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5화(275/524)
Episode 275
– 따르릉, 따르르릉…!
머리맡에 올려져 있던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으음…”
덕분에 잠에서 깬 나는, 창가에서 내려쬐는 햇살을 맞으며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 스륵…
그렇게 한참동안 기를 쓰고 눈의 초점을 맞추자, 세레나와 같이 데이트를 하기위해 잠시 묵었다가 아예 임시 거처가 되어버린 여관의 천장이 보인다.
사실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여러 장소를 옮겨다니고 싶었지만, 이 여관의 구석에 이 세계의 주신이 묶여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일찍 잘걸 그랬나.’
기지개를 피며 삐그덕 거리는 몸을 풀던 나는, 이내 속으로 내심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사실 상당히 중요한 날이다.
2학년 에피소드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날이니 말이다.
오늘 그곳에 참여할 생각인 나였기에, 밤늦게 까지 계획을 점검하느라 결국 2시간 전에야 잠들고 말았다.
덕분에 상당히 찌뿌둥하긴 하지만, 지난 며칠간 항상 존재하던 불안감과 부담감이 조금 가신것 같아 다행이다.
“일어나셨나요? 주인님?”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발치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루.”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은 루루였다.
그녀는, 최근에 낮이면 내 허락을 받고 외출을 했다가 밤이 되면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서 잠이 들곤 한다.
– 스윽, 슥…
“헤헤.”
그 모습이 마치 풀어놓고 키우는 애완동물 같기도 하고, 내게 충성을 바치는 가신 같기도 하여 기특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으니 바닥에 엎드려 있던 그녀가 조용히 웃음을 흘린다.
“하읍.”
그리고는, 내 손가락을 덥썩 문 뒤에 눈을 지긋이 감고 질겅거리다가 조심스레 혀로 감싼뒤 입안에서 굴리는 루루.
“주인님, 오늘도 외출을 해도 될까요?”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그녀의 행위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내 손가락을 입에 넣은채 그렇게 묻는다.
“…그래, 대신 밤에는 돌아와야 해.”
“감사합니다!”
원래는 그녀도 오늘 오리엔테이션에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마왕의 존재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가렴.”
“네!”
하지만 그렇다고 아침을 먹이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니, 내 손가락을 입에서 천천히 뺀 루루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오늘도 열심히 하급마족들을 조질… 아니, 마왕군을 감시할게요!”
“…그래.”
방금 분명히 루루가 하급마족이라 한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은걸까?
그녀가 최근에 계속 가는 곳은 다름아닌 마왕군 간부 회의다. 그녀가 조질 수 있는 하급마족은 한명도 없단 말이다.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최근들어 마왕군 간부들이 묘하게 날 깍듯하게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군기도 묘하게 잘 잡혀 있고, 뭔가가 살짝 이상하다.
루루는 대체 그곳에 가서 뭘 하는 걸까?
“흐아암…”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간 루루에 대해 생각을 하던 그때, 입에서 조용히 하품이 나온다.
– 똑똑똑
“…음?”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할 순간에 하품이 나올정도로 졸린 상태를 유지하는건 조금 아닌것 같아 세수라도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접니다, 도련님.”
이윽고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오랜만이네, 카니아.”
“저도요.”
체감상 몇년은 보지 못한것 같은 카니아가, 그녀를 상징하는 정장을 입은채 손에 접시를 들고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건… 아침식사?”
“네,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메뉴요.”
몇시간 전에 막 여관에 도착해 짐을 푼 그녀인지라 힘들법도 했는데, 역시나 카니아는 카니아다.
“여관 측에서 부엌을 빌려준거야? 주인 아주머니가 꽤나 깐깐해 보이시던데.”
“그건 나중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식기전에 식사부터 하시죠.”
따듯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는 카니아의 말에 따라 접시 위에 올려져있는 뚜껑을 올리니, 역시나 샌드위치와 커피가 다소곳이 놓여져 있었다.
“도련님, 헌데 정말 그거면 됩니까?”
먹음직스러운 광경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걸 느끼며 손을 뻗는데, 카니아가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응?”
“재료 구입도, 준비도 제가 알아서 할테니…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시는게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으음…”
“조사 기간동안 서대륙 요리들도 꽤 많이 배워왔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동대륙 요리들도 조금 배웠습니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간절해 보였다.
“…나야 좋지.”
거절을 했다간 그녀가 상당히 시무룩해 할게 분명해보였기에, 그리고 내심 그녀의 다채로운 요리들을 맛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니, 카니아가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럼, 맛있는 식사 되십시오.”
그렇게 말한 뒤에 뒤돌아서더니, 조용히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아자’ 포즈를 취하는 카니아.
“…풉.”
“도련님? 접시는 왜…”
그 모습이 웃겨 살짝 웃음을 터트린 내가 음식 접시를 들고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니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1층에서 너랑 같이 먹게.”
“…아.”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는데, 갑자기 카니아가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아, 그게 말입니다… 도련님.”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해오는 그녀.
“…지금 1층에는, 손님들이 계십니다.”
“손님들? 여관이니까 손님들은 있을수 있는거 아냐?”
“이 여관은 이미 저희가 통째로 구매한 뒤입니다. 여관에 묵고 있던 손님들에게는 값을 두배로 지불해 보상했고요.”
그런 그녀의 말에, 내 뇌가 잠시 정지했다.
“뭐? 통째로 구매해? 아니, 잠깐… ‘저희’? 너만 온게 아니었어?”
이윽고 혼란에 빠진 내가 두서없이 질문을 던지니,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는 고개를 숙였다.
“……..”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1층에 가봐야 할 것 같다.
.
“…그렇네, 진짜 손님들이네.”
“하아…”
카니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북적거리던 여관은, 중앙 식당에 있는 두명의 손님과 루루를 제외하면 텅 비어있었다.
“클라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네가 의기소침해져 있으면 어떡해? 인상 펴.”
“…아, 으응.”
팔짱을 낀채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충고를 하는 이리나와, 그런 그녀의 옆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가 그녀의 충고에 재빨리 허리를 세우는 클라나.
“우, 우으…?”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앞에서 멍을 때리고 있다가, 조용히 굳어버리는 루루.
이리나는 그렇다 치고, 아침식사를 먹으러 왔다가 제국의 황녀와 마주쳐버려 혼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아리스에게 심부름이 끝나면 바로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가라 해둬서 다행이네…’
자칫하면 큰일이 날뻔 했다는 생각에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린 나는, 내 옆에 바짝 붙어 고개를 슬쩍 내밀고 있는 카니아와 함께 그녀들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온거래?”
“직접 호위를 한다네요. 도련님을 노리는 암살자가 너무 많아서요.”
그 말에 납득을 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카니아가 조용히 내 옆에 달라붙는다.
“저도 싸움은 자신 있습니다, 도련님.”
“그래?”
“육체적인 활동은… 아무튼 전부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카니아를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던 나는, 이내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흐음…?”
식탁에 앉아있던 이리나의 표정이, 별안간 찌푸려졌기 때문이었다.
“이상한데…”
왜 그러나 싶어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니, 그녀가 인상을 찌푸린채 루루를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야, 너 머리좀 내밀어 봐.”
“네, 네에?”
그렇게 한참동안 루루를 노려보던 이리나가, 이내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때까지 멍하니 클라나를 바라보던 루루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빨리.”
“…네, 네에.”
잠시 눈치를 보던 루루가 머리를 내밀자, 턱에 손을 괴고 뚫어져라 그녀의 머리를 살펴보기 시작하는 이리나.
“야, 이것 좀 봐.”
“아! 아파요!”
그러던 그녀가 옆에 있던 클라나의 팔을 툭툭치자, 어느새 식탁 앞에 움츠러들어 있던 클라나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친다.
“당신, 잊으신거 같은데… 저, 저 황녀에요! 자꾸 그러시면… 음… 나중에 전회차의 백배로 굴려버릴…”
“이것좀 보라니까.”
“그, 그러니까 자꾸 때리지 좀… 어라?”
그리고는 소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클라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안중도 없는 이리나가 다시한번 자신의 팔을 치자 그제야 시선을 루루의 머리에 돌렸다.
“”………””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연구… 연구감이야… 이건 꼭 연구를 해봐야 겠어. 무슨일이 있어도, 반드시.”
“흐이이이이익!”
그 정적을 깬 것은, 눈이 완전히 돌아가버린채 루루의 머리를 부여잡은 이리나였다.
“이거, 자… 잘하면 상황 해결의 열쇠가 될지도 몰라. 이게 말이 되나? 인간이 어떻게? 아니, 너 인간은 맞…”
“하으으… 그, 그렇게 따지면 당신도…!”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이리나가 루루의 머리를 마구 문질러대자, 루루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어낸다.
“싸, 싸우지 마세요오…”
“싸우는게 아니라니까! 이건 세기의 대발견이라고! 프레이에게 널 연구하도록 허락을 받아야겠어!”
“저, 전 주인님거에요!! 연구대상 같은게 아니라고요!!”
“싸우지 마시는… 으익.”
그런 그들을 말리려던 클라나는, 둘의 언성이 높아지자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그럼 만약 그 주인님이 연구를 받으라 명령을 하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건데?”
“주, 주인님은 절 소중히 여기시거든요! 난폭해서 허구한날 주인님을 덮치다가 마당에 묶이는 신세가 된 누구와는 달리!”
“뭐, 뭐어…?”
“연구를 받아도 주인님께 받을거에요! 제 맨살에 손을 대실수 있는건, 오직 그분 뿐이에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흥미진진한 분위기 만큼은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도련님…? 왜 여기서 밥을 드십니까…?”
“…역시 카니아가 차려준 음식은 맛있네.”
덕분에 경기를 관람을 하는 느낌이 들어 엉겁결에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먹어버린 나는, 다급히 카니아에게 맛의 평가를 하고는 둘을 말리려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그만.”
눈동자를 불타오르는 황금색으로 물들인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하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밥 먹자.”
“”…네.””
그녀의 각성 능력인 ‘지배의 아우라’는,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음 흠, 얘들아.”
“”…….!””
그렇게 상황이 얼추 정리되었을때 앞으로 나서니, 오물오물 밥을 먹던 소녀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휘둥그레진다.
“그… 와준건 고마운데, 지금 바로 출발을 해야되거든?”
그런 그녀들에게, 나는 상당히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미 마차가 도착을 해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리나는 마물들을 며칠간이나 혼자 수천마리나 상대했다고 들었고, 클라나는 지난 며칠간 처리한 서류만 해도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라 들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천천히 식사를 하고, 조금 휴식을 취한다음 늦게 합류해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려 했는데, 갑자기 두 소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 따악!
이윽고 들려온, 경쾌한 소리.
“후아.”
“…이건, 할 때마다 늘 느낌이 이상하네요. 도무지 적응이 안돼요.”
소리가 잦아들자, 이리나와 클라나의 접시에 있던 음식물들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있었다.
– 스륵, 슥…
“우으…”
그와 동시에 이리나와 클라나가 더부룩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볼록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던걸 보던 나는,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뭐 한거야…? 지금?”
“음식물을 저희의 위로 텔레포트 시킨거에요. 조사단 생활을 할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늘 이방법을 썼거든요.”
“분쇄 마법도 썼으니 탈은 안날거야.”
그러니, 둘에게서 상상을 초월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깥의 물건을 자신의 체내로 텔레포트 시키다니?
분명히 텔레포트 마법의 창시자가 체내/체외간 공간이동을 윤리적인 이유로 막아놓았을 텐데?
전음 마법을 대륙에서 대륙으로 강제로 쑤셔박지 않나, 어린 나이에 대규모 색적 마법을 발동하지 않나, 용사의 무구 없이는 상처를 내는것도 힘들던 만전 상태의 마왕에게 중상을 입히질 않나.
이리나의 한계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이제는 감이 안잡힌다.
“그럼… 출발합시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카니아가 여관의 문을 열며 그렇게 말한다.
“주인님.”
여관 밖에 서있던 마차를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밥을 다먹은 루루가 조심스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오늘 작전, 꼭 성공하시길 빌게요,”
그리고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만약 실패하면, 그때는 하급마족들이라도 이끌고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덮칠게요.”
“…그러지 마.”
혹시라도 정말 그럴까봐 식겁을 하며 말했더니,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 찰그락…
그리고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줄을 늘려 내 손에 쥐어주는 그녀.
“그치만, 저는 당신의 개인걸요.”
“…….”
“유기견이 되어 살아가기 보다는, 당신의 충견으로 죽을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목줄을 살짝 잡아당긴 그녀는, 이내 돌아서 몇발자국 걸음을 옮기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드미르칸이 여관 주변에 만들어둔 공간 포탈을 타고 들어간 것 같다.
“긴말은 안할게.”
조용히 내 손에 남은 목줄의 흔적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클라나가 그런 나를 지나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이제, 널 지킬 힘도 권력도 있어.”
“……..”
“그걸 오늘, 행사할 뿐이야.”
그 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마차에 올라탔다.
“…든든하네.”
상당히 긴장을 한 상태임에도 어느정도 심장박동이 부드러워진것을 느낀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마차로 향하려던 순간.
“프레이.”
“…..?”
뒤에서 가만히 서있던 이리나가, 갑자기 나를 붙잡았다.
“루루라는 애 말이야… 네가 알아야 하는게 있어.”
“응?”
“그게, 그러니까…”
혹시 아까 루루와 말다툼을 한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하고, 살짝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경청하던 나는.
“…뭐?”
이내, 황당한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뿔!?”
이리나가 한 말이,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그녀의 말이 아니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
몇시간 뒤,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신입생을 맞이하는 오리엔테이션 장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제국의 요주의 인물들과 전대륙의 사신들, 그리고 대귀족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끓고 있는 넓은 야외 홀의 상석에, 한 소녀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저는, 올해 1학년이자 1001기 학생으로 입학하게 되는 여러분 모두를 대표하게 된…”
소녀의 눈에, 긴장과 흥분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루비라고 합니다!”
이윽고 소녀, 루비가 그렇게 말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홀.
“그리고 세간에서는, 용사라고도 칭하더군요.”
그리고 그녀가 위트있는 목소리로 덧붙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대표로서 선서를 하기전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그런 환호성을 일부러 가라앉히지 않은채, 루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1001기 학생이자 1학년이 될 여러분 모두가…”
그런 그녀의 루비색 눈동자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용사파티의 일원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아니, 용사파티 그 자체입니다.”
그 발언이 끝나자, 아까와는 다른 형식의 침묵이 홀에 내려앉았다.
‘프레이… 어떠냐. 넌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거냔 말이다.’
환희, 충격, 흥분, 희망, 두려움, 걱정.
자신의 말 한마디에 신입생들이 여러가지 표정을 지으며 흔들리기 시작한것을 눈에 담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네가 오늘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던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허면, 대체 내게 무엇을 보여줄거지?’
속으로, 환희에 차서 외쳤다.
‘대체 내게 무슨 발악을 보여줄거냔 말이다!! 프레이!!!’
– 끼기기기긱…!!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야외홀의 맨 끝에 굉음을 내면서 선 마차 한대.
“뭐, 뭐야?”
“참가자는… 전부 왔을텐데?”
“머, 멈춰라! 신원을 밝혀!”
임명식 사건때문에 배는 더 엄격해진 보안절차를 뚫고 들어온 마차에, 경비병들과 기사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달려들려던 순간.
– 덜커덕…!
마차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끼이이익…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갈라지는 문과, 경계하는 눈빛을 짓는 경비병들, 호기심에 가득찬 신입생들과, 남몰래 미소를 짓는 루비의 입가.
“”……….!!!””
그런 기대만발의 분위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의 정체는, 그곳에 모여들어 있던 사람들에게.
아니, 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꽤나 오랜만이네… 맨얼굴을 드러내는건.”
사망처리가 되었던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가, 멀쩡히 살아있는 상태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나타난 것이었다.
“………?”
덕분에 패닉에 빠질틈도 없이 얼어붙어버린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루비는 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쳤나? 저 녀석이?’
그가 자신의 생존을 이 시점에서 밝힌다는 것은, 그녀의 추론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밌네?’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재미라 결론을 내리는 그녀였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역시 넌, 아주 재밌어.’
만인에게 미움받는자와 만인에게 사랑받는자.
위악자와 위선자. 그리고, 용사가 된 마왕과 마왕이 되어가는 용사의 전면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