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5화(25/524)
Episode 25
“이, 이 정도면… 됐나요…?”
“아니, 처음부터 다시 쓸어.”
“그, 그치만… 이게 벌써 5번째라고요…”
페를로체에게 메이드복을 입히고 성당 청소를 시킨지 3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울먹거리며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제발요… 팔이 떨어질 것 같아요… 부디…”
– 프레이 당신을 파멸시키고 죽인다는 협력을요!
“으윽…!”
그런 그녀를 조용히 쳐다보던 나는, 조용히 브로치를 건드려 녹음되어있던 그녀의 말을 틀었고, 그러자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다시 빗자루를 집어들었다.
“…아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빗자루를 놓치더니, 이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아, 아파…”
평소에 교단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궂은 일 한번 해본적 없던 그녀의 부드러운 손은, 온통 까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샤아아…
그런 자신의 손을 처량하게 내려다보던 페를로체는, 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에 성력을 모으려 했으나…
“…치료하지 마.”
“네?”
“치료하지 말고, 그대로 청소해.”
“….읏.”
싸늘한 내 목소리를 듣고는 부들부들 떨며 다시 빗자루를 잡았다.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앉아있던 상석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하게 잡아서 되겠어?”
“자, 잠시만요… 너무 아파서 그러는…”
“이렇게 꽉 잡아야 할 것 아니야?”
“꺄아악…!”
그녀의 앞에 도착한 나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손을 꽉 잡고는 빗자루에 비볐고, 그러자 성녀는 비명을 지르더니 다시 빗자루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주워.”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계속된 가혹행위에 페를로체는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물었다.
“…내가 언제 상처를 치유하라 했지?”
“죄, 죄송해요… 너무 아파서 그랬어요…”
어느새 말짱해진 그녀의 손을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던 나는, 빗자루를 집어들어 그녀에게 건내며 말했다.
“그랬구나. 그럼 손이 다시 까질때까지 청소를 하도록 해.”
“으윽…”
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성녀는 울먹거리며 다시 성당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해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걸 발견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해.”
“흐윽… 흑…”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손은 상처 하나없이 멀쩡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죄송…해요…”
내가 싸늘하게 묻자 성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그렇게나 힘들었어…?”
“네, 네에… 흐윽…”
“…그럼 앞으로는 할 일을 좀 바꿔줄까?”
“어, 어떤 일로요…?”
그녀가 희망을 품고 묻기에, 나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
“…밤에 나한테 안기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야. 어때?”
“…….!”
그 말을 들은 성녀는, 이내 날 역겨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청소를 하겠습니다.”
“어딜? 성당을? 성당을 닦아봤자 내게 도움이 될 건 없는데?”
“당신의 방을 닦겠…”
– 짝!!
“…주인님의 방을 닦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좋아.”
내게 뺨을 맞은 다음에야 호칭을 바꾼 성녀는, 비틀거리며 청소도구함으로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매일 저녁 내 방을 닦고가. 하루라도 빼놓으면, 재미없을 줄 알아.”
“…네.”
“그리고, 생각이 있으면 얼마든지 내 밤 시중도…”
“그만.”
“응?”
“그만… 해주세요…”
그렇게 묵묵히 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도구함에 빗자루를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던 페를로체는, 갑자기 내 말을 끊더니 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발… 그 얼굴로 그딴 역겨운 말을 저에게 하지 마시란 말이에요…”
“…역겨운 말?”
“제가 예언을 받고 성녀가 되기 전에… 당신이 저에게 했던 말과 미소는… 그건 대체 뭐였나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애써 딴청을 피우며 말을 회피하자, 성녀는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말했다.
“하… 그랬군요. 당신은 그때 일을 기억조차 못하시던 거였어요.”
“…뭐?”
“만약 기억을 한다 해도 그건…그저 길거리에 늘상 있는 고아에게 보낸… 동정심도, 측은지심도 아닌 우월감이었겠죠?”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거야?”
“…됐습니다. 당신에 대한 기대는, 오늘부로 완전히 접겠어요.”
그 말을 하며 도구함을 닫은 페를로체는, 차갑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쩌면 당신을 회개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국을 망칠 당신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할 순간이 왔을때도… 마땅히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생각했죠.”
“…그래서?”
“하지만, 아무리 바보같은 저라도 이쯤되면 그 생각들이 전부 틀린 생각들이었다는 걸 알겠네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당신은 괴물이에요. 프레이 씨.”
날 증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매도한 페를로체는, 성당의 출구로 향하다가 힐끗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당신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그 녹취록만큼은 세상에 퍼트리지 말아주세요.”
“그럼, 밤일도 도와줄거야?”
“…그걸 도와주느니, 차라리 제 목숨을 끊겠어요.”
그 말을 남기고, 성녀는 비틀거리며 성당을 빠져나가 밤의 거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사방에 내 눈과 귀가 있으니까 허튼 생각은 하지 마.”
그런 그녀에게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던졌다.
“…이미 카니아도 너희들의 모임에 속한걸 알고 있을 정도로 퍼져있으니까 말이지.”
“…..!!!”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는, 걸음을 멈추고 부르르 떨다가 이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나는, 정보탐색 스킬을 사용해 눈앞에 시스템 창을 띄우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의 현재 감정: 분노/혐오/역겨움/실망/슬픔]“…다행이네.”
며칠전에 하도 나를 죽이려 드는 페를로체의 정신상태가 궁금한 나머지, 정보탐색 스킬을 써본적이 있다.
그때 그녀의 감정에는, 혐오 대신 걱정이 있었으며 역겨움 대신 죄책감이 있었다.
그렇다, 착해빠진 성녀는 이솔렛처럼 아직까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은 미래에 제국을 망칠 악인이 될 걸 똑똑히 알면서도, 심지어 날 죽이려 할 때 조차도… 그녀는 날 걱정한데다 죄책감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죽이려고 한 사람을 걱정한다는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태양신 교단이 가지고 있는 교리를 보면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것이다.
태양신 교단의 교리에 따르면, 사람은 죽을시 영혼상태가 되어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다.
그 심판은 착한 사람은 천국으로, 나쁜 사람은 지옥으로 라는 아주 간단한 원리지만… 가끔가다 끔찍할정도로 사악한 악인이 나오면 그 사람은 악마들의 지옥인 연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는다고 한다.
참고로, 그 교리는 예언서에 나와있던 ‘게임 설정’에도 있었다. 그러니, 아마 그건 진실일 것이다.
아무튼 그 교리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페를로체는, 어렸을때의 인연으로 내 착한 면모를 알고 있었기에 내가 연옥으로 떨어질것을 지금까지 걱정해주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인성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한 아이다.
‘…그런 착한아이한테 가혹 행위를 하다니, 오늘 밤은 편히는 못 자겠네.’
하지만, 난 그런 그녀의 걱정과 죄책감을 억지로 없앨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조만간 일어날 이벤트에서, 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전부 큰 화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오늘, 나는 페를로체에게 가혹행위와 그녀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더러운 언행을 함으로서 나에게 정을 떼게 만들었다.
물론, 전회차에서도 내 그런 모습을 많이 목격한 페를로체였지만… 그런 행동의 대상이 자신이 된건 처음이니 충격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녀가 받은 충격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불결한 언행을 입에 담아 다시는 날 걱정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성녀가 완전히 날 증오하게 된다면… 다음에는 이솔렛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날 혐오하게 해야 한다.
물론 동시에 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나도 숨을 돌릴 시간은 필요하니 말이다.
참고로 카니아는 어쩐지 날 걱정하게 된 것 같지만… 그녀는 흑마법사이기에 곧 벌어질 이벤트에서 자유롭다. 그거 하나는 참 다행이다.
[위악포인트 600pt 획득!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후우.”
그렇게 생각을 마치며 어느새 내 눈앞에 뜬 위악 포인트 창을 힘없이 밀어낸 나는, 이내 성당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때 페를로체가 앉아있던 상석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대체, 세계를 왜 이 따위로 짜둔겁니까…?”
그 상석에는, 태양신의 문양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전설처럼 마왕한테 불기둥이나 던져주시지. 불기둥 던진다고 어디가 덧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동안 태양신의 문양을 바라보며 앞담을 하던 나는,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죽으면 천국에 갈까? 지옥에 갈까?”
이윽고 옛날부터 미칠듯이 궁금했던 논제를 중얼거린 나는, 나 때문에 아파하던 페를로체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걸 억지로 떨쳐내고 천천히 성당을 나섰다.
오늘도, 술을 좀 마셔야겠다.
.
“도련님, 제가 살짝 늦었…”
“아… 카니아… 안녕…”
으슥한 곳에서 흑마력을 다루는 것을 연습하다 밤늦게 기숙사로 복귀한 카니아는, 기숙사에 벌어져 있는 풍경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다 뭡니까? 도련님?”
“뭐긴 뭐야… 술이지…”
프레이가 앉아있는 책상과 주변에 술병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 한잔 할래?”
그런 술병들 사이에서 프레이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자, 카니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설마 이 많은 술들을 혼자서 드신 겁니까?”
“…응.”
“술도 약하신 분이, 대체 어떻게 이 많은 양을…”
“…카니아.”
그러자 프레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에 있는 술병들을 치우며 책상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카니아에게 뻘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나 술 쎄.”
“예?”
한병은 커녕 반병만 마셔도 헤롱헤롱 거리던 프레이가 술이 쎄다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기에, 카니아는 그저 그것이 그의 술주정이겠거니 생각하며 자리를 정리하려 했으나…
“정신력이 높아서 말이야. 아무리 먹어도 취하질 않아.”
“…아.”
이윽고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하자 납득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평소에는 술에 취한 연기를 하셨던겁니까?”
“…그래. 술 취하고 망나니 짓을 하는게 미움받는데는 직빵이었거든.”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술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시시면 몸이 망가집니다.”
“이미 망가질때로 망가진 몸, 더 망가져도 돼.”
“그래도 건강을…”
“다 부질없어. 죽기전에 실컷 마셔야지.”
“………”
그런 프레이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리려던 카니아는, 프레이가 해탈한 목소리로 말한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한채 고개를 숙였다.
“…저도 같이 마시겠습니다.”
“…뭐?”
그렇게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니아가 별안간 고개를 들고 술을 같이 마시겠다 선언하자, 프레이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너 술 잘마셔?”
“…네.”
“그건 몰랐네. 그럼, 한잔 받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프레이와 카니아는 서로 술잔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한동안 기숙사에는 홀짝이는 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
“…술이 쎄다는 게 사실이었나보네.”
“칭찬 감사합니다.”
어느새 술이 방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지만, 둘의 음주는 그칠줄을 몰랐다.
프레이는 정신력 수치가 세계 최고수치였으며, 카니아는 술의 안좋은 기운 대부분을 흑마력으로 흡수하는 체질이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카니아, 잠깐 신세 한탄좀 해도 될까?”
“…네, 하십시오.”
하지만 아예 술 기운을 흡수해버리는 카니아와는 달리, 어느정도 술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프레이는 아까보다는 살짝 풀린 눈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용사 때려치고 싶어.”
“때려치십시오.”
“…뭐?”
그러나 카니아가 자신의 푸념에 맞장구를 치자, 프레이는 술이 확 깬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럼 안되지…!”
“왜 안됩니까?”
“내가 용사를 때려치면 마왕이 세계를 멸망시킨단 말이야…”
“지배하는게 아니라, 멸망시킨다고요?”
“그래, 그 망할년이… 지배를 하는것도 아니고 아예 싸그리 세상을 불태워버린다니까? 허참… 대체 뭘 하고 싶은건지…”
그렇게 프레이는 한동안 마왕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카니아는 그런 프레이를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방금 용사를 때려치고 싶다는 말은 왜 하신겁니까?”
“…아, 그거?”
그러자 열심히 마왕을 까던 프레이는, 새로히 술병을 하나 까고는 잔에 부으며 중얼거렸다.
“…힘들어서.”
“…그렇군요.”
그렇게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내가 이렇게 술을 퍼먹고 있으면, 세레나가 내 등짝을 때리곤 했었지.”
“네,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그 침묵을 깬 프레이는,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나 망나니짓을 하고 다녔는데… 세레나는 여전히 내가 걱정이 됐었나 봐.”
“약혼녀니까요.”
“…하지만, 그런일도 있었으니… 이젠 날 걱정하지 않겠지?”
“…그렇네요.”
무의식적으로 맞장구를 친 카니아는, 아차 싶어 프레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카니아,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네?”
그리고, 프레이는 그런 카니아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날 대하는 네 태도… 요즘들어 잦아지는 외출… 버터를 버무린 호밀빵… 그걸 종합해 보면, 결론은 하나거든.”
“…….”
“넌 이미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눈치채고 있어. 대체 어떻게 눈치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
카니아가 입을 다물자, 프레이는 조용히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아침에 수련장에 갔었는데, 미세하게 네 흑마력이 남아있더라고. 넌 지우느라 노력을 한 것 같지만… 워낙에 익숙한 기운이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그렇군요.”
“조만간 벌어질 ‘평민 기숙사 습격 사건’을 대비해서 수련을 하고 있는 거 맞지?”
그 말에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프레이는 미소를 띠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럴줄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어디까지 알고있는건지 나한테 알려주겠어?”
프레이의 질문을 듣고 잠시 망설이던 카니아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부요.”
“…이런.”
그렇게 둘은 말없이 술잔을 허공에서 부딪혔고, 카니아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도련님?”
헌데, 프레이는 술잔을 든채 그런 그녀를 게슴츠레 쳐다보고 있었다.
“…카니아, 내 능력으로 본 네 성향이 뭔지 알아?”
“…뭔가요?”
이윽고 프레이는 술잔을 책상에 내려놓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심복.”
“………”
그 말을 하며 프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니아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카니아.”
“…저도요.”
그 손을 조용히 잡고 일어난 카니아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그를 바라보던 카니아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일어나신겁니까?”
“…자기 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게.”
“술은 더 안마시는겁니까?”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긴커녕, 우울해져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조용히 카니아의 손을 잡고 침대로 향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카니아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다대기 시작했으나…
“…근데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예?”
“생명력을 등쪽으로 주면 되겠더라고. 앞은 가슴때문에 불편하잖아.”
“…그렇군요.”
그 말에 잠시 멍하니 프레이를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럼, 주입을 시작할게.”
“…네.”
이윽고, 늘 그랬듯이 프레이의 생명력이 카니아에게 섞여들어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카니아는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프레이의 머리맡에 있던 고양이 인형을 발견하고는 살짝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녀의 성향인 심복이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비록, 이리나는 신경을 끄라 했지만…”
한편 그 시각… 평민 기숙사에서는,
“…역시, 어떻게든 도와줘야겠어.”
이리나의 소꿉친구인 아리안느가 자신의 한달치 학비를 투자해 산 마법스크롤을 내려다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