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6화(276/524)
Episode 276
“프, 프레이다!”
“체, 체포해!”
프레이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에서 사나운 고함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죽은거 아니었어?”
“살아 있을줄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낮짝으로 여길 온건지…”
그리고 그런 고함소리가 아니더라도, 이미 한차례 얼어붙었다 녹아내린 야외 홀의 분위기는 대부분이 프레이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프레이?”
그런 대혼란 속에서, 루비는 조용히 프레이를 내려다보며 질문을 던진다.
“비록 오리엔테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매우 중요한 행사인걸 잘 알텐데요.”
“그래, 알지.”
“그런 중요하고도 신성한 행사에 난입한 이유를 알려주시겠습니까?”
루비가 점짓 정의로운 표정을 지으며 확성 마도구를 입에 대고 그렇게 묻자, 주변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꼼짝마라, 프레이! 너를 국가반역죄로 체포…”
한편 프레이에게 달려가던 병사들과 기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프레이에게 무기를 겨누었으나.
– 지잉…!
“…으헉!!”
“젠장, 뭐가 이리 단단해…?”
갑자기 프레이의 주변에 전개된 방어막에 밀려 넘어지거나, 비정상적으로 단단한 방어막 덕분에 날이 나간 무기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등,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용사님!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위험합니다! 용사님을 노리고 있을 수도…!”
그렇게 잠시동안의 촌극이 끝난 뒤, 병사들은 아예 단상으로 올라가며 루비를 감싸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먼저 보호해 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허나, 루비는 그런 병사들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학생들을 1순위로 보호해 주십시오!!”
그렇게 자신에게 오던 병사들을 프레이의 양옆에 앉아있던 신입생들에게 보낸 루비는, 싸늘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시작된, 대패닉 속에서의 둘만의 침묵.
“이쪽입니다, 나으리!”
“이거 원… 다음 행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황실의 명령이긴 한데, 그래도 목숨이 더 중요한게 아니오. 난 다음에는 어떻게든 빠질거라오.”
각국에서 온 사신들이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벌벌 떠는 것과는 달리, 이미 노예 시장 습격사건과 임명식 사건 등으로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던 제국 귀족들은, 미리 짜둔 탈출구로 여유롭게 이동하며 농담을 나누는 여유까지 보였다.
“완전 죄인 취급들을 하는군.”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은, 다름아닌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인 프레이였다.
“이쯤이면 올텐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거리던 그는, 사방을 살기가 가득찬 기사들이 애워싸고 있음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상태였다.
– 다그닥, 다그닥…
“왔군.”
그런 프레이의 태도에 모두가 의아함을 느낄때쯤, 황실의 인장을 찬 파발이 빠른 속력으로 야외 홀에 도착했다.
“라이칸 황제 폐하가 내리신 칙령입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사람들은, 파발이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며 외치자 슬금슬금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혹시, 함정인가?”
“아냐, 저건 진짜다. 저 두루마리에 걸려있는 마법은 절대 흉내낼 수 없어.”
“이게 대체 무슨 조화야…”
대충 무릎을 꿇는 시늉만 하며 여전히 프레이에게 무기를 겨눈채 노려보고 있는 기사들과, 여전히 영문도 모른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사신들.
요즘들어 흔들리는 황실에 대한 묘한 경시와 자신들의 높은 프라이드 덕분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무릎을 꿇는 귀족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는 루비와 학생들.
“프레이, 당신도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나요?”
“스타라이트 공작가는 황실에게 무릎을 꿇을 이유가 없다만.”
“그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당신은 스타라이트 가문에서 제명당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을 들을 프레이의 인상이 찌푸려지고, 조용해진 야외 홀의 이곳저곳에서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신은 국가반역죄와 마왕군에 가담한 혐의, 이 두개의 대역죄를 지은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제국에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배웠습니다만.”
루비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스타라이트 가문의 임시 가주인 아리아는, 이미 프레이를 파문시킨 뒤였다. 그저 프레이가 사망했기에, 그 집행이 잠시 멈췄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에게 적용되고 있는 두 대역죄는 프레이가 어느 위치에 있더라고 해도 그를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중한 죄였다.
막말로 지금 당장 프레이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벤다음,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하더라도 경미한 처벌만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 스윽…
그런 상황을 프레이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건지, 그는 지긋이 눈을 감더니 조용히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 그 행동은, 제 말을 인정한다는 건가요?”
그러자 그런 그를 내려보던 루비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습니다.”
“…후후.”
그 말에 프레이가 존댓말까지 사용해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하자, 옆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정도로 조용해진 야외 홀에서 루비의 작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반만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지만 프레이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고, 덕분에 미소를 띠고 있던 루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여동생에게 제명을 당한 제가 ‘프레이’ 라는 평민이 되어버린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두 대역죄가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겠군요.”
“호오.”
프레이의 말이 끝나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루비와는 달리 주변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들어갔다.
몇달간이나 신문에서 떠들어댄 것이 그가 저지른 ‘대역죄’였고, 추한 악행들이었다.
지난번의 조사에서 밝혀진 죄들만 적용해도, 대역죄를 적용할 필요도 없이 파멸하게 될 프레이였다.
하지만 프레이는 그가 저지른 죄 중에서도 가장 처벌이 무거운 두가지 죄를 그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방금전에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그 근거는 뭐죠?”
그러한 사실에 사람들이 혼란을 느낄때쯤에, 루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재 모인 수많은 증거들과 검증, 그리고 증언들을 모조리 뒤집을 수 있는 근거라도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그 질문에 그렇게 답한 프레이 덕분에,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황제의 칙령이 발현되는 것을 가로막는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을 조용히 둘러보던 프레이가 옆에서 헛기침을 하고 있던 파발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루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에 잠겼다.
“흠흠, 그럼… 칙령을 선포하겠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긴장속에서, 파발이 두루마리에 마나를 불어넣자 휘양찬란하게 빛나는 글자들이 하나둘씩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프레이에 대한 두가지 대역죄에 대한 약식 판결]– 국가반역죄 (보류)
– 마왕군 가담 혐의 (보류)
[사유: 증거 불충분, 약식 판결로는 결정하기 힘든 기타 사항의 존재.]그리고 첫문단이 떠오르자, 프레이를 제외한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 약식 판결은 프레이의 심판을 위해 모인 선라이즈 제국 자문 위원단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이에, 내년 여름의 검증 재판 전까지 프레이가 가진 두가지 대역죄에 대한 혐의의 적용을 보류하는 바이니라.]– 라이칸 솔라 선라이즈
이윽고 두루마리에서 나온 글자의 끝에는 그 누구도 위조할 수 없는 고대마법이 걸린 황제의 서명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도 이 칙령이 조작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칙령이 진짜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화, 황제는 그렇다 치고… 자문위원단은 어째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던 프레이에게 치루어지던 약식재판의 형태는 아주 단순했다.
가끔, 굳이 판결이나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범죄를 저지른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럴때는 제국 요주의 인물들로 엄선된 자문위원단이 의견을 모아 보내고, 황제가 그것을 칙령으로 발표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제국의 관습이었다.
물론 이 제도는 대귀족들이 판결을 피하려 만든 악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에 프레이가 가진 죄의 판결을 맡은 자문위원단이, 말 그대로 그를 실각시키기 위해 구성된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반 프레이 파인 베네르, 최근들어 프레이와 묘한 소문이 있긴 하지만 국민들에게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는 3황녀 클라나, 그리고 교단의 성녀 페를로체까지.
황실, 교단, 의회등등 제국의 모든 집단에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프레이를 증오하는 사람들만 찾아서 이를 갈고 있던 자문위원단이었다.
게다가 황후 르미에가 실각한 이후로는 더욱더 무기력해진 황제가 굳이 개입을 할 것 같지도 않았기에, 프레이의 추락은 확실시 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약식재판에서, 무려 만장일치로 프레이의 대역죄가 보류처리 되어버린 것이다.
비록 무죄도 아니었고, 내년 여름에 본격적인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만장일치로 보류’라는 판단은 꽤나 큰 파장을 일으킬것이 분명했다.
“으음…..”
덕분에 칙령의 발표를 끝낸 파발이 다시 말에 올라 돌아갈때까지도 사람들이 넋이 나가 있자, 그런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던 루비는 이내 프레이에게 말을 걸었다.
“설령 저 칙령이 지금부터 적용된다고 해도, 지금 이곳에 프레이씨가 떳떳하게 있어도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죠?”
프레이가 되묻자, 그녀는 단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말한다.
“현재 프레이 씨에게 적용된 죄는 총 327개에요. 방금 두가지가 보류되었으니 이제 총 325개네요.”
“흠.”
“더 이상 귀족으로서의 특권도 못받는 평민이 된 당신이, 그 수많은 죄들을 가지고 멀쩡히 돌아다니는 건… 조금 아닌거 같네요.”
그 말을 들을 프레이가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 죄목들로만 해도, 당장 이 자리에서 체포되야 하는게 맞지 않나요? 대역죄를 잠시 보류시켰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아니죠, 물론 아닙니다.”
“그걸 잘 아시는 분이, 도대체 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신 겁니까?”
대역죄의 보류 결정에 닭쫒던 개마냥 프레이를 바라보던 기사들이 다시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 한편, 루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질문을 던진다.
“대체 왜요? 어째서입니까?”
“그건… 지금부터 설명해드리죠.”
그러자,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우, 움직이지 마!”
“…괜찮아요, 유사시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프레이가 루비가 있는 단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병사들이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그런 병사들을 만류한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앞까지 온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후후.”
오직 프레이만 보이는 각도에서 그녀가 지은 표정은, 어디한번 할태면 해보라는 표정이었다.
“음음, 안녕하십니까.”
그런 루비에게 무표정으로 응답한 프레이는, 단상에 서서 확성 마도구에 입을 가져다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어느새, 프레이 특유의 비열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만연해 있었다.
.
“이건, 최근 서대륙으로 갔던 원정대가 발굴해낸 1000년전의 예언서 입니다.”
늘 품에 지니고 다니던 낡은 예언서를 꺼내 펼쳐들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 손으로 쏠린다.
“이 예언서에는, 보다시피 지난 천년간 꾸준하게 연구되어오던 마법의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뒤쪽에 대피해있던 몇몇 학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어지간한 마법사가 아니면 해석조차 못하게 복잡한 인식저해 저주가 이중 삼중으로 걸려있는 ‘한글’은, 학자들에게는 거의 마왕만큼이나 무서운 고대의 언어였을 것이다.
이 글자에 걸려있는 복잡한 인식저해 저주를 홀로 뚫은 데다가, 낮은 표본 만으로도 전문을 해석해낸 세레나가 논외의 존재일 뿐이다.
“마왕이 사라진지 1000년째가 되는 날에, 마왕의 후계자가 나타나 세상을 집어 삼키리라. 그 후계자를 막으려면, 나와 같은 힘을 가진 용사가 필요하리라.”
이미 제국에 익히 알려져 있는 예언의 내용을 입에 담으니, 사람들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용사는 마왕이 죽은 시점에서 정확히…”
하지만 내가 그 다음 문장을 읊자, 몇몇 학자의 눈이 휘둥그레 변하기 시작한다.
하긴,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
제국의 중심인 아카데미의 한복판에 있는 용사의 석상. 그리고 그 석상에 제국어로 써져있는 예언 아래에, 인식 저해 마법이 걸린 한글로 써진 작은 글자.
그 글자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 수백년간 교단과 황실이 독점해오던 서대륙 유물을 몰래몰래 입수해가며 연구를 해오던 학자들은, 불완전하게나마 그 내용을 알고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000년뒤에 태어날 것이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스타라이트 가문의 선조님들이 ‘직계후손’이라는 단어를 빼둔 내용을 말이다.
“그리고, 그 용사를 인도할 ‘인도자’가 존재할 것이니…”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창작의 영역이다.
“그 인도자는, 바로 나의 피를 타고난 천년뒤의 후손이니라.”
지금 내 최악으로 치닫은 상황을 순식간에 역전시킬 단 하나의 문장, 그 문장을 입에 담자 주변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최근에 발굴된 이 예언서를 본 뒤로, 어째서인지 이 이렇게 글자가 읽히더군요?”
“거, 거짓말이야!! 그럴리가 없어!!”
“위대한 초대 용사님을 모욕하지 마라!! 이 가문의 수치야!!”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하자, 뒤쪽에 있던 학자들이 아우성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 내용을 본거냐! 우리의 연구를 빼돌린거냐!!”
“흐음…”
그런 그들을 잠시 내버려두고 있으니, 한 학자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소리를 질렀다.
“”………””
그러자 야외 홀에 내려앉은 정적.
그렇다. 방금 저 학자의 말은, 은연중에 사람들에게 내 말의 신빙성을 부여한 것이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저 사람을 미리 매수한 다음에 적절한 순간에 외치라 했으니, 그 효과는 당연히도 탁월할 수밖에.
“이미 제가 이 예언서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검증된 후입니다. 황실, 그리고 교단이 보유하고 있던 유물들의 고대문자 해석본과 제 해석이 100퍼센트 일치했으니까요.”
점짓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쐐기를 박으니, 멍한 표정을 짓던 학자들이 별안간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 예언서가 가짜다! 저 예언서는 가짜야!!”
“마, 맞아! 시기가 너무 적절하잖아? 이건 사기야!”
내 말에 황실과 교단의 고위 관계자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자, 이번에는 내 예언서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예언서도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무, 무슨 수로…”
“마탑주 님이 직접 참관하여, 마탑의 마법사들이 연도 검사와 필적 검사, 기타 마법적인 검사들을 했습니다만.”
하지만, 이미 반박거리는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철저히 정체를 숨기며 바쁘게 이곳저곳을 뛰어나닌 내가, 저런 것 하나 반박하지 못할리가 없었다.
“존경하는 마탑주님이 ‘직접’ 말하시길, 정확히 1000년전에 작성된 종이고, 필체도 초대 용사님과 똑같으며, 무엇보다 남은 마나와 영혼의 흔적이 틀림없는 용사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뭐,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그런 정적속에서, 나는 예언서를 흔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 예언서의 내용을 해석할 수 없다는 겁니다.”
“”………..””
“그리고 그 누구도 해석을 못하면… 이 세계는 멸망하겠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는 방법, 앞으로 일어날 일들, 모아야 하는 성물들… 그 모든게 기록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그건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
“루비님, 이 세상에는 ‘거짓말 탐지’ 마도구도 있고, 마법도 있답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머릿속의 정보를 억지로 빼내려면 바로 뇌를 터트려 자결하는 흑마법도 있죠.”
내 말에 끼어드려는 루비의 말을 바로 반박해낸 나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교단과 황실이 제게 행한 거짓말 검증에서,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는 특수한 방법’, ‘앞으로 일어날 일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진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리고, 마탑주님도 검증을 하셨고요. 혹시, 이 제국에서 마탑주님에게 마법으로 따지실 수 있는 분이 계신지?”
그 말을 들은 루비와, 저 멀리 서있던 이리나가 움찔거렸지만, 그래도 손을 들지는 않았다.
“뭐, 일이 이렇게 된겁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나는, 손뼉을 한번 세게 치고는 확성 마도구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안 도와주면, 이 세상은 망한다는거지.”
그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린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약식 판결로는 결정하기 힘든 기타 사항의 존재’의 정체가, 바로 그것입니까?”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자문위원단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단 거네요?”
“마음대로 생각하십쇼.”
점짓 화난 어조로 말하는 루비에게 간단히 답해준 나는, 조용히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 그동안 당한걸 고려하면 어디 시골로 도피해서 세계가 멸망하기 전까지 눌러앉고 싶지만… 저는 사실 꽤 착한 사람이라 말이죠?”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대역죄를 제외한 나머지 325개의 죄의 집행도 보류하는 대신… 한가지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이번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신입생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래서 말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
그 말을 들은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카데미 2학년 생인 동시에, 당신들을 1년동안 가르칠 ‘특별 교수’ 프레이 입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그들의 표정은 급격하게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긴, 절 도와줄 부교수 베네르 씨 입니다.”
“안녕… 하십니까…”
그리고 그 표정은, 방금전까지 날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던 용사파티의 일원인 베네르가 초췌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더욱더 썩어들어 갔다.
“용사님과 여러분들은, 앞으로 제게 마왕을 무찌르는 법을 배우실 거랍니다. 용사파티 특별법으로 여러분 모두 용사파티의 일원으로 선택받으실 수 있는건 알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는 ‘블랙테일 판타지 2’에서 용사파티의 서브를 담당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1년간 잘 부탁해요? 예비 용사파티 여러분?”
물론 날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가왔다.
아니, 차갑기만 하면 다행이었다.
전시상황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작정하고 제국에서 비리 없이 실력으로만 뽑은 아이들의 대다수가, 살기를 띤채 노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
그리고 그건, 뒤쪽에 있던 2학년 학생들도, 귀족들도, 전부가 마찬가지였다.
“이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고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그러자 날 쳐다보던 루비는,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잘 부탁해요, 선생님?”
전 세계에 대 패닉을 몰고 온 나의 ‘교수 선언’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
한편, 프레이와 루비가 서로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던 그때.
“이상한 일이야… 그 예언서가 진짜라니… 에잉, 말세다 말세.”
“으음…..”
그 광경을 보고 혀를차고 있던 마탑주의 옆에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붙어있던 글레어는, 뒤돌아 서있는 프레이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위선자가 마왕이면… 용사는……”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한 그녀의 눈빛이, 조용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