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5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59화(259/524)
Episode 259
“짹~♪”
“으음…”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뜨니, 싸늘하면서도 따스한 아침의 공기가 내 볼에 와닿는다.
“…아.”
왠지 모르게 온몸이 쑤셔오는 것을 느끼며 기지개를 피던 나는, 이내 내게 안겨있는 세레나를 보고 퍼특 정신을 차린다.
“어, 음…”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격렬했던 밤의 기억.
“헤헤.”
꿈만 같았던 순간들이었지만, 나와 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덮은채 나를 끌어안고 있는 세레나의 미소가 그것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짜잔.”
날 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던 세레나가 들어올린 왼손 약지의,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한 순결의 반지도 말이다.
“꿈같은게 아니에요, 프레이. 저희, 방금전까지 격렬한 하룻밤을 보냈다고요.”
“…음.”
“같이 씻으면서도 계속 하고, 씻고 나서 침대에 눕고도 한번 더했잖아요.”
“그랬었지.”
그녀의 손가락에 껴져있던 반지처럼 까맣게 변한 나의 순결의 반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누가 먼저 지쳐서 잠들었지?”
“동시에요.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껴안고 동시에 쓰러졌어요.”
“그럼… 먼저 깬 사람은?”
“그것도 동시에요. 저와 당신은 새소리를 듣고 동시에 눈을 떴어요.”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헤실헤실 웃으면서 답한 세레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무승부네?”
“아쉽네요, 이길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 역시 나만큼 지쳐있었지만,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그건 그렇고 당신, 아주 듬뿍… 가득 차서 넘칠 정도로 뿜어내 주셨네요?”
조용히 나의 쓰다듬을 받던 그녀는, 이내 살짝 고개를 숙인채로 아랫배를 부여잡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다리를 여미며 중얼거린다.
“이건 제가 여기에 오래오래 잘 품고 있을게요… 프레이.”
그러던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번 내게 속삭였다.
“…당신의 씨앗, 잘 받았어요.”
창밖에서 살짝 들어오기 시작한 빛에 비추어진 그녀의 모습은, 마치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 같았다.
“지금은 안돼요. 아침이 찾아오고 있잖아요.”
덕분에 다시 얼굴이 빨개진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지만, 세레나는 배를 움찔거리며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일출이 완전히 끝나면 인격이 바뀌잖아요. 뒤처리도 못하고 그러면 많이 곤란할걸요.”
“…그렇긴 하지.”
“알겠으면 그만 좀 찌르시고 수그러드세요, 이 짐승.”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점짓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날 타박한다.
“음흠, 흠…”
나와 맞닿은 자신의 아랫배를 파르르 떨다가 슬쩍슬쩍 위아래로 움직여보던가, 어딘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던가 하긴 했지만 말이다.
“…츄릅.”
“으음…♡”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내가 키스를 하니, 세레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혀를 섞어온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그렇게 한참동안 혀를 섞다가 입을 뗀 나는,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것처럼 나의 머릿결을 어루만지기 시작한 세레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아프진 않았어?”
“네?”
“그, 처음… 말이야.”
“짜릿했는데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그 종속의 저주 말이야. 저번에는 그것때문에 실패했잖아?”
그 말을 들은 세레나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저주의 분석에 쏟아부었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저주의 형태가 바뀌더라고요?”
“그래?”
“갑자기 왜 바뀐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바뀌고 난 뒤에는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읽을 수 없는 부분이 읽히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저주의 형태가 바뀌었다는건, 역시나 세레나의 저주 해제 퀘스트가 뜬 직후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딱히 추정 되는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세레나는 퀘스트 추가로 인해 생긴 ‘파훼법’을 읽어냈다는건데…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역시 세레나는 대단하다.
[히든 퀘스트: 세레나의 종속의 저주 제거]<19금 이벤트 완료>
[진행률: 90%] [보상: 비밀당주 소멸, ???, ???, ???, 세레나의 19금 이벤트 해방(완료)]그나저나, 지금 내 눈앞에 떠올라 미션의 성공을 알려온 이 퀘스트의 정체는 대체 뭘까?
마신이 이런 퀘스트를 내게 줄리가 없다. 그녀는 내가 망가지고 피폐해지길 원하지, 행복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게 선조님이 ‘게임’을 하시던 시절에도 있었다면, 그분이 실행 코드가 없다고 말하시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역시 이것은, ‘DLC’라는 것의 영향일까?
‘그러고 보니… 옆방에 태양신 님이 있지.’
눈앞에 뜬 애정도 시스템창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이내 옆방에 있는 태양신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분이 뭔가를 아실지도.’
3번째 시련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태양신님이 분명 이 세계에 무엇인가를 했었다. 혹시 그것이 ‘DLC’라는 문자와 관련이 있는건 아닐까?
아무래도, 그녀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 같다.
“읏차.”
“가시려고요? 프레이?”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세레나가 조용히 자신의 다리를 내게 휘감아온다.
“응, 해야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흐음, 그렇군요.”
내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그제야 다리 힘을 푼 그녀는, 이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저도 일출이 끝나기 전까지 이곳의 흔적을 치워야 하니까요.”
“괜찮겠어? 같이 도와줄까?”
주변이 꽤나 엉망진창이었기에 그렇게 물으니, 세레나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다 당신의 것들이라… 오히려 좋은걸요.”
“그렇게 따지면 네것도 상당히…”
그렇게 말하려던 나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악인화는 걸려있는데…’
시스템적으로는 ‘악인화’가 걸려있지만, 어째서인지 정신이 너무나도 맑았다.
정신력이 최근 10이 되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정신이 맑아질 만큼 힘을 빼서 잠시 악인화가 풀린걸까?
“…음.”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
– 꼬르륵…
출입문 옆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홀쭉해진 몰골과 뒤에있는 세레나의 지쳤지만 뽀송뽀송하고 윤기가 흐르는 얼굴, 그리고 날 덮쳐오기 시작한 심한 공복감과 탈수증이 그 사실을 알려오고 있다.
“…시원한 맥주라도 마셔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는 그녀의 방을 나선 나는, 타들어가는 목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
방에서 나서자마자, 여관의 1층이자 식당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전부 나에게 쏠린다.
‘…뭐지?’
말이 아침이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뭐가 이리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지금 나는 세레나의 변장 기술로 착실히 위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최상급 마법사가 아닌 이상 날 알아봤을 리는 없다.
그런데 이 어색한 분위기는 대체 뭐지? 왜 모두가 퀭한 표정을 지으며 날 힐끔힐끔 바라보는걸까?
“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오?”
“아, 네.”
살짝 이상함을 느끼며 빈 자리에 앉았더니, 여관집 주인의 딸이 메뉴판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간단한 식사를 좀 하고 싶은데, 혹시 될까요?”
“아, 네에. 당연하죠.”
이른 시간이라 될까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슬슬 ‘별의 가호’로도 버거운 상황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다리가 풀려 쓰러지기 전에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
– 스윽, 스윽…
“…..?”
그런 생각을 하며 메뉴를 고르려는데, 메뉴를 들고있던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내게 몸을 비벼온다.
“메뉴는… 음… 여기 있는 것 중에 고르시면 됩니다아…”
“아, 알겠습니다.”
아니였다. 단순히 메뉴판을 보여주려는 것이였다.
세레나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뇌에 음심이 가득 들어찼나보다. 어서 빨리 정신을 차려야겠다.
“…혹시 호밀빵은 없나요?”
“네, 네에… 있습니다.”
“그럼 호밀빵과 버터, 그리고 맥주 2잔으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아…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오…”
그렇게 정신을 다잡고 메뉴를 주문하니, 내게 바짝 붙어 메뉴판을 보여주던 소녀가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손님…”
“네?”
날이 추워 감기라도 걸린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천천히 내게 내밀었던 메뉴판을 거두고 몸을 빼내던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혹시… 내일도 묵으시나요?”
“아뇨, 곧 나갈 예정입니다만.”
“다, 다행… 아니, 아쉽… 으음…”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아쉬움이 반, 다행스러움이 반인 표정을 지으며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그, 그럼… 다음에도 한번 들려주세요오…”
그러던 그녀는, 결국 재빨리 말을 맺고는 후다닥 부엌으로 달려나갔다.
“…저기, 청년.”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식탁에 비장한 눈빛을 띤 사내 몇명이 와서 앉는다.
“묻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야.”
“…뭡니까?”
역시 정체가 탄로난게 아닌가 생각한 나는, 조용히 내 테이블에 앉은 녀석들과 주변에서 여전히 날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전투력을 가늠하며 허리춤의 검에 손을 뻗었지만.
“…비결이 뭔가?”
갑자기 표정을 풀고는 헛기침을 하며 그렇게 물은 사내의 말을 들은 나는, 이내 행동을 멈추고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허름하긴 하지만 방음은 잘 되는 편인데… 크흠, 큼.”
“…아, 그게.”
이 모든 상황의 이유를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아무래도, 세레나가 방에 방음마법을 거는걸 까먹었나보다.
아니, 까먹은게 맞긴 할까?
“그… 혹시 좋은 약이라도 가지고 있는건가? 혹시 나도 구할 수 있을까?”
“넌 아내는 커녕 여자친구도 없잖아?”
“그, 그래도…!”
그렇게, 내 테이블 주변에 앉은 사내들의 오두방정을 들으며 조용히 테이블에 있던 물을 마시던 나는, 이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걸.”
오늘은 이번 방학… 아니, 내 삶에서 손꼽힐 정도로 행복한 날인 것 같다.
– 짤랑, 짤랑…!
“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관의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 이른시간에 무슨일인가 싶어서 그들을 살펴보던 나는, 이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얘네들이… 왜 여기에?’
여관 안으로 들어온건, 다름아닌 마왕군 전투간부들이였다.
“주, 주인님!”
그리고 그 선두에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루루였다.
“무사하셨군요!”
“어, 으음…”
어째서인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안을 빛내다가 날 발견하고 내 쪽으로 다가온 그녀는.
– 스윽, 슥…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헤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채로, 내 배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여, 여긴 어떻게 온거야?”
“…아.”
더욱 더 강렬해지기 시작한 주변의 눈빛과, 어째서인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 전투간부들을 슬쩍 바라보던 내가 루루를 일으켜세우자,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며, 명령을 어겨서 죄송해요 주인님… 얌전히 집 기둥에 묶여있었어야 했는데…”
“아, 아니… 그런건 됐고…”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재빨리 그녀의 말을 끊으니, 루루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도, 주인님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
“아, 그리고 알려드릴 게 있어요.”
내 무릎을 잡은 그녀가, 진지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지금, 주인님의 동생분이 이곳으로…”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의 입에서 ‘동생’이라는 말이 언급되자 눈을 휘둥그레 뜬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을 재촉하기 시작했지만.
“으아?”
어째서인지 루루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떡 벌린채 내 아랫도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내 아랫도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루루가 조용히 내 왼쪽 손에 손을 뻗는다.
“끼, 끼힝…”
이윽고 내 왼쪽 약지에 껴져있던 검게 물든 순백의 반지를 발견한 루루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내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으음…”
왠지 모르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
“으, 으윽…”
한편 그 시각.
“이솔렛 씨…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하실거라 생각 하십니까?”
캄캄한 지하실에서 의자에 꽁꽁 묶인채 이솔렛을 노려보던 베네르는, 이를 갈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상관없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지하실의 출구로 향하던 이솔렛은, 조용히 검을 자신의 검집에 밀어넣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프레이만 무사하면 돼.”
“미친년.”
“잠시 거기 있거라. 곧 다시 협상을 하러 올테니.”
그 말을 남기고 지하실의 문을 닫은 이솔렛은, 굳게 닫힌 철문을 열쇠로 잠구고는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 스륵…
그러던 그녀는, 품 안으로 열쇠를 집어넣다가 문득 생각이 난건지 무엇인가를 밖으로 꺼내든다.
“후후.”
그것은, 이솔렛이 어릴때부터 꿈에만 그려오던, 그녀의 눈동자 색처럼 하늘색으로 빛나는 반지였다. 서약의 반지였다.
“너무 촌스러운 건 아니겠지?”
베네르를 대할 때의 싸늘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그녀는, 소녀스러운 표정으로 반지를 품에 안아들고는 중얼거렸다.
“프레이가… 끼고 다녀줄려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야 하나, 오른쪽 약지에 반지를 끼워야 하나 고민하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