 페를로체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성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웠던 나머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네! 당연하죠! 옛날에 수녀님들이 그 상태로 아카데미에 가면 큰일이 날거라면서 몇년간 가르쳐주셨었거든요! 그래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하아.”
그러자 이어진 성녀의 발언을 들은 나는 그녀가 어디가서 자신이 회귀를 했음을 말하고 다니지 않기를 간절히 빌다가, 이내 내 손에 들려있는 흰색 돌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성녀 치고는 꽤나 머리를 썼는데, 그래도 엉성한건 매한가지네.’
지금 내 왼팔은 어젯밤에 카니아의 흑마법을 무리해서 흡수하느라 새카맣게 썩어 들어가 있기에, 그걸 가리느라 붕대가 칭칭 감아져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붕대는 내가 지금 돌을 잡고 있는 왼손에도 감아져 있다.
즉, 지금 그녀가 던진 순결 측정기는 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자! 여기요!”
한편 성녀는 내 발치에 있던 메이드복을 주섬주섬 집어들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밀었다.
저럴거면 왜 메이드복을 던진건지 모르겠다.
“이걸 입으신 뒤에, 성당 전체를 청소하도록 하세요!
“저기…”
“그 후에는, 저와 같이 정화의 기도를 드리고요! 그리고 그 뒤에는 고해성사를! 그 다음에는…”
“…어지간히 하지?”
더 이상 그녀의 촌극에 어울려줄 시간이 없었기에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니, 성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지, 진실이 밝혀지는게 두렵지 않으신가요! 자꾸 그렇게 나오시면…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당신의 비밀을 포, 포…”
“…폭로.”
“네! 폭로할거에요!”
어느새 씩씩 거리기 시작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협박에 답했다.
“그래, 해.”
“…네?”
“하라고, 폭로.”
“……?”
그 말을 남기고 내가 출구로 향하기 시작하자, 성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오더니 날 붙잡았다.
“가, 가지 마세요!”
“…이거 놔.”
“가면 여자인걸 폭로…!”
“…몇번을 말해? 난 남자라고.”
“그, 그치만…”
“난 바쁜 몸이야. 너까짓 년이랑 놀아줄 시간은 없어. 그러니, 이거 놓고 다시 저 상석으로 꺼져.”
짜증이 폭발하려는걸 꾹꾹 눌러담으며 페를로체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바들바들 떨며 말하기 시작했다.
“왜… 대체 왜 자꾸 거짓을 말하시는건가요…?”
“하아… 더 이상 날 귀찮게 하면 정식으로 교단에 항의를…”
“이제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빠른 속도로 내 앞에 다가오더니…
“거짓을 말하는건 태양신님에게 큰 불경… 어라…?”
“……!!!”
잡았다.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이게 뭔가요?”
내 아랫도리를 움켜쥔 성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날 올려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남자의 성기.”
그리고 이어진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더듬더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그그… 그러면… 진짜로… 나, 남자…?”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거야?”
“흐이이이익!!”
결국 참다 못한 내가 그녀의 손을 쳐내자, 페를로체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더니 손에 성력을 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태, 태양신님!! 제 죄를 사하여주시옵고 저를 악에서 구원하소서!!”
“…나한텐 사과 안해?”
“죄, 죄송…! 아니… 당신에게 사과를 할 순 없는데… 그, 그래도 내 잘못이니까… 으으…”
여전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한 페를로체를 잠시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나는,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성당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 철컥 철컥
“…음?”
어째서인지 출구는 잠겨있었다.
“이봐, 이게 어떻게 된…”
그 때문에 잠시 당황하던 나는, 뒤를 돌아 페를로체에게 이게 어떻게 된거냐 물으려 했지만…
“프레이… 당신… 정말 여자가 아니신가요…?”
어느새 그녀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고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위악자의 직감: 근처에서 강력한 살의가 느껴집니다!]이윽고 내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본 나는, 다급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가져다대려 했으나…
“정말 아니냐고요오!!!”
“크헉!!”
미처 검을 뽑기도 전에 성녀에게 목을 잡힌채 바닥에 내리꽂혀져버렸다.
1:1에서는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이 그다지 없는, ‘태양신의 가호’가 그 위력을 여실히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쿨럭…!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
압도적인 괴력에 정신이 혼미해지려는걸 겨우 버티며 힘겹게 질문을 던지니,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페를로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여자가 아니라면… 약점이 없다면… 역시 전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어요…”
“…뭐?”
“비록… 저와 같은 분들을 만나긴 했고… 그 분들과 협력을 하기로 했지만… 결국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었으니까요…”
“지금… 무슨 소리를…”
“…전, 미래를 봤어요.”
목이 졸리는 바람에 혼미해지는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노력하며 귀를 기울이던 나는, 미래를 봤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을 질끈 감았다.
“미래는… 무슨 미래…”
“당신이, 이 제국을… 세계를 망치는 미래를요…”
어느새 울먹거리기 시작한 페를로체는, 내 목에 더더욱 힘을 주며 말하기 시작했다.
“전… 그 미래에서 당신을 회개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어요…”
“콜록… 콜록…”
“매일매일 당신에게 찾아가 태양신님의 교리를 읊어드리고… 매일밤 태양신님께 당신의 회개를 빌었으며… 당신이 나쁜 짓을 할때는 걷어차이는 것도 참아가며 뜯어말렸었어요…”
“으으…”
“하지만, 당신은 결국 제국을 산산조각내고… 제국민들을 고통에 빠지게 했죠.”
어느새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페를로체는, 내 목을 잡고 있는 손을 바들바들 떨며 이야기를 이었다.
“멍청하고 아는게 없는… 허수아비였던 저는 그저 당신이 모든 걸 망치는걸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끄으으…”
“그래서, 어쩌면 그런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는… 당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을땐 너무 기뻤답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나는 페를로체의 손을 잡고 뭐라도 말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손아귀에 힘을 더해나갈 뿐이었다.
“어쩌면… 이번회차… 아니, 제가 본 미래가 닥쳐오기 전에… 당신의 약점을 이용하면… 어쩌면 그 무슨 짓을 해도 회개를 시킬 수 없었던 당신을 회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그래서… 여자 타령을…”
“하지만, 결국 그 약점마저 멍청하고 바보같은 제 착각이었어요.”
그 말을 마친 페를로체는, 눈을 질끈 감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힙겹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 결국 전,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프레이 씨…”
“자, 잠깐…”
“그래도 제국을 위해… 제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끔찍한 지옥에 가실 당신의 영혼을 구해드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네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힙겹게 말을 하던 성녀는, 이내 애써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죽이고 나면… 저 또한 목숨을 끊을게요. 아무리 미래에 제국을 망칠 당신이라 해도… 일어나지 않은 일로 살생을 저지른건 명백한 죄악이니까요.”
“으그극…”
“…대신, 사후세계에서 당신의 회개를 끝까지 돕겠습니다.”
– 빠드득!
그 말을 마친 페를로체는, 온 힘을 다해 내 목을 꺾었다.
“…흐윽.”
내 목이 꺾어지는 감촉을 고스란히 자신의 손으로 느낀 페를로체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악감에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두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태양신이시여, 부디 당신의 교리를 어긴 제 보잘것없는 영혼을 바치는 걸로 만족하시고… 제국을, 그리고 프레이를 용서하소서…”
그렇게 기도를 마친 페를로체는, 조용히 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그도, 원래는 착한 사람이었을 때가 있었으니까요.”
[알림! <긴급 방어> 스킬 자동 사용 완료!] [사용 대상: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의 ‘태양의 가호’로 인해 올라간 물리력] [상세: ‘태양의 가호’는, 태양신이 오직 성녀에게만 내려주는 전설의 가호로서, 파괴적인 1:1 능력을 자랑한다. 이 가호에 맞서거나 이길 수 있는 존재는, 각성한 용사의 무구를 착용한 별의 용사나 마왕 정도로 극히 제한 되어있다.]그리고 잠시 기절해있다가 눈앞에 시스템 창이 뜨는 동시에 정신을 차린 나는, 페를로체가 자신의 목을 붙잡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중얼거리는걸 목격하고는…
“부디 다음생에서는… 옛날의 그 순수했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시길…”
“그래! 사실 나 여자야!!”
“흐엑!!”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왜, 왜 안죽었어요?”
잠시 입을 떡 벌린채 날 쳐다보던 성녀는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고, 잠시 답변을 고민하던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답했다.
“…목에서 뚜둑 소리가 났다고 사람이 무조건 죽는건 아니야.”
“…헉.”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얼어붙었다가, 다시 울먹거리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죄, 죄송해요…! 머, 멍청한 제가 잘 몰랐어요…! 많이 아프셨죠…?”
“아, 아니… 그다지…”
“지금 제대로 꺾어드릴테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니, 나 여자야! 사실 여자 맞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가오는 페를로체에게 나는 공포에 질린채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고, 그러자 페를로체가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아까 그 기다란 것은…”
“…가짜야! 가짜! 남자 행세를 하기 위해 가짜로 붙여둔거야!”
또다시 목이 꺾이는 감촉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최대한 그럴싸하게 거짓말을 했고… 그러자 페를로체는 움찔 하더니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목소리는요?”
“응?”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프레이씨는 여자치고는 목소리가 너무 굵어요…”
“…목소리를 변조해서 그래!”
“그럼, 원래 목소리는 어떤데요?”
그녀가 반신반의를 하며 묻기에, 나는 몸에 있던 별의마나를 목에 집중시켜 최대한 가냘프고 여린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이게 원래 내 목소리야.”
“…..!!!”
그러자 날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던 성녀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요! 다시 약점이 생기셨군요!”
“…그래.”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성녀는 눈에 맺혀있던 눈물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아카데미가 끝날때마다 성당에 오도록 하세요! 제가 회개를 시켜드릴게요!”
“아니… 그건 좀…”
“명령이에요! 당신은 저에게 지금 ‘약점’을 잡혀있다고요…?”
“하아, 알겠어… 그럼… 잠깐, 잠깐만.”
“…네?”
대충 상황을 모면한 후 이곳에서 빠져나가 교단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교단의 도움을 받는 순간, 페를로체의 입지가 무지막지하게 낮아질텐데…’
지금은 페를로체가 비록 멍청하게는 여겨질지라도 아직 교단에서 그녀를 제대로 성녀 취급을 해줄 때이다.
하지만, 부패한 주교들과 교황은 지금쯤 그녀의 실권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이 권력을 독차지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거다.
그러니, 지금 내가 교단의 도움을 받아 페를로체를 때어낸다면… 단기적으로는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생긴다.
제국에 몇 없는 공작가 가문의 적계 후손의 살인 미수죄와, 모욕한 죄는 아무리 성녀라 할지라도 죄시할 수 없는 큰 죄니 말이다.
‘…그럼, 그녀의 말에 따라줘야 하나? 아니지, 그것도 문제인데…’
그렇다고 교단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교단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결국 나는 자력으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페를로체를 힘으로 굴복시키거나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두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텐데… 그 두가지 모두 문제가 있다.
우선, 그녀를 힘으로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신의 가호를 가지고 있는 페를로체를 더 이상 나에게 까불지 못하도록 압도적으로 제압하려면 ‘각성된 용사의 무구’가 필요하다.
지금 상태에서는, 오로지 그녀를 죽일 목적으로 싸우지 않는 이상 절대 그녀를 압도할 수 없다는거다.
그리고, 페를로체를 죽이는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게임오버 조건이기도하고, 모두를 지키고 싶은 내 신념과도 어긋난다.
그렇다면 소거법에 의해서 남은 길은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른 방법밖에 없는데… 나는 죽었다 깨도 저 귀여운 메이드 복을 입기 싫다.
나는 용사지 메이드가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나에 대한 회개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 말은, 내가 조금이라도 그녀의 앞에서 회개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또다시 패널티가 발생한다는 거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저기, 왜 그러시나요?”
“아, 그게… 그게 말이지…”
내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변을 고민하고 있자, 페를로체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며 왜 그러는지 물어왔다.
결국 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아까 그녀가 말했던 것 중에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까 너와 ‘같은 분’들을 만나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했었지? 그건 무슨 소리야?”
“…네?”
“그리고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건 또 무슨 말이고?”
“아… 그거 말이죠…”
내가 묻자, 페를로체는 아무생각없이 말하려다 이내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 그런데 지금 이 타이밍에 그건 왜 물으시는거죠!?”
“오… 역시 조금 지능이 높아지긴 했네.”
“네? 지금 뭐라고…”
“아, 그러니까 내 말은… 앞으로 너에게 평생 봉사하게 될 메이드로서 그런 사소한 점도 전부 알고 싶다는 소리야.”
그런 그녀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내가 거짓말을 하자, 페를로체는 바로 경계하는 표정을 풀더니 신나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하! 그런거였군요! 솔직히 프레이 당신의 말이라 여전히 살짝 의심이 가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사실 같으니 특별히 말해드리도록 하죠!”
“…응.”
“사실, 저처럼 미래를 보신 분들이 몇몇 더 있답니다!”
“……”
그리고 설마설마하며 그녀의 말을 듣던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얘네들이 벌써 연합을 했구나.’
메인 히로인들이 벌써 연합을 하다니, 이거 상당히 골치아파졌다. 아무래도, 즉시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 페를로체는 이걸 좋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거야? 미치겠네.’
아무래도, 페를로체와는 절대 아군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저기… 혹시 미래를 봤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안 돼요!”
그렇게 다짐한 나는 연합을 한 메인히로인들이 누군지 파악하려 질문을 던졌으나, 페를로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클라나 님이 절대 알려주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클라나가?”
“네! 당부, 또 당부하셨… 흡…!”
하지만, 그녀는 그 다음 순간 너무나도 허무하게 클라나의 이름을 말해버렸다.
“…못들은 걸로 할게. 계속 말해.”
“가, 감사합니다! 아무튼 저는 저처럼 미래를 본 사람들과 우연히 만났고, 그 사람들과 협력을 하려했었어요.”
“…무엇에 대한 협력을?”
“프레이 당신을 파멸시키고 죽인다는 협력을요!”
“……..”
솔직히, 이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해줄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성녀는 아무래도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같다.
“그래, 알겠어. 그런데 그게 왜 부질없는 짓이라는 거지?”
“아… 그게 말이죠…”
고개를 끄덕거리던 내가 질문을 던지자, 성녀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에 태양신님께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건지 아닌지 신탁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오…”
“…신탁을?”
“네에… 그런데 태양신 님이 옳지 않다고 하셔서…”
그 말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페를로체는 다시 표정을 환하게 바꾸며 말했다.
“즉! 협력을 해봤자 당신을 이길 수 없다는거죠! 그래서… 전 개인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었답니다!”
“…응.”
“그래서 놀라운 추리력으로 당신의 약점을 알아냈고… 이렇게 협박함으로서 당신을 회개시켜 미래를 바꿀 기회를 만들어낸거죠! 역시, 신탁은 항상 옳아요!”
“하아…”
나는 신탁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도 너무 잘못 해석해버린 성녀를 탓해야 할지, 아니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태양신을 탓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내 가슴팍에 있던 브로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위악자로 돌아갈 때다.
“자, 이제 설명이 됐죠? 그러니 어서 저 메이드복을 입으시고 청소를 시작…”
– 클라나 님이 절대 알려주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엥?”
어느새 다시 메이드복을 집어들고는 나에게 내밀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던 페를로체는, 내가 두드린 브로치에서 아까 그녀 했던 발언이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 …무엇에 대한 협력을?
– 프레이 당신을 파멸시키고 죽인다는 협력을요!
“……!”
그러다가 브로치에서 자신의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 나오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건가요…?”
“뭐긴 뭐야, 협박이지.”
“혀, 협박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페를로체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제국의 제 3황녀와 성녀가 작당을 해서 사람을 담구려고 하셨겠다…?”
“저, 저기…”
“그것도 고귀한 용사가문인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차기당주가 될 나를 말이지…?”
“히, 히익…!”
잠시 바들바들 떨던 성녀는, 이내 바락바락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당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미안, 사실 난 남자야.”
“아니, 아깐 또 여자라면서요!”
“거짓말이지. 너도 만져봤으니까 잘 알거아냐? 그런건 쉽게 구현해 낼 수가 없어.”
“으, 으읏!!”
내 뻔뻔한 말투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성녀는,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당신은 여기서 죽으셔야겠어요…”
“뭐, 죽이는건 상관없는데 말이야… 그러면 이 녹취록이 곧 전국에 뿌려질텐데?”
“…네?”
내 말에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나는 가슴팍에 있는 브로치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 브로치… 단순 녹음기능만 있는게 아니라 전송 마법도 걸려있어서 말이야.
“…전송, 마법이요?”
“지금쯤 내 심복들에게 전달됐을거야. 물론, 나는 심복들에게 내가 죽거나 행방 불명되면 내가 보낸 녹음을 전세계에 공개하라 미리 명령을 내려놨었지.”
“거, 거짓말!”
그녀의 말대로 내가 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녹음 브로치’는 ‘생명력 전달 브로치’, ‘죽음의 맹세 브로치’와 함께 내가 항상 가슴팍에 달고다니는 3가지의 브로치중 하나로, 상대방의 말을 녹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도 녹음한 걸 전송하는 기능은 없다. 그런 기능을 추가하려면 수만 골드는 기본으로 들텐데, 당연히 자금력 낭비다.
‘…그래도, 이 브로치들을 꼽고 다니길 잘했어.’
전회차에서도 요긴하게 썼던 이 3개의 브로치를 가슴팍에 달고다니는게 습관이 되었던지라, 오늘 이렇게 역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음같아서는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의 브로치들을 만들어서 달고 다니고 싶지만… 아쉽게도 뒷골목에서 이솔렛에게 혼쭐이 났던 장인을 아직까지 못 찾았다.
그러니, 추가적인 브로치를 만드는건 조금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거짓말 같으면 한번 꺾어 보던가.”
브로치를 더 추가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 잠시 입맛을 다쉬던 나는, 이내 고개를 휘저으며 내 말을 부정하던 페를로체에게 목을 내밀며 말했다.
“…으, 으읏!”
“뭐, 꺾으면 나야 죽겠지만… 너랑 그 불쌍한 3황녀님은 무사하지 못할걸? 그래도 날 죽일거야?”
“으으으…!”
날 분하게 쳐다보던 성녀는, 이내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제가 졌어요.”
“뭐?”
“제가 졌다고요! 이 망할 프레이!!”
그렇게 소리친 페를로체는, 울먹거리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문은 열었으니, 썩 꺼지세요! 오늘 일은 없었던걸로 하시고…”
“…아니지. 오늘 일을 왜 없었던걸로 해?”
“네, 네에…?”
나는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앞에 다가가, 부드럽게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이젠 네가 협박 당할 차례잖아?”
“…..힉!”
내 능글맞은 속삭임을 들은 성녀는 바들바들 떨며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성녀에게 바닥에 떨어져있는 메이드복을 건내주며 말했다.
“입어.”
“…예?”
“입으라고.”
“여, 여기서요…?”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넌 이제부터 내 전속 메이드야.”
그 말을 들은 성녀는, 수치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역시 난, 미움받는 짓을 참 잘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