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6화(26/524)
Episode 26
“야옹…”
“…오늘도 고양이 꿈이네, 좋다.”
요즘들어 왠지 모르게 고양이 꿈을 많이 꾸는 것 같다. 그것도, 자각몽으로 말이다.
물론, 고양이를 미칠듯이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도 좋은 상황이다.
잔뜩 지친 내 심산을 위로할 수 있는건, 고양이가 잔뜩 나오는 이 꿈속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니지, 앞으로는 카니아한테 하소연을 좀 해야겠어.’
솔직히 카니아가 나에 대한걸 눈치챈 것을 모른 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솔직히 너무나 외로웠다.
고양이 인형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언제까지나 야옹 소리밖에 못내는 인형을 붙잡고 하소연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야옹?”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눈앞에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발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요즘 제일 아끼는 보물중 하나인 검은색 고양이 인형이 날 게슴츠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던게 내가 아끼던 고양이 인형이었음을 알아챈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닫가 설마 내 속마음을 알아챘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어… 설마 내 속마음을 들여다 본건 아니지?”
“…하아악!”
그러자, 고양이 인형이 삐진 표정으로 하악질을 하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덕분에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꿈속의 존재이니 당연히 내 생각을 알겠지.”
“…야옹.”
“미안… 대신 배를 어루만져줄테니까… 아, 이건 내가 좋아하는건가?”
그렇게 한동안 고양이 인형에게 사과를 하던 나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어딘가 익숙한 곳인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거리를 둘러보며 생각을 되짚던 나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꼬마아이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어린 나잖아?”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내가 누군가와 손을 잡고 내가 있는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숨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재빨리 벽쪽으로 몸을 옮기니, 고양이 인형도 그런 날 쫄래쫄래 따라왔다.
그렇게 벽 뒤에 몸을 숨기고 있으니, 거리를 걸어가던 내가 걸음을 멈추고는 어딘가를 가리키기더니 이내 누군가의 손을 놓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하필 왜…”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누, 누구세요?”
“왜 그러고 누워있어? 어디 아파?”
나는 지금, 페를로체와 처음 만났던 날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그, 그게… 그러니까…”
꼬질꼬질한 상태로 거리에 누워있던 페를로체는, 고개를 숙인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 나를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오늘 성당에서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페를로체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으.”
나는 행여나 꿈의 어린 페를로체의 모습이 그렇게 바뀔까봐 다급히 눈을 감고 귀를 막았으나, 어째서인지 앞은 여전히 선명하게 보이고 소리도 똑똑히 들려왔다.
“자, 이거 먹어.”
“이게 뭐에요…?”
“포션. 이걸 먹으면 아픈게 나을거야.”
어린 나에게 엉겹결에 최상급 포션을 받아든 페를로체는, 경계를 하는 표정으로 어린 나에게 물었다.
“당신… 누구에요?”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제 1남,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야.”
“왜 저에게 잘해주세요?”
“……..”
그런 그녀의 까칠한 대답을 들은 어린 나는, 손을 턱에 괴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자 어린 날 계속 의심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페를로체는, 이내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제가 이 포션을 마시면, 절 어디론가 납치하시려고 수작을 부리시는거죠? 이딴 포션, 필요 없어요. 그러니 도로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그 시점 부터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내 기억이랑 다른데?’
분명히 내 기억상에서는, 페를로체가 저기서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고 한 뒤에 포션을 꿀꺽꿀꺽 마셔야 한다. 그런데, 왜 꿈의 내용은 다른걸까?
“…너에게 왜 잘해주면 안되는거야?”
“…네?”
그런 의문을 곱씹고 있는데, 어린 내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페를로체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아프니까 도와준건데, 그게 잘못된거야?”
“………”
그러자 페를로체는 조용히 입을 닫았고, 어린 나는 품에서 포션 2개를 더 꺼내 그녀에게 쥐여주더니 저 멀리 있는 성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성당이 있어! 저기에 가면 널 보살펴 줄거야!”
“…성당은 믿을곳이 못 되요. 제 친구들 몇명이 성당에 갔다가 행방불명 됐다고요.”
“…헉.”
하지만 페를로체가 싸늘하게 말하자, 어린 나는 잠시 말문이 막힌채 눈을 데굴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우리 집에 올래?”
“역시! 당신도 인신매매범이였군요!”
“인신매매범이 뭐야?”
“그것도 모르시는건가요! 저희같은 꼬맹이를 납치해서, 팔아치우는 나쁜 사람들을 말하는 거에요!”
“…..?”
그렇게 한동안 화가난 페를로체의 말을 듣던 어린 나는, 이내 저 멀리서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걸 듣고는 페를로체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자, 잠시만요! 가긴 어딜가요, 이 인신매매범!”
“갈곳이 없어지면 저기 저 성당에 꼭 가! 저긴 나도 자주 다니는 안전한 곳이니까!”
“그러니까! 그게 당신의 속셈이잖아요!”
“…그럼 잘 있어!”
그렇게 꿋꿋이 그녀에게 덕담을 해준 어린 나는 종종걸음으로 누군가에게 향하기 시작했고, 잠시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포션을 바라보던 시작한 페를로체는 이내 더듬거리며 멀어지는 나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지, 지나가던 들쥐에게 먹였을때 이상 반응이 일어나기만 해봐요! 그러면… 그 즉시 스타라이트 가문의 만행을 세간에 폭로할거에요!”
그렇게 한참을 씩씩거리던 그녀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먹을것도 다 떨어져 가는데, 진짜 성당에라도 가야되나.”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세상이 멈췄다.
“…뭐야?”
그런 이상현상에 나와 내 옆에 있던 검은색 고양이 인형이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바로 옆에서 눈부신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윽.”
그 눈부신 광채에 나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째서인지 하나도 눈이 부시지 않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야… 야옹…”
“…..?”
그런데, 고양이 인형이 갑자기 바들바들 떨더니 내 뒤로 숨고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빛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왜 그래? 고양아?”
“…이야옹.”
왠지 모르게 잔뜩 풀이 죽은 고양이 인형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앞에서 느껴진 인기척을 듣고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꿈이라 그런지 내 애검은 보이질 않았다.
“진정해.”
“…까, 깜짝이야!”
그렇게 고양이 인형과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는데, 빛에서 사람의 형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네 보검에 깃들어 있던 사념체인데, 힘을 다 써서 곧 소멸할 예정이야. 지금은, 그냥 이 정도만 알아둬.”
“…네?”
이윽고 빛에서 나와 어딘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걸어나오더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원래 옛날부터 간섭을 하려고 꽤 노력을 했었는데 사념체라 그런지 힘이 부족해서 잘 안됐거든?”
“…힘이 부족했다고요?”
“그래. 그런데, 네가 오늘 경험한 일 때문에 무의식의 방어가 약해져서 드디어 보여주고 싶던 기억에 간섭하는데 성공했지 뭐야? 참 다행이야.”
“…..?”
그런 그를 아리송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남자가 갑자기 미소를 짓더니 허리에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잠깐, 지금 뭐하는…”
– 파지이이잉!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하늘이 갈라졌다.
“대, 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그런 압도적인 광경에 사색이 되어 바닥에 엎어진 내가 떨리는 소리로 묻자, 남자는 하늘을 가리키며 무심하게 말했다.
“됐고, 저거나 봐. 중요한 떡밥이야.”
“…!?”
그의 말대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태양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 모습을 입을 떡 벌린 채 바라보던 나는, 이내 눈앞의 남자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하자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서, 저게 뭔데?”
“거참…”
그러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한마디를 남기고는 산산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냥 외우라니까.”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세상에 암흑이 찾아왔다.
당황한 나는 뒤에서 떨고 있던 고양이 인형을 집어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이내 이상한점을 발견했다.
“…페를로체?”
포션을 든채 멈춰있던 어린 페를로체가, 어느새 날 바라보고 있었다.
“…프레이.”
“이, 이게 무슨… 흐익…!”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나는, 이내 기겁을 하며 바닥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 아파…”
“아, 아아…”
페를로체가 온 몸에 마왕군의 무기를 꽂은 채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파서,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아.”
“안돼, 안돼안돼… 이걸 왜 다시 보여주는거야… 다신 보고 싶지 않았는데… 실수로라도 떠올리지 않으려 했는데… 한번도 꿈에 나타난적 없었잖아…?”
“프레이…”
“대체, 대체 왜…?”
살면서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끔찍한 광경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페를로체가 목을 기괴하게 비틀며 순식간에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는 속삭였다.
“…다 너 때문이잖아. 왜 모른척 하는거야?”
“흐, 흐아…”
그 끔찍한 모습에 뒤로 물러날 생각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프레이님…”
그리고 다음순간, 황녀의 목소리를 내는 무언가가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제 배를 가르시는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나요?”
“으, 으으…”
차마 옆을 돌아보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나에게, 이번엔 뒤에서 두명이 동시에 말을 걸어왔다.
“…도련님, 그만 포기하세요.”
“…포기하고 편해져, 프레이. 나처럼 끝까지 싸우지 말고.”
카니아가 자신의 목을 칼로 찌르는 소리와, 세레나의 은은한 목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데 이번엔 내 양 다리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다리쪽을 쳐다보니, 이솔렛과 아버지가 내 양다리를 잡고 눈에서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으으.”
나는 그런 그들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지만, 사방이 어두캄캄함에도, 눈을 질끈 감아도,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기괴한 모습으로 날 비웃는 그들은 점점 더 선명해져만 갔다.
“저, 저리가! 저리 가라고!!”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점점 더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끔찍하고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긴 하지만, 내가 이 정도로 공포에 휩싸이다니 뭔가 이상하다.
분명 내 정신력은…
“어, 어어…?”
갑자기 내 몸이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꿈속의 존재들이 어느샌가 내 뒤에 나타난 칠흑같은 어둠으로 날 끌고 들어가려하고 있었다.
왠지, 저곳에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날것만 같다.
“…큭!”
“야오오오옹!”
당황한 나는 땅을 움켜쥐어 그들의 완력을 버티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검은 고양이 인형이 내 다리를 물고 끌어당기며 내가 어둠에 끌려가지 않게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원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탓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다 여겨서였을까?
손이 다 까질때까지 땅을 움켜쥐었지만, 나는 점점 꿈속의 존재들에 의해 어둠으로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야오오옹!!”
그 절망적인 상황에 당황하던 고양이 인형은, 결국 물고 있던 내 다리를 놓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너라도 살아라.”
그 광경을 목격한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그때까지 움겨쥐고 있던 땅을 놓았고, 그 순간 꿈속의 존재들이 기괴한 미소를 짓더니 날 어둠속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저 어둠속에 빠지면 무슨일이 일어날까?
의외로 아무일도 없이 아침에 눈을 뜨는 건 아닐까?
아니면 결국 나도 타락하게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잠시 모든걸 포기하고 쉬고 싶…
– 파바바바방!!!
“…어?”
내 몸이 천천히 어둠에 잠겨들어가는 걸 조용히 바라보던 그때, 저 멀리서 반짝 거리는 빛이 거리를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문의 존재가 다시 돌아온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 존재가 나타날때와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아까 의문의 존재가 나타날때는 반짝이는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면, 지금은 찬란한 입자들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륵.””
그렇게 내 주변을 밝히던 입자들은 이내 일제히 터지며 광선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 광선에 맞은 꿈속의 존재들은 순식간에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 샤아아…
이윽고 날 잠식하려던 어둠조차 녹여버린 빛의 입자는, 이내 내 품속으로 파고들더니 은은하게 녹아들어가며 날 잠식하고 있던 공포감을 녹여주었다.
“…야옹.”
그런 광경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고양이 인형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심결에 앞을 보니, 고양이 인형이 어떤 사람의 발목을 문 채 내 쪽으로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고, 고양아… 사람의 발목을 함부로 물면…”
그런 고양이 인형을 다급히 말리려던 나는, 이내 말을 멈추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까 어린 나의 손을 잡고 가던 사람이잖아?’
왠지 모르게 익숙한 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있던 그녀가 손을 움켜쥐었다.
– 슈우우…
그러자, 사방에 퍼져나가던 입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눈앞에 있는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선라이즈 황가가 제국을 아침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이고, 문라이트 공작가가 제국의 밤을 은은하게 밝히는 달이라면…”
나는 어느새 그리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그녀에게 다급히 달려가기 시작했지만,
“…스타라이트 공작가는 그 빛들을 미처 받지 못한 자들을 수호하는 별이란다.”
“어, 어어…”
어느새 무수히 많은 별의 입자로 나누어지며 사라지기 시작한 그녀는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러니, 모두를 지키려는 너는 충분히 고결한 아이야. 프레이.”
“어머니……?”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기숙사의 침대위에서 손을 허공에 쭉 뻗은채 어렸을 때 이후로는 쓸 일이 없었던 단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
그 상태로 한동안 멍을 때리고 있던 나는, 꼭 끌어안고 있던 검은색 고양이 인형을 조심스럽게 옆에 내려놓고 힐끗 옆을 쳐다보았다.
“………”
그렇게 곁눈질로 카니아가 여전히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한 나는, 행여라 그녀가 깰세라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 쪼르르…
이윽고 책상 옆의 의자에 앉은 나는, 남아있던 술을 조용히 술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좆같네.”
그리고, 나는 날이 밝을때까지 혼자 술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
“…도,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아침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카니아는 다급하게 책상쪽에 있던 프레이에게 다가갔다.
“…일어났어? 카니아?”
“도련님, 혹시라도 뭔가 몸에 문제는 없으신가요?”
“…그건 왜 물어봐?”
프레이가 갸우뚱 거리며 묻자, 잠시 눈을 굴리던 카니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게… 새벽에 비명소리를 들어서 말이죠.”
“…아, 그거.”
그러자 프레이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그냥 악몽을 꿔서.”
“………”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표정을 굳힌채 조용히 뒤로 물러나 말했다.
“그럼… 아침 식사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카니아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프레이가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카니아.”
어쩐지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에, 카니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자, 손에 낡은 종이를 쥐고 있던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네가 단 한장의 종이에 써져있던 예언만을 믿고 지금까지 그걸 숙명으로 여기며 인생을 바쳐왔다고 치자.”
“…네.”
“그런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예언이 잘못됐다면 어떨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측은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너무 걱정마십시오. 그 예언은 제 생각으로는 전혀 틀리지 않…”
“…벌써 두번이나 어긋났어.”
“네…?”
하지만 프레이가 종이를 들고 있던 손을 떨며 말하자, 카니아는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메인 히로인들의 기억에 대한 패널티는 그렇다고 쳐도… 페를로체의 과거는 대체 어떻게 된거야…? 분명 예언서에 있던 페를로체의 설정은…”
“…도련님?”
“이건 뭔가 잘못됐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프레이는, 이내 예언서를 꾸겨서 저 가방에 던져버리더니 힘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예언서조차 믿을 수 없으면… 난 대체 뭘 믿어야 하는데…? 시스템? 아냐… 시스템은 날 이런 꼴로 만든 장본인이잖아… 그럼, 난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건데…”
“…프레이 님.”
“이젠 내 기억조차 믿을 수가 없는데… 대체 뭘 믿어야 하냐고…”
그 모습을 보다못한 카니아는, 프레이에게 다가가 그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속삭였다.
“도련님, 저는 믿으셔도 좋습니다.”
“………”
“…전 당신의 심복이니까요.”
그렇게,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부둥켜 안은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창가에서 새어나온 아침햇살은, 그런 그들을 야속하게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