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6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68화(268/524)
Episode 268
저녁이 찾아오며 해가 점차 저물기 시작할 무렵.
“후우…”
서대륙에 있는 카니아는, 퀭한 눈으로 주저앉아 눈앞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나 씨… 지금 뭐하세요?”
“나, 나 말야?”
다크서클이 주저앉아 있는 그녀가 화면속에 있는 이리나를 바라보며 말하자, 당황한 표정의 이리나가 나타난다.
“어, 그냥… 마법 연구?”
“마법연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격한데요.”
비록 이리나는 마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런 그녀의 뒤에는 무수히 많은 마물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아냐아냐, 원래 이정도는 해야…”
“크오오…!”
“…마물 새끼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녀는, 뒤에 쓰러져 있던 거대한 미노타우르스가 비틀거리며 울부짖자 표정을 180도로 바꾸며 마법진을 전개한다.
– 쿠과광! 콰과과광…!
“끄오오오오…!”
“캬아아아악…!”
그러자 화면에 나타난, 거대한 화염의 폭발과 마물들의 비명소리.
“니들, 때문에! 조사단이! 습격을 당해서!! 내가!! 몇주나 빨리 여기 왔잖아!!!”
덕분에 생긴 먼지구름 속에서, 프레이의 옆에서 지내느라 한동안 성질을 죽이고 있던 이리나가 오랜만에 본성을 드러낸다.
“씨발… 엿같은 새끼들이…”
“크샤아아…”
안광을 빛내며 미노타우르스를 발로 사정없이 걷어차는 그녀는, 눈이 돌아가면 귀족조차 안중에 없던 전회차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죽어! 좀!!”
– 콰과과과광!!!
그렇게 한참동안 발길질을 해대며 오직 마물밖에 없는 평원에 주특기인 광역마법을 다채로운 속성으로 퍼붓던 이리나는, 이내 마법을 거두고 조용히 앞을 바라본다.
– 고오오오오…
반은 불바다, 나머지 속성은 다채로운 속성이 소용돌이 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지옥도를 바라보며 후련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 광역마법이 최고지? 카니아?”
“어, 음…”
“최고냐고, 안 최고냐고. 이 의욕만 앞서던 도둑 고양아.”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카니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어느새 첫번째 회차의 그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돌아간 이리나 역시 지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너 세레나한테 발렸잖아.”
“……….”
그 말에 카니아가 뭐라고 대꾸도 못하고 멍을 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리나의 꺼져있던 화면 옆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난…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클라나 씨?”
“아직… 뭘 시작도 못했었는데… 순식간에 끝나버렸어…”
화면에 나타난 이는, 다름아닌 황궁에 있는 자신의 방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류들을 보고 있던 클라나였다.
“개성이 없어서 돈이라도 쓸려고 했더니 프레이는 이미 나보다 더 부자고… 내가 사먹인 정력제의 효과는 전부 세레나가 맛있게 즐겼고…”
“저기…”
“나만 일이 바빠서 가까이 있지 못하고… 진짜 불공평해…”
그렇게 말하며 우울한 아우라를 풍겨대던 클라나는, 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서류에 조용히 메모를 해나간다.
– 이사벨 루카 베르난데스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변경](적당한 죄목을 씌워서)
– 르미에 솔라 선라이즈
[될 수 있으면 사형](엄마한테 했던 걸 그대로 돌려주기)
– 리파엘 솔라 선라이즈
[무기징역] (정치적 무기로 사용)– 비밀 당주
[죽이는 법 찾는중]– 베네르 르네 하이린
[치명적인 약점을 잡은 상태]더이상 대들지 못하니, 아카데미의 1학년 교수로 좌천시키라는 프레이의 전언이 있었음
(눈을 가린채 살짝 손을 봐주는 것 쯤은 될듯)
그것은 전회차에서도 제국에 소문이 파다했던, 이름이 적히는 순간 제국에서 사라져버리는 마법의 명부였다.
물론, 정말로 마법은 아니고 권력과 무력으로 이루어지는 결과였지만 말이다.
“나도 프레이랑 놀고싶다… 서류가 아니라… 프레이랑…”
세레나와 프레이가 허니문을 보낸 이후, 불량아가 되어버린 이리나와 음침하게 변해버린 클라나를 바라보던 카니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집중해 주세요, 여러분. 지금부터 2학년 개학 시나리오에 대해 브리핑을 해야하니까요.”
“2학년 개학?”
“지금이 12월 쯤이니까… 그거 아직 두달정도 남지 않았어?”
카니아의 말에 두 소녀가 의문을 품자,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연다.
“저는 지금 2학년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1학년 신입생들의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신입생들?”
“네, 용사파티가 부족한 인원을 그들에게서 보충할 수도 있어요. 3학년들은 그다지 인재가 없고, 2학년들은 저희가 꽉 잡고 있지만… 새로 입학하게 될 1학년에는 아직 영향력이 없단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리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한다.
“그 뭐냐… 아이시? 그나마 걔가 좀 포섭하기 쉬워보이던데. 여차하면 내가 결투로 굴복시키면…”
“이리나 씨, 아이시 양은 마물이 아니에요…”
“그럼 클라나의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랬다간 오히려 반발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흐음…”
카니아와 이리나가 하는 오랜만의 생산적인 토론을 듣고 있던 클라나의 눈이 갑자기 빛난다.
“권력으로 밀어붙이는건 아니지만, 한명쯤은 우리편을 심어둘 수 있어.”
“네?”
“내가 유망주를 하나 알고 있거든. 나이는 상당히 어리지만, 추천서를 써서 특채로 입학시켜주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클라나 씨가 그렇게 이야기 하신다면야…”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일주일 뒤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잖아요? 그것도 정식 시나리오에 포함된다고 도련님이 그러셨어요.”
“그런가?”
“네, ‘2학년 에피소드’는 사실상 그때부터 시작되는거나 다름없다고도 하셨어요.”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한 카니아는, 꺼내들고 있던 수첩을 넘기며 이야기 한다.
“물론 도련님은 신입생이 아니므로 참여할 의무는 없고… 지금은 만인의 공적이 되신 상태라 더더욱 참여하실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저희는 참여할 수 있겠죠.”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둘러본 카니아는, 수첩을 덮으며 말을 마쳤다.
“그러니 모두 준비들 해주세요. 저도 현재 제국으로 돌아갈 배편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아마, 느려도 일주일 안으로는 갈거에요.”
그러자, 두 소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도련님의 2학년 입학을 어떻게 처리할지만 남았는데…”
“프레이가 그대로 입학하면 사단이 일어날껄? 지금 프레이의 공식적인 지위는 평민이라고.”
“맞아요. 분명, 수많은 보복과 폭행이 일어날겁니다.”
“그런 새끼들은 내가 다…”
“이리나 씨,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프레이가 끔찍한 꼴을 당하는게 보기 싫었던 그녀들은, 하나같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럼, 다음 회의 주제를 그걸로 정하고…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하죠.”
그렇게 한동안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수단이 생각나지 않자, 카니아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있잖아. 우리 내기는…”
“클라나, 우리 발렸다니까.”
“우, 우리라고 하지 마. 난 아직 시작도…”
그렇게 회의가 끝나자, 다시 티격대기 시작한 소녀들.
“하, 누구는 몸으로 뛰어야 해서 당장 씨앗도 못 받는데… 나도 프레이 씨앗 품고 싶… 잠깐, 카니아 너도 머리보단 전투 쪽 아냐?”
“나, 나도 요즘 하는거 서류 활동밖에 없는데… 앉아서 잘 품고 있을 수 있는데…”
“…하아.”
자신에게 딴지를 걸어오는 이리나와 여전히 쭈글쭈글한 목소리로 말해오는 클라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카니아는, 이내 조용히 화면의 전원을 내려버렸다.
– 털썩…!
“도련님…”
그리고는, 침대에 풀썩 누워 길다란 배개를 끌어안은 카니아.
“얼른 보고 싶네요…”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내 조용히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
“흐아… 도련…”
– 삐빅, 삐빅…!
“…흐익!?”
침대에서 홀로 뒹굴거리던 카니아는, 꺼져있던 화면이 갑자기 점등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카니아, 뭐하고 있었어?
“우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화면에 프레이가 떠오르자 새빨개진 얼굴로 답한 그녀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헌데 무슨 일로?”
– 아니 그냥… 언제 오나 싶어서.
“네?”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 오래 안 보니까 보고 싶네…?
“……!”
그러던 그녀는, 이어진 프레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배개를 다리로 조였다.
“이, 일주일 내로… 일주일 내로 찾아뵙겠습니다 도련님.”
– …그래.
그렇게 한참동안 몸을 베베 꼬던 그녀가 그렇게 답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프레이가 다시금 입을 연다.
– 그런데 혹시 사람을 나빠지게 만드는 저주 같은게 있나?
“그런건 너무 많습니다만. 혹시 상세한 정보는 없습니까?”
그러자 프레이가 얼굴을 굳히며 답한다.
– 이를테면… 내, 내 정신력으로도 저항이 불가능할만큼 강력한 저주라던가?
“……..”
그 말을 듣고 굳어버린 카니아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연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정말로 괜찮다니까. 아니, 괜찮은게 아니라… 내, 내 이야기가 아니야.
“……..”
횡설수설을 하는 자신의 도련님을 조용히 쳐다보던 카니아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제게 만큼은… 진실을 숨겨주시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도련님.”
“……..”
그러자,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내가, ‘악인화’라는 저주에 걸린것 같은데… 사람을 보기만 하면 계속 괴롭히고 싶어져.
“도련님이요? 그치만… 그런 감정은 그다지…”
– 응?
“아, 아닙니다.”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답한 카니아는, 이내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배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 이게 계속되면… 소중한 사람들한테 상처를 입히게 될까봐 겁이나서 말이지… 최대한 빠르게 해주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아마, 고대 주술일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자세한건 직접 가봐야 알겠지만요.”
– 응, 그렇다고 너무 무리를 하지는 말고. 쉬엄 쉬엄 와도 괜찮아.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싱긋 웃자, 카니아는 다시 한번 배개를 꼭 끌어안는다.
– 아, 그리고 미리 말한다는걸 깜빡 했는데…
“네?”
그리고는 한동안 물끄러미 프레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화면을 내리려 했지만.
– 이번에 열리는 오리엔테이션에 참가를 해야겠어.
“…뭐라고요!?”
이어진 프레이의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신다고요?”
– 응.
“아니, 도련님이 거길 왜…….”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급히 수첩에 써내려갔던 계획들을 수정해나가던 그녀는.
– 읏!?
– 파가각…!
“…도련님?”
갑자기 프레이의 화면이 마구 흔들리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윽!”
그런데, 그 순간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고는 허리를 굽힌 그녀.
“아으으…”
이윽고 옆구리를 부여잡고 거친 숨을 내쉬던 그녀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든다.
– 이, 이이익…!
그곳에는, 프레이에게 두 팔을 잡힌채 벽에 박혀 제압당한 아리스가 마구 버둥거리고 있었다.
“으음…”
– 이, 이거 놔! 이 괴물…!
악이 받친채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도련님께 복귀해야겠어.”
지평선 너머로 해가 조용히 저물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이게… 뭐에요…….?”
아이시 윈터 클라우드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속보]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사망그것은, 프레이의 사망 소식이 실린 신문이었다.
“거, 거짓… 거짓말이죠…?”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주를 해제하는 법을… 찾아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