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2화(272/524)
Episode 272
“쿨럭, 쿨럭…”
“푸흐흐… 푸흐…”
만신창이가 된채 바닥에 쳐박혀 있는 글레어가, 조용히 고개를 든다.
– 따악…!
– 챙그랑!!
이윽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흐흠…”
그 소리의 정체는, 마왕이 몸에 걸어둔 반사 마법이 깨지는 소리였다.
“그래서, 언제까지 할 생각이느냐.”
하지만, 마왕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글레어에게 질문을 던진다.
“슬슬 지겨워질 참이다만.”
그녀가 두르고 있던 반사마법은, 맨 앞에 있던 한장만이 깨졌을 뿐이었다. 나머지 반사마법들은, 여전히 두텁게 둘러져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글레어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터벅, 터벅…
그리고는, 힘겹게 출입문 쪽으로 향하는 그녀.
“드디어 포기했나보지?”
“………”
“네 패배란다, 아이야”
그 말에, 출구로 향하던 글레어가 우뚝 자리에 멈추어 선다.
“그리고 그건, 용사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루비는 말을 이어나간다.
“모든게 끝나면, 무엇을 할 지 알려 줄까?”
루비의 눈빛에, 황홀한 감정과 기대에 찬 흥분이 담긴다.
“우선, 용사의…”
“필요 없어.”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도중에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글레어.
“모든게 끝났을때 일어날 일은 단 하나야.”
이윽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그때까지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빛나고 있던 반지를 어루만지던 글레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평화로워진 세계에서, 용사님의 아이를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일. 오직 그것 밖에 없어.”
그렇게 말한 글레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문고리가 요지부동이었다.
“아니지, 아니야…”
그런 그녀의 뒤에서, 마왕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모든게 끝나면, 그는 내 밑에 깔릴거다.”
살짝 아랫배를 어루만진 마왕은, 문고리를 잡고 있는 글레어에게 다가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하루고, 이틀이고, 몇달이고, 몇년이고… 계속 내 밑에 깔린채 울부짖으며 내 색으로 물들거다.”
“……….”
“그렇게 완전히 내 색으로 물들어 갈때 쯔음… 그의 씨앗을 내 안에 품는거지.”
그렇게 말한 마왕은, 우월한 눈빛으로 글레어를 내려다본다.
“내 배에서 자라나는 생명을 죽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느냐?”
“…역겨워.”
“뭐가 역겹다는거지? 패배한 수컷으로부터 취할 정당한 권리인데?”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글레어의 어깨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며, 마왕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뱃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강제로 품는다면, 그리고 그 존재의 뱃속에서 자신과 그 존재가 반반씩 섞인 생명이 만들어진다면… 과연, 그 느낌은 어떨까?”
“꺼져…”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만들어지는거야. 여전히 내 밑에 깔린채 생명의 고동소리를 매일 매일 듣겠지. 어쩌면, 부성애라도 느낄지도? 아니면,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 버릴지도 모르지.”
“꺼지라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와!!”
글레어가 정색을 하며 그렇게 소리치자, 그녀의 어깨와 루비의 손을 방어막이 갈라놓는다.
“꼬맹이의 풋사랑을 건드려서 화가 났나 보구나…”
그런 글레어를 불쌍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마왕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천천히 손을 아래로 뻗는다.
“그런데, 넌 그래봤자 꼬맹이가 아니느냐.”
“윽.”
“안에 씨앗을 품기에는… 너무나도 어린걸.”
그렇게 말한 루비가 글레어의 아랫배를 두드리자, 다시 방어막이 생겨난다.
– 우웅…
하지만 그 때문에 생긴 미약한 진동은 고스란히 전해졌고, 덕분에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글레어는 싸늘한 눈빛으로 마왕을 노려보았다.
“내 수하가 되면, 당장 씨앗을 품기 적절한 어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느니라. 그리고 모든게 끝나면, 특별히 네 배 안에도 용사의 씨앗을 품게 해주마.”
그런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 마왕은, 혀로 입술을 훔치며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어차피, 네 소원은 그것이 아니더냐?”
그리고, 잠시 방에 정적이 흘렀다.
– 따악!
조용하던 방에, 다시 한번 경쾌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 콰지직…!!!
그러자, 열리지 않던 문이 단번에 박살나버린다.
“역시… 골치아프긴 하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잠금과 역주문들을 문에 걸어놓았던 마왕은, 너무나 허무하게 부서지는 문을 보고는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마법도, 검기도, 아우라도, 심지어 무공도 아닌것 같다만. 마력이나 신성력, 마나는 커녕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글레어가 가진 능력은, 마왕에게도 논외인 능력이었다.
능력이라기 보다도 권능. 아니, 권능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무언가였다.
“그분도 모른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얼마전에 마신과 꿈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상기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악물고 있던 글레어를 바라보던 마왕은.
“잘 들어.”
“흠?”
그녀가 박살이 나는 바람에 잠금이 풀린 문을 잡은채 입을 열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난 이, 이미… 어른이야. 용사님의… 씨앗? 그게 뭔진 잘 모르겠지만 네가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이 배에 넣을 수 있을걸?”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랫배를 살짝 손가락으로 누르는 글레어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매서웠다.
“그리고… 남의 소원을 함부로 재단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글레어의 표정은, 비록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굳세고 당돌했다.
“내 소원은 단순히 용사님의 사랑을 받는게 아니라, 그분에게 진 빚을 이자까지 쳐서 갚는거니까.”
“호오.”
“그저 그 이자를, 나로 지불할 뿐.”
그 말을 마친 글레어는, 병실의 밖으로 나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각오해, 2학년 때 보자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널 막아 줄거야.”
“그건, 선전 포고인가? 그러고 보니, 용사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만…”
그 말을 듣고 숨을 죽여 웃던 그녀는.
“…후회하게 될거란다, 아이야.”
거의 처음으로 짓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그녀를 뒤를 노려보며 말한다.
“빠른 시일내로 눈앞에서 너의 ‘용사님’을 강간해주마. 물론, 네가 용사를 찾는다면 말이야.”
“………”
“물론, 빨리 못찾아도 강간할거다.”
“하.”
“그리고, 혹시 모르지? 용사가 이미 패배해서 죽은 뒤에 내게 흡수되었을 수도? 정말 녀석이 살아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
한참동안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던 루비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속삭이자.
“오른쪽 뿔도 마저 박살나기 싫으면, 그 입 닥치는게 좋을거야.”
복도에서 글레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흐음…”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멈춘 뒤에 인상을 찌푸린 루비는, 이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휘저어 병실을 복구해내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는…”
그런 그녀의 앞에는, 방금 전부터 띄우고 있었던 특수 기능이 펼쳐져 있었다.
“어떤 패널티를 녀석에게 줘 볼…..”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에서 자라나던 왼쪽 뿔을 만지작 거리던 그녀는.
“…아.”
거친 숨을 내쉬다 말고, 이내 차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우선, 포인트부터 벌어야겠군.”
.
“후우…”
방에서 나온 글레어가, 이마에 나있던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쉰다.
“아야야…”
– 스륵, 슥…
온몸이 땀과 피로 젖었기에 따끔함을 느끼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수첩을 꺼내는 그녀.
[특수기능, 온갖 이상한 스킬들이 적혀있음.] [일단 육안으로 확인한 것은 ‘위장 해제’, ‘환상’, ‘불행의 저주’ 등등이 있다. [용사님에게 원격으로 특수한 피해를 입히기 위한 걸로 추정된다. 이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보았던 시스템 창의 내용을 수첩에 적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난…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니라고…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순간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것 쯤은 알아뒀단 말이야.”
그러다가, 이내 얼굴을 다시 붉히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수, 술도 먹을 수 있고… 아무튼, 어른들이 하는거… 그런것들도 얼마든지…”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꼬마라 불리는게 내심 불만이었던 글레어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볼멘소리를 내던 그 순간.
“…으앗?”
그녀의 다리에 무엇인가가 걸렸고, 덕분에 글레어는 바닥에 넘어지기 직전까지 갔다.
“으아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겨우 옆의 벽을 잡아 균형을 유지한 그녀는, 이내 조심스레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
“저기요?”
그곳에는, 벽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은 채 죽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로즈윈이 있었다.
[자동기록 완료 – 전면전 선언]그녀는 방금까지 글레어가 벌이던 일 때문에 자동으로 기록된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 장면을 보고 난 뒤였다.
“당신… 질문이 있어요…”
상당히 수척해진 로즈윈이, 글레어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용사를… 그렇게나 도우시려고 한거에요?”
그러자, 그제야 로즈윈을 저번에 한번 본적이 있다는걸 깨달은 글레어는 경계를 풀고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용사님이 절 구해주셨거든요! 그분이 아니였다면, 전 지금쯤 여기 없었을 거에요!”
“아…”
“저번에 저 가짜용사에게 독을 먹이기도 하셨고, 지금은 살해당할 뻔 하기도 했으니 잘 알고 계시는 거겠죠? 사실… 저 녀석이 사악한 마왕인거?”
“…흐익.”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즈윈이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글레어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는, 발랄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는 글레어.
“사실 제가… 용사님을 비밀리에 조력하고 있거든요…!”
“………”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의 눈빛은, 깊은 어둠에 잠겨버렸다.
“제 꿈은요, 용사님을 옆에서 보필하고… 모든게 끝난 뒤에는 그분과 결혼하는거에요!”
“아, 아아…”
“그게 제 인생의, 유일한 목표… 어라?”
거의 처음으로 아군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글레어는, 로즈윈의 눈에 눈물이 맺히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죄송해요오오오…!!!”
“흐익!?”
그 다음 순간,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로즈윈에게 와락 안긴 그녀.
“제가, 제가 다 망쳤어요…! 다 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라고요…”
“저, 저기요?”
“이런건 이제 싫어…! 돌이키고 싶어…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돌이킬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어어…!”
“왜 이러세요…?”
“다, 당신 밑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허드렛일이라도 좋으니 제발……”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소녀,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소녀,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길을 걷는 소녀를 보며 로즈윈은 뼈저리게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프레이… 용사님…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다시 보고 싶어요…’
<용사와 그 동료들이 마왕을 이길 확률 (현재)>
[0%]<무구를 각성시키는데 성공한 용사가, 마왕과 동귀어진에 성공할 확률 [50%] (실시간 변동중)>
하지만 방금전에 글레어가 띄웠던 시스템 창을 본 이후로, 그녀는 그저 후회밖에 할 수 없었다.
<용사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확률>
[없음]자신이 방치해 죽어버린 프레이가, 다시 살아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음…”
영문을 모른채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글레어는, 이내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마왕의 협박 덕분에 패닉이 오셔서 반쯤 정신이 나가신게 분명해. 어서 병원에 데려가야…’
“당신의 소원도… 저의 소원도 박살내버려서 죄송해요… 저, 전… 쓰레기에요…”
‘…아, 여기가 병원이지.’
이윽고,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채 바닥에 고개를 파묻기 시작한 로즈윈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가던 그녀는.
“……어라?”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2학년 에피소드 – 프롤로그 개방]달빛 시스템 창이 그녀의 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왜…..”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다.
<용사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확률>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던 수치에,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
그 기적과도 같은 광경을 바라보던 글레어가, 처음으로 한 행동은.
“…헤헤.”
순수한 기쁨이 우러나온,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
한편 그 시각, 교단의 지하.
“이제부터는, 저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요…”
– 아쉽구나… 조금만 더 있으면 마신을 빙의시킬 수 있었을텐데, 하필이면 이때 방해를 받다니.
지하에 온 힘을 다해 성력을 내뿜고 있던 페를로체는, 눈 앞에 있는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지긋이 눈을 감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들의 빛으로 미지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런 그녀의 주변을, 구구가 눈을 부릅뜨고 맴돌고 있었다.
– 그나저나, 별의 신이 이곳으로 오고 있군.
한편 페를로체의 방대한 성력을 정통으로 맞으면서도 그저 눈을 몇번 깜빡일 뿐이던 눈동자는, 이내 흥미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아주 재미있겠어.
그와 동시에, 지하실이 다시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