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5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54화(254/524)
Episode 254
제국의 외곽지역에서 번화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허름한 여관.
“옴뇸뇸…”
“……..”
그곳의 식당에서 프레이는, 눈을 빛내며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세레나를 피곤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굳이 스파게티지.”
“네?”
프레이의 질문에 한창 스파게티를 먹고 있던 세레나가 고개를 든다.
“…됐어.”
대화를 했다간 일이 귀찮아 질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프레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포크를 집고 스파게티를 집었다.
“냠.”
스파게티의 맛은, 이런 허름한 여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맛이었다.
위치가 좋은 곳에 있어 허름한 여관 치고는 제법 장사가 잘 되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졸린 눈을 띤채 스파게티를 흡입하던 프레이는, 별안간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자신이 먹고 있던 스파게티의 가닥을 물고 있던 세레나가, 눈웃음을 치며 그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런식으로 계속 어필을 하면… 언젠간 프레이도 한번쯤은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까?’
치밀하고도 복잡한 계산이 들어간, 세레나의 묘수였다.
“츄릅.”
“…..!?”
프레이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그녀에게 고개를 들이 밀며 스파게티 가닥을 먹어치우기 전까진 말이다.
“…핥짝.”
“흐이익…!”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세레나의 입술을 프레이가 살짝 핥자, 세레나는 머릿속에서 화산이 펑 터지는 느낌을 받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입에 소스가 묻어서.”
“나, 난 몰라요…”
“뭘 모른다는 거지?”
“아, 아무튼 몰라요.”
그런 세레나를 보며 손을 책상에 짚은채 손가락을 까딱거리던 프레이는, 오늘만 해도 벌써 몇번째나 고장나버린 세레나를 웃기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 모습은 마치 막 연애를 시작한 풋풋한 연인같아 보였기에,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절로 사로잡았다.
세레나의 인식개변 마법으로도 그들의 매력을 숨기는것은 불가능했기에,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들의 옆구리가 아리도록 시려온것은, 분명 낡은 여관의 틈을 새어들어온 겨울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 저기요… 프레이.”
그렇게 한동안 프레이와 꽁냥거리며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던 세레나는, 이내 살짝 표정을 굳히며 질문을 던졌다.
“용사파티 말이에요… 어떻게 하죠?”
“무슨 소리지?”
방음 마법까지 써가며 말을 걸어온 세레나를 쳐다보던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을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죽이려고 하고 있잖아요.”
그 말에 프레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그녀는 살짝 흥분해서 말을 잇는다.
“특히 그 베네르라는 녀… 아니, 여자는 최악이에요.”
“그런가.”
“당신의 배와 뺨을 가격하고, 목을 조른데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잖아요?”
마치 자신의 일인것마냥 분해하며 말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이내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질문을 던진다.
“제, 제 식대로 처리해 드릴까요…? 사실, 그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위험 인물들도 지금 이자리에서 손가락 한번만 튕기면 바로 작업을 시작 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뒀…”
– 딱콩!
“…아얏.”
그러다가 꿀밤을 한대 얻어맞은 세레나가, 울상을 지으며 프레이를 쳐다본다.
“전…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더러운 일이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던 그녀는, 이내 결의에 찬 눈빛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사양말고 맡겨주세요.”
“……….”
“여차하면, 아예 마왕군의 참모로 들어갈…”
“…적당히 해.”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그녀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일갈을 가해 말을 끊어버렸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하라고.”
“아, 알겠어요…”
그 말에 세레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자,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던 프레이가 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말을 시작한다.
“이미 그녀를 때어 놓을 계획은 짜 놨어.”
“네?”
“나는 베네르의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잡고 있거든. 밝혀지면 세간에서 큰 망신을 당할 법한 약점을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은 프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세레나를 보며 말을 잇는다.
“그녀가 보기 싫나?”
“네, 네에… 솔직히…”
“그래, 그럼 앞으로 보이지 않게 눈앞에서 치워주지. 나도 그녀를 별로 좋아하진 않으니. 그러니 허튼짓은 하지 마.”
“…헤헤.”
방금 전까지 풀이 죽어있었음에도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리던 세레나는.
– 푸드덕!
“으악!!”
바로 옆에서 날개 소리가 들려오자, 기겁을 하며 부채를 꺼내들었다.
“저, 저리가! 망할 것들아!!”
동물 친구들이 옹기종기 난입해서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진부한 전개는, 이제 질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구?”
“…..?”
하지만, 왠일인지 가게안으로 들어온것은 구구 한마리 뿐이었다.
– 두리번, 두리번…
그제야 자신이 저택을 나서기 전에 동물들을 전부 가둬두고 왔다는 사실을 상기한 세레나는, 경계심 많은 고양이 마냥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호, 혼자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더 이상의 탈주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구구를 앉힌 다음 조용히 프레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당신이 너무 좋아요… 프레이…”
“됐으니까 떨어져.”
“사랑해… 프레이…”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끈질겨진 세레나의 애정 공세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밀어내던 프레이는, 이내 식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에헤헤…”
그녀의 자리 구석에 있던 잔에 담겨져 있던 액체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그것은 술이었다.
술을 먹으면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게 변하는 세레나가, 테이블에 호객용으로 놓여져 있던 싸구려 술을 들이켜버린 것이다.
“프레이이…♥”
그 결과, 벌써부터 눈이 풀리기 시작한 세레나는 테이블에 가슴을 파묻고는 프레이를 향해 팔을 뻗으며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쯧.”
그런 그녀를 보고 프레이가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짓자, 주변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 띠링!
프레이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오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히든 퀘스트: 세레나의 종속의 저주 제거]<데이트 진행 미션 완료!>
[진행률: 80%]“하아.”
눈앞에 떠오른 창을 읽어내려 가던 프레이는, 이내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골치아프네.”
세레나가 술을 먹자마자 60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변해버린 진행률을 좋아해야 되는건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레나 저주 해방 퀘스트 – New 미션!]“…..?”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세레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려던 그는, 갑자기 창 아래에 그러한 알림이 떠오르자 아무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그것을 눌러보려 했으나.
– 파지직…!
“뭐, 뭐야?”
그의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갑자기 시스템에서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했다.
– 파지지직…!
덕분에 당황한 채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이는, 스파크가 시스템 창 전체를 덮어나가기 시작하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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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빨간색 글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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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귀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프레이는,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레나를 등지고 섰지만.
“…..뭐야?”
그는 곧, 경악을 할수 밖에 없었다.
“””………..”””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이게… 무슨… 어?”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조용히 뒷걸음질을 치던 프레이는, 발가에서 물컹한 느낌이 나자 설마하는 눈빛을 띤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아.”
그리고, 절망이 시작되었다.
“널 위한 새로운 패치야. 특별히 그녀에 한해서 게임 오버 규칙도 수정해 줄게. 어때? 자비롭지?”
“아아아아아…”
세레나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
“아아아… 아아아아…..”
“푸흐흐흐… 흐흐흐…”
패닉에 빠진 프레이를 바라보던 성기사.
아니, 마신 이클립스는 입을 가린채 마구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름다워… 정말로 아름다워…’
지금까지 그녀가 맛본 절망과 피폐, 그리고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는 거짓의 맛이었다.
지금 프레이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맛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섭취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마신에게 있어서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황홀한 진미였다.
‘…아참, 이럴때가 아니지.’
하지만,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금 그녀가 세상의 섭리까지 억지로 비틀어가며 강림한 이유는, 식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보자, 이걸 이렇게 해서… 으음…”
그렇게 어느새 죽어버린 눈을 한채로 그저 멍하니 세레나를 내려보고만 있던 그녀는, 사방에 복잡한 시스템 창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 코드를… 이렇게 조합해서… 으으…”
복잡한 영어와 숫자의 배열을 적어내려가며 잠시 골머리를 쌓던 그녀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수정하기 쉽게 이세계에 보낼 매개채를 소설이나 만화로 선택할 것이지, 왜 하필 게임이란 것에 꽂혀서… 하여간, 망할 언니 같으니라고.”
그렇게 한참동안 창을 두들겨대던 그녀는,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버튼 하나를 누른다.
[돌발 퀘스트 – 타락]보상: 세레나의 부활, 그리고 모든 것.
[수락하시겠습니까? Y/N]그리고 그 순간, 프레이의 눈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이어지는 프레이의 깊은 침묵.
“흐흐흐…”
그 깊은 침묵 속에서 만족한 듯이 웃던 마신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걸로 신격이 완전히 깎여나가겠지만… ‘그분’이 있으니까, 뭐.”
프레이의 눈동자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흐흥.”
마신이 느끼기에, 그것은 망설임의 감정이었다.
“포기해, 프레이…”
그래서, 마신은 그의 결정을 재촉하기 위해 프레이의 곁으로 점차 다가가기 시작했다.
“의무도, 책임감도, 영웅심도 전부 내려놓고…”
그녀의 입꼬리가, 가늘게 휘었다.
“엄청 행복해 지…..”
하지만 프레이의 볼에 손을 뻗던 마신이 갑자기 말을 멈췄을 때는, 입꼬리가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있었다.
“……으극.”
프레이의 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필멸자의 몸으로 강림했기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통과, 희미하지만 선명한 그에게 압도당했던 기억에 표정이 창백하게 변한 마신이 질문을 던진다.
“아, 악인화도 됐을텐데? 어떻게 그걸 거절할 수 있는거야…?”
공중에 떠있던 시스템 창이, ‘N’이 선택된 상태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능력: 힘 10/ 마력 10 / 지능 ??? / 정신력 10] [특이사항: 악인화 LV Max /별의 가호/용사의 힘/ 광적인 분노] [성향: 용사] [선함: 0~100 (실시간 변동중)]“이, 이게 무슨…!”
덕분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권한으로 프레이의 정보창을 열람한 마신은,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너라면 알겠지?”
그런 마신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천천히 입을 연다.
“별의 용사는… 순간적으로 모든것을 압도할 만큼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
“그리고 그 힘을 가장 크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분노’했을때라는 걸 말이야.”
그는, 회귀를 한 뒤에 지금껏 단 한번도 지어보지 않았던 귀기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그래서… 세레나를 버린다는 걸까나?”
“네 환상이겠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을때, 모습이 어딘가 이상해 보이더군.”
“그런 알량한 가능성에 약혼녀의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니? 넌?”
애써 미소를 짓는 마신이 천천히 뒷걸음질을 하며 다시한번 프레이의 앞에 타락 퀘스트를 띄웠지만, 그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창을 옆으로 쳐냈다.
“설령 그녀가 죽었다고 해도 상관없어.”
“뭐…?”
“그녀가 죽었다면, 태양신에게 그녀를 살려달라 빌면 되는 일이야.”
“……..”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 프레이의 발언을 들은 마신은, 잠시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 이거 성기사 몸인데? 지금 말하지만, 얘 엄연한 사람이다? 인격체라고?”
그러던 그녀가 다급히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녀를 희생시키고 날 잠시 고통스럽게 할 작정이니? 어차피 난 죽지도 않는데?”
검으로 찔린 옆구리를 부여잡고는 미소를 지으며 마신이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의 눈썹이 잠시 꿈틀거렸다.
– 까딱…!
“그리고 말이야…”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여 사방에서 대량의 검은 쇠사슬을 불러낸 마신은.
“크윽.”
“네가 간과한게 있단다.”
언제 당황했냐는 듯,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단박에 프레이를 제압하고는 속삭였다.
“필멸자는, 신을 이길 수 없어…”
“으…”
“네 시스템 상의 스탯이 10을 찍어도… 내겐 한 주먹거리밖에 되지 않는단다.”
그렇게 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 힘까지 써버리면 진짜 큰일인데… 이미 이정도 간섭을 하는데도 지금까지 모아온 힘을…”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리는 마신.
“…아냐아냐.”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어느새 공포가 담겨있었다.
“그래도… 바깥에서 오신 ‘그 분’에게 벌을 받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 직후, 그녀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물씬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 샤아아아아…
“마신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흑마력 기운을 흡수하고도… 네가 과연 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커흐윽…”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 기운들을, 일제히 프레이의 입과 콧구멍을 통해 밀어넣기 시작한 마신은, 이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 환각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네가 타락을 수락해줘야 한단 말이야, 프레이…’
속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신나서 중얼거리며 말이다.
– 츠즈즈…
“좋아.”
그렇게, 모든 기운들을 몰아넣고서야 마신은 그를 칭칭 감싸고 있던 쇠사슬을 풀었다.
– 털썩…!
“마지막 기회란다.”
덕분에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프레이에게 세번째로 타락 퀘스트를 띄운 마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으나.
“모든것을 내려놓고, 편히 쉬…”
그 명령이 끝을 맺는 일은 없었다.
– 파지이이잉…!
“…꺅!”
시스템창을 뚫고 나타난 프레이의 검이, 이번엔 그녀의 눈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아, 아파! 아프다고! 으아아…!”
“이제 몸에 있던 흑마력을 다 썼으니…”
용사의 힘을 쓴 대가로 입에서 피를 흘리던 프레이가, 왼쪽 눈을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신을 보며 말한다.
“나보다 약하네?”
“말도 안돼… 아무리 네가 선하더라도, 그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데…”
자신의 플랜 B마저 무력화되자, 마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서 프레이를 올려다봤다.
“…뭐, 뭐야?”
분명 방금전까지 몇백년이나 묵은 흑마력을 그의 몸에 농축시켰건만, 어째서인지 프레이의 몸에는 단 한방울의 마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 우웅…!
대신 프레이의 몸에는, 이상한 문양의 검은색 마법진들이 떠올라 있었을 뿐이였다.
그가 용사 임명식에서 핵을 제어할때 생겨났던 문양들과, 동일한 모양의 마법진이였다.
“제어조차 안된다고?”
프레이가 술수를 써서 자신의 흑마력을 어딘가로 보냈다고 생각한 마신은 흑마력을 다시 불러들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럼 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흑마력의 통제권을 하루아침에 반대쪽 대륙의 누군가에게 빼앗겨버린 마신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카니아와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한편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양들을 유심히 살피다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는,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각오는 됐나?”
“우, 웃기지 마… 네가 사람을 희생시킬 리가…”
검을 들고 무시무시한 눈빛을 띤채 다가오기 시작한 프레이를 바라보던 마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으나.
– 콰직…!
“꺄아아아악!!”
그의 검이 자신의 발을 내려찍자, 말을 멈추고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질렀다.
“너라면 ‘성녀’가 가진 고유 능력의 정체를 알겠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영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말이야.”
“으으…”
“세레나가 그러던데, 사실 성녀는 신에게 선택받은게 아니라 자신의 그러한 힘으로 신을 선택하는 거라더군.”
“아, 아파…”
“유체이탈을 해서 신을 만나는 것도, 신을 몸에 강림시키는 것도… 전부 그런 능력에 의거한 거고. 세번째 시련 이후에 사람들의 영혼에 새겨진 기억들이 되살아 나기 시작한 것도 그녀의 능력 때문이겠지.”
맑게 돌아가는 정신으로 그러한 추론을 하며 검을 조용히 비틀던 프레이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 그렇게 된거지.”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마신에게 보여준 검의 날에는, 페를로체의 애완동물인 구구가 새겨져 있었다.
“세레나를 안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검 안으로 들어가서 뭔가 했지.”
“……!”
그제서야 마신은 깨달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찔렸던 옆구리도, 그 다음으로 찔렸던 눈과 발도, 상처 하나 없이 전부 멀쩡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난 지금까지 네 영혼을 베고 있었어.”
“흐익…!”
“물론 널 죽일수도 없고, 타격도 주지 못하겠지만…”
얼굴에 미소를 만연히 띠고는 그렇게 말하던 프레이는, 이내 검을 바로잡으며 말을 맺었다.
“엄청나게 아프게 만들 수는 있겠지.”
“으아아아아…”
덕분에 공포에 사로잡힌 마신은, 마침 그때까지 전력을 다해 진행하고 있던 접속 해제를 행할 수 있게되자, 뭐라 말할 겨를도 없이 성기사와의 접속을 끊었지만.
– 파징! 파징! 파지지징!!!
그때는 이미, 신체능력이 최대치에 다다른 프레이의 참격이 수백번이나 가까이 그녀의 몸을 베고 난 뒤였다.
“안타까운… 녀석…”
곧 찾아올게 뻔한 명백한 고통에 부르르 떨면서도, 거만하게 그런 프레이를 쳐다보던 마신은.
“진짜 공포가 올… 것이다…”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프레이의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리 너라도… 그건 못 버텨…”
그 말을 마친 마신의,
성기사의 눈이 뒤집혀버렸다.
“…흐억.”
그렇게 고요해진 방에서 거친숨을 들이내쉬던 프레이는,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 츠즈즈즈…
마신의 환각이 풀리며, 주변 사람들과 세레나가 테이블에서 잠시 잠에 든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구?”
그런 소강상태에서, 조용히 프레이의 검날에서 빠져나온 구구는
“구구~♪”
흥겨운 표정을 지으며, 성기사에게 날아갔다.
– 번쩍…!
그리고 잠시 후, 찰나의 순간 그녀의 몸이 번쩍 빛났다.
.
“으으…..”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식당.
“어둠은 이제 질렸어요. 쇠사슬도 이젠 질렸다고요.”
“……..”
프레이는, 바닥에 누워 꿈틀대고 있던 성기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력하게 갇혀있는 것도 싫어요.”
방금전까지 마신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있던 그녀는, 어째서인지 심하게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젠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 딱콩!
“아야!”
보다못한 프레이가 그녀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번쩍 눈을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프, 프레이 씨?”
“음.”
“여, 여긴…?”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프레이를 오랜만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라? 어둠은? 쇠사슬은?”
그런 그녀의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흰색도 빨간색도 아닌, 불타오르는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나, 나… 이제 자유인가…?”
한참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때까지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프레이가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너, 정체가 뭐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끔뻑거리던 그녀는, 이내 해맑은 목소리로 답했다.
“…태양신인데요?”
프레이의 표정이 5초간 여러가지의 형태로 변했다.
“…그래?”
“히익…!”
마지막으로 그가 지은 표정은, 차가운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