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4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45화(245/524)
Episode 245
“흐흠…”
글레어를 노려보던 마왕의 눈이, 활처럼 가늘게 휜다.
“풉.”
그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술을 손으로 가리고 웃음을 터트려 보이는 루비.
“으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얄밉고, 동시에 기고만장해 보였기에, 글레어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무슨 소리실까요?”
그런 글레어를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루비는, 이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읏.”
그러자, 주위의 모든 시선들이 글레어에게 꽂히기 시작한다.
각계 각층의 고위 관료들, 황실의 사람들, 교단의 사람들, 심지어 황녀와 공작영애 세레나의 시선까지.
뒷골목에서 빈곤한 삶을 살던 수수한 그녀로서는, 단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상황이었다.
– 두근, 두근.
“으으…”
글레어의 가슴이 가쁘게 뛴다. 미지의 공포가 그녀를 천천히 덮쳐오고 있었다. 인생에 무관심만이 있었던 그녀에게, 관심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꽂혀오고 있었다.
“마, 말 그대로에요!”
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용사를 지키기 위해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선 돕는것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돕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꺾인다면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별빛을 받아 빛나는 용사님이 선물해준 반지가 더렵혀질 것만 같았다.
“뭐가 말 그대로라는 거죠?”
“윽…”
하지만 아무리 굳게 다짐을 했어도 불가항력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이를테면, 지금 자신을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짜용사’ 루비 같은 존재 말이다.
“네?”
분명히 그녀는 보기만해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온몸이 오싹해지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싶었다.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야…’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숨긴채, 몰래 루비의 정체를 조사해 왔기에 글레어는 그녀의 진짜 정체도, 능력도 잘 몰랐다.
그저 그녀가 용사님의 적이라는 것과.
그 누구도, 심지어 자신의 스승마저 눈치채지 못하는 자신의 은신술을 초월적인 감각으로 가끔 인식한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꿀꺽.”
하지만 지금은, 루비의 능력이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가 능력의 편린만을 보여주었음에도 말이다.
오직 글레어 한명만을 타겟으로 잡아 내뿜어지고 있는 아우라는, 원래라면 그녀 나잇대의 소녀 정도는 충분히 기절시키고 남을 정도였다.
“프, 프레이 씨에게는… 죄가 없어요!”
“……..”
하지만, 글레어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프레이가 옛날에 봤듯이 정신력이 6밖에 되지 않는, 또래 소녀보다 살짝 용감할 뿐인 그녀였지만.
오직 용사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용사의 적을 저지하고 싶다는 바램이 그녀의 정신을 지켜 주었기 때문이였다.
– 감당할 수 있겠느냐?
“…..!”
하지만, 그런 그녀를 호락호락 봐줄 루비가 아니었다.
–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이만 물러나거라.
루비는, 어느새 이리나마냥 마법의 법칙마저 비틀어가며 전음을 글레어의 머릿속에 전달하고 있었다.
– 어서…
“나쁜건, 오히려 저기 계신 루비 씨에요!”
그렇지만, 글레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그렇게 소리쳤다.
“프레이 씨를 루비 씨가 덮치는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그리고, 잠시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제, 제가 보증할게요. 분명히 저 사람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 적막에, 글레어는 주먹을 꽉 쥐며 말을 이어나가려 했으나.
“푸하하하하하!!!”
“크흡! 크흐흡…”
“푸흐흐흐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나오자, 말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음란한 망나니 새끼가… 겁탈을 당할뻔 했다고?”
“꼬마야, 농담도 어지간히 해야지.”
“차라리 그런거면 좋았을텐데… 루비님이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어머… 안타까워라…”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글레어에게 시선을 돌린 루비는.
“프레이 씨에게 넘어간 가엾은 꼬마가… 또 한명 나온 것 같네요…”
슬픈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도 자칫했으면… 아까 전에 저도 저렇게 세뇌당했을수도…”
비록 중얼거림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사람들의 귀에 잘 꽂혀들어갔다.
“그, 그치만…!”
“증거라도 있으신지?”
“……..”
그렇기에 글레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차갑거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뀌었으며.
“끌어내.”
용사의 옆에 서있던 호위기사 베네르는, 차가운 목소리로 글레어를 가리키며 기사들을 불렀으나.
“내 제자에게 손끝이라도 대는 사람은, 마탑과 적대하는 걸로 알겠네.”
“…..!”
그 순간,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마탑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노망난 늙은이와 싸워보고 싶으면, 한번 해보지 그러나.”
“………”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정도로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방금전에 그녀가 보여준, 팔이 하나 잘린 드미르칸과의 초월적인 전투 덕분에 감히 나서는 이는 없었다.
“흐음…”
그렇게 상황이 진정되자, 일을 벌려두고는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 자신의 제자를 내려다보던 마탑주는.
“조금 늦었지만, 검증 자문을 해주도록 하지.”
“스, 스승님…”
“당분간 황실에서 지내겠네. 그와 동시에 용사의 자질과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두도록 하지. 자, 그럼 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세나.”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그렇게 말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잉… 왜 내 제자들은 항상 이 모양인지…”
“저, 저기…”
“…명심하거라.”
그러던 그녀는, 글레어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뒤를 돌아보며 평소같지 않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박힌 인식은, 결정적인 계기가 없는 이상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
“마법의 개념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런법이란다.”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입을 다문 글레어를, 다시 눈여겨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저, 프레이의 미모에 홀린 꼬마가 벌인 짧은 헤프닝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모두의 관심은,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선 마탑주에게 쏠려 있었다.
“그래도 말이다…”
덕분에 풀이 죽어버린 글레어를 내려다보던 마탑주는.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거라.”
그녀치고는 상당히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글레어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난, 만들어 버렸거든.”
그 말을 남긴 마탑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두번째 제자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그럼… 진정이 된 것 같으니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야겠군요.”
그 모든 상황을 날카로운 눈으로 보고 있던 클라나가,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진 말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교단을 지목합니다.”
“”…….!!!””
황실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클라나 세력과 교단이 벌이게 될, 전면전의 서막이 올랐다.
.
“………”
클라나와 주교들이 벌이던 설전, 군사적 충돌까지 일어날 뻔 했던 살벌한 상황들, 그리고 이어진 소강상태가 끝나고, 침묵이 찾아왔다.
“…후.”
이제는 극소수만 남게된 비밀 건물의 폐허더미 옆에 세워진 천막에서, 팔을 턱에 괸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글레어는 짧은 한숨을 내쉰다.
“갑자기… 나보고 용사파티를 하라고?”
자신의 거주지인 마탑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고위 관료의 연락을 받고 임시 천막에서 조용히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용사님도 없는 용사파티에… 내가 갈 필요가 뭐가 있다고.”
물론 루비가 진짜 용사가 아님을 알았던 글레어는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관료가 들어오면 그 즉시 가입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 스륵…
“저 파티 안해요, 애초에 용사는…”
그렇게 천막의 입구가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자, 글레어는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으나.
“안녕?”
“흡!”
천막 안에 들어온것은, 관료가 아닌 루비였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귀여운 꼬맹이로구나.”
자신을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루비를 멍하니 바라보던 글레어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 샤락!!
“앉지 그러니.”
루비가 손가락을 움직여, 알수 없는 힘으로 입구를 막아버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그러다가 조용히 자리에 앉은 글레어에게, 마왕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내 편이 되거라.”
“싫어.”
“으흠.”
하지만, 글레어의 즉답이 이어지자 루비는 짜증이 어린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여자에겐 별 관심이 없는데… 어쩔 수 없지.”
이내, 손을 꺾어 뚜둑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 샤아아…
“이건 부탁이 아니란다, 꼬마야.”
“……!”
순식간에 마왕으로서의 모습을 그녀에게 드러낸다.
“역시… 첫번째로 내 정체를 알아낸건 너였구나…?”
“으으…”
“보육원에서 가끔 날 노려보기에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귀여운 꼬마아이가 내 정체를 알아냈을 줄이야…”
루비의 꼬리가, 부드럽게 글레어의 뺨을 스친다.
“너, 너는…”
“내가 누구냐고?”
이윽고, 겁에 질린 눈빛의 그녀의 허리를 휘감은 마왕은.
“나는…”
소름끼치는 저음으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려 했으나.
“용사님.”
“…..!”
천막의 입구에서 베네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잠시 말을 멈췄다.
“제 예상대로라면… 프레이는 살아있습니다.”
“…그런가요.”
이윽고, 인간의 모습일때 내던 목소리로 베네르의 말에 답하는 그녀.
“그렇기에 제국 전역에 추격대를 파견했습니다. 그가 살아있다면, 잡히는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어요.”
“네, 용사님. 좋은 밤 되십쇼.”
그렇게, 마왕의 모습을 한채 태연하게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용사의 숙적이란다.”
글레어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까짓 꼬맹이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지.”
“으으…”
그 압도적인 아우라는, 아직 꼬마였던 글레어가 버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거라, 아니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살던가.”
“……….”
덕분에 글레어가 침묵에 잠기자, 그런 그녀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루비는.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넌 왜 특수 시스템이 적용이 안될까…?”
“으극…”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으나.
“원래, 내 정체를 알아내면 함부로 발설하지 못할텐데…”
“이익!!”
그 순간, 꼬리를 풀어낸 글레어가 그녀를 노려보며 팔을 휘둘렀고.
– 짜악!!!
천막 안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흐음…”
두려움에 떨면서도, 있는 힘껏 자신의 뺨을 때린 글레어를 조용히 바라보던 마왕은.
– 콰광!
“…커흑!”
순식간에 그녀를 바닥에 꽃아넣고는,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날 ‘공격’ 했구나…..?”
“으으으…..”
“아까부터 그걸 노리고 있었단다… 멍청한 꼬마야.”
덕분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한 글레어를 내려다보던 마왕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게다가 내 부하도 되지 않겠다면…”
“으…”
“죽을 수밖에.”
점점 눈빛이 흐려져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즐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 딱!
그 순간,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뭘 한거야?”
하지만, 마왕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버둥을 치는 글레어를 지켜볼뿐이었다.
“마법이라도 쓴거니?”
“………”
“너 같은 꼬마의 마법이… 내게 통할거라 생각한거야?”
비록 마법은 아니었지만, 글레어가 가진 ‘능력’이 마왕에게 먹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수 있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
그녀의 마법은, 어디까지나 마왕에게 먹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너나… 죽어…”
그녀의 머리에 솟아나있던 뿔 한쪽이, 산산조각나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머리를 타고 온몸으로 내려온, 생전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마왕.
“이, 이 잡것이…!”
“케흐윽….”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마왕이었다.
“감히… 감히…!”
벌써부터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한 오른쪽 뿔을 부여잡은채, 피가 철철흐르는 바람에 한쪽 눈을 감은 상태로 흉측한 창을 허공에 소환해낸 루비는.
“죽어어어어!!!!”
의식을 거의 잃어가던 글레어에게, 있는 힘껏 창을 꽂아넣으려 했으나.
– 쩌어엉…!
그 순간, 그녀와 마왕사이에 투명한 벽이 생겨났다.
[조력자 시스템 – 자동 방어 시스템 발동]동시에, 글레어의 눈앞에는 불투명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으며.
※경고합니다※
[마왕인 당신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력자 시스템의 조작자를 공격할 수 없으시답니다.]그것은, 투명한 벽에 밀려난 마왕도 마찬가지였다.
“”………””
그렇게 벽으로 가로막힌 둘의 사이에서, 싸늘한 적막이 흘렀다.
“…….!”
그 적막속에서, 먼저 반응을 보인것은 루비였다.
“젠장.”
– 쩌어엉…
그녀는, 갑자기 이를 갈더니 창으로 방어막을 거세게 내려쳐보고는.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거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글레어를, 거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애송아.”
그 뒤, 그녀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오른쪽 뿔을 부여잡은 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난… 절대 후회하지 않아…”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승이 남겼던 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채 중얼거리던 글레어는.
– 쫘아악…!
병사들을 이끌고 누군가가 천막으로 들이닥치자 재빨리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 마족입니다!”
“습격이다!! 습격이야!!!”
“지원을 요청한다!!”
루비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잠깐동안 목격했던 병사들은, 그것을 마족의 습격이라 생각하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
하지만, 클라나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저기요.”
“화, 황녀님…!”
그녀는 일사불란하게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한 자신의 병사들을 뒤로하고, 바닥에 엎어져있던 글레어에게 걸음을 옮겼고.
“바, 방금 그거… 루비에요. 루비가 사실…!”
“알고 있어요.”
“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대의 신분마저 망각한채 옷자락을 붙잡고 다급히 외치던 글레어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저희… 친하게 지낼까요?”
“…….!”
그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누군지 깨달은 글레어는 사고를 정지한채 얼어붙어 버렸다.
“오늘 발언은… 정말 고마웠어요.”
“네?”
“그분은… 제게 처, 청혼을 하셨던 분인지라.”
그런 그녀의 긴장을 풀어줄겸 말을 걸다가, 얼굴을 붉히던 클라나는.
“아, 아무튼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혹시 소원이라도 있으신지?”
어쩌면 히든카드가 될지도 모르는 작은 꼬마와 친해지 위해,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 아카데미요.”
“네?”
그러자, 사고가 정지해 버리는 바람에 한참을 입을 떡 벌린채 클라나를 바라보기만 하던 글레어는.
“아, 아카데미는 못드리는데…”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해주세요.”
“…..?”
“스, 스승님과 학장님이 사이가 안 좋아서… 나이가 안되는 전 입학할 수 없대요.”
이내,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소원을 말했다.
“그러니, 절 내년 신입생으로 입학시켜주세요.”
“음… 그거라면…”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조용히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기 시작했으나.
“…용사님을 도와야 해서 말이죠.”
이어진 글레어의 말을 듣고는,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요, 용사를… 돕는다고요?”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글레어의 눈빛은, 어느새 결의에 차있었다.
“아직 못 갚은 빚이 있거든요.”
용사 임명식의 끝에 찾아온 것은, 용사의 출현이 아닌 판도를 뒤엎을 조력자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