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8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84화(284/524)
Episode 284
“프, 프레이.”
상당히 당황한 표정의 클라나가, 창백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속삭인다.
“도, 돌아가자. 일단 잠시 숨을 좀 돌리고…”
“한시가 급하다며.”
“생각해보니 별로 안 급한 것 같아. 우, 우리 저기서 간식이라도…”
“난 괜찮으니, 어서 가자.”
프레이의 역린들이 잔뜩 독기를 품은채 도사리고 있는 모습에 클라나는 어떻게든 방향을 틀려고 했으나, 그는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것좀 먹어보세요~! 연어 샌드위치에요!”
하지만, 걸음을 옮기던 프레이는 이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맛있네요.”
“그쵸? 맛있죠?”
힐끔 뒤를 돌아봤다 바로 고개를 돌린 자신의 동생이, 벤치에 앉아 루비와 샌드위치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들도 와서 먹어보세요! 모두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했으니까!”
그 광경을 프레이가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루비는 주변을 지나가던 학생들을 불러 세우고는 샌드위치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맛있어요!”
“용사님이 직접 하신건가요?”
그러자, 해맑은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받아드는 신입생들.
“네, 제가 직접 만든거랍니다~!”
그런 그들에게 하나하나 미소를 지어보이며 샌드위치를 건네던 루비는, 이내 슬금슬금 아리아의 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그런데, 유난히도 잘 먹으시네요? 연어를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
“아, 네에. 전 연어를 아주 좋아해요.”
“어머, 완전 우연이네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연어인데!”
그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뼉을 친 루비는, 기분이 매우 좋은건지 손가락으로 벤치를 두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어가 건강한 생명과 행복을 상징한다는걸 아시나요?”
“네?”
“개울물을 거슬러 힘차게 폭포를 오르려 노력하는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모습… 딱 봐도 눈에 그려지잖아요?”
그 말에 주변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나 목표를 위해 버둥거리는 아름다운 생명체를 도중에 낚아채서 잡아 먹어버린다니, 정말이지…”
그런 그들에게 눈을 반짝거리며 연어에 대해 늘어놓던 루비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더니 저 멀리서 클라나와 손을잡고 있던 프레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짜릿해.”
“네?”
“아이러니 하다고요. 그래서 저는 연어를 먹을때마다 항상 도중에 쓰러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재빨리 말을 바꾼 루비는, 상당히 이상하게 말을 끝맺었음에도 아이들이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조용히 입을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 가자. 관심주지 말고.”
“…응.”
하지만 그런 그녀는 안중에도 없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연어 샌드위치를 오물거리고 있던 아리아를 바라보던 프레이는, 클라나가 재촉을 하고나서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프레이 교수님!”
그런데, 그런 그를 지켜보던 루비가 손에 샌드위치를 든 채로 프레이를 불렀다.
“”………””
덕분에 길가에 내려앉은, 싸늘한 정적.
“이리와서 연어 샌드위치 드실래요?”
그런 정적 속에서 루비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지자, 한숨을 내쉰 프레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난 연어를 싫어해.”
“그래요? 몰랐네요.”
그 말을 듣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답한 루비는, 이내 샌드위치 가방을 맨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러분, 그럼 우린 저기에 앉아서 먹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준비한건지 돗자리까지 꺼내는 그녀.
“용사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바구니 이리 주세요, 제가 들게요.”
“다음부터는 저희가 음식을 준비해올까요? 용사님이 이런거 하시긴 뭐한데…”
그러자, 아이들이 재빨리 그녀의 곁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바구니와 돗자리를 나누어 든 호라이즌 자매.
안경을 위로 올리며 질문을 던지는 보좌관.
그 뒤를 뒷짐을 진채 따라가는 백작 영애와 다수의 신입생들.
그리고 어느새 저 멀리서 다가와 합류하는 베네르와 아리스, 그리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조용히 무리로 향하는 아이시까지.
평화롭고 화목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던 그들이 자신을 지나칠때마다 싸늘한 표정을 짓자, 프레이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
그리고 아리아가 무표정으로 자신을 지나치는 순간, 클라나와 맞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는 프레이.
“나는 연어 싫은데.”
그런데 그 순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글레어가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옆구리에 등을 기댄다.
“전 연어 먹는 사람들도 싫어해요!”
이윽고 이어진 그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춘 루비와 아리아.
“그런가요~? 유감이네요~”
“……..”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답한 루비. 그리고, 왠지 모르게 떨떠름한 눈빛으로 프레이의 옆구리에 등을 기댄 글레어를 쳐다보는 아리아.
“그렇지만…”
– 쿠구구구…
그런 상황에서 루비가 다시 한번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클라나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연어를 입에 쑤셔넣어 버리기 전에, 그 입 닥쳐.”
“…어머, 무서워라.”
오직 루비에게만 지배의 아우라가 향하게 한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길목이 울렁이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꺅!?”
“으아아…”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에 아리아와 글레어가 비틀거리며 당황하는 틈을 틈타,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는 루비와 클라나.
– 제물의 운명을 타고난 주제에 제법이구나. 그 탈락한 년의 눈동자와 비교해도 꽤나…
– 파지직, 파지지직…
“알겠어, 알겠다니까.”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전음을 보내던 루비는, 클라나가 조용히 오른손에 태양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물러났다.
“어차피 공격도 못하면서.”
“네?”
“오늘따라 예쁘시네요, 아리아 씨!”
그리고는, 능청스럽게 아리아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녀.
“그나저나, 연어 말고 또 좋아하는 음식은 뭐가 있나요? 궁금해요!”
“아, 그게…”
“천천히 말하세요, 손수 해드릴려면 전부 외워야 하니까요.”
그렇게, 둘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멀어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어를 잡아 먹는건 너무 불쌍해요.”
조심스레 손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둘을 바라보던 글레어는, 다시 프레이의 옆구리에 파고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목표에 도달하려고 그렇게나 노력한 연어인데, 알도 못낳고 잡혀버리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래.”
“그래서 전, 연어가 잡히지 말고 상류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다.
“도달하면, 그 이후에는 잡아 먹어도 되나?”
“음… 도달하면…”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글레어는, 이내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가 키울래요!”
“하.”
그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헛웃음을 흘리던 프레이는, 이내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처음에는 다소 놀랐다가, 이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글레어.
“다, 당신. 제 친구에게 소, 손을 대지 마세요!”
“…..?”
그 모습을 보고 움찔거리던 클라나가 뒤늦게 적대를 하는 연기를 하자, 둘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무튼 서두르자.”
“아, 네에!”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즐거운 피크닉을 멍하니 바라보던 프레이는, 이내 다급히 손을 때고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기, 이제 어디로 가시는…”
“따라오지 마.”
“으익.”
그런 그를 글레어가 또다시 쫄레쫄레 따라가려 하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프레이.
“노예의 인장이 이런거였구나! 신기해요!”
덕분에 강제적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 글레어는, 신기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럼 전 이제, 교수님 꺼나 다름 없네요?”
“저거 알고 말하는거야. 확실해. 백퍼센트야. 으으…”
그와 동시에 클라나가 프레이의 옆에 딱 붙은채 그렇게 중얼거리고, 멀어져가는 글레어를 왠지 모르게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아, 거기!”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울려퍼지는 루비의 목소리.
“적당히…”
그 말에 프레이가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루비는 그가 아닌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어 샌드위치 먹을래요?”
가만히 벤치에서 통신 수정구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지켜보다 온 미호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연어 샌드위치를 건네는 그녀.
“뭔가, 인… 인간? 인간이 맞나?”
그런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답하려던 미호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진다.
“네, 네에?”
“너 인간 아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디선가 맡아본적 있는 악취가 난다.”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이어진 미호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얼어붙는 루비.
“여, 연어 냄새를 잘못 맡으신거 아닌가요?”
“…너는, 좋아하나? 썩은 연어 샌드위치를?”
“아, 아니…”
그런 그녀에게 맹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은 미호는, 이내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들을 지나친다.
“아, 이런… 제 샌드위치가 상했네요…”
“제꺼랑 바꿔요, 용사님!”
“아뇨, 제꺼랑…”
“이상한 인간들. 썩은 걸 왜 좋아하나?”
이윽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건강학 이론을 중얼거리던 미호는.
“그런 것보다 발효음식이 몸에 좋다. 배추 겉절이라던가, 무 고추 범벅이라던가… 아무튼 동대륙 발효음식이 최고… 흐익!!”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프레이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꼬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다.
“저, 저리 가라. 인간!”
그렇게 잠시 굳어있다가, 빼액 소리를 지르고는 부리나케 길을 빠져나가는 그녀.
“쟨 또 뭔데…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이젠 하다하다 거의 처음 보는 애한테 밀리고 있…”
“저 녀석, 꼬리가 늘어난 것 같은데…”
그런 그녀를 본 클라나가 영혼없는 눈빛으로 중얼거리는 한편,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미호를 눈에담는 프레이.
“여러모로 신기한 녀석이네…”
“네?”
“아냐, 가자.”
이윽고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리던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 저벅…
그렇게 별 탈없이 걸음을 옮기다가, 잠시 걸음을 멈춘 프레이.
“음.”
그의 시야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즈윈의 창백한 얼굴이 들어온다.
“너무 야위였는데. 꽃을 못받은건가?”
“손에 뭘 들고 있는데요?”
“응?”
그 말에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던 프레이는, 로즈윈의 손에 들려져 있는 꽃을 조용히 바라본다.
“아하.”
그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
“빨간색이었구나.”
“빨간색이요?”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프레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로즈윈이 좋아하는 꽃의 색이, 빨간색이었어.”
“…아, 그래요.”
그 말에 클라나가 눈을 내리깐채 조용히 답하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프레이.
“드디어 알았네.”
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는, 클라나와 손을 맞잡은 채 로즈윈의 반대쪽에 있는 텅빈 길로 들어섰다.
루비의 시선이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에 내린,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 스륵…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한채 조력자 시스템의 영상으로 그런 프레이를 지켜보던 로즈윈은, 그 선택을 보고는 조용히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이 주는 꽃이면…”
당장이고 뛰어가 프레이를 붙잡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걸려있는 제약 덕분에 프레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저 멀리서 꽂히고 있는 루비의 시선 덕분에 뭐라 말도 못하는 그녀는,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채 중얼거린다.
“…이제 뭐든 다 좋은데.”
자신이 내심 얕잡아 보고 있었던, 늘 알게 모르게 하대를 해왔던, 하지만 지금은 당당히 프레이의 옆에서 발걸음을 맞추고 있는 클라나가 유난히도 빛나보였다.
“하다 못해… 풀떼기라도 좋은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장미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 끼이익…
잠시 후, 마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벗어났다.
.
프레이가 탄 마차가,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떠난 직후.
“으극, 으그극…”
벤치에 앉아있던 로즈윈은,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메모… 여우귀 수인은 잠재적 아군… 동료로 영입 시도를… 음?”
수첩에 방금 자신이 본 것을 열심히 적어내려가다 그런 그녀를 발견한 글레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간다.
“저기 언니, 울어요?”
“흐으으…..”
“울지마요, 언니.”
이윽고 조용히 그녀의 등을 두들기던 글레어는.
“…음.”
이내, 그녀의 앞에 또다시 시스템 창이 보이자 눈을 가느다랗게 뜨기 시작했다.
“에잇.”
이윽고, 자신의 손으로 시스템 창을 낚아채려던 글레어는.
“아, 안돼!!”
“흐익?”
로즈윈이 자리에서 펄떡 뛰며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지, 지금 이걸 보면… 안돼… 이따가 보여줄게…”
“네에?”
“아, 아무튼 저리가. 저리가아…”
글레어에게 자신의 패널티 회피 능력이 전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녀는, 다급히 뒷걸음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 거기서요!”
그렇게 시작된 난데없는 추격전.
“헥헥… 따, 따라오지 마아…”
“왜 계속 숨기는거에요? 뭐가 있길래…”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두 소녀가 지쳐갈 무렵.
“저기요.”
“”…….!””
둘의 앞에, 샌드위치 바구니를 든 루비가 나타났다.
“저희랑 같이 샌드위치 먹으실래요?”
이윽고 루비가 바구니에서 샌드위치를 내밀며 그렇게 묻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좋아요.”
“그럼, 따라오세요.”
자신의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인 글레어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로즈윈의 팔을 잡은채 루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죽일, 죽일거야… 아, 아무튼 죽일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만들거야…”
“흐음…”
그러다가 증오와 원망, 그리고 절망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루비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한 로즈윈과 함께 잠시 자리에 멈춰선 글레어는.
“안 오세요?”
“네, 금방 가요…”
어느새 처음 화면으로 돌아온 로즈윈의 시스템창을 열심히 눈에 담으며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썩은 연어씨.”
용사없는 용사파티의 정기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