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8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83화(283/524)
Episode 283
“음, 저기… 꼬맹아?”
“전 꼬맹이가 아니에요!”
한참동안 꼬맹이에게 팔을 붙잡힌채 진이 빠져라 달리니 슬슬 숨이 차오른다.
“…혹시, 지치신건가요?”
덕분에 몸에서 살짝 힘을 빼니, 나를 질질 끌고가던 글레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아까 보니, 사실은 꽤나 강하신 것 같던데에…”
하긴, 제대로 힘만 내면 마왕군 2인자도 어떻게 이겨볼 수 있는 사람이 헥헥 대고 있으니 의심스러울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별의 가호’를 일부러 아껴두고 있는 상태이다.
곧 일어날 대규모의 전투에 대비해, 회복력을 최대로 올려둬야 하기 때문이다.
“후우.”
그나저나 이 꼬맹이, 왠지 모르게 상당히 거슬린다.
어쩌면 ‘하나의 우연’일지도 모르고, 판도를 뒤집을 만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당장 지금은 내 골머리를 썩게 할 뿐이다.
이렇게 계속 나와 붙어다닌다면, 좋을게 없다.
한창 꽃다울 나이에 안좋은 소문에 엮일수도 있고, 친구를 사귀는데 지장이 생길수도 있다.
그리고 내게 이대로 정이라도 붙힌다면, 이 귀여운 꼬맹이가 네번째 시련에 휘말려 버릴 수도 있다.
‘역시, 이대로는 안되겠지.’
그 동안은 과거의 인연도 있고, 왠지 모르게 동생을 보는 것 같아 냅뒀었는데, 역시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나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선을 그어야 한다.
“꼬마야, 잘 들어.”
“꼬, 꼬마 아닌데… 다 컸는데…”
내가 유례가 없을 만큼 차가운 눈빛을 띤채 입을 열자, 그녀가 말을 얼버무리기 시작한다.
“잘 들어.”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긴 나는, 아까부터 어두운 기운을 모으고 있던 왼팔을 들이대며 조용히 속삭였다.
“난 네가 생각하는 불쌍한 사람도, 멋있는 사람도 아니야.”
“그럼요?”
“됐고, 쓸데없는 참견은 여기까지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렇게 말한 나는, 조용히 돌아서고는 눈빛을 날카롭게 바꾸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네놈들 차례로군.”
– 쿠과광!!
그 말이 끝난 직후, 나는 품에 넣고 있던 지팡이를 잡고 힘차게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아윽…!”
“커헉!!”
“무, 무슨 힘이…!”
그러자, 아까부터 은신한 채 날 따라오던 학생들이 충격파에 일제히 무너져내린다.
“…하.”
딱히 마무리를 할 것도 없었다. 방금 그 한번의 일격으로, 내게 덤벼오던 모든 학생들이 제압되었다.
애초에 강한 녀석들은 내 능력을 대충 가늠하고 섣불리 덤비지 않는걸 택했을테니,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들만 남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건 좀 정도가 심한게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일대 다수의 싸움인데, 겨우 한방에 제압되다니?
“”……….””
왠지모를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아이들이 내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것을 깨달았다.
“뭘 그런 눈빛으로 보는거지?”
그런 녀석들을 내가 한층 더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하자, 녀석들의 고개가 조용히 아래로 떨구어진다.
“한꺼번에 덤볐는데도 패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수치는 느껴야 하는게 아닌가.”
그것이 예상하던 반응이었고, 또한 원하던 반응이었던지라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알량한 분노를 느낄게 아니라 말이다.”
어이없다는 어조로 말하니, 아이들이 점점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히 나서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 녀석들은, 방금 무리를 지어 날 습격하려다가 나에 의해 한꺼번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오합지졸이나 따로 없군.”
아직은 의욕만 불타고 실력은 떨어지는 녀석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은 나는, 이내 왼팔을 조용히 꾹 눌렀다.
– 샤아아…
그러자, 내 왼팔에서 어두운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너희 모두에게, 노예의 인장을 하나씩 세기마.”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학생들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창백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 그건 불법…”
– 스르륵…
“…아.”
하지만 미처 따질 틈도 없이 모두의 팔에 노예의 인장이 스며들자, 다양한 표정들이 아이들의 얼굴에 스친다.
일단 그 표정들 중에, 긍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일단 노예의 인장을 새겼으니, 이 녀석들은 빡세게 굴리면 되겠지.’
그 모습을 조용히 눈에 담으며 개학을 하면 그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생각해나가던 나는.
“흠?”
뒤에서 누군가가 도도도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뻗었다.
“흐익!”
그러자, 분명 아무도 없던 곳에서 꼬맹이가 튀어나왔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내게 팔을 붙들린채 데롱데롱 메달린 주제에, 태연하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질문을 던지는 그녀.
“이 은신술을 눈치챈 사람은 몇 없었는데…”
“…하아.”
확실히 꽤나 뛰어난 은신술이긴 했다. 아니, 사실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완벽에 가까웠다.
희미한 기척을 감지해내지 못했다면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설마… 일부로 여기로 아이들을 이끌고 온 건가?’
게다가, 지금 와서 보니 날 붙잡고 여기로 데려온 것 자체가 계락이였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나 했는데, 그녀는 마나나 충격파가 증폭되기 딱 좋은 요건인 사람 한명 없는 평지로 날 이끌고 왔으니 말이다.
물론 우연일수도 있지만, 이 꼬맹이의 흐뭇한 미소를 보면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거 어쩌죠…?”
내게 팔을 잡힌채 공중에 데롱데롱 메달려 있는 주제에, 뭐가 그리 좋은 특유의 헤실거리는 미소를 짓던 그녀가, 이내 조용히 속삭여 온다.
“아무래도 전, 교수님께 패배해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날 올려다보던 그녀는, 내 배에 조심스레 발길질을 시도해본다.
– 턱…!
“헤헤… 이제 반항도 못하겠다.”
하지만 그 작은 반항의 표시조차도 내 다른쪽 손에 막히자, 멋쩍은 미소를 짓던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그럼 전 이제, 교수님의 노예네요?”
“뭐?”
“교수님에게 덤볐다가 패배한 학생은, 전부 ‘노예’로 만든다면서요?”
한쪽 팔과 다리를 여전히 나한테 잡힌채, 그녀가 눈동자를 내리깔며 중얼거린다.
“이곳에 함정을 만드느라 있는 마나도 다 써버린 저는, 이제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게 무슨…”
그녀의 말과는 달리, 아직 이 일대 전체를 감싸고도 남을 마나가 느껴진다.
꽤 실력있는 마법사라도 자연에 내포되어있는 마나를 감지한 것이라 착각할만큼 방대한 양이였다.
“순순히 노예가 될 수밖에.”
그렇기에 이게 대체 뭘 하는 거냐 물으려던 나는, 그 말을 듣고 할말을 잃고 말았다.
“절, 교수님의 노예로 만들어주세요.”
이 건방진 꼬맹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대처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끝의 끝까지 날 믿어왔던 사람들을 결국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 꼬맹이에게도 차갑게 대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실패한 적은, 지금까지 딱 두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세레나와 이솔렛이라는 논외의 일이었으니, 나는 이 아이를 때어낼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교수님?”
헌데, 왜 이리 망설여지는 걸까.
지금까지는 단순히 동생 생각이 나서, 이 또래 애들에게 원래 약해서, 이유없는 호의가 너무 오랜만이여서, 그것도 아니면 과거의 인연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닌 것 같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이 아이에게 안좋게 대하는게 꺼려진다.
“교수님의 노예가 되면, 뭐부터 해야 되나요? 설거지? 청소? 심부름? 그것도 아니면…”
옛날에 봤던 성향이 정말 ‘순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조용히 왼팔에 힘을 주었다.
– 샤아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어난 어두운 기운.
“흠?”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 파스스스…
왼팔에서 새어나온 어두운 기운이, 꼬맹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흩어지고 있었다.
“이건…?”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희미하지만 번쩍이는 빛.
“역시, 교수님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떠올라요.”
그런 상황에서,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꼬맹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날 저를 구해줬던, 그 사람이…”
그 말에, 내 머리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바로 그때.
“아무리 봐도 느낌이 비슷한데… 혹시……”
“프레이!”
뒷편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덕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 안돼… 쟤한테 까지 지면 난 끝이야…”
거의 울먹거리기 까지 하며 치맛자락을 잡은채 종종걸음으로 내게 뛰어오던 그녀는, 주변의 시선이 쏟아지자 재빨리 표정을 바꾼다.
“또, 또 무슨 몹쓸 짓을 하시고 계신가요?”
“…교육중이다만.”
“헛소리하지 마세요, 이 파렴치한 인간.”
그녀는, 대외적으로는 아직 내 적이다.
클라나는 날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그녀의 지지율이 반정도는 깎일것이 당연하기에 내가 필사적으로 말렸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런데, 그러한 모습을 글레어가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번에는 칭찬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요.”
이윽고 글레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클라나는 다급히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바꿨다.
“정말로 싫지만… 오늘은 제가 당신을 데려갈 수밖에.”
그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렇구나, 이게 어른들의 애증의 관계…”
“어머, 글레어 씨? 안녕하세요?”
“으앗?”
그 정적을 깬 클라나는, 혼자서 애어른 같은 표정을 지으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던 글레어의 팔짱을 끼더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희, 저번에 친구하기로 한거 기억 나나요?”
“아… 네에.”
“그래요, 프레이. 이 귀여운 ‘꼬마아이’는 제 친구에요. 그러니 어, 엄한 짓은 하지 마세요.”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다, 내 눈치를 보더니 살짝 움츠러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하, 하려면… 제게…”
“귀엽네.”
“…!?”
그래서 농담삼아 그렇게 말했더니,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며 고장나버린 클라나.
“그, 그런말 들어도 하나도 기쁘… 우으…”
“…메모.”
왠지 모르게 뚱한 표정을 지으며 수첩을 꺼내들던 꼬맹이를 잠시 지켜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클라나에게 팔짱을 꼈다.
“…..!!!”
그러자, 클라나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오랜만에… 제대로 취급받는다… 헤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그렇게 헤실거리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서, 여러가지 값비싼 향수와 섞인 달콤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그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페로몬 마법도 섞인것 같다.
“그래서, 왜 온건데?”
“…아.”
자기 딴에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뿌듯해 했을,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느라 상당히 시무룩해진 그녀를 달랠겸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니, 그녀가 눈을 번쩍 뜨며 속삭여온다.
“최대한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응?”
“세레나, 이리나, 카니아가 마차에서 대기하고 있어. 자세한건 가면서 설명할게. 한시가 급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꽤나 긴박했기에, 나 또한 얼굴에서 장난기를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출발…”
“교수님.”
그렇게, 날 지키겠다는 일념이 불타오르는건지 혼자서 조용히 ‘아자’ 포즈를 취하는 클라나를 잠시 지켜보다 그녀와 팔짱을 한채 마차로 향하려던 나는, 꼬맹이가 날 부르기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저건?”
그러자, 꽤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히히.”
미소를 짓고 있는 꼬맹이가, 나의 별의 마나가 섞인 노예의 인장을 허공에 띄운채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음… 역시 이렇게는 힘들겠는데…”
그러던 그녀는 팔에 그 인장을 붙이려 했으나, 자신의 빛때문에 계속해서 인장이 떨어지자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그렇게 몇초가 지난뒤, 결심을 한 표정으로 인장을 바라보던 그녀는.
“하읍.”
눈 깜짝할 새에, 허공에 떠있던 인장을 입안으로 삼켜버렸다.
“역시, 이건 먹히네요!”
그리고는,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입맛을 다시더니 그렇게 말하는 글레어.
“저도 오늘부터 교수님의 노예에요!”
그 말에 나와 팔짱을 끼고 있던 클라나가 움찔거린다.
“…차라리 조수로 하지.”
“으엑.”
한편 잠시 할말을 잃었던 내가 그렇게 답하자, 괴상한 소리를 낸 그녀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더 좋은건가…?”
아무래도, 나는 골칫덩어리 조수를 얻게 된 것 같다.
.
“쟤 있잖아, 방금 노예의 인장을 뜯어서 허공에서 날린거 맞지?”
“그, 그러게요?”
광장을 벗어나 마차로 향하던 프레이가, 자신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고 있는 글레어를 슬쩍 바라보며 그렇게 묻자, 식은땀을 흘리던 클라나가 그렇게 답한다.
“그거… 이리나도 못하지 않아? 아니, 할 수 있으려나?”
“이, 이따 마차에 가서 물어보죠. 우선은…”
자꾸만 뒤에 있는 글레어를 돌아보는 바람에, 묘한 감정을 느끼던 클라나는 더욱더 프레이에게 밀착하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
이내 둘은, 마차까지 얼마 남지 않은 두개의 갈림길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갈림길의 왼쪽에는,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던 루비가 미소를 짓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고.
“……….”
갈림길의 오른쪽에는, 로즈윈이 벤치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돌겠네.”
프레이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