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6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62화(262/524)
Episode 262
– 끼이익…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들어온 프레이가, 조용히 앞을 응시한다.
“…….”
그의 시야에, 다리를 꼬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는 아리아가 들어오고 있었다.
“음, 저기…”
아리아에게 온몸이 서늘해질 정도로 시선을 받던 프레이는, 맹한 눈빛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십니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수한 눈빛이었지만, 아리아는 그저 싸늘하게 그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는 당황을 해서 맞장구를 쳤지만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전 당신이 누구인지 잘…”
“적당히 해, 오빠.”
너무나 손쉽게 인정해 버렸던 것이 못미더웠는지 프레이는 최후의 발악을 시도해 보았으나, 아리아는 그런 그의 시도를 너무나도 단호하게 일축해버렸다.
“지금 이 제국을 별의 마나를 가진채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 단 두명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
“알겠으면 그 같잖은 연기는 집어치우고, 앉기나 해.”
비록 프레이의 변장은 완벽했으나, 그는 별의 마나를 숨길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설마 자신의 동생이, 숨어있는 자신을 직접 급습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별의 마나는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작정하고 억제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구분도 못해낼 정도로 숨기는게 가능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와 십여년을 같이 지내온 아리아의 눈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물며 하룻밤 동안 대량의 ‘별의 가호’를 사용해 머물던 방이 별의 마나로 범벅이 된 상황이라면, 그 확률은 더욱 희박했다.
“…대체, 여기서 뭘 한거야?”
별의 마나로 범벅이 된 숙소를 둘러보던 아리아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를 바라본다.
“……….”
물론 프레이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문채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변장부터 좀 풀지?”
프레이를 차갑게 노려보던 아리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리자, 조용히 바닥을 쳐다보던 프레이가 두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댄다.
그 순간, 프레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 변장은 누가 만들어준거야?”
“…글쎄.”
아리아가 기가찬 표정으로 묻지만, 프레이는 여전히 비협조적으로 나올 뿐이었다.
“뭐, 됐어. 그렇게 나온다면야.”
애초에 프레이가 답을 해줄거라 별 기대조차 하고 있지 않았던 아리아는, 조용히 프레이를 노려보며 입을 열려 했으나.
“그럼….. 흠?”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다, 조용히 커튼을 내려두었던 창문에 손을 뻗는다.
“쯧, 괜시리 확인하러 오기는.”
이윽고 커튼은 살짝 들쳐올린 그녀는, 여관쪽으로 슬금슬금 접근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다.
“아, 아, 전 병력들에게 알린다.”
그러던 그녀는, 이내 품에서 무전 마도구를 꺼내들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레이의 위치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여관에서 동쪽, 5KM부근에서 목격담이 들어왔다. 지금 당장 확인해보도록.”
“…아리아?”
“시끄러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려는 프레이를 싸늘하게 내치고 무전을 끝낸 아리아는, 여관으로 접근하던 병사들이 다시 등을 돌린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커튼을 다시 덮는다.
“오해하지마, 지금 이건 오빠를 구해준게 아니야.”
그리고는, 아리아는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질 정도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저, 진실을 알고 싶어서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구해줘서 고마워, 아리아.”
“으극.”
하지만 프레이가 어느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도발하자, 그녀는 잠시 이를 악물고는 프레이를 노려보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이 답하는게 좋을거야, 오빠.”
“………”
“이미 거의 다 알고 왔으니까.”
그러던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첫번째 질문이야. 오빠는, 지금 마왕군 소속이지?”
“그래.”
“아무리 발뺌을 해도 소용 없… 하.”
그런 그에게 첫번째 질문을 던진 아리아는, 프레이가 너무나도 쉽게 사실을 인정하자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사태의 심각성조차 파악하지 못했구나? 오빠는?”
그녀의 매도가 프레이의 가슴을 조용히 파고들었지만, 프레이는 그저 지긋이 눈을 감은채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두번째 질문이야. 시, 시한부라는 것도… 죄다 거짓말이지?”
프레이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아리아가, 넌지시 두번째 질문을 던진다.
“…그치?”
지금까지 프레이를 대하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정답이야.”
“하아.”
그런 아리아를 조용히 바라보던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아는 짧은 한숨을 내쉰다.
“그럴줄 알았어.”
그런 그녀의 표정에 찰나의 순간동안 다행스러움이 스쳤으나.
“오빠가 그럼 그렇지 뭐.”
이내 그녀의 표정은, 짙은 실망감과 혐오감으로 점철되었다.
“내가 옛날부터 병약했던건 알고 있었지? 난 그런 몸이 싫었어. 그래서 일찍히 마왕군에 투항해서 생명력을 얻고 있었…”
“그만.”
이어지는 프레이의 보충설명을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끊어버린 그녀는, 두 손을 꽉 움켜쥐며 세번째 질문을 던진다.
“세번째로… 오빠가 지금까지 성노예들을 부려왔고, 사용인들도 똑같이 대했다는게 사실이야?”
“그야 물론… 뭐?”
애초에 아리아가 하는 말을 전부 긍정할 생각이었던 프레이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뭘 어쨌다고?”
“조사단에서 나온 공식 결과야.”
그러자, 아리아는 품에서 서류들을 꺼내서 자신의 오빠에게 던진다.
“사용인들 중 일부가 순결의 돌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어.”
“뭐…?”
“황실로 간 사용인들이 특히 심하더라고.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닿은 순결의 돌이 검게 변했어.”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몇몇 사용인들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나머지 사용인들은 결과를 수용했지.”
“……..”
“사용인들이 잘 때, 무언가를 한거야? 오빠?”
그렇게 묻는 아리아는, 간절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진짜 오빠가 이런 짓을 한게 맞냐고.”
“……..”
“왜 말이 없어? 어서 말하지 못…”
말이 없는 프레이를 자리에서 일어난채 계속해서 추궁하던 아리아가, 이내 말을 멈춘다.
“이거…..”
그리고, 조용히 프레이의 손을 잡는 아리아.
“순결의 돌로 만든… 반지지?”
검증식에서 몇번이고 보았던 흰색 돌과 완벽하게 유사한 재질의 반지가, 프레이의 손가락에서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순결의 돌을 가지고 있는건… 교단밖에 없을텐데. 그리고 허락을 받더라도, 극소량만 가져올 수 있을거고. 대체 어디서 난거야?”
프레이가 끼고 있던 반지는, 세레나가 ‘신성력’이 사실 전혀 신성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냈을때 교단이 입막음 용으로 그녀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건낼때 선물로 줬었던 것이였다.
그 뜻은, 그가 차고 있는 반지를 제외한 순결의 돌은 교단이 완전히 독차지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교단 녀석들… 결과를 조작했구나.’
이제서야 왜 아리스와 자신의 사용인들이 자신에게 강간당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지 알아차린 프레이가, 조용히 두 손을 꽉 쥐었다.
“그, 내가 강간을 하는걸 직접 보거나 경험하기라도 했대?”
“저번에 자고 있던 카디아에게 물약을 먹이는걸 나한테 들키고도 그런 이야기를 할 셈이야?”
“………”
“몇몇 황실 사용인들은 아예 직접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어. 그러니 같잖은 변명은 제발 집어 치워.”
그 말에 프레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모든 사용인들이 저택을 완전히 떠났던 날 이후, 프레이에게서 완전히 돌아서고 황실로 향한 과격파 들의 공격은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프레이의 아버지인 아브라함과 동생인 아리아에게 간 중립파와, 황실에서 허드렛일을 하게된 소수의 옹호파보다 몇배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게 된 대신, 프레이의 사회적 지위를 내리깎는데 동참하게 된 것이였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히도 교단까지 나서서 증명해준 그들의 발언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프레이가 매일 밤마다 저택을 돌아다니는 걸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아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빠….. 마지막 질문이야.”
그저 고개를 숙인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프레이에게, 아리아가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있어?”
그 질문은, 프레이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가혹한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벌인 그 모든 죄악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있긴 한거냐고.”
하지만 그런 프레이에게 아리아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고, 결국 프레이는 감고 있던 눈을 부릅뜨며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전혀.”
자신의 동생 앞에서 늘 지어오던,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난 위대하신 마왕님의 수하거든.”
“………”
“같이 세상을 불태워보지 않을래? 아리아?”
그 말이 끝나자, 잠시 방에 정적이 흘렀다.
“너라면, 꽤 높은 자리에…”
그런 적막 속에서 프레이는 다시한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 짝…!
그 다음 순간, 프레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쓰레기 새끼…”
그의 앞에는, 어느새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리아가 있었다.
“오빠는… 아니, 넌… 이제 내 혈육이 아니야.”
“…음.”
“당신과 가족의 연을 영원히 끊겠어,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자리에서 일어난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를 내려다본다.
“아니, 이젠 그냥 ‘프레이’지.”
그리고는, 조용히 뺨을 부여잡고 있는 프레이에게 일갈을 가하는 그녀.
“스타라이트 가문의 임시 당주로서, 오늘 부로 널 호적에서 파낼거야.”
“…….”
“넌 이제 귀족도 아니야. 그냥 평민이라고.”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다신 저택에 발도 들이밀지마. 가문에서 내려오는 ‘연령’으로, 영구 추방령을 내리겠어.”
하지만 그 미소를 보지 못한 아리아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별의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 죽이려고? 아리아?”
“………”
어느새 그녀는, 공중에 수많은 별의 마나로 이루어진 무기들을 불러내 프레이를 겨누고 있었다.
“진짜로?”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치명적으로 위험한 마법들이었다.
“주, 죽이진 않을거야… 네가… 평민으로 살아가게 만들거야. 평민으로 살아가며… 지금까지 해온 악행만큼… 고통스럽게 해줄거라고…..”
그런 마법들을 띄워둔채, 꿋꿋히 말을 이어나가던 아리아는.
“그래서, 날 죽이려는 거냐니까?”
“으익…!”
프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걸어오자, 마법을 발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반만 죽여두고 날 교단이나 황실에 끌고갈 셈이야?”
“겨, 경고야… 더 이상 다가오지 마.”
“그냥, 아예 죽여버리지 그래?”
“다가오지 말라고!!”
자신을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치는 동생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던 프레이는, 이내 검은 왼팔에 심어둔 마기를 조금씩 피어올리며 속삭였다.
“그러지 말고, 역시 같이 세상을…”
“다가오지 마아아아아아!!!”
그 순간, 사방에 있던 별의 마나가 일제히 터져나갔다.
“쿨럭, 쿨럭…”
그 충격파에 떠밀려 벽쪽으로 날아갔던 프레이는, 심장을 두드리다가 이내 다급히 아리아의 쪽으로 다가간다.
“…후우.”
그녀는, 별의 마나가 터져나간 여파로 기절해 있었다.
“바보 녀석.”
자기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마나를 폭주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본능적으로 프레이에게 향하던 공격을 전부 폭파시켜 버렸다거나.
어느 쪽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미안해, 아리아.”
잠시 걸렸던 악인화에서 벗어나 조심스럽게 그녀를 일으켜세운 프레이는, 이내 그녀를 품에 안아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마워…”
몇번이나 터져나오려던 악인화를 끝까지 혀까지 깨물어가며 막아내던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드디어 날 걱정하지 않게 됐구나.”
그 날은, 아리아가 처음으로 프레이를 걱정하지 않게 된 날이었다.
“진짜 다행이야…”
네번째 시련에서의 생존률이 0퍼센트에 수렴하는 그녀가 말이다.
“이솔렛 누나는… 내가 어떻게든 살려볼테니… 잠깐만 참아줘…”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오래전에 사별한 어머니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개체인 아리아.
그런 아리아를 살리는데 드디어 성공했다는 생각에, 프레이의 얼굴에는 그저 기쁨만이 서려있었다.
“넌 어떻게 해서든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렇게, 실로 오랜만에 만난 동생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던 프레이는.
“…사랑해, 내 동생.”
예언서를 받은 이후, 단 한번도 건네지 못했던 진심을 속삭이고는 조용히 그녀를 의자에 눕혔다.
그런 그의 눈이 살짝 일렁이고 있었지만, 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걸 끝내면, 바로 다시 부활해서… 네게 해피엔딩을 만들어줄테니까.”
세번째 시련에서 남겨진 자들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프레이는 굳은 눈빛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방을 나섰다.
“약속할게.”
그리고, 적막이 흘렀다.
.
한편 그 시각.
“이, 일이 굉장히 복잡해져서… 만에 하나 시나리오가 끝나도 ‘바로’ 부활은 못 시켜드릴텐데요…?”
바로 옆방에서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던 빙의 상태의 태양신은, 머리를 부여잡은채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 어쩌지… 중대한 일이라 언급만 해도 신격이 소멸될거야… 그, 그럼 어떤 방식으로 알려줘야…”
덕분에, 애꿎은 성기사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뜯겨져나가기 시작했다.
“으으…”
자신의 동생과는 다르게 피폐한 상황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태양신의 신음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