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0화(270/524)
Episode 270
제국의 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가장 외곽에 있다 평가 받는 ‘뒷골목’.
“…여긴, 어디야?”
“메이드 주제에 언제까지 내게 반말을 할거지?”
“시, 시끄러…!”
나는 지금 그 뒷골목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구역에 아리스를 대동한 채 들어와 있다.
“뒷골목에… 이런 곳이?”
내 뒤에서 호시탐탐 날 노리고 있는 아리스조차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걸 보니, 역시나 보안은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나보다.
하긴 내가 이 노릇을 하며 가장 세심하게 준비했던 곳이 바로 이 장소인데, 당연히 보안이 철저할 수밖에.
– 끼기긱… 끼긱…
“당신은… 대체 이 제국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던 거야?”
황궁의 대문만큼이나 견고하고 단단한 철문이 내 손길이 닿은 순간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자, 아리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묻는다.
하긴, 열린 문 너머로 쭉 뻗어져 있는 방대한 공간을 보면 그 누구라도 겁을 먹을 만 하다.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가는 길동무가, 하필 제국에서 가장 사악한 악인이자 망나니인 프레이라면… 뭐, 말하지 않아도 그 기분을 잘 알 것 같다.
“문라이트가 당주의 전속 암살자도 결국 계집이었군. 겨우 이런 걸 보고 쪼그라들다니.”
“다, 닥쳐.”
감옥 안에서 피어져나오는 흉흉한 분위기를 물씬 뒤집어 쓴채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자존심이 상하기라도 한건지 허리를 꼿꼿히 세우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 살려… 살려주세요….”
“용서… 용서해 주세요…….”
“…..!”
하지만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잖아?”
“…으득.”
그런 그녀에게 태연한 목소리로 말한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조용히 생각했다.
‘역시 클라나야. 관리를 꽤나 잘 하고 있네.’
당연하게도 이곳은 내 유희를 위한 장소는 아니다. 제국의 쓰레기들을 모으고 가두어두는 ‘비밀 감옥’일 뿐이다.
황실이 관리하는 감옥에 가두자니 황제와 황자가 아직까진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껄끄럽다. 그렇다고 교단의 감옥에 보내는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그렇기에, 내가 아예 감옥을 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주, 죽여줘… 그냥…”
“살려…”
지금 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것들은, 갱생할 가치도 없는 인간 이하의 쓰레기들이다.
그렇기에 옛날에 마왕과 거래를 하고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을 일으켰던 이사벨, 황후 르미에와 리파엘, 지금은 루루의 소유가 된 어린 노예들을 부리던 내 암흑가 친구들 같은 녀석들이 이곳에 투옥되어 있다.
그냥 죽여버리는 것도 좋겠지만, 썩어빠진 세상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들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요즘들어 녀석들이 조금 수척해진 것 같다.
루루가 이곳에 자주 미호를 끌고 가던데, 혹시 그것 때문일까?
“그래서… 여긴 왜 온건데…요.”
“만날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불쌍히 여길 가치도 없는 녀석들을 힐끔 둘러보던 나는, 엎에서 내 눈치를 보다가 존댓말을 붙힌 아리스와 함께 감옥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
“왜, 같이 갈려고?”
“아뇨.”
“그럼 거기 얌전히 있어. 명령이야.”
그렇게 맨 끝쪽의 방으로 향하려던 나는, 아리스를 방 바깥에 세워두고 조용히 방 안으로 향했다.
“…으븝, 읍.”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초라한 몰골의 여자.
“읍! 으읍!”
입과 눈에 가리개를 하고 있는 그녀는, 다름아닌 베네르였다.
“조용히 좀 하지 않을래…?”
“으브븝! 으븝! 으으브븝!!”
한참동안 그런 그녀를 내려보다가 조용히 귀에 그렇게 속삭이자, 베네르가 마구 날뛰기 시작한다.
“왜 그래? ‘하이린’ 가문의 장녀 베네르 씨?”
“……!!!”
하지만, 이어진 내 말에 말을 멈추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그녀.
“자꾸 날뛰다간, 네 비밀을 세간에 폭로해버릴수도 있는데.”
“………”
“옳지, 착하네.”
역시, 그녀의 약점은 잘 먹히는 듯 싶다.
“앞으로도, 그렇게 착하게 굴어야 할거야.”
‘친구만들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초석이, 안전하게 마련되고 있는 것 같다.
.
로즈윈이 루비를 찾아가기 몇시간 전.
– …당신은, 제가 알던 사람들 중에 가장 추악한 사람이에요.
그녀는, 죽은 눈으로 눈앞에 떠있는 시스템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프레이…”
로즈윈은, 지난 며칠간 영상을 일시정지 했다 재생했다 하며 프레이가 했던 모든 것들을 눈에 담고 있었다.
– 쿠궁! 쿠구궁…
– 후우…
그렇게 어느새 영상의 막바지에 도달한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은, 마왕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프레이를 매도하고 있는 클라나였다.
– 치지직…
클라나가 마왕에게 살해당하고, 프레이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녀를 껴안은채 제단으로 향하다가 클라나의 영혼이 깃든 카나리아에게 눈을 공격당하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 똑똑똑…
– 로즈윈, 거기 있어?
이윽고 화면에 비추어진 것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프레이였다.
– 끼이익…
어딘지 모를 허름한 오두막을 그가 두드리자,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로즈윈 자기 자신이였다.
– 그, 부탁했던 도, 도도 독약을…
– 여기.
– 고, 고맙…
– 됐고, 빨리 꺼져.
떨리는 손으로 그녀에게 받은 독약을 살펴보던 프레이는 품에서 꽃을 꺼내 로즈윈에게 내밀려 했으나, 그녀는 그저 싸늘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 그거 쓴 다음에 자살하러 간다며? 그럼 어서 쳐먹고 꺼져버리란 말이야.
그 말에 잠시 눈빛이 흔들리던 프레이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질문을 던진다.
– 마지막이니까 그것만 알려줘. 넌 노란꽃을 좋아하는거야? 아님 빨간꽃을 좋아하는거야?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은, 피식 웃으며 답한다.
– 처음부터 네가 주는건 다 싫었어. 그게 무슨 색이든.
– 아…
– 이 눈치도 없는 버러지 새끼야.
그 말이 끝나며 문이 거세게 닫힌다.
“…………”
그 모습을 현재의 로즈윈은, 여전히 영혼없는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소위 ‘1회차’에서 프레이는, 심한 악행을 한 날이면 늘 로즈윈을 찾아갔었다.
유일하게 선한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시스템적 조력자인지라 용사의 무구를 폭주시키기 위한 업보에 카운트가 되지 않는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프레이는 세레나가 죽었을때, 이리나가 죽었을때, 페를로체가 죽었을 때도 그녀에게 찾아갔었지만, 로즈윈은 늘 그를 싸늘하게 대할 뿐이었다.
프레이도 그것을 알았기에, 어릴때 매일같이 로즈윈을 찾아가던 그의 발걸음도, 커가면서 점점 둔해졌었다.
물론, 로즈윈이 그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회차에서, 프레이는 정말로 사악한 악당이었기 때문이었다.
로즈윈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당연히 그렇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지…? 미안, 로즈윈…
하지만 죄책감과 자괴감에 찌들어 그녀의 집에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프레이가, 독약을 들고 휘청거리며 불타오르는 길가를 걸어가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그의 진실, 그리고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가엾고 불쌍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 으극, 으으…
그리고, 준비한 독을 아버지에게 먹여 ‘패륜’을 저지른 뒤에 식탁에 머리를 박고 오열하는 그를 봤을때는 더욱.
– 네녀석, 대체 왜…?
– …시스템 좀 얻으려고.
마지막 순간에, 마왕을 끌어안고는 그동안 저질러왔던 모든 악행을 한데 모아 용사의 무구를 폭주시키던 그를 봤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그와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조차 상당히 슬프게 느낄 그의 연대기를 그의 시점에서 전부 바라본 로즈윈은, 이미 흐를 눈물조차 메마른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건…?”
그렇게 한동안 넋이 표정으로 하얗게 물들어가는 화면을 바라보던 로즈윈의 눈에 들어온것이 있었다.
– 쿠구구구구구…..
바로, 용사의 무구의 폭주에 벗겨져 나가기 시작한 마왕의 위장이었다.
“…………..”
그 모습을 본 로즈윈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스윽…
그리고 혹시라도 프레이를 구하면 먹이려 했던 시장에서 산 최고급 포션과, 여러가지 공격용 스크롤, 그리고 탈출 스크롤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인해야만 해…”
마지막까지 미뤄두고 있던,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
그렇게, 다시 현재의 시점.
“그… 많이 아프세요?”
“아, 절 걱정해 주시러 온 거였구나…?”
“흐익.”
침대에 누워있는 루비에게 소심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로즈윈은, 루비가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되묻자 자신도 모르게 소스라친다.
“뭘 그리 겁내세요? 로즈윈 씨…?”
“아,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음…”
그런 그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루비는, 이내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입을 연다.
“그런데, 품에 들고 계신 그건 뭔가요…?”
“이, 이이 이건… 저번에 드렸던 그 포션? 그것의 복제품을… 당신을 위해 가져왔어요…”
“아.”
하지만, 부드럽던 루비의 표정이 그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굳어버린다.
“저번에 주셨던 거랑… 성분이 완전히 같나요?”
“네, 네에. 그거랑 완전… 똑같은 거에요. 벼, 병이랑 색깔은 다르지만요.”
“아아… 그렇구나아…”
로즈윈의 답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루비의 굳은 표정이, 이번에는 점점 썩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자, 어서 드세요… 빨리 나으셔야죠. 불치병도 나으셨었잖아요…”
“음, 저번에 먹었던 약효가 아직 남아있어서 굳이 먹을 필요는…”
“그래도요. 어서…”
그런 루비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포션을 잡고는 억지로 그녀에게 드리밀던 로즈윈은.
“글쎄, 필요 없다니까요?”
“으앗!”
“…어머.”
갑자기 들고있던 포션병이 깨져버리자,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포션병이 갑자기 깨져버렸네요…..”
“그, 그런 가요…”
“…아쉬워라.”
포션병이 갑자기 깨질리가 없었다.
시장에서 최고가를 사고 준 그 포션병은, 견고한 마법 덕분에 마차 세대가 동시에 병을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어머, 거기 상처 입으신거 아닌가요?”
– 욱씬…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루비가 그녀의 손을 잡자 느껴지는, 심장의 욱씬거림.
“아아… 아…”
덕분에 재빨리 그녀에게서 손을 때고 뒤로 돌아선 로즈윈은, 이내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루비가… 마왕… 그녀가… 마왕이었어…!’
영상의 마지막 순간에 살짝 보인 그 눈동자와 얼굴 형태는,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루비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 덕에 그녀에게 뒤늦게 찾아온 무시무시한 충격의 여파는 대단했다.
‘아, 알려야 해… 어떻게든, 누구에게든지 알려야…..’
덕분에 다리를 후들거리고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는 이내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지만, 너무나 겁에 질렸던지라 빠르게 이동을 할 수가 없었다.
“흐음…..”
그렇게, 거북이 마냥 느리게 움직이는 로즈윈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던 루비는.
‘확신을 한 것 같지는 않고…?”
무슨일인지, 패널티를 받지 않은채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내버려두기에도 뭐한데…?’
조력자 시스템의 ‘패널티 무력화’가, 위선자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스륵…
그런 로즈윈의 처분에 대해 고민하던 마왕이, 조용히 품에서 손을 뻗는다.
“아, 안녕히… 계세… 어? 왜, 왜 출입문이… 안열리지…”
그와 동시에 잠겨버린 문.
“글쎄요오? 왜 그럴까요…?”
“흐익, 으…”
“로즈윈 씨이?”
덕분에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던 로즈윈은, 이내 이판사판으로 품에서 공격용 스크롤을 꺼내든다.
‘이미 그녀가 마왕이라는 정보는… 내 방에 남겨뒀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 지잉…!
“…어?”
그리고는, 미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던 그녀의 눈앞에 달빛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업적: 전면전의 서막>
보상: 지능+1 마력+1 체력+1
“……!”
그것을 본 로즈윈의 눈빛에,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쩌면…!’
– 덜컥!
“…..?”
하지만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고, 덕분에 자신의 운명이 다시 부활했다 생각하던 그녀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뒤로 비키세요, 언니.”
“으앗?”
“1층으로 내려가 계세요. 잠시 볼 일이 있어요.”
로브를 뒤집어 쓴채 그런 로즈윈을 뒤로 잡아 끈 것은.
“어서요.”
다름아닌, 글레어였다.
“어어……?”
그런 글레어의 눈앞에 떠있는 익숙한 시스템 창을 바라보던 로즈윈의 눈빛이, 멍해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