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4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42화(242/524)
Episode 242
“으음…”
손을 앞으로 뻗던 글레어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그래서, 얘는 왜 여기있는 걸까.’
다급히 얼굴을 별의 마나로 가린 나는, 눈이 완전히 감기기 직전까지 필사적으로 내 얼굴을 확인하려던 글레어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생각도 못했는데…’
이 소녀는, 분명히 내가 시장골목에 있던 서큐버스 퀸의 지하감옥에서 구해줬던 아이다.
그 당시에는 오직 나쁜 일만을 해가며 제국을 망치고 회귀를 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였던지라 착한 일에 상당히 목말라 있었고, 그래서 특별히 신경을 써줬던 기억이 난다.
시스템의 보상으로 나왔던 행운의 반지를 끼워준것도 말이다.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의식을 잃은 그녀의 오른손을 살펴봤지만, 이상하게도 반지는 없었다.
분명 아까전에 내게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줬었는데, 혹시 이번 사건 때문에 돌아다니다 잊어버리기라도 한걸까?
“음?”
녀석을 안아든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는, 그녀의 왼쪽 손에서 무엇인가가 반짝이는것을 발견했다.
“다행이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어두운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잠깐.”
덕분에 안도를 하는 것도 잠시,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이 왼손 약지라는 사실이 꽤나 크게 다가온다.
아까 내게 반지를 보여줬을때는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아마 평소에도 저곳에 끼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귀, 귀여운 꼬맹이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으려나? 뭐, 안다고 해도 이 나이대 꼬마의 동경이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거다.
아무튼, 내가 준 반지를 소중히 여겨줘서 기특하긴 하다. 실제로 그녀 자신에게도 의외로 큰 도움이 된 것 같고 말이다.
신문에 최근들어 자주 언급되고 이리나가 입을 삐죽 내밀며 언급하던 마탑주의 새로운 제자가, 이 꼬맹이라니.
내가 한 행동과 행운의 반지가 전회차에는 없었던 커다란 변수를, 그것도 긍정적인 변수를 만들어낸 것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이래서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니까.’
당장 오늘만 해도 그녀의 활약이 없었다면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그녀가 대부분의 생존자들을 수습해서 이곳까지 이끌고 왔기에, 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을 루루가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다.
만약 건물에 퍼져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상황이 꽤나 복잡해졌을 테니 그저 이 꼬맹이에게 감사할 다름이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 녀석은 어떻게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건물의 입구와 벽들은, 드미르칸의 공간마법과 교단의 붕괴마법 덕분에 비틀리고 왜곡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정면에서 파훼하는 방법은, 공간마저 찢어발기는 압도적인 무력이다.
이를테면 나의 검격이나 별의 마법이라던가, 아니면 검성으로 각성하기 직전까지 간 이솔렛 누나라던가.
헌데, 이 꼬맹이가 그런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걸까?
“…..!?”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정보를 열람한 나는, 이내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리도 오류가 많단 말인가? 수치가 압도적이거나 물음표가 되어 있는 건 많이 봤어도, [오류]로 표기가 되어 있는 것은 처음이다.
“흐음…”
왠지 모르게, 알면 알수록 신기한게 많은 꼬맹이인것 같다.
나중에 이곳에서 나가면, 세레나에게 조사를 맡겨봐야겠다.
– 스윽…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천천히 품에 안아들고 있던 그녀를 바닥으로 내린다.
“우으…”
그러자 우연인지는 몰라도, 작고 고운 두 손으로 내 목쪽의 옷가지를 붙잡는 그녀.
“…모든게 끝나면, 다시 만나자.”
마음 같아서는 그런 그녀를 마음껏 쓰다듬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몇달간은 침대에 드러눕게 될것이다.
때문에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내게서 때어낸 나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고.
– 터벅…
“…..!”
그 순간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기에, 식겁을 하며 뒤쪽을 돌아보았다.
– 텁…!
그리고 그 순간, 내 눈가에 포개지는 고운 손.
“누구게…요?”
덕분에 눈앞이 캄캄해진 상황에서, 귓가에 누군가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페를로체. 이게 뭐하는거야?”
그러자, 내 눈가를 덮고 있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린다.
“몰? 라요?”
그러더니, 내 풀어해쳐진 옷을 잡고는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기는 그녀.
“하읍.”
어느새 나와 그녀의 혀는, 입안에서 섞이고 있었다.
“푸하…”
“…냠.”
짧은 시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어느때보다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날 잘 아는 사람에 나도 모르는 약점을 농락 당하는, 영혼에 각인된 것만 같은 느낌이 말이다.
“…몇번을 한거야?”
“네?”
한동안 쉰다고 해놓고 어째서인지 튀어나온 페를로체의 본래인격을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손으로 내 옆구리를 슬슬 만져오자 다시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말한다.
“어, 음… 그게…”
그러자,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말을 더듬는 그녀.
“…이번 시나리오 말이야.”
“아.”
그런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녀는 이내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셀 수 없이 많이요.”
왠지 모르게 중의적인 대답인 것 같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래서, 여긴 왜 온건데?”
까치발까지 서가며 내게 입을 맞추다가, 나와 이어진 침을 길게 늘어트리며 미소를 짓던 그녀에게 그렇게 물으니, 페를로체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우선 제 바보 인격이 당신을 계속 싫어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더 중요한 이유로는… 이곳의 핵을 제어할 사람이 하나는 필요했거든요.”
“뭐?”
“당신이 느껴왔고 느끼게 될 고통중에서도 꽤나 트라우마로 남게될 이번 고통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날 끌어당긴 페를로체는, 다시 한번 입을 맞추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통은 제가 받을게요. 당신은 이제 쉬세요.”
그리고 그 순간 성력으로 만들어진 페를로체의 방어막이 나를 뒤덮었고, 또다시 찰나의 순간이 지났다.
“으븝? 으?”
눈을 지긋이 감고 내게 입을 맞추고 있던 페를로체의 눈이, 갑자기 동그랗게 떠진다.
“꺄악!!”
그러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나를 앞으로 밀치는 페를로체.
“나, 나나나나 나쁜 프레이!!”
덕분에 그녀가 미리 만들어둔 방어막으로 밀쳐진 나는, 짧은 시간동안 느껴지던 아찔한 기분에 비틀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파렴치한 프레이! 변태 프레이! 나빠요!!”
그렇게 말하는 페를로체는, 아까의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모습이 아닌 특유의 맹한 표정을 짓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에잇! 에이잇!”
“자, 잠깐…”
그 덕분에 그녀에게 붙잡힌 채 꿀밤을 살짝살짝 맞던 나는.
“남을 함부로 덮치면 못써요!”
“……..”
응징을 마치고 팔짱을 끼고 날 노려보며 그렇게 일갈한 페를로체를 어이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최근에는 덮쳐지기만 했는데…”
“시끄러워요! 이 짐승…!”
그 말에 발끈하며 다시금 나의 꿀밤을 때리려는 페를로체를, 그녀가 만들어 놓은 방어막 안에서 요리조리 피하던 나는.
“주, 주인님!!”
“루루?”
“핵의 폭주가 늦어진 것 같아서 와봤어요…!”
인형들을 대동해 세레나와 클라나의 일행을 제외한, 건물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구출해 내려온 루루가 지하실로 들어오자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으나.
– 꽈드드득…!
“”…….!””
폭발 마법의 핵을 감싸고 있던 페를로체와 나의 방어막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그녀와 함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아까 페를로체가 말한게 이건가?’
페를로체가 원래 인격까지 드러내며 이곳에 도달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
“주인님… 이건…”
“………..”
지하실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던 사람들을, 인형에게 명령을 내려 질질 끌고 나가게 하던 루루가 나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린다.
“…피해의 예상도는?”
여전히 페를로체의 방어막에 갇힌 채 빨갛게 변한 폭발 핵을 노려보던 나는, 그런 루루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이, 이 주변 일대 전체가 소멸될 가능성이… 무지 높아요.”
“…이런.”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원래는 이 폭발 핵을 내 마법으로 감싸 피해를 최소화 하며, 무너지는 건물에 클라나와 세레나의 일행과 함께 묻혀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이번 작전이였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들의 목숨은 고사하고 주변의 모든 이들이 위험해진다.
내게 반지를 받았던 꼬맹이도.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있던 내 등을 두드려줬던, 옛날 길가에서 야채를 팔던 소녀도.
저택으로 다시 복귀하고 싶다고 몇번이나 편지를 보내오던 메이드들도, 전부 말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분명히 계산은 완벽했을텐데? 핵의 폭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것도 이상하고, 그 위력이 배 이상이 된것도 이상하다.
– 쿠구궁! 쿠구구궁!!
“크윽…”
이렇게 된 이상, 저 핵을 직접 컨트롤 할 수밖에 없다.
몇개월 전,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루루, 너도 이제 건물 밖으로 나가.”
“네?”
“마왕군으로서 마왕님이 내린 임무를 완수해야 돼. 그러니 어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조용히 루루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시, 싫어요!!!”
그러자, 기겁을 하며 고개를 흔드는 루루.
“죽어도 주인님이랑 같이 죽을래요!! 주인님 없으면 전 못살아요!!”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무의식적으로 눈치를 챈걸까? 아니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걸까?
“제, 제가 대신 희생할게요! 제가 임무를 대신 할게요! 절 이용해주세요!!”
“………”
“전 당신의 소모품이에요!! 그러니 절 사용해주세요!! 당신을 위해 죽는거라면, 기쁘게 죽을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아무래도, 그녀는 단단히 오해를 한 것 같다.
“어차피 주인님이 죽어도 자살해 버릴거에요!! 그러니 절 대신 이용하시고 주인님은…”
“루루, 넌 소모품이 아니야.”
“네?”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패닉에 빠진 채 눈물을 흘리며 내 다리에 볼을 부벼대던 루루의 볼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내 애완동물이지.”
– 파즈즈즈즈…
그와 동시에, 나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탈출용 스크롤을 찢었고.
“어? 으아아?”
그녀는,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쿠구구구구구…
“흠.”
그렇게 나를 방어막 안에 가둔 페를로체와 함께 지하실에 남게된 나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와 돌 파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 터벅, 터벅…
페를로체는,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폭발의 핵으로 향하고 있었다.
“…흡.”
잠시후, 핵에 도착한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는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꺄아아아아아악!!!”
이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쯧.”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혀를 차며 방어막에 손을 가져다댔다.
– 꽈드득… 꽈드드득…
그러자, 금새 금이가기 시작한 그녀의 방어막.
아무리 내 몸이 약해졌다 하더라도, ‘용사의 힘’이 가진 가공할 공격력은 그대로였다.
– 와장창…!
그렇게 미리 소환해놓았던 별의 마법까지 전부 동원하여 방어막을 깨트린 나는, 페를로체가 몸을 비틀고 있는 핵 안으로 항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쩔수 없네…’
어머니가 나 대신 죽었던 날 이후로, 나는 누군가가 날 대신해 희생하거나 고통을 받는것을 끔찍히도 싫어해왔다.
그렇기에 짐은 웬만하면 나 혼자서 짊어지는 편이었지만, 이미 페를로체가 안으로 들어가버렸으니.
이번에는, 같이 짊어져야 할 것 같다.
– 와락…!
그런 생각을 하며 핵 안으로 들어선 나는, 페를로체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
그러자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 나를 발견한 페를로체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너도 나만큼 고생했잖아?”
페를로체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던 나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이내 눈을 지긋이 감으며 온몸에 찾아올 고통에 대비하기 시작했지만…
“…..음?”
어째서인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내게는 고통이 찾아오지 않았다.
뭐지?
.
– 파즈즈즈즈…
“으극…!”
건물의 바깥에 허공에 소환된 루루가, 땅바닥에 맥없이 떨어진다.
“뭐, 뭐야?”
“깜짝이야…”
그러자, 초조한 표정으로 건물을 쳐다보고 있던 생존자들의 눈빛이 그녀에게 쏠린다.
“다, 당신…”
그와 동시에, 방금전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로즈윈은.
“호, 호 혹시… 탈출한 사람은… 저게 끝…”
파르르 떨리고 있는 손으로, 그녀가 조종하던 인형들에게 끌려나온 생존자 무리를 가리켰지만.
“주, 주인님!!!!”
“아…..”
상황을 파악한 루루가 패닉에 휩싸인채 건물로 뛰어가자, 입을 떡 벌렸다.
“아, 아직은…”
그렇게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그녀는, 이내 비틀거리며 루루를 따라가기 시작했으나.
– 쿠르르르릉…!!!
“주인님!!!!!!”
그 순간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루루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안돼.”
로즈윈이, 힘없이 바닥에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