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4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43화(243/524)
Episode 243
“주, 주인…”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던 루루가,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주인님…”
그런 그녀의 시야에는, 처참하게 무너져내린 건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 아아…”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하지만 너무나도 선명히 보이는 그 참극을 지켜보던 루루는, 이내 흙을 움켜쥐며 얼빠진 목소리를 낸다.
“으아아아아…..”
그녀를 구원해준, 그녀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던 주인이 땅속에 묻혀버렸다. 그런 사실을 루루는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지만, 현실을 냉혹한 법이었다.
“서, 성녀님이…!”
“클라나 황녀님이 아직 못나오셨는데…!”
“세, 세레나 님도…!”
막 깨어난 몇몇 생존자들이 실려나가며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루루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그의 주인이 중요했으니.
– 벅… 벅…
그렇게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이내 자신이 어깨를 손톱을 세운채로 벅벅 긁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으으.”
그곳에는,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던 불행의 낙인이 있었다.
– 꽈드득…!
그 증오스러운, 어쩌면 이 모든 참사가 일어난 이유일지도 모르는 낙인을 손톱으로 움켜쥔 루루는, 있는 힘껏 손에 힘을 주며 어깨를 긁다가 바닥을 본다.
“……..”
그곳에는, 참으로 안성맞춤인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있었다.
“아, 아직이야…”
자기도 모르게 그곳에 손을 뻗던 루루는,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을… 찾아야 해…”
만에 하나 그의 주인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그녀의 주인이 죽었다면. 최소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무덤에 갇히기 위해서라도 시체를 찾아내야 했다.
그것이 애완동물로서의 도리였다.
“저, 전부… 날 따라와…”
그렇게 무너진 건물로 비틀비틀 걸어가며 인형들에게 명령을 내린 루루는, 다급히 마안을 사용해 땅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 파직, 파지직…
아까부터 마안을 무리해서 쓰던 덕분에, 그녀의 눈이 과열되어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으윽…!”
하지만 루루는 그 때문에 시작된 통증에 아파하기 보다는, 마안의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것에 분노했다.
– 파박… 팍…
하지만 포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으므로, 눈에 잡히는 생체 신호를 우선적으로 포착해 인형들과 땅을 파내려가던 루루는.
“여, 여기…? 여기야…?”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로즈윈이 비틀거리며 걸어와 합류한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주, 주인님…!”
사람의 다리가 튀어나와있다. 흐려진 마안에 비추어진 체형도 주인님처럼 여리여리 했다. 게다가,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지, 지금 꺼내드릴게요!!”
“으, 으으… 프, 프레이… 내, 내가 잘못…”
덕분에 희망에 찬 루루와, 패닉에 빠져 어쩔줄을 몰라하던 로즈윈은 전력을 다해 주변의 땅을 파냈으나.
“쿨럭, 쿨럭…”
“”……….””
그 덕분에 드러난 사람을 발견하고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으음…”
폐허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아닌 루비였다.
– 콰직…!
“크헉.”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보던 루루는, 감히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주인님의 적을 돌로 내리치고는, 다시 폐허더미 속에 묻어버린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
그런 뒤에 그녀는, 또다른 곳에 있던 생체 신호를 찾아 떠났다.
“프, 프레이… 내가… 잘못했어어…”
그런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구슬같은 눈물로 땅을 적시던 로즈윈을 뒤로하고 말이다.
.
“으, 으윽… 흐극…”
한참을 조용히 고개를 숙인채 눈물을 흘리던 로즈윈이, 이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저벅, 저벅…
이윽고 그녀는, 무너져내린 건물 더미가 쌓인 폐허를 천천히 둘러본다.
“으…”
주변은 너무나 조용했다. 희미한 비명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폐허 더미가 들썩이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완전한 침묵만이 있었다.
– 털썩…!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로즈윈은.
[조력자 시스템]> 용사의 정체
– 용사의 정체는 당신도 알다시피……. [데이터 삭제됨]
<사유: 담당 신의 직권>
어째서인지 아까와는 달리, [삭제됨]이라 써져있는 용사의 정체를 멍하니 바라본다.
“……..”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아까 그녀가 본 것은 분명히 ‘프’라는 글자였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용사라 굳게 믿고 있던 루비의 이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까부터 로즈윈을 겁에 질리게 한 글자가 말이다.
원래 그곳에 떠있던 글자는 ‘ㅍ’ 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루비가 진짜 용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ㅍ이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간 이가 자신이 섬겨야 할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ㅍ’이 글자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주 많았다. 그렇기에 꽤나 수고스러운 일이될거라 생각했을 뿐이였다.
게다가 어떤 소녀에게 구출되어 향한 지하실에서 뜬 용사에게 도착했다는 메세지와, 지하 곳곳에 보호막을 전개하는 페를로체를 봤을때는.
그녀는, 섬겨야 할 사람을 다시 찾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목격해 버렸다.
페를로체의 뒤에 서있던, 알수 없는 힘을 뿜어내던 한 남자와, 시스템 창에 떠오른 ‘프’라는 글자를 말이다.
뒤에 있던 남자는 비록 한번도 본적 없는 마법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었기에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프’라는 글자는 그녀를 겁에 질리게 하기 충분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중에, 앞글자가 ‘프’인 사람은 프레이 밖에 없었다.
물론 세상에 프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간 사람은 많았기에, 그것만으로 프레이를 용사라고 단정짓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프레이가 보여온 행보와 그가 용사라는 사실들이 상당히 어긋났기에, 그녀는 아직까지 확신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 그 영상…”
그녀의 뇌리에 시스템 창에서 본 영상이 떠오른 순간, 로즈윈은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에 소문이 퍼져있던 것과는 달리, 강간 시도를 한것은 루비였다.
프레이는 연약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밑에 깔려, 눈물을 글썽이며 무력하게 당하고 있었다.
루비는 그런 프레이의 두 팔을 바닥에 밀어붙인채 몇분동안이나 강제로 키스를 했고, 프레이는 발버둥을 처가며 저항했다.
피해자가 프레이였고, 가해자가 루비였다.
그리고 더욱 이상했던건, 루비의 강간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프레이는 아무 말도 안한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베레르에게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로 세게 배를 맞은 뒤에도, 뺨을 맞은 뒤에도, 목을 졸리던 순간에도.
그는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것 마냥 퀭한 표정을 지으며 폭력을 당했고,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자신이 겹쳐져 보였다.
그 영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믿지 못했을, 지금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사실이지만, 분명히 그것은 진실이었다.
“사, 사과를 해야 해…”
그렇기에,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야기라도… 이야기라도 나누어봐야…”
지금까지 그에게 모질게 대했던 것이, 새록새록 뇌리에 떠오른다.
일부러 그에게 말도 안되는 부탁을 시켜오던, 그리고 그런 부탁을 늘 들어주던 그를 보며 비웃음을 짓던,
그가 자신에게 계속해서 달라붙어 오는것이, 짜증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아 그저 자존감 채우기 용으로 써먹던,
그러면서도, 찌질하고 문란한 그에게 선물을 받으면 왠지 모르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것들을 전부 내버리던 자신.
그런데, 그런 그가 만일 용사라면?
“이건 아니야…”
상상도 못할 두려움에, 로즈윈은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부여잡는다.
“이건 아니라고…”
그녀가 용사를 좋아하고, 흠모하고, 존경하던 이유가 로즈윈의 뇌리에 떠오른다.
“널 살릴 사람은 용사다.”
“네?”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그 덕분에 지독한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져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날 가문의 어른이 건낸 말.
“네 생명을 늘려주는건 용사야. 그걸 기억하거라.”
“……!!!”
“지금도 어딘가에서, 용사는 널 몰래 돕고 있을테니.”
20살을 채 못넘기고 죽을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자신을 구원할 이가, 그녀의 목숨을 살려줄 이가 바로 용사였다.
그리고 허약하고 나약한 자신이 용사의 최측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있어서 꿈에 그리던 위치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집착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용사가 세상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렸고, 자신의 목숨을 암약하며 지켜준 은인을 평생동안 모실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목숨을 지금까지 늘려준게, 사실 프레이였다면?
시한부 판정을 받기 전부터 자신을 찾아오던 재수없던 녀석이,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존감을 채워주던 프레이가.
사실, 자신이 섬겨야 할 용사였다면?
“설마… 서, 설마…”
프레이를 그저 자존감 채우기 용도의 도구로만 보던 시절이 미칠 듯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가 가져오는 꽃을 받아주며 미소를 짓다가 몰래 창밖에 버려버리고는, 나갈때쯤에 그걸 본 프레이가 울상을 짓는것을 보고 키득키득 웃던 순간이.
고된 업무로 받던 스트레스와 은연중에 느끼던 약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마구잡이로 발산해내던 순간이.
그에게 한번도 진심으로 따듯하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미친듯이 가슴을 찔러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살살 대할걸. 가끔은 칭찬이라도 해줄걸. 사실 그렇게 나쁘게 대할 건 없었는데.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왜 그렇게 험하게 대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로즈윈은 거의 처음으로 자신의 삐뚤어진 성격을 후회하고 있었다.
– 있을때 잘하셨어야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땅속에 묻힌 프레이가 돌아올 리는 없었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언젠가 들었던 루루의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에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차, 찾아야 해…”
그 덕분에, 다시 패닉에 빠진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그렇게 중얼거렸으나.
“아, 아직 늦지 않았어… 일단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어?”
그 순간, 그녀는 보았다.
– 터벅, 터벅…
수많은 인형들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인채 돌아오는 루루를.
“저, 저기…!!!”
얼마전에 그녀에게 비아냥을 들었다는 것은 잊은채로, 로즈윈은 다급히 그녀에게 달려간다.
“프, 프레이 찾았어?”
그리고는, 대뜸 그렇게 묻는 그녀.
“…….”
“자, 잠시만 만나게 해줘. 지금 심각한 오해… 아, 아니 그정도로 심각한건 아닌데… 암튼 해야 할 이야기가 생긴 것 같거든? 그러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루의 눈치를 보던 로즈윈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지만.
“없어요.”
“응?”
이윽고 들려온 루루의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바, 발견을 못했다는거야?”
그리고 잠시뒤, 다시 한번 묻는 그녀.
“그, 그 꾀가 많은 녀석이 없을리가 없잖아? 이, 이번일도 걔가 벌인 일 아니야? 무, 무슨 목적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아무튼…”
“더 이상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아요.”
“…..생체 신호가?”
그런 그녀에게, 루루는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생체 신호를 내뿜는 것들 중에서, 주인님은 없었어요.”
그 말에, 로즈윈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아마, 제국법상으로 실종처리가 되실거에요. 주인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 아니, 한 귀족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그 말은…”
“…실종 상태가 언제 바뀔지는, 시간 문제 겠지만요.”
그렇게 말을 마친 루루는, 프레이를 만나 모든것을 확실히 하려던 그녀의 생각을 산산조각 내고 조용히 그녀의 옆을 지나갔다.
“…….”
그렇게 루루가 어디론가 사라지자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던 로즈윈은.
– 스륵, 슥…
시스템 창의 수리도가 올라갈때마다, 곧 마주하게 될 모든게 확실해질 벗어날 수 없는 진실에 천천히 다가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며.
그와 동시에 이미 모든것을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채.
사방에 널려있는 폐허더미를 바라보며 공허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레 바닥을 손으로 퍼올려 본다.
– 휘이잉…!
하지만 그 순간 불어온 매서운 겨울 바람이 로즈윈의 손에 있던 먼지 조각들을 앗아갔고, 덕분에 텅 비어버린 손을 내려보던 그녀는 이내 맥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덜커덩, 덜컹…!
그런 그녀의 뒤로 마차 한대가 빠르게 폐허를 빠져나간것은, 그 직후였다.
.
한편 그 시각, 서대륙.
“아으으으으으…”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복잡한 마법진 한 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카니아는.
“으, 으으으…”
상상도 못할 고통에 온몸을 비틀다가, 이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중얼거린다.
“도, 도련님… 이제… 걱정마세요…”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마법진이,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 다음에는 모든 고통을… 대신 받아드릴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마신이 그녀에게 건 저주를 기나긴 연구 끝에 비틀어서, 프레이가 느낀 막대한 고통을 자신에게 이전하는데 성공한 카니아였다.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에게 지은 원죄, 당신의 영혼을 그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게 한 죄, 그리고 당신에게 받은 모든 은혜를…”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다짐을 힘겹게 중얼거리며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는.
“…이렇게라도 일부나마 갚을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렇게 속삭이고는, 결국 의식을 잃었다.
“사랑해요… 도련님.”
비록 의식을 잃고 나서도 고통에 잠겨있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