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6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65화(265/524)
Episode 265
“저, 저기요…”
“…누구십니까?”
용사 임명식에 있었던 사건 이후, 경비병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폐허에 한 소녀가 접근한다.
“여긴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허가가 없다면 들어가실 수 없…”
“드, 들어가게 해주세요…”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와 초라한 몰골 덕분에 경비병들에게 경계를 당하는 그녀.
“저, 저도… 관계자라고요…”
그녀의 정체는 다름아닌 로즈윈이였다.
비록, 그녀를 막아서고 있는 경비원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건… 설마…?”
하치만, 그런 그들도 로즈윈이 품에서 꺼낸 용사파티의 증명서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 스윽…
“저, 저기…!”
덕분에 경비병들의 태도가 살짝 느슨해진 틈을 타, 로즈윈은 폐허의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버렸다.
“냅둬. 용사파티의 일원에게 간섭했다간 우리만 곤란해진다니까.”
“그치만…”
“연인이라도 잃었나 보지. 몇시간 정도는 눈 감아자주고.”
“음…”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워낙 처량해보인게 아니였던 지라, 잠시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경비병들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다시 경계자세를 취한다.
“아직… 아직 안 늦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폐허 안으로 진입한 로즈윈은, 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내가 구할 수 있을지도…”
폐허더미에 묻힌 사람이 그렇게나 오래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그럼에도 ‘생사불명’이라는 키워드에 작은 기대를 걸어보는 그녀였다.
“제, 제가 구해드릴게요… 용사님…”
그리고 그 기대는, 폐허더미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자신의 길드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온 탐지 스크롤과 굴착 스크롤, 그리고 응급 포션들을 품에서 꺼내 늘여놓는 로즈윈의 눈에, 미약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제가 지금…”
하지만, 탐지 스크롤을 내려다 본 순간 그 생기는 다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
최고 성능의 스크롤을 가져왔지만, 탐지된 생명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윽, 으…”
사실 그녀도 이미 희망이 없다는 것 정도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녀의 자존심을 높여주던 방어 기제와 회피 기질이, 어김없이 발휘되었기에 이런 일을 벌인것이 었다.
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을 보류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더, 더 좋은… 더 좋은 스크롤을…”
그것 역시 로즈윈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폐허더미의 가운데에 무릎을 꿇은채 울먹거리며 자신이 들고 있던 스크롤을 찢기 시작했다.
“용사가 죽으면… 안된단 말이야… 고, 고맙다고 한번도 말해주지 못했는데에… 주, 죽으면 안된다고…”
자신의 삻의 이유였던 용사가,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준 용사가, 세상과 조력자인 자신에게 미움만 받다가 죽었다.
심지어, 자신이 사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그의 적에게 회복 포션을 가져다주느라,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프레이의 죽음을 초래해 버렸다.
그런 끔찍하고도 무서운 사실이 확정되려 하기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다른 답을 도출하려 하고 있었다.
“저기… 여기서 뭐하십니까?”
“…흐익!?”
그렇게, 스크롤을 갈기갈기 찢으며 한참동안 계속 중얼거리던 그녀의 옆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누구십니까…? 어떻게 여기에…?”
“저, 저는…”
그 사람은, 다름아닌 제국 수사관의 대장이었다.
“실례지만, 신원을 입증해주시겠… 아니, 됐군요. 며칠만에 드디어 퇴근을 하게 됐는데 괜히 골치아파지긴 싫습니다.”
며칠씩이나 계속되던 수사가 끝나 기쁜 마음으로 뒷처리를 하고 돌아가려던 그는, 갑자기 근무지에 나타난 불청객을 못미더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 혹시… 프레이. 프레이 씨에 대한 정보는… 없나요?”
하지만 로즈윈은, 자신의 길드의 단골 손님중 하나던 그를 알아보고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프레이 말입니까?”
로즈윈에게 질문을 받자, 뜨끔한 표정을 짓는 그.
“어, 음… 그게…”
사실 그는, 이미 조금전에 이솔렛에게 뇌물을 받고 프레이가 죽었다는 조작된 사실을 발표한 참이었다.
“이걸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나 제국 부패의 상징적인 인물중 하나답게 금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은 그는, 품에서 신문을 꺼내들어 로즈윈에게 내밀었다.
[속보]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사망 확인.– 폐허에서 시체 발견 돼 ‘충격’… 현재 병원으로 송치중
– 사상 초유의 공작가 귀족 작위 제명, 흐지부지 되나…
“…………..”
그 신문에는, 로즈윈이 감당 못할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뭐, 제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여기서 나가십쇼…?”
“…….”
“…그럼 전 이만.”
수사관 대장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곁을 떠날때까지도, 로즈윈의 시선은 조용히 신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속보] 프레이 시신 실종– 이송팀, 병원으로 시신을 이송하던 중에 성난 시민들에게 습격당했다 진술.
– 사망원인&진위여부 현재 오리무중…
– 담당 수사관, 검증은 완벽했다고 밝혀…
“…흐극.”
그렇게, 신문의 2면에 적혀있던 큼지막한 정보까지 전부 읽은 그녀는, 폐허더미에 고개를 파묻는다.
“흐으으으… 으으으…”
그리고, 이내 몸을 파르르 떨며 흐느끼기 시작한 로즈윈.
“미, 미안… 미안해요… 프레이…”
폐허더미를 움켜쥐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당신이 용사였는데… 내가 당신을 도울 조력자였는데… 당신이 절 지금까지 살려줬었는데… 내가 당신을 살렸어야 했는데…..”
하인들과 자신에게 반한 남자들에게 자랑하던 그녀의 값비싼 옷이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거친 일 한번 해보지 않아 뽀얗고 곱던 손이, 날카로운 조각들에 베어 상처를 입어간다.
많은 남자들을 홀리던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눈물과 흙먼지로 엉망으로 변해간다.
“으으으…”
그러한 상황들이, 로즈윈을 더욱 더 무너지게 만든다.
그녀가 매일 입던 비싼옷과 사치는, 프레이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전폭적인 지원에서 나왔던 것이고.
거친일 한번 해보지 않아 뽀얗던 손은, 방금 전에야 알게 되었지만 프레이가 대부분의 더러운 일을 뒤에서 도와줬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뒷조사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용사를 위해 매일같이 가꿔오던 아름다운 얼굴은, 사실상 프레이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야위기만 하던 그녀의 얼굴에 살이 오른 것은, 프레이가 찾아온지 1년 뒤였으니 말이다.
“날 진짜 도와준 게… 당신이었는데…”
드디어 피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해버린 로즈윈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채 그러한 사실들을 실감하고 있었다.
“내가 섬겨야 할 사람이… 다름아닌 당신이었는데…”
뒤늦게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우으으…”
‘있을때 잘해야 한다’ 라는 루루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
“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동안 폐허더미에 고개를 박고는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수사관의 퇴근 시간이 되어 쫒겨난 그녀.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차가운 겨울바람에 온몸을 감싸고 파르르 떨던 그녀는, 자신의 길드가 가까워지자 창백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나, 나도 알 수 없었단 말이야…”
쓰러질듯이 비틀거리던 그녀가, 주먹을 꽉 쥐며 읊조린다.
“아, 알았으면… 도와줬겠…….?”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떠오른, 알 수 없는 기억.
“뭐, 뭐야…?”
왠지 모르게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째서인지 며칠전에 꿈에서 보았던, 폐인이 된 자신이 아른거린다.
“하아, 하아…”
그런 불안정한 기억의 파도에서 억지로 빠져나온 그녀에게 찾아온것은.
“이제… 어쩌지?”
자신의 은인이자 우상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고, 죽게 내버려 뒀다는 슬픔과 후회 뒤에 찾아온것은, 막대한 공포였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리고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에 공포가 수반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도 프레이가 악인이라 굳게 믿고 있는 세상이, 그가 용사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충격을 받게 될까. 어떤 패닉이 오게 될까.
용사를 저버린 세상은 이제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은… 대체 어떻게 죽어갈까.
“시, 싫어…..”
어렸을때 침대에서 시름시름 앓던, 끔찍하게도 싫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콜록거리다가 피가 섞인 가래를 뱉어내고,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을 먹어도 금새 토해버리고 잠시 어지러움이 느껴져 눈을 감으면 날짜가 변해 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날이 갈수록 점점 싸늘해지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결국 어느날 부터는 말도 섞어주지 않던 부모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죽기… 싫… 으아?”
덕분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길드의 현관으로 다가가던 로즈윈은, 이내 다시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 콰당…!
“으으으…”
그러다가, 결국 현관 바닥에 넘어지고 만 그녀.
“왜 이렇게… 어지럽지…?”
몇시간 전부터, 아니 며칠 전부터 계속되는 어지러움과 비틀거림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꼬, 꽃을 못받아서… 벌써…”
그리고는, 이내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리는 그녀.
“…죽어가는 거야?”
안타깝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프레이에게 마지막으로 꽃을 받은것도 벌써 한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비록 십여년간 멀쩡했던 그녀의 몸이었지만, 안그래도 여린 몸이 다시 죽음으로 접어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콜록, 콜록…”
덕분에 어쩔줄을 모르고 겁에 질려 떨던 로즈윈은, 이내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피, 피…?”
그런 그녀의 손에, 피가 묻어져 나온다.
“으, 으아아아…..”
거진 십년만에, 처음 하는 각혈이었다.
“주, 죽기 싫어어…!”
그것을 보고 과거의 자신이 다시 떠오른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길드안으로 들어선다.
“로, 로즈윈님!?”
“언제 나가셨던…”
“비, 비켜…!”
그리고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자신의 방으로 그달려가는 그녀.
“꼬, 꽃을… 꽃을 만져야 해…”
이윽고 자신의 방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느라 잔뜩 충혈된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읊조린다.
“이렇게 죽는건… 싫다고오…..”
그녀의 표정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릴때 앉아서 죽어갈때마다 천천히 그녀를 옭아매던,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그녀가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아……”
하지만 자신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이내 할말을 잊어버린다.
“……….”
그녀의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것은, 전부 루비가 준 꽃들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용사의 적이 확실한 소녀 말이다.
– 팔랑…
심지어 그 꽃들조차, 이미 전부 시들어 버린 뒤였다.
– 털썩…!
그런 상황에서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그녀는, 이내 울먹거리며 중얼거린다.
“누, 누가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당연히 없었다.
“저, 저좀… 살려주세요…”
그녀를, 살려주는 이 또한 없었다.
“으그윽…..”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하던 그녀는, 점점 자신의 몸을 옥죄여오기 시작한 고통에 바닥에 무너져 내리며 떨기 시작했다.
“아으으…..”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에게 프레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쿨럭, 쿨럭…..”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듯 싶었다.
– 끼이익…
“로즈윈 씨.”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프레… 이…?”
늘 자신에게 찾아와 꽃을 건내며 미소를 짓던 프레이를 머릿속에 그리던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로즈윈 씨에게 전달 될 소포입니다.”
“……..아?”
하지만, 그녀에게 도착한 것은 프레이가 아닌 배달부였다.
“그럼 전 이만.”
그녀에게 작은 상자를 건낸 집무원은, 병에든 몰골을 한 그녀를 꺼림찍한 눈빛으로 흘겨보다가 사라진다.
“………..”
다시는 아무도 자신을 그렇게 쳐다볼꺼라 생각하지조차 못했던 눈빛에 움찔했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뭐야… 이건…”
발신인의 정보는, 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상자에는 오직 ‘로즈윈 솔라 선셋’ 이라는 수신인과, 상자가 포장 된 일자만 적혀있었다.
○○년 ○○월 ○○일
상자가 포장된 일자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쯤이었다.
– 스륵, 슥…
잠시 그 상자를 쳐다보다가, 될대로 되란 식으로 상자를 푼 그녀는.
“…….어라?”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정체불명의 상자 안에는, 붉은 색 꽃과 노란 색 꽃이 각각 한송이 씩 담겨있었다.
– 지잉…
그리고 그 순간.
> 용사에 대한 모든것 (V)
– 전부 읽음.
그녀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그가 했던 모든것
‘그가 했던 모든것’이라는 항목이, 빛나는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