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8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80화(280/524)
Episode 280
“그럼, 별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도요. 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방실방실 웃는 페를로체와 조용히 얼굴을 부채로 가리고 있는 세레나가, 동시에 입을 연다.
“”……..””
그리고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는 두 소녀.
세레나가 언제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방실방실 웃고 있는 페를로체가 오늘따라 약간 무서워 보인다.
“그, 어… 나도 기다릴…”
“그래, 잠시만 기다리고들 있어.”
“말 안 끝났는데에…”
그녀들의 뒷편에서 쭈뼛거리던 클라나가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다급히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휴.”
지금 같이 따라갔다간 왠지 모르게 골치아픈 일에 휘말려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고, 동시에 이곳에서 나가려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 저분들이랑 무슨 관계에요?”
그렇기세 다시 돌아서니, 그때까지 내 소매를 잡고 있던 글레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설명하기 복잡해.”
“네에?”
그런 그녀의 머리를 무심코 쓰다듬으려다 도중에 손을 정지한 나는,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내 왼손을 흝어보는 글레어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의 일에 그만좀 신경쓰렴, 꼬맹아.”
낮마다 1회차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약혼자, 그런 약혼자를 두고 맹약까지 써가며 청혼을 한 혼약자, 그리고 남들은 바보로 알지만 사실 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성녀까지.
그 모든 관계를 간단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기에 대충 뭉개서 말했더니, 그녀가 심통이 난 표정으로 볼을 부풀린다.
‘돌겠네.’
나는 아리아 또래의 아이에게 상당히 약한 편이다. 그녀에게 잘해주지 못한게 한이 되어서 그런 걸까?
다른 사람들처럼 차갑게 대해야 할 시점인데, 나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유없는 낮선이의 호의를 너무 오랜만에 느낀지라 그 호의를 잃고 싶지 않을걸 지도.
“저리로 떨어져.”
“전 당신의 학생인데요?”
“…하아.”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억지로 차가운 말을 내뱉었으나, 꼬맹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다.
“이봐.”
“흐익…!”
결국 잠시 그녀를 내버려두기로 마음먹은 나는,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학생의 어깨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
“고개좀 들어봐.”
“으, 으으…”
그러자, 눈에 띄게 파르르 떨던 그녀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린다.
“뭐, 뭘보나. 인간.”
잠시후에 들려온, 상당히 익숙한 소리.
“네가 왜 여기있지?”
그녀는, 놀랍게도 세레나의 조수로 활동하던 미호였다.
“그, 그게… 사 사정이 있다.”
“쫒겨났나?”
“아, 아니다!”
하긴, 복슬복슬하고 큰 그녀의 꼬리를 위한 맞춤형 교복도 차려입고 있는 걸 보아하니 최소한 쫒겨난건 아닌것 같다.
“나, 난 가기 싫었는데… 그 강아지 수인? 아니, 뭐라해야 하나? 아무튼 그 녀석이 협박을…”
“루루를 말하는 건가?”
“아,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 인간.”
그렇게 말한 그녀는, 홍조를 띠며 날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 인간. 아, 아까 그 힘은 뭔가?”
“…….”
“인간은… 그렇게 강했던 건가? 왜 힘을 숨기고 있던 건가?”
그렇게 묻는 그녀의 눈빛은 매서웠고, 표정에는 깊은 경계가 묻어나왔지만, 어째서인지 꼬리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음.”
이제야 그녀가 서브히로인으로 들어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정사가 뒤틀리며 그녀가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게 됐기에 서브히로인으로 편입이 된 것이었다.
“가, 각오하는게 좋을거다. 인간.”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자, 미호가 식은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꺼낸다.
“널 자, 잡아먹어주마. 아, 아니… 널 쓰러트려주마. 방금 사귄 친구들이 네 나쁜 행동들을 다 알려줬다. 난 절대 속지 않… 흐익?”
살랑거리는 꼬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채 횡설수설을 해대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미호가 비명을 지른다.
“우와… 푹신푹신 하다…”
“놔라! 인간! 꼬, 꼬리는 안돼!!”
글레어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미호의 꼬리에 얼굴을 파묻자,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밀어내려 애쓰는 미호.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 어… 그, 그러니까…”
이윽고 도착한 곳에는, 그때까지 안절부절을 못하던 아이시가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보네요.”
“…으, 으응.”
내게 존칭을 써야할지 반말을 써야할지 분간을 못하던 그녀는, 내가 먼저 존칭을 써주자 눈치를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있잖아. 내가 네게 건 그 저주 말이야…”
“윽.”
“…..!”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내 심장에 손을 뻗자,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 그거 없애줄까? 나 그거 없애는 법 찾았는데…”
“…..?”
덕분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러서자, 내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아이시.
“그걸 없앤다고 해서 네가 얻는 이득이 뭐지?”
“그, 그건… 그러니까…”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 뿐더러, 만인의 적인 나를 도와준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아 그렇게 물으니, 아차싶은 표정을 짓던 그녀가 재빨리 표정을 바꾼다.
“네, 네가 나에게만큼은 함부로 못 대하게 되는거?”
“흠.”
“그, 그걸 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 그러니 내가 안 알려주면, 너 너는 죽는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고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날 살피던 아이시는, 내가 조용히 입술을 씹으며 연기를 하자 그제야 얼굴을 피며 말했다.
“조, 좋아. 이제야 이야기가 좀 통하네? 그럼 앞으로도 장난 상대, 잘 부탁해?”
“…할 수 없군.”
“남에게는 가차없는 만인의 공적이자 실력자가 나와 혼자있을 때는 꼼짝도 못하고 장난 상대로 전락하다니… 최, 최고잖아?”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낀 그녀는, 어느새 평소의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앞으로 평소에는 날 다른 학생들처럼 대해.”
“네.”
“그리고 혼자있을때는… 아, 알지?”
“알겠습니다.”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말을 잘 들었으니, 상을 주도록 할게. 허접 교수♡”
이윽고 내가 앞까지 다가오자, 입을 가린채 내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는 아이시.
내가 이솔렛 누나에게 ‘허접’이라 했을때 그녀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온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든다.
“그럼, 시작할게?”
그런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으니,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내 허리를 왼팔로 휘감은 그녀가 오른손을 내 배에 얹어두고 미소를 짓는다.
– 스륵, 슥…
그리고는, 두 손가락을 세우고는 걸음걸이를 흉내내어 천천히 내 위로 손을 올리는 그녀.
– 딸깍…
그런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내 셔츠의 단추를 풀어해치고 심장에 손을 가져다대자, 갑자기 몸이 굳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역시, 고통은 안느껴지는데… 몸이 추운건 똑같은가 보네.’
손가락이 잘 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낸 나는, 이내 의문에 잠겼다.
‘왜 임명식 사건 이후로, 고통이 느껴지지 않지?’
다른 감각들은 잘만 느껴지는데, 유독 ‘고통’이 느껴지질 않는다. 대체 어째서일까? 역시, 뭔가가 이상하다.
– 파즈즈…
“자, 어때?”
고통없는 한기가 가져온 괴리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내 심장에 손을 얹고 있던 아이시가 질문을 던진다.
– 파즈즈즈…
그래서 조용히 고개를 숙여보니, 내 가슴팍에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이 떠올라 있었다.
“……….”
“괘, 괜찮아졌지? 잠잠해 진거지?”
물론 지금의 나는 이게 대체 뭔지 아는것이 없었기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니, 의기양양하던 아이시가 다시 겁을 먹은채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부, 분명 파훼진을 완성했다고 했는데… 이러면 괜찮아 질거라 했는데에…”
‘…이런.’
그리고 그제야 나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돌팔이 마법사에게 속았나보군.’
교황의 끄나풀이자 클라우드 왕국의 암적인 존재인 왕실 마법사가, 그녀에게 사기를 친 듯 싶다.
전회차에서도 저주를 가족에게 옮긴 그녀가 절망에 빠져있을때, 그 순간을 노린 왕실 마법사가 아무 효과도 없는 마법진을 파훼법이랍시고 알려주었었다.
그 결과 임종의 순간까지 부모님의 심장에 자신의 손을 대 저주를 극대화 시켜 고통에 빠지게 만든 그녀는, 결국 그 일로 절망해 완전히 타락하기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다.
그리고 방금, 그 일이 다시 한번 반복될 뻔 한 것이다.
“조, 좋아진거… 맞지…?”
내가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자,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한다.
‘왜 저렇게 죄책감을 가지지? 어차피 난 고통받아도 상관없을 악인일텐데. 내가 마왕 공략의 비밀을 알고 있어서? 그럼 이 저주로 협박을 하면 될텐데?’
그런 반응이 조금 이상했던 나는, 우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 아냐. 아니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나, 난 그저…..”
그러자, 얼굴이 창백해진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보여주는 꿈… 기억들… 그건 다 가짜야. 가짜인거 다 알고 있다고…!”
그리고는, 내 가슴에서 손을 때더니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언성을 높이는 그녀.
‘대체 뭐지?’
그런 그녀가 너무나 이상해보며 재빨리 주변에 인식저해 마법을 두르고 조금더 관찰을 해보니, 그녀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튀어나온다.
“싫어, 보지마… 안돼… 싫어어…”
“저기…”
“누, 눈동자…..”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인상을 찌푸린 나는, 이내 온몸을 감싼 오한을 참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몸이 많이 나아졌네요.”
“으, 으응?”
“어디서 배워오신겁니까?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자, 창백해졌던 그녀의 얼굴에 서서히 화색이 돌아온다.
“그, 그렇구나… 다, 다행이네…”
‘역시, 그건가.’
옛날부터 그녀는, 자기 입으로 자주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녀의 우울증으로 만들어진 환각인가 싶었는데, 지금 이 반응을 보면 확실하다.
누군가가, 아니… 어떤 존재가 그녀의 ‘타락’을 유도하고 있다.
잘때도, 걸어다닐때도, 앉아있을때도 틈틈히 그녀의 귀에 타락을 유도하는 말을 속삭이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반응은 생각할 수 없다.
“역시 너랑 있으니 목소리가 안들려… 정말 다행…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내가 곁에 있으면 어째서인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체 왜?
혹시, 나를 경계하기라도 하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어쩔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아, 아무튼 오늘 약속은 명심해. 이 범죄자.”
조용히 고민에 잠겨있으니, 그녀가 휙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네, 네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다는거… 잊지 말고.”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내 조용히 교실을 벗어났다.
“우선, 그 왕실 마법사부터 족쳐야겠군.”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리던 나는, 마왕군에게 연락을 준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해서 조사해 봐야겠어.”
왠지 모르게 감이 온다.
예언서에 언급되지 않았던 아이시의 ‘목소리’가, 어쩌면 거대한 실마리일지도 모른다는 감이.
– 딸깍.
그런 생각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면 나는, 이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카니아?”
“하아, 하아…”
대기실 밖으로 나오자 마자, 카니아가 거친 숨을 내쉬며 내 품에 안겨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뇨.”
“그런데 왜 그러는…”
“도련님이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창백해 보였다.
“사랑해요, 도련님.”
“……….”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카니아의 등을 어루만져주던 나는, 이내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카니아도 요즘 수상하단 말이지…’
아무래도, 조사해 볼게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메모… 여자한테 인기 진짜진짜 많음… 왠지 모르게 짜증남… 주의 요망…..”
당장 어느새 내 뒤에 따라붙어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꿍얼거리고 있는, 저 꼬맹이도 말이다.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던거지? 마탑주에게 은신술이라도 배운걸까?
“에휴.”
역시 새학기 준비는, 학생보다 교수가 더 힘든 법인 것 같다.
.
“꼬맹아, 그만 따라오라고.”
“싫어요!”
“하아.”
대기실을 나선 뒤에도 내 뒤꽁무니를 종종걸음으로 쫒아오며 자꾸만 무언가를 적어대는 꼬맹이를 이리저리 달고다니던 나는, 결국 약속장소인 별관에 도착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러는 건데.”
“왜, 왠지 모르게 상처입은 고양이 같아서… 도와드리고 싶달까? 지켜드리고 싶달까?”
그러자,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내가 그렇게 보이나…?’
머리를 긁적이며 방금 들은 말을 고민하던 나는, 꼬맹이가 한눈이 팔린 틈을 틈타 재빨리 별관의 문을 열었다.
“흐이익!!”
“깜짝이야.”
그런데, 내 앞에 예상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으, 으으… 으으으…”
어째서인지 별관에서 창백한 표정으로 막 나오려던 로즈윈이, 날 보고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 스윽…
그녀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건 오랜만이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오만상을 찌푸리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아.”
그리고는, 날 피해서 문턱에 바짝 기대어 서고는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로즈윈.
안 그래도 날 싫어하던 그녀였으니, 지금 세간에 더 안좋게 알려진 나를 눈앞에서 마주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불쾌하게 만들어서 미안.”
그런 생각에 표정관리에 살짝 실패한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니, 그녀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푸하.”
그러던 그녀가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던 글레어에게 숨을 토해내며 부딪힌 순간, 나는 조용히 별관의 문을 닫았다.
“…숨은 왜 토해낸거지?”
잠시 머릿속에 든 의문도 잠시, 눈 앞에 있는 두 소녀를 눈에 담으니 저절로 생각이 정지한다.
“그럼, 먼저 이야기들 나누세요.”
분명 찰나였지만 수많은 눈빛들이 오고간 이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세레나.
“저는 그리 급한일도 아니었으니, 양보를 해드리는게 미덕이겠죠.”
“그럼 저는 미덕이 넘치는 사람이네요!”
그렇게 말하고 출구로 향하던 그녀는, 그 말을 듣고는 움찔거린다.
– 촤르륵.
그리고는, 조용히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방을 나서는 그녀.
거의 처음 보는 유형의 행동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 뜻을 알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진다.
– 딸깍.
그렇게 문이 닫히자, 잠시 방에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귀여운 프레이 씨!”
그런데, 자리에 앉으려 한 순간 페를로체가 벌떡 일어나더니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바보인격인가?”
해가 완전히 저물어 본래인격이 나올 줄 알고 있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내 앞에 다가서더니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오늘 저는! 당신에게 제안? 명령? 조언? 아무튼 그걸 하러 왔어요!”
“…..?”
그 알수 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페를로체가 날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아시겠나요?”
“흐이익…”
그리고 그 순간, 부드럽게 휘는 내 허리.
“…것 봐요, 귀엽잖아요.”
“아, 아으으…”
“전 다 알아요.”
그저 내 옆구리에 손가락을 조금 세게 파묻었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나보다 키가 작은 페를로체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오늘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조언을 해드릴거에요.”
“네?”
그런 내 등을 토닥여주던 그녀가, 내 귓가에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덕분에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으니, 그녀가 조용히 내 옷깃을 어루만지며 다시한번 속삭였다.
“곧 찾아올, 네번째 시련에 대한 것도요.”
“……!”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헤롱거리던 눈을 부릅떴다.
“잘 들으셔야 할걸요?”
꽤나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해봐야겠다.
“구구야, 방문 잠궈버려.”
“구!”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