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6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64화(264/524)
Episode 264
“으흠…”
“프레이? 그 반지는 뭐에요?”
“주인님?”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오른손에 끼고 있는 반지는, 디자인으로 봐도 마나가 쌓이는 느낌으로 봐도, 역시나 서약의 반지가 틀림없다.
선조님의 예언서에 따르면 극히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이 반지는, 내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반지이다.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진 반지인 만큼 획득 방법도 참으로 괴랄한데,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는 루트중 하나인 이솔렛 루트에서 그녀의 공략을 2학년이 접어들기 전에 완료해야지만 일정확률로 그녀에게서 받을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단독 이솔렛 루트도 아니고, 이 반지가 게임내에서 얻을 확률이 가장 낮은 아이템이기도 하기에 얻는 건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설마 지금 얻게 될 줄이야.
이것만 있으면, 게임 진행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대체, 이솔렛은 이런 사기 반지를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일까?
‘지금은… 레벨 1정도 되려나?’
막 반지를 껴서 마나가 막 쌓이기 시작한 지금은 이솔렛이나 ‘피의 맹세’를 한 사람들 정도에게만 명령을 내릴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마나가 쌓이면 쌓일수록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으음…”
싱글벙글 한 표정으로 그런 사기 반지를 쳐다보던 나는, 이내 표정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솔렛 단독루트도 아닌데 이 반지가 나온게 수상하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 가장 낮은 확률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혹시, DLC인가 뭔가 때문에 반지의 무엇인가가 바뀐게 아닐까?
일단 시나리오에서 뭔가 좋은게 생기면, 의심부터 해봐야 된다.
“이 반지에 대해서 아십니까?”
“앗 네에, 그건… 음…”
“…아십니까?”
“죄송합니다아…”
혹시나 무엇인가를 알지 않을까 해서 마차 옆에 타있던 태양신에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역시나 그 ‘신격’이라는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으니 이마말고 다른곳을 때려주세요…”
덕분에 내가 한숨을 내쉬자, 나의 눈치를 보던 여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여, 역시 주인님이야…”
“……..”
물론, 최연소 성기사의 모습으로 말이다.
덕분에 이미 최대치를 찍은 루루의 존경심이 한계를 돌파하고 있고, 아까부터 말없이 다소곳이 앉아있던 세레나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조금 이따가 이야기 하고, 그만 일어나시는…”
“그, 그냥 이러고 있을게요. 전 피조물에게 도움도 못주는 허접하고 무능한 여…”
그래도 여신인데 내 앞에 무릎을 꿇게하는게 좀 그래서 그녀의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며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그녀가 죄책감에 가득찬 표정으로 해서는 안될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흐극!”
“주제는 잘 아나보군.”
“우으…”
덕분에 임기응변으로 발로 그녀의 머리를 짓밟아 바닥에 눌러버리니, 파르르 떨며 울상을 짓던 여신이 이내 지긋이 눈을 감고는 바닥에 머리를 박은채로 부동자세를 취한다.
– 이, 이렇게 해서 당신의 화가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얼마든지 당해드릴게요. 어차피 지금 이 몸의 모든 피해는 빙의한 제게 가니까요.
“아니, 전 괜찮…”
– 그, 그러니… 더, 더욱 거칠게 다뤄주셔도 된답니다… 용사님…
그리고 내 머릿속에 들려오는 태양신의 상당히 위험한 발언.
“…하아.”
덕분에 악인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기에, 나는 의자에 기대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더 빛나기 시작한 루루의 눈빛, 그리고 불안한 표정으로 나와 여신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한 세레나.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성기사의 몸에 여신이 빙의했다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분간은 내가 성기사를 굴복시킨 것처럼 이렇게 연기를 해야할 것 같다.
“루루, 이것 좀 분석해봐.”
“네에…”
그렇게 이 세계의 주신이였던 태양신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무례를 저지르며, 나는 조용히 루루에게 서약의 반지를 내밀었다.
“음… 이건…”
그러자 한참동안 인상을 찌푸리고 반지를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 너무 복잡해서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이리나 씨랑 같이 분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걸 보아하니, 역시나 일반적인 반지는 아닌 것 같다.
“저, 저기… 프레이.”
“…응?”
인상을 찌푸리며 반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내 어깨를 흔들어온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건가요….?”
“…….!”
덕분에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나는, 그녀의 손가락에 껴져있는 검게 물든 순결의 반지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제가 밤에 어떤 꿈을 하나 꿨는데에… 그게 설마… 지지 진짜…?”
아까부터 얼굴을 붉힌채 말을 더듬던게, 바로 그것때문이었나보다.
“그 반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마.”
“…네에.”
재빨리 그녀에게 절대복종마법으로 명령을 내린 나는, 이내 살짝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이 서약의 반지가, 세레나에게도 통하나 알아볼 좋은 기회였는데…
“프, 프레이.”
“응?”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세레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그, 저… 아랫배가 이상해요.”
“뭐?”
“뭐가 막… 꽉찬? 그런 느낌이 들어요.”
“……..”
그렇게 말하는 세레나의 표정은, 어느새 붉어지고 있었다.
“저릿저릿 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더부룩한 팽만감이 들기도 하고…”
“어, 음… 그건…”
“그런데 싫지 않아요… 왠지 모르게 꽉찬 배덕감? 그리고 행복감 같은것이…”
“아, 아랫배에 대한 일을 자연스럽게 여겨주겠어?”
그런 그녀를 덩달아 얼굴을 붉히며 쳐다보던 나는, 이내 반지를 어루만지며 ‘부탁’을 해보았다.
‘명령’이 아니니 절대복종마법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서약의 반지가 진짜라면 부탁이 적용될 지도 모른다.
“아, 알겠…어요? 일단 신경은… 안써 볼테니?”
“…흠.”
그런 목적으로 부탁을 해본 결과, 세레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고는 자신의 아랫배를 꾹꾹 눌러보기 시작했다.
– 꿀렁…
“히윽.”
이윽고 이어지는 그녀의 작은 신음소리.
– 꿀렁, 꿀렁…♡
“…헤헤.”
그 이후로 자신의 아랫배를 계속 콕콕 눌러보던 그녀는, 계속되는 꿀렁임에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된건가?’
긴가민가 하지만, 아무래도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일단 이솔렛에게는 확실히 먹히긴 했으니 말이다.
“부, 부러워…”
클라나나 카니아,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 얼굴을 붉히며 부러운 표정으로 세레나의 아랫배를 힐끔 거리는 루루에게 단계적으로 실험해 보고 확정을 짓도록 하자.
만약 이게 진짜라면, 앞으로 꽤나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후우…”
이 반지가 충분히 강해진다면, 내게 해가 되는 명령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네번째 시련때 유용할지도 모른다.
“난 좀 잘테니, 도심에 도착하면 깨워줘.”
“네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머리도 식히고 방금 전의 세레나의 반응덕분에 다시 올라오려 하는 ‘악인화’도 제어할 겸,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도심에서 할일도 조금 있고, 세레나와의 데이트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앞으로 며칠간은… 세레나와 데이트나 하면서 푹 쉬어야지…’
그렇게 오늘 있었던 기쁘고 슬픈 일들을 조용히 머릿속에 그려보던 나는,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하는데…”
“으르르…”
“죄, 죄송 합니다… 가만히 있을게요…”
계속해서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뭐라 중얼거리는 세레나, 그리고 움찔거리기 시작한 태양신을 혼내는 루루의 목소리가 희미해져가는 내 의식을 파고들고 있었다.
.
“프레이가… 용사…”
프레이가 눈을 감은지 몇시간 후, 로즈윈의 방.
“그가, 이 세계를 구원할 유일한 용사였어…”
자신의 주변에 떠있는 수많은 정보들의 가운데에 떠 있는 낡은 문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로즈윈은, 무릎을 꿇은채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무시해오던… 프레이가…”
[예언서 – 다크테일 판타지 2 완전 공략]<한별 라온 스타라이트 (김한별) 작성>
1. 개요
2. 용사의 의무와 목적.
3. 시나리오 공략
4. 시스템 공략 (아이템, 스킬 등등)
.
‘용사에 대한 모든것’을 열람했을 때 그녀의 앞에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프레이’가 가지고 있는 ‘예언서’와 완전히 똑같은 사본이었다.
비록 홀로그램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예언서를 건드리면 프레이를 위해 갖가지 시각자료와 영상들이 튀어나오는 것 까지 똑같았다.
– 우웅…
로즈윈의 주변에서 떠돌고 있는 것들이, 바로 그러한 자료들이었다.
“나는, 나는 대체 뭘… 한거지?”
몇시간 동안 한개의 글자도 빠짐없이 예언서를 읽어내려가던 그녀는, 이미 완전히 패닉에 빠져있었다.
‘그가 했던 모든것’이 아닌, ‘용사에 대한 모든것’에 해당하는 예언서만 읽었음에도, 프레이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희생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대체…”
그가 겪게 될 수많은 고난과 역경, 수명과 생명력을 갉아먹는 패널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련’들, 그리고 결국 그런 그가 맞이하게 될 최후까지.
“내가, 내가 보좌를 했어야…”
용사의 조력자인 자신이 있었다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사의 조력자라 자부하던 자신은, 진짜 용사를 오히려 더욱더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았는가.
“으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매일 자신에게 꽃을 전해주러 오는 프레이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속으로 그를 비웃으며 대놓고 꽃을 창밖으로 버리는 자신이 떠오른다.
“어, 어떡해…”
이제야 로즈윈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실 그 행위가, 그가 몇년간 지겹도록 반복하던 행위가, 모종의 구조요청이 아니었을까?
“설마 그게…..”
이제서야 모든게 맞아떨어진다.
프레이가 마지막으로 꽃을 내밀때 했던 말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모든게 점차 명료해진다. 그와 동시에 로즈윈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내게 도움을… 어?”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로즈윈이,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마지막으로, 로즈윈에 대한 이야기야.
“……?”
예언서의 7번 항목인 <인물 설명과 공략>의 맨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 로즈윈에게는 무조건 꽃을 줘야 해. 일정 주기로 꼬박꼬박.
“내게… 꽃을?”
천천히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던 로즈윈이,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왜, 왜…?”
방금까지의 추론이 틀린것은 고사하고, 어째서 예언서에 자신에게 꽃을 건내주라는 내용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프레이가 내게 꼬박꼬박 꽃을 갖다 준게… 이 내용 때문…”
그렇기에, 그녀의 오랜 버릇 중 하나인 지레짐작을 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던 로즈윈은.
– 로즈윈은 시스템 보유자에게 받은 꽃을 일정 주기 동안 지니고 있지 않으면 죽어버리거든.
눈앞에 뜬 그 메세지를 보고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는데… 됐다. 그건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아. 이루어질 확률이 없는 일에 메달리면 너만 힘들어질 뿐…
“…………”
그 뒤로도 내용이 쭉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영혼없는 눈빛으로 읽어내려가는 로즈윈의 사고는 이미 멈춰져있었다.
“그 행동들이… 전부… 날 살리기 위해서…”
해외로 여행을 나갔다가 폭풍우가 불어 귀국이 늦어졌던 어느날, 유난히도 아파 침대에서 끙끙앓던 자신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꽃을 건내줬던 프레이가 생각이 난다.
“그때도 그럼…”
평소에 짓던 재수없던 표정이 아닌,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채 자신의 손에 꽃을 쥐어주던 것이 떠오른다.
그 이후로 그녀는, 하루만에 병이 씻은듯이 나았었다.
“날 살리려고…”
전해져 오는 바로는, 프레이가 여행을 간 자신을 찾으려고 방방곳곳에 수소문을 했었다고 한다.
그때는 그저 소름끼쳤을 뿐이었는데… 그의 집착이 날로만 더 심해지는 줄 알았는데…
“몰랐어…”
로즈윈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미, 미안해… 프레이…”
공허한 그녀의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진다.
– 그렇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꽃을 주는 행위는 ‘진심’을 담아서 ‘꼬박꼬박’ 하도록 해.
“내가… 잘못…”
그가 꽃을 주던 것은, 자신에게 반해 헤롱거리던 남자들이 흔히 하던 멍청한 짓거리가 아니었다.
매일매일 멸시와 핍박을, 나중에 가서는 가식을 마주하면서도, 그저 자신을 살리겠다는 의무감 때문이었…
“…잠깐.”
– 혹시 모르잖아? 기적이 일어날지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결론을 내려가던 로즈윈의 시선이, 이내 멈춘다.
“뭐라고…?”
울먹거리던 그녀의 표정이, 이내 얼빠진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 기적같은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녀가 지금까지 읽었던 예언서 사본의 구석구석에 꼼꼼하게 적혀있던, 누군가의 코멘트가 눈에 띄였기 때문이었다.
– 그냥, 로즈윈이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녀도 어렸을때 몇번 본적 있었던 그 삐뚤빼뚤한 글씨체는, 분명히 어린 프레이의 것이었다.
– 무엇보다도, 건강한게 최고니까.
자신이 시한부라는것을 어렸을때부터 알고 있던 아이 치고는, 너무나도 담담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담담하게 적힌 그 작인 메모는, 지금까지 적혀 있었던 그 어떤 내용보다도 로즈윈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 이건 아냐…..”
자신에게 꽃을 건내주던 어린 프레이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로즈윈은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라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아, 아직… 아직 끝난게 아냐…”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로즈윈은, 이내 눈에서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며 중얼거린다.
“새, 생사 불명이잖아? 그럼 살아있을수도 있다는거잖아. 그치? 응?”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다가간다.
“어, 어쩌면… 아직 살아있을지도 몰라…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 그러니… 다시 그곳으로 가봐야 해…”
그렇게 방을 나선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복구가 한창 진행중인 폐허더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아직 늦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뒤에 있는 우편함에, 큼지막하게 써있는 신문지가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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