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4화(274/524)
Episode 274
“지금 그게 무슨…..”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가져다 댄채 경계를 하다가,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여인에게 익숙한 단어를 듣고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프레이.
“귀엽네요.”
그런 그를 쳐다보던 여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늘 저런 귀여운 아이를 담당하고 싶었는데… 뭐, 어차피 지금 담당은 귀여우니…”
“저기요?”
“…흠흠.”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히 말을 걸자 조용히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프레이.”
잠시 후, 사무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런 여인에게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프레이는, 존댓말로 질문을 던진 다음에 찬찬히 그녀를 흝어본다.
“음…”
얼핏 보았을 때 냉철하고 쿨해보이는 외모를 가진, 검은색과 노란색의 단발 투톤헤어가 특징인 그녀.
그런 그녀는, 로즈윈의 비서로 있을 때의 부스스하고 힘없어 보이는 불쌍한 모습이 아닌 왠지 모르게 기품있고 고결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은 그냥 루나라고 알아 두세요.”
“루나…”
“어차피 이 시간이 끝나면 저에 대해서는 잊으실 거에요. 제가 드린 정보만 남을 거고요. 당신을 비롯한 그 누구도 아직 저에 대해서 알면 안되거든요. 원래는 개입하면 안되는데, 지금 벌어진 일을 틈타 몰래 개입한 거기도 하고.”
“음.”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린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프레이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수첩을 꺼내든다.
“안아드릴 시간도 없네요… 이런 기회가 생기면 늘 직접 위로해 드리고 싶었는데.”
“…괜찮습니다.”
“네, 그럼… 흠?”
정말로 아쉬운 눈빛을 띤채 수첩을 넘기며 이야기를 시작하 그녀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린다.
– 지지직… 지지지직…
그녀가 들고 있던 수정구슬이 지직 거리고 있었다.
“……….”
이윽고 수정구슬에 누군가가 비추어지자, 잠시동안 멍한 표정을 짓는 그녀.
“언니이이이이이!!!”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빼액 지른다.
“지금 뭐하고 있어어!!!”
– 아, 그게… 그그 그러니까…
“내가 못살아아 진짜아!! 속터져 죽어 나!!”
– 미, 미안해… 루나야…
수정 구슬 안에 비쳐 보이는, 목과 다리에 쇠사슬을 묶은 채 쭈그리고 있는 최연소 성기사를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거세게 팡팡 친다.
– 그, 그치만 마신… 마신이 자꾸 이 몸에 침투하려고 해서… 만약 실패하면 크, 큰일이잖아? 그래서 묶어둔건데…
“그냥 실패를 하지 마!! 제발!!!”
– 히, 히익…
루나라 불린 그녀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수정구의 연결이 ‘툭’ 하고 끊켜버렸다.
“으드득…”
덕분에 이를 갈며 수정구를 바닥에 내리 꽂으려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앞에 있는 프레이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조용히 자세를 정리한다.
“죄송해요… 제가 몇백년동안 쌓인게 많아서.”
“아, 네.”
“성기사에 언… 태양신이 빙의하면 부디 이마에 꿀밤을 하루에 한대는 때려주세요. 그래야 정신을 차려요.”
“…알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프레이에게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내 다시 쿨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포상을 드리기 전에, ‘애정도 시스템’에 관해서 알려드릴게 있어요.”
“애정도 시스템이요?”
“네, 제가 그… 트로이? 목마? 대충 언니가 그런거라던데… 아무튼 그런 형식으로 마신의 시스템창에 숨겨둔 것 말이에요.”
그 말에 프레이의 눈이 동그래진다.
“당신도 ‘위악자의 길’ 시스템을 마신이 점유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아실거에요. 그쵸?”
“…네.”
“그걸 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거의 모든 신격을 사용해서 몰래 ‘위악자의 길’ 시스템의 ‘애정도 기능’ 을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두었답니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었나보죠?”
“네 물론 그것도 있지만, 조력자 시스템을 이전… 아, 방금껀 잊어주세요.”
바쁘게 수첩에 써둔것을 읽어내려가던 그녀가 다급히 말을 정정하자, 프레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튼 요점은, ‘애정도 시스템’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란 거에요.”
“애정도 시스템을 말입니까?”
“네, 히로인들이 각성하는건 이미 몇번 보셨을 텐데요? 애정도 시스템은 제가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둔, 완전히 당신만을 위한 시스템이에요. 용사의 무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하는 위악자의 길 시스템과는 달라요.”
속사포로 말하는 그녀의 말을 빠트린 것 없이 전부 귀기울여 듣던 프레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애정도 시스템의 핵심은 서브히로인들의 공략과 히로인과의 19금 이벤트에요. 그 점 명심해 주세요.”
“잠깐, 첫번째는 그렇다 치고… 두번째는 뭐죠?”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달의 여신의 말에, 프레이는 얼굴을 붉히며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 제가 그… 밤이랑 연관이 깊잖아요? 그, 그래서… 음…”
덕분에 덩달아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이내 시선을 슬며시 옆으로 돌리며 말한다.
“태양신과는 달리… 요, 용사인 당신이 사랑을 나누거나 그,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할때 발생되는 에너지를 양분으로 삼거든요.”
“………”
“아, 아무튼 대충 이해하셨을거라 믿어요.”
프레이의 아랫도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사무적인 표정으로 돌아간 그녀는, 다시 속사포로 말을 뱉어낸다.
“방학 에피소드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건 당신도 잘 아실거에요. 이제 2학년 에피소드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오리엔테이션’ 시나리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요.”
“…잘 압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세계가 개변하기 전의 당신도, 페를로체도 단 한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그 어떤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펼처질 거라고요.”
“그렇군요.”
“그리고 그 미지의 세계는… 1학년 때보다 힘들면 힘들지 쉽지는 않을거에요.”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그녀가,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곧 찾아올 새로운 고난에… 제가, 그리고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게 이 ‘애정도 시스템’ 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어머, 대견스러워라…”
그런 그를 귀엽고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다시한번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서고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안아드릴 시간은 있을지도?”
“…..?”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눈웃음을 친 그녀는, 이내 프레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는다.
“힘내요, 세계의 용사님. 뒤에서 늘 응원할게요.”
“…위로 감사합니다.”
그녀의 품에 안긴 프레이가 정중히 인사를 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루나.
– 스륵…
“이건, 포상이에요.”
그런 그녀는, 이내 프레이의 손아귀에 조심스레 무엇인가를 쥐어주었다.
– 띠링!
“…음?”
그러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 창이 떠오르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기…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품을 뒤적거리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는 프레이.
“혹시, 이것에 대해서 정확히 아시는게 있으신지?”
“…아.”
그 질문과 함께 프레이가 그녀에게 품에서 꺼내 건낸것은, 살짝 구겨진 쪽지 한장이었다
– DLC
세레나와 페를로체가 예언서의 암호를 해독한 이후로, 프레이는 그 쪽지를 늘 가지고 다니며 힘들때보다 꺼내보았었다.
“흐음…”
그러한 사연이 있는 쪽지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연다.
“다섯개의 깨달음은, 이미 뭔지 아시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조용히 애정도 시스템창을 눈앞에 띄운다.
카니아 [호감도 100 (공략완료)]
<칭호: 첫번째 깨달음>
<칭호: 첫번째 조력자>
[각성: 흑마법사의 제왕(진행중)]이리나 [호감도 100 (공략완료)]
<칭호: 두번째 깨달음>
<칭호: 소꿉친구>
[각성: ??????(인물에 대한 이해도 부족)]클라나 [호감도 100 (공략 완료)]
<칭호: 세번째 깨달음>
<칭호: 서로를 섬기는 군신>
[각성: 패왕(진행중)]세레나 [호감도 측정불가 (공락 완료)]
<칭호: 네번째 깨달음>
<칭호: 첫사랑>
<칭호: 첫경험>
[각성: 지능레벨 한계 돌파(진행중)]페를로체 [호감도 ??? (공략완료)]
<칭호: 다섯번째 깨달음>
<칭호: 바보 성녀>
<칭호: 오직 프레이를 위하여>
[각성: 영혼 조종 능력 해방(진행중)]그러자, 프레이의 눈앞에 나타난 메인 히로인들의 공략 상태.
“그녀들과 전, 이미 깨달은지 오래에요.”
그들의 밑에 있는 칭호들을 살펴보던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서로가,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자, 그를 내려다보던 루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하나의 우연은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얼마전에 한 소녀에게 받았던 연고를 품에서 만지작거리며, 동시에 그녀에게 줬던 반지를 떠올리며 답한다.
“아마… 알 것 같은데요.”
“…똑똑해라.”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됐어요.”
“네?”
“앞에 펼쳐진 미지가 어둡고, 괴롭고, 힘들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해쳐나가며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에게서 떨어진 그녀는, 조용히 복도를 걸어가며 말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 쪽지의 의미를 알게 되실거니까요.”
그런 그녀의 눈앞에는, 방금 떠오른 창이 둥둥 떠나니고 있었다.
[글레어: 안녕하세요, 조력자 시스템 님?] [글레어: 아, 아니면… 도움말 님이라 불러야 되나요?] [글레어: 아무튼,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기에 메세지를 남겨봐요!](16:04분)
[글레어: 지금 큰일이 났어요!! 갑자기 세상이 멈췄어요!!] [글레어: 제 옆에 계신 로즈윈? 이란 분도 멍하니 이상해진 태양을 올려다보고 있고… 아무튼 죄다 이상해요!](16:05분)
[글레어: 그, 그런데… 이 로즈윈이라는 분은 왜 저랑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거죠?](16:07분)
흉측하게 변한 태양의 영향력에 저항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프레이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 귀여워… 그래, 이게 조력자지. 응응.’
초롱초롱한 눈빛의 글레어가 그려진 아이콘을 몇번이고 두드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마, 머지 않은 시일 내로 알게 되실 것 같네요.”
그 말을 남긴 그녀는, 이내 복도의 끝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
그 모습을 한참동안 몽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프레이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방금 들어온 정보들이 뭔지는 몰라도…”
그런 그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라있었다.
[메인 퀘스트: 2학년 개학식 소동]“내 목적은 변하지 않아.”
다시금 고생길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맑고 순수했다.
“…이 세계에, 해피엔딩을.”
.
– 고고고고고…
한편 그 시각, 교단의 마당.
– 슬슬 졸음이 쏟아지는군…
사방에서 촉수를 뿜어내던 눈동자가, 이내 스르르 눈을 감기 시작한다.
– 눈을 가리다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그러던 눈동자가, 실눈을 뜬채 비아냥 거린다.
– 덕분에, 멸망을 조금 더 유예할 수 있지 않았느냐.
“켈룩… 켈룩…”
그런 눈동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창조신이라 불린 자가 상당히 지쳐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조금만 더 빨리 가리면 안되나? 루나? 이러다 나 숨 넘어갈 것 같은데.”
– 제발 닥쳐어어어!! 본체도 아니면서 말이 많아!!
“그치만, 아프긴 아프단 말이야.”
고개를 긁적거리며 수정구에서 시선을 돌린 그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 쿠구구구…
하늘에서는 아직 저녁도 찾아오지 않았음에도 어디선가 솟아난 달이, 흉측한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그 모습을 보던 그가, 위엄있는 목소리로 눈동자를 바라보며 선언한다.
“이게 내가 말하던 필살기란다, 이 징그러운 문어녀석아.”
– 그게 왜 네 필살기야아! 고생은 내가 하고 있잖아아아!! 남은 신격도 모조리 쏟아붇고 있는데에! 이러다 내 신격이 완전히 사라지기라도 하면… 넌 그냥….!!!
“…것 참, 이럴때는 적당히 말을 맞춰주지.”
하지만 다시 수정구에서 들려온 고함에 재빨리 통신을 끊어버린 그는, 이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 마치 개미들의 소꿉장난을 보는 것 같구나.
그런 그를 실눈을 뜬채 지켜보던 눈동자는.
– 명심하거라.
마저 눈을 감으며,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다음번에 태양이 눈을 뜨는 날이, 이 세계의… 아니, 이 차원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렸고, 그와 동시에 완전히 눈을 감은 눈동자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졌다.
– 미천한 녀석들 주제에, 진실된 태양을 너무 성가시게 만든 벌이니라.
그리고, 주변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겼군!”
하지만 그 정적을 금새 깨버린 남자는, 쾌활한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술병을 꺼내들었다.
“나 이번엔 잘했지? 아스텔라이트?”
“…….”
그리고는, 어느새 옆에서 자신을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던 페를로체에게 그렇게 묻는 그.
“게으른 방관자 신.”
“…어이쿠.”
하지만, 페를로체는 그런 그에게 태양신의 가호까지 써가며 펀치를 먹인다.
“이제… 방관자 아닌데…”
“이기긴 뭘 이겼다는 건가요, 저 눈알은 그냥 마신과 같은 앞잡이에 불과한데.”
“…뭐?”
“본체도 아니고, 본체의 사념을 조금 받은 화신체에 불과한 부하를 잠시 무력화 시켰다고 좋아라 하다니… 진짜 창조신이 맞긴 한거에요?”
그 말을 들은 그가,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 나도 본체는 아닌데… 본체는 무지막지하게 쎈데…”
“근데 왜 세상이 이따구야!”
“…미안하다.”
“그리고 왜 지금도 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는 건데요! 애초에 당신, 남자도 아니잖아!”
“미안하다니까.”
그제야 진지한 표정으로 답한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대체,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 녀석의 본체는 왜 태양을 침식한거지? 이 차원에는 대체 왜 온거고? 차원 자체를 영양분으로 삼으려고? 그럼 그냥 집어 삼키면 될것을, 왜 마신을 꼬드겨서…”
“설마, 제게 묻는건 아니죠?”
“나같은 어른들은 혼잣말이란걸 한단다.”
이윽고, 페를로체를 내려다보던 그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답한 순간.
– 쿠구구구구…
태양을 가리고 있던 달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우선 급한 불은 껐구나. 개기일식이 진짜로 먹힐줄이야. 루나 녀석, 최근에 조력자 시스템? 인가 뭔가가 완성되서 좋아라 하더니… 결국 힘을 다시 거의 소모해버렸어…”
“차라리, 달의 신의 성녀가 될 걸 그랬네요.”
“그랬다면 그녀가 껌뻑 죽었을걸?”
“지금의 저는, 오직 프레이의 성녀지만요.”
태연한 표정으로 떨어지는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던 그는, 페를로체가 내민 투명하면서도 은색이 감도는 구슬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이, 이건 언제…?”
“회귀를 한 시점부터요. 그가 제 기억을 지우기 직전에, 이미 피의 맹세를 해뒀어요.”
“그, 그건 반칙이야! 넌 별의 성녀가 아니더냐? 내가 이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개입을 하기로 한것도 그것 때문…”
“전 신이 아니라 프레이를 선택했어요. 저는 오직 그만의 것이에요. 별의 신인 당신은 그저 속은거고. 이미 행한 맹세는 절대 못 무르는 거 알죠?”
“…망했군.”
자신이 끔찍히도 싫어하는 복잡한 일에 휘말려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그렇게 읊조리고는 고개를 치켜들고 남은 술을 전부 입에 털어넣으려 했으나.
“……!”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의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 고고고…
하늘에 떠있던 태양은,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으음…”
그와 동시에, 그는 용사와 조력자를 제외한 전 세계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꽂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제서야 태연하던 모습을 버리고, 다시 긴장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던 그는.
– 스르르…
“…후우.”
자신을 노려보던 태양이 이내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하자,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하지만, 이내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묻는 그.
“저 미친 녀석이, 본체의 힘까지 불러내며 개입해 네 리트라이를 완전히 소멸시켰는데.”
그렇게 말하며 그가, 페를로체의 품에 품어져 있던 날개가 꺾인 구구를 가리키자, 그녀의 눈빛이 살짝 떨려온다.
“이제, 다시는 세계를 되돌릴 수 없다. 좋든 싫든 직진을 해야 해.”
“어차피, 이번 회차가 마지막이였어요. 한번이라도 리트라이를 했다면, 제 영혼이 산산조각 났을 거에요.”
“그래도, 이 다음은 너조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느냐.”
“………”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품에 품고 있던 구구를 바라본다.
– 샤아아…
“…구구.”
이윽고 꺼질듯한 성력을 불어넣어 구구를 치료한 그녀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요, 지금까지 학년의 끝에 가까이 도달하거나 엔딩을 본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세번째 시련 작전을 성공시킨채 이곳까지 도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흠.”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2학년때부터 일어날 일은… 당신의 말대로 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구구를 땅 밑에 내려둔 그녀는.
“하지만, 제 목적만큼은… 언제나 확실히 알고 있어요. 이제는 절대 잊을 수도, 변할수도 없는 제 유일한 목적 말이에요.”
천천히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한 태양을 쳐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프레이, 당신에게 해피엔딩을.”
2학년 시나리오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