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9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93화(293/524)
Episode 293
– 째잭, 짹~!
새들이 지저귀고, 눈부신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이 찾아왔다.
“으음…”
온몸에서 뻐근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뜨니, 현기증이 나를 덮친다.
“…후.”
이윽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젯밤의 정사.
– 쪽…♡
“일어났어, 프레이?”
혹시나 꿈을 꾼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침대 옆에서 꾸물거리며 옷을 입다가 내게 양옆에서 키스를 해온 클라나와 이리나를 보니 그건 아닌듯 싶다.
하긴, 두달간 치료를 하며 모은 정기를 다 뽑혀진 이 느낌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다.
– 꿀렁…♡
“마차는 불러놨어, 이제 출발 해야지.”
“조금 늦었네… 뭐, 어쩔수 없으려나.”
꿀렁이는 자신들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둘은, 그렇게 말하며 날 재촉한다.
– 꾸물꾸물…
“카니아, 뭐해.”
하지만 당장에라도 죽을것만 같은 상태인지라 일어나지도 못하고 퀭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지친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
그러자, 이불안에서 꿈틀거리던 카니아가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츄릅…”
조용히 입에서 흘러내리는 무엇인가를 손으로 닦으며 입맛을 다시던 그녀는, 이내 사무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럼, 아카데미로 향할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바닥에 있던 자신의 옷가지를 집어들고는 조용히 샤워실로 향하는 그녀.
“도둑고양이 같은 녀석.”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카니아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제 개학이네.”
좋았던 방학도, 휴식도 이제 끝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야…”
이제는, 다시 아카데미에 가서 열심히 메인 퀘스트를 수행할 때이다.
[포인트 투자 시스템]<2910400/5000000>
몸살 기운을 억지로 누르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1학년때까지 모인 포인트를 확인해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2학년이 끝나기 전에… 전부 채워야 해.”
최대한 빨리 이 비극을 끝내고 평화를 맞이하기 위해, 이제 그만 아카데미로 향해야 한다.
포인트가 최대한으로 벌릴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둔 이후다.
앞으로 1년간, 최대한 강해지는 한편 빠르게 포인트를 벌어 용사의 무구를 깨운다.
그리고 마왕과 흑막을 잡은 뒤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평화롭고 한적하게 여생을 보내리라.
“…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한 고생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밍기적거린다고 덜 고생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 샤아아…
“뭐지?”
아직까지 나체이던 내 아랫도리 쪽에, 3개의 결정이 놓여져 있었다.
각각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인걸 보면, 아무리 봐도 19금 이벤트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각성의 결정’이다.
저걸 먹이면, 지금 내 옆에서 숨을 새근새근 내쉬고 있는 그녀들도 세레나처럼 각성을 하겠지.
아니, 생각해보니 이리나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나온다.
나만큼이나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또 어딨다고?
아니, 생각해보니 있기는 하다. 아리안느나 마탑주라면 또 모른다.
그들에게, 기회를 잡아 한번 이리나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이 결정들은 대체 어디서 나온거지?’
후들거리는 허리를 붙잡으며 침대를 기어가던 나는, 문득 손아귀에 넣은 결정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가져다 둔건가? 아니면, 혹시 내 아랫도리에서 뽑혀져 나온건가…?’
카니아와 시간을 보냈다가 당한 1차 습격.
그 이후로 새벽이 밝을때까지 다시 카니아와 시간을 보내다가 체력을 회복한 두 소녀에게 당했던 2차 습격.
그 이후에 정신을 잃고 나서 꽤 시간이 지났을텐데, 아직까지도 아랫도리가 얼얼하다.
그걸 보면, 역시 아랫도리에서 뽑혀나온걸까?
하긴, 누가 뿅하고 나타나서 이런 걸 줄리도 없으니, 아마도 그게 맞는 듯 싶다.
‘잠깐, 그런데 세레나의 결정은… 언제 어디서…?’
“프레이? 넌 교수라 더 일찍 가야하는거 아니야?”
“…아.”
실없는 생각을 하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를 벗어났다.
“나 이제 교수지.”
2학년생임과 동시에 1학년 특별교수인 나의 기묘한 아카데미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여기가… 선라이즈 아카데미…”
한 소녀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표정으로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교문 앞에 서있다.
“신기하다…”
“레냐, 입좀 다물어. 촌티나.”
그녀의 이름은 레냐 드 호라이즌.
엘프의 피가 섞여있는 것으로 유명한 호라이즌 가문의 차녀이자, 마법에 관심과 재능이 소녀였다.
“치, 언니도 신기하면서.”
“그래도, 여기선 절대 얕보이면 안돼.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안된다고.”
“알아, 안다니까.”
몇백년 전까지만 해도 제국에서 꽤나 대접을 받는 호라이즌 후작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들의 가문은, 모종의 사건으로 한번 몰락했다 몇년전에 겨우 부활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예전의 드높은 지위와 위상은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예언서로 그녀들을 알고 있던 프레이는 미처 몰랐지만, 그녀들의 공식 신분은 ‘후작’이 아닌 ‘남작 영애’다.
3번째 시련 이후에, 태양신에 의해 세계가 한번 개변되며 만들어진 작은 변수였다.
“우리 가문이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지? 레냐?”
“왜, 왜 이래…”
그녀의 언니가, 레냐의 어깨를 잡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모든걸 잃을수는 없어. 그렇지?”
“으응…”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용사파티에 들어가야 해. 용사파티의 기둥이 되어, 우리의 이름을 다시 드높이는거야.”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언니는, 눈을 이글이글 불태운다.
몇대에 걸쳐 기를 쓴 결과 겨우 귀족으로 복권을 성공했지만, 여전히 천한 평민 취급을 당하거나 밑바닥 취급을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그녀의 한이 무서울정도로 넘실거리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개새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해.”
“그, 그치. 그 새끼는 용서 못해.”
덕분에 언니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레냐는, 그 말에는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문의 재건을 방해한데다, 언니한테 노예의 낙인을 새기기까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언니가 말하는 ‘그 새끼’가, 현재 만인의 공적이자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 ‘프레이’였기 때문이었다.
“오늘 작전은 잘 기억하지? 오늘 우리는 거기서 활약을 해야만 해. 그래야 용사님의 눈에 들수가…”
– 띵동…!
언니와 마찬가지로 사나운 눈매가 된 레냐가 적의를 불태우던 그때, 갑자기 종소리가 울린다.
– 전교생들에게 알립니다. 5분뒤에 입학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그 전까지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알립니다…
그리고, 이내 아카데미에 울려퍼지기 시작한 안내 방송.
“빨리 가자, 조금이라도 밑보이면 안돼.”
“으, 으익…!”
그 방송을 주의 깊게 듣던 레냐의 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다급히 끌고 가기 시작한다.
“처, 천천히 좀…!”
언니와는 달리 저질체력인 그녀였기에, 이내 금새 지쳐버리고 만 레냐.
“아…..”
그러던 그녀는, 이내 입을 떡 벌린다.
“뭐야, 쟤?”
조각같은 얼굴을 지닌 소녀가, 수많은 귀족학생들을 뒤에 거느린채 자신의 옆을 걸어가고 있었다.
“유스티아노 백작의 외동딸이잖아. 벌써 까먹은거야?”
“…아.”
자신에게 말을 걸려 애쓰는 이들을 무시한채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가는 그녀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레냐는, 언니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싸늘해진다.
“우리 가문의 숙적이야. 반드시 기억해야 해.””
“응…”
“최근에 대부분의 로즈윈 파벌을 흡수했고, 심지어 프레이 파벌까지 흡수하는 중이야. 그 아비에 그 딸이라는 소리겠지.”
비록 백작 영애였지만, 그녀의 권세는 제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였다.
제국의 뒷골목 지배권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는, 뒷세계의 지배자로 불리는 유스티아노 백작.
부패한 제국의 뒷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그의 권위는 후작 가문을 넘어서 공작 가문과 맞먹을 정도였다.
비록 최근에는 ‘돈의 용사’와 정체를 숨긴 카니아의 등장으로 살짝 주춤하고 있었지만, 이미 세간에서는 그 세명을 전부 동업자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어느정도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얼마전에 길드를 공식적으로 폐쇄해버린 로즈윈의 파벌과 주인이 평민이 되어버린 프레이 파벌이, 흑막 냄새를 물씬 풍기는 백작의 딸에게로 흡수되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풋.”
“뭐, 뭐야?”
그런 그녀가 레냐의 옆을 지나가며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짓자, 레냐가 발끈해 소리친다.
“왜 웃고 지랄…”
“거기 너희들! 빨리빨리 와! 늦으면 문을 닫을 거다!”
“…네, 네엣!”
그러다가, 아이들어케 바락바락 소리를 치는 조교의 말을 듣고 후다닥 강당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
“우와…”
이윽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레냐는, 다시 한번 입을 떡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대박…”
밖에서 볼때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은 강당이었지만, 안에 들어오니 거대하고 웅장한 공간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다.
– 호로롱… 호로로롱…!
– 뿌우! 뿌!
사방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축복의 가루를 뿌리는 요정들과 하급 정령들, 그리고 강당을 빛내고 있는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보석.
거기에, 강당의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태양과 별, 그리고 달을 상징하는 휘장까지.
“저, 정령이랑 요정은… 몇백년전에 세계에서 소실된 줄 알았는데…”
그 황홀경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레냐는, 이내 시선을 밑으로 돌린다.
“전부… 아는 사람들이야…”
그러자 보이기 시작한, 쟁쟁한 인물들.
“그래서, 내기에 이긴게 너라고?”
“제가 가장 마지막까지 버텼으니까요.”
뒷세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카니아와, 마탑의 제자였던 이리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랄하네.”
“이제 그만 인정하시죠, 가슴만 크다고 장땡이 아닙니다.”
뭔진 몰라도, 표정을 보면 상당히 품격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언제까지 연기를 하실건가요?”
“연기요???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한편 얼굴을 부채로 가리고 있던 문라이트 공작가의 공녀 세레나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순백의 성녀 페를로체에게 다가서며 입을 연다.
“대체 양보를 한 저의가… 뭐죠?”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자신은 감히 눈을 마주치기도 힘든 그녀들이, 한쪽은 강력한 살기를, 다른 한쪽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의미심장한 말싸움을 하는 모습은 남작 영애에 불과한 레냐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진찰은 필요 없어요. 그저 컨디션이 안좋은거니, 비키세요.”
‘크, 클라나 황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레냐는, 그 옆에 있던 클라나를 발견하고는 마른침을 삼킨다.
레냐가 특히나 존경하는, 오직 노력만으로 모두에게 밑바닥에서 계승서열 2위까지 도달한 3황녀 클라나.
“프레이 씨앗… 지킬거야. 반드시…”
‘나도, 저분을 본받아서…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말겠어.’
몸이 안좋은건지 연신 아랫배를 쓰다듬으면서도 패도적인 그 모습에, 조용히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는 레냐였다.
“역시, 선라이즈 아카데미네.”
“그러게…”
그밖에도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 아이시, 어쩐지 풀이 잔뜩 죽은채 구석에 앉아있는 로즈윈 등등.
최하급 귀족인 레냐로서는 말을 걸기도 부담스러운 여러 쟁쟁한 인물들이 강당에 모여있었다.
– 호로롱…♡
“어, 어어?”
덕분에 살짝 위축되어 있던 그녀에게, 갑자기 정령들이 날아든다.
– 호로로롱…♪
– 뿌우…♡
“으앗! 야, 간지러. 푸흐, 푸흐흐…”
그녀의 피에 흐르는 엘프의 피를 눈치채기라도 한건지 정령들이 품 안으로 파고들자, 팔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웃음을 터트리는 레냐.
“…쟤 뭐야?”
“진짜 예쁘다…”
“못보던 애인데… 평민인가?”
엘프의 피가 흐르는 호라이즌 가문의 차녀 답게, 그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품위있게 행동해, 레냐.”
그런 레냐를 보던 언니가, 주변의 시선을 인식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뒤로 잡아 끈 그 순간.
– 터벅, 터벅…
강당에, 교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
그러자,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분위기.
“…꿀꺽.”
그 분위기 속에서 본능적으로 마른 침을 삼킨 레냐는, 시선을 한쪽으로 고정한다.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음, 흠.”
이솔렛의 옆에 가만히 서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는, 어쩐지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프레이가 조용히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꼴보기 싫어…’
잠시 긴장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리는 그녀.
‘만인의 공적에다 제국 최악의 악인. 그런 망나니 녀석이 감히 언니에게 노예의 낙인을 새기고… 잘난 표정이나 짓고 있다니…’
그러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손짓을 한다.
“쟤좀, 골탕먹여 줄래?”
– 호로롱!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있던 정령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
오늘 처음 정령을 만났음에도, 피에 새겨진 본능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 호로로롱…!
레냐의 명령을 받은 정령 한마리가, 입학식을 위해 강당 앞에 선 프레이에게 날아간다.
– 비비적, 비비적…
그리고, 어깨에 앉아 조용히 이상한 가루를 뿌리려던 그 순간.
– 콱!!
“꾸우.”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든 올빼미가, 하급 정령을 발톱으로 낚아챈다.
“꾸우!! 꾸우우우!!!”
“악! 뭐, 뭐야! 얘, 너 뭐니. 아아악…”
이윽고 레냐를 노려보던 올빼미가, 발톱에 정령을 붙잡은채 그녀에게 날아들어 이마를 쪼아대자, 눈물을 찔끔 흘리며 팔을 휘젓는 그녀.
“사, 살려! 사람 살려요…! 미친 새가 절 죽이려…!”
– 턱…!
“아, 가… 감사…”
그러던 그녀는, 누군가가 새를 잡고는 자신의 어깨에 앉히자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려 했지만.
“……!!!”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겁을 했다.
“레냐 학생.”
“으, 으아아?”
레냐의 앞에 선 프레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그리고, 전교생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우으으.”
레냐의 아카데미 생활이, 완벽하게 꼬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