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5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53화(253/524)
Episode 253
“지금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요.”
“…흐음.”
용사 파티 임시 거주지의 상황실에서, 아리아가 베네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용납이 가능한 설명을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그런 아리아의 말을 도중에 끊은 베네르가 테이블 쪽을 손으로 정중히 가리키며 말하자, 아리아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에 앉으라는 거죠?”
하지만 아리아는 이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이 빈 자리가 없이 꽉 차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덕분에 겉잡을 수 없이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때까지 눈치를 보고 있던 로즈윈이 슬쩍 손을 들어올린다.
“저, 저기…”
그녀는, 무척이나 간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가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고 왔는데요…? 그런데 프레이는… 어디있죠?”
“그건…”
“그건, 아직 확실하게 확인이 되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일원들을 손을 들어 제지한 베네르는, 조용히 로즈윈을 응시하며 답했다.
“네, 네에? 그치만 제가 들은 바로는… 분명…”
“그것과 관련해서, 로즈윈 씨는 따로 저와 이야기를 하죠. 그러니, 실례지만 지금은 잠시 나가 계셔 주시겠습니까?”
“아, 알겠… 습니다.”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은, 창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 확실하지가… 않다니…’
사실 원래라면 꽤나 의아해 했어야 할 요청이었지만, 제정신이 아니던 그녀에게는 그런것을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
[조력자 시스템]> 용사의 정체
– 용사의 정체는 당신도 알다시피……. [프레ㅇ ]
시스템 복구중….[90% 완료]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조력자 시스템’의 카운트 다운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끝을 향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터벅, 터벅…
그렇게 그녀는, 한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푸석푸석해진 얼굴을 한채 비틀거리며 상황실 밖으로 향했다.
“…저분은 왜 내보내신거죠?”
그렇게 로즈윈이 상황실을 나서서 생긴 빈 자리에 앉은 아리아는, 시선을 베네르에게 고정하며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말해서 전… 저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두 손을 턱에 괴고 있던 베네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용사님에게 ‘그 물약’을 주셨던 분이… 하필이면 로즈윈 씨라 말입니다.”
“…….”
“그래서 프레이, 혹은 마왕군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것이 아닐지 의심하는 중입니다.”
고의든 실수든 용사를 해쳤으니, 우선 의심부터 하고 보는 베네르였다.
“저희 오빠가 사실 살아있다는 연락은 저도 받았었어요.”
그런 그녀를 여전히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있던 아리아는, 삐딱하게 의자에 앉은채로 다리를 꼬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용사 파티에 오빠 대신에 고문으로 참여해 달라는 연락 또한 받았었죠.”
“네, 그건 제 부탁이기도 했습니다. 유독 프레이가 잘못된거지, 스타라이트 가문 자체는… 전대 용사의 후예니까요.”
“그건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말을 베네르가 긍정하자,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아리아는 화난 어조로 물었다.
“…암살 작전이라니, 너무한거 아닌가요?”
“혈육이라고 감싸시는 겁니까? 프레이는 범죄자입니다. 그가 행한 극악무도한 짓들은…”
그 말을 들은 베네르 역시, 살짝 흥분한 어조로 몸을 기울인채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감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아리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도중에 끊자, 말을 멈추고 조용히 아리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오빠는, 확실히 구제불능의 쓰레기에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조용히 품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오빠가 실종되고 저택으로 돌아갔을때, 우연히 찾아낸 비밀 공간에서 발견한 서류들이에요.”
그것들을 베네르의 쪽으로 밀며, 아리아는 말한다.
“자신이 ‘시한부’라는 거짓 소문을 언론에 퍼트려, 동정여론을 생성. 실제로 병약한 이유는… 마왕에게 받은 힘의 부작용.”
“미처 챙기지 못했던 거겠죠. 일이 그렇게 틀어질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서류를 천천히 읽어나가던 베네르를 바라보던 아리아는, 책상을 손으로 짚으며 이야기를 재개했다.
“오빠는 벌을 받아야 해요. 평민으로의 강등, 모든 재산과 지위의 몰수, 저택에서의 영구적 추방 같은 것들로 말이에요.”
“…….”
“저와 사람들의 영원한 모멸과 멸시가 그에게 벌이 될거에요. 한마디로, 업보라는거죠.”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단언한 아리아는, 불만스러운 베네르를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하지만… 죽이는 것 만큼은 안돼요. 그건 용납할 수 없어요.”
“…어째서죠?”
“당신에게 말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네요.”
“쯧.”
살짝 눈빛이 흔들린 아리아를 보고 차게 식은 표정을 짓던 베네르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는 더 이상 당신과 제가 알던, 예전의 그 선한 인물이 아닙니다.”
“………..”
“그저, 없애야 할 제국의 암덩어리일 뿐이라고요.”
그런 베네르를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난 아리아는, 이내 그녀를 사나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의 직권 남용은 용납하지 못해요. 스타라이트 가문의 이름으로 직접 개입하기 전에 당장 작전을 취소 하세요.”
그렇게 말한 아리아는, 상황실에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전 오빠를 직접 만나러 가는 길이니, 그렇게 알아두시고요.”
그렇게 출입문이 닫히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안 되겠군.”
그런 정적속에서 이를 갈던 베네르는.
“내가 직접 끝을…”
서늘한 표정을 지은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내려두었던 검에 손을 뻗었으나, 검을 잡기 위해 무심코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침묵에 빠졌다.
간식으로 준비된 버터가 살짝 올려진 호밀빵과 커피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수없게.”
그것을 바라보던 베네르는, 옛날 생각이라도 난건지 인상을 확 찌푸린다.
“오늘 간식은 누가 담당했지?”
그 뒤로도 점점 표정이 구겨져가던 그녀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자, 뒤에 있던 시종 한명이 앞으로 나선다.
“왜, 왜 그러십니까…? 혹시, 음식에 문제라도…?”
“아니, 그냥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들이라 말이지.”
그렇게 답한 그녀는, 입가를 가리고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야.”
“아, 그 그렇군요…”
“그러니, 앞으로 이걸 내 앞에 내놓지 말도록.”
“알겠습…”
– 콰지직…!
잠시 고민을 하다가 드센 검기를 뿜어 그것들을 으깨버린 베네르는, 이내 조용히 상황실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직접 끝을 내주마, 프레이.”
.
시간이 흘러, 하늘에 머물러 있던 해가 막 저물기 시작하려던 무렵.
“프레이, 괜찮아요?”
“…….”
치밀한 두뇌 대결과 혈전을 벌인 끝에 프레이와 팔짱을 끼며 걸어가는것에 성공한 세레나는, 그의 안색이 좋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 나한테 신경 꺼.”
“헉.”
프레이가 애써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싸늘하게 답하자, 세레나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떡 벌린다.
“그, 그런 어려운 행동은 못해요.”
“뭐?”
“당신이 제 옆에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써요? 그것도 팔짱을 낀채로 있는데 대체 어떻게?”
“………”
“차라리 신성력을 논파하는 공식을 만드는게 더 쉬워요. 그렇게 어려운거 시키지 마세요.”
세레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걸음을 옮기던 프레이가 살짝 얼굴을 굳힌다.
“세레나.”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프레이.
“넌 날 왜 좋아하는거지?”
그 말을 들은 세레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했다.
“그것과 관련해서 논문을 작성하고 있어요.”
“……..”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고 다양해서, 학문적 가치가 있거든요. 그래서…”
“징그럽군.”
“으익.”
사랑을 학문으로 나타내 프레이를 감동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을 짜고 있던 세레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노, 농담이에요… 하하, 설마 정말로 그랬겠어요?”
‘결혼 프러포즈로 학계에 논문을 제출해서 인정을 받는 안건은 폐기야. 살짝 찔러보길 잘했어. 잠깐, 그럼… 무슨 프러포즈를 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있던 결혼부터 출산, 그리고 육아와 노후까지의 장대하고도 완벽한 계획이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있었다.
“으윽.”
“프, 프레이?”
그런데 그 순간, 그녀와 함께 걸어가던 프레이가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 건가요…!”
덕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세레나는, 재빨리 프레이의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고.
“…아.”
이내 그가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임을 깨달았다.
“제, 제게 업히세요…! 프레이…!”
덕분에 잠시 고민하던 세레나는, 이내 자신의 허리를 숙인 뒤에 뒤를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였다.
– 두근, 두근…
프레이를 업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한 그녀의 가슴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주제를 모르는군.”
하지만, 프레이는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제발 품위를 지켜.”
“네에…”
덕분에 기가 팍 죽어버린 세레나는 살짝 우울한 표정으로 앞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그런 세레나를 바라보는 프레이의 시선은, 그녀의 절뚝이는 발에 고정되어 있었다.
“…후.”
잠시후, 짧게 한숨을 내쉰 프레이가 천천히 세레나에게 다가선다.
– 스륵…
“흐익!?”
그러더니, 세레나의 허리에 팔을 휘감는 프레이.
“뭐, 뭐에요???”
한 술 더떠 프레이가 고개를 그녀의 어깨에 기대자, 물씬 풍겨온 프레이의 향기에 날아갈 뻔 한 이성을 겨우 붙잡은 세레나가 질문을 던진다.
“오늘 밤은 저기 저 여관에서 쉬어가도록 하지.”
“아…?”
“저기까진 가야할거 아니야, 빨리 부축이나 제대로 해.”
“네, 네엣…!”
절묘하게 자세를 잡아 세레나가 힘을 주면 서로가 서로를 부축하게 만든 프레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채로 조심스레 볼을 자신에게 맞대보고 있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린다.
그렇게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프레이는, 이내 세레나와 함께 여관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세레나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프레이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
프레이와 세레나가 여관으로 향하던 그때.
“으으… 윽…”
“흐아암…”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페를로체가 검은색 쇠사슬에 결박된 채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리, 리트라…”
“정말로? 정말 할거니?”
그녀는, 다름아닌 최연소 성기사였다.
“돌이킬 수 없을텐데?”
아니, 살짝 다른 존재였다.
“지금까지 쥐새끼마냥 잘도 속여왔지만… 이젠 나도 그걸 안단다.”
빨갛게 변한 눈동자를 빛내며, 성기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리고, 이미 한계잖니?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리트라이였잖아?”
“………”
그 말에 페를로체가 고개를 조용히 숙이자,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은 성기사는.
“여기에 얌전히 있으렴.”
지친 눈빛을 띠고 있는 페를로체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연약한 주인공 씨 얼굴이나 좀 보러 가볼까나?”
그렇게 성기사의 모습을 한 무엇인가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
그 뒤로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페를로체는.
“……구구야, 지금이야.”
이내 눈빛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구.”
그와 동시에, 여관을 배회하던 그녀의 애완새가 빠르게 아래로 하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