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7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77화(277/524)
Episode 277
“후우.”
아마도 세계를 뒤흔들었을 선언을 끝내고 대기실에 돌아온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도련님.”
그러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니아가 다급히 내 곁으로 다가온다.
“진정해 카니아, 전부 계획대로 흘러갔잖아.”
“…그건 다행입니다만.”
그런 그녀를 달래니,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역시, 조금 이상한게 있습니다.”
“이상한게 있다니?”
“마왕이 전혀 당황한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유사시에 대비해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표정은,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하긴, 나라도 최종보스가 그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면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신경꺼, 걘 자기가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황이 재밌으면 웃는 년이니까.”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카니아.”
그녀가 더 뭐라 말하기전에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한 나는, 이내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지금쯤 클라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겠지?”
“네, 오늘 일에 대한 상세한 상황을 공식적으로 세계에 발표할 겁니다.”
“그래, 그럼 된거야…”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창문에 비친 기자들을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빨리 여관으로 돌아가 쉬고 싶네.”
“외곽 지역의 은신처로 돌아 가시지 않으실겁니까?”
“거긴 아카데미랑 너무 멀잖아. 물론 거기도 사용방법은 따로 생각해놨어.”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까닥이던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슬슬 가 볼까? 오늘 저녁은…”
– 끼이익…..
“…음?”
그런데, 그 순간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하?”
그와 동시에 차갑게 식는 카니아의 표정.
“어머, 안녕하세요.”
대기실에 들어온 것이, 다름아닌 루비였기 때문이었다.
“여긴 또 왜 온…”
그녀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걱정이 된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이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기자들을 피해 신입생들과 대기실에 온겁니다만…”
열린 문을 통해, 1학년 신입생들이 대량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특별 교수’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섞인 어조로 말하던 그녀였지만, 학생들이 들어온 뒤부터는 차갑고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내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다.
‘역시, 예언서에 써져있던 것과 똑같은 아이들이네…’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2학년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는 1학년들.
로즈윈, 아이시, 최연소 성기사로 대표되는 그들은, 사실 전부가 ‘용사파티’의 멤버로 추가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선조님이 말씀하신 바로는, 서포터 캐릭? 서브 캐릭터? 그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지금의 용사가 루비이며 용사파티가 거의 와해단계라는 것이다.
원래 용사파티가 됐어야 할 다섯 메인 히로인들은 고사하고, 서브히로인들 마저 제대로 확충을 하지 못한 수준이 아닌가.
그렇기에, ‘신입생’들의 역할이 원래보다 배는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원래 정석루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사망이나 리타이어로 파티구성이 불가능해지면, 예비멤버인 신입생들중 가장 뛰어난 자들이 선발되어 용사파티가 된다.
물론 그렇게 되어도 배드엔딩이나 전멸은 피할수 없다. 게임내에서 가장 우월한 인력은, 히로인이나 서브 히로인들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사가 더 멀리 나아갈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시스템인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정석 루트’가 아닌 ‘위악자 루트’를 타고 있는데도 용사파티가 와해 직전 수준인 이질적인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되어버렸다.
마왕 루비가 용사로 있는 ‘용사파티’의 부족한 인원들이, 용사파티의 예비 멤버인 신입생들 중에서 뽑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게… 프레이…”
“재수없게 생겼어.”
“…제국의 적.”
선조님이 유저들 사이에서 좋은 성능으로 꽤나 사랑받았다고 언급한 녀석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험담하는게 벌써부터 눈에 선하게 보인다.
‘역시, 좋은 작전이었어.’
그 모습을 보아하니, 이번 작전은 꽤나 잘한 일인 것 같다.
나의 이미지와 여론은 이미 최악으로 치닫은지 오래고, 거기다가 현재는 귀족 작위도 박탈당해 보잘것 없는 평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 다니지 못하게 되면 게임오버인 상황에서, 생으로 버티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교사 직위’라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필요했다.
앞으로 루비의 용사파티로서 내 적이 될 ‘1학년’으로부터, 날 방어할 최소한의 방패가 말이다.
“다 들리는데 말이지.”
계속해서 내 험담을 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니, 순식간에 대기실이 조용해진다.
“…후우.”
앞으로 이 직위를 어떻게 이용해서, 내 적이될 저 아이들을 어떻게 막아내고, 더 나아가 어떻게 포섭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용사의 무구를 깨우는 것, 최후의 결전때 도움이 될 히로인들을 ‘각성’ 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이 세계의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음…”
그런 생각을 하며 날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던 아이들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쟨 오랜만에 보네…”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인 아이시가, 날 귀신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두명은 보이지도 않고…’
여전히 여관 구석에 묶인채로 박혀있는 성기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로즈윈은 어디로 간건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원래 그들의 역할을, 다른 인기 캐릭터들이 대신 수행하게 되는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 애는…”
그렇게 한참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그 아이의 생각이 난 내가 조용히 중얼거린 순간.
– 드르륵…
대기실의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안녕하세요!”
그곳에는 내가 찾고 있던 어린 소녀가, 뒷짐을 진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모두의 시선이, 대기실의 문을 연 소녀에게 집중된다.
“…안녕하세요!”
그런 그들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소녀.
“뭐야, 저 꼬맹이는?”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는데?”
시골출신이거나 제국이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몇몇 평민 학생들이, 유난히도 어려보이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속삭인다.
“”………””
그리고, 귀족 출신이거나 제국의 사정을 잘 아는 학생들은 그저 입을 다문채 조용히 소녀를 흝어보는 중이었다.
하기사 오직 실력만으로 뽑힌 동나이대 최고의 엘리트들에게는, 그녀의 등장이 여러모로 관심을 끌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대기실의 문턱에서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소녀는, 무려 얼마전에 마탑주의 제자로서 선포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첫번째 제자였던 프레이의 어머니, 두번째 제자였던 이리나와 어렸을때 잠깐 과외를 해준적이 있던 세레나.
그 이후로 마탑주는, 그 누구도 가르치지 않겠다고 선포했었다.
그런데 한번 한 말은 철회하는 일이 없던 그녀가, 자신의 말을 어겨가면서까지 새로 들인 그녀의 세번째 제자 글레어.
그녀 덕분에 제국의 사교계가 어느정도로 뒤집혔었는지, 지난 몇달간 마법을 배우느라 마탑에 틀어박혀 살던 글레어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터벅, 터벅…
그런 상황에서 글레어가 눈빛을 반짝이며 걸음을 옮기자, 학생들의 시선이 더 집요하게 꽂히기 시작했다.
“헤헤.”
이윽고 그녀가 대기실의 맨 앞자리에 앉아 빙그레 미소를 짓자, 쏟아지는 의문의 눈빛들.
‘앞으로, 잘 관찰해 봐야겠어…’
물론 글레어는,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프레이를 보려고 그곳에 앉은 것이었다.
“글레어 씨? 안녕하세요!”
“…아.”
하지만 프레이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던 그녀의 표정은, 이내 급격하게 썩어들어갔다.
“여기서 뵙네요!”
“네에…”
얼마전에 자신과 피터지게 싸웠던 루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증스러워…’
자신을 잡아야 할 용사파티에 용사로서 당당히 있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이를 갈던 그녀는, 이내 시선을 프레이에게 옮긴다.
“흐음…”
그리고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는 글레어.
‘역시, 불쌍해보여.’
그녀가 본 프레이는, 상당히 불쌍해보였다.
며칠은 잠을 못잔건지 헬쓱해져 있는 얼굴에, 눈밑에 내려온 다크서클, 어지간히도 지친건지 퀭해진 눈빛.
“진짜 저걸 교수랍시고 따라야 해…?”
“우리가 왜? 저딴 사람을?”
“…아까 말하는거 들었잖아. 똥 밟은거지 뭐.”
“내가 듣기로는, 예언서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던데…”
그리고, 뒤에서 알음알음 들려오는 명확한 목소리의 험담.
‘그런데… 왜 불쌍해보이는 거지?’
그런 상황에 조용히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한다.
‘일단 악인은 맞는것 같는데… 내가 생각한게 맞다고 추측하는건 아직 무리고… 음…’
프레이가 불쌍해 보이는 것은, 단순한 인상이나 생각이 아닌 어느새 깊게 박힌 무의식의 수준으로 진화한 뒤였다.
그냥, 왠지 모르게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었다.
‘뭔가 이상해.’
덕분에 알수 없는 혼란감을 느끼던 글레어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만… 머리를 식히고 오자.’
그렇게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 그녀는, 다시 자신에게 쏠리기 시작한 시선을 무시하고 조용히 화장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참.”
그러다가, 품에서 통신 마도구를 꺼낸 그녀.
“그분에게, 프레이 씨가 살아있다고 전해줘야겠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질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신입생들중 한명이 손을 들고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예언서를 접하게 된 경위가 무엇이죠?”
안경을 낀 소녀의 질문에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에게 다시 질문이 던져진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요~”
그 말을 받은 루비가, 입을 열고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말을 보탠다.
“원정대가 발견한 예언서를, 어떻게 당신이 읽게 된…”
“교수님.”
“네?”
하지만,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의 싸늘한 미소에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절 부를때는… 이제 교수님이라고 해야죠, 루비양?”
“아아… 그렇네요.”
싸늘한 미소를 서로에게 지어보이고 있는 둘의 시선이, 조용히 교차했다.
.
한편 그 시각, 로즈윈의 방.
“용사님…”
품에 프레이가 보낸 두개의 꽃송이를 안은채 방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던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싶어요… 다시…”
그런 그녀의 옆에는, 반쯤 쓰여진 마탑의 도우미로 들어가고 싶다는 신청서가 놓여져 있었다.
– 삐비빅, 삐빅…
“음…?”
그 신청서를 공허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다 조용히 꽃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던 그녀는, 갑자기 통신 마도구가 울리자 시선을 돌린다.
“여보세요오…..”
모든게 끝났다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그 연락을 받은 그녀는.
“………..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