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9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94화(294/524)
Episode 294
“그럼, 이것으로 입학식을 마칩니다.”
늘 그랬듯이,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입학식은 별 볼일 없이 끝났다.
“첫번째 수업종이 울릴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그럼, 다들 고생 많으셨…”
중요한 행사들은 전부 오리엔테이션때 진행하기에, 입학식 조례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옛말에 썩어도 준치라 했다.
영락한지 오래되었지만,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입학식은 옛날과 다를 바 없이 화려했다.
– 호로롱! 호로로롱!
“뿌우! 뿌!”
그리고 그 화려한 입학식의 중심에는, 학장의 선언이 이어진 직후 사방에 신비한 가루들을 뿌려대는 요정들과 정령들이 있었다.
“우와아…”
“대박, 진짜 신기하다…”
몇백년전에 절멸했다고 알려진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이 미소를 지으며 작은 가루들을 뿌려대는 모습은, 아카데미에 온 신입생들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뚱한 표정으로 난간에 기대어 있는 이가 있었다.
“쟤야? 프레이에게 장난을 치려던 애가?”
“간도 크네… 평민주제에.”
“평민은 아닐껄? 저거, 귀족만 차는 인장이잖아?”
“얼마전에 겨우 복귀한 몰락귀족인데 뭐, 그게 그거지.”
프레이를 골탕먹이려다가 세레나의 올빼미에게 걸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그녀의 귀에, 자신을 주제로 한 수군거림이 파고든다.
“으으… 짜증나.”
덕분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푹 숙이는 그녀.
“첫날부터 찍혀버렸어…”
대상이 프레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안 그래도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을 싫어하는 기성 귀족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옛날의 지위와 영광을 잃은 호라이즌 남작가는, 그저 선조조차 제국 출신이 아닌 근본없는 가문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냐가 눈에 튀는 행동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귀족들은 그녀를 속된말로 ‘씹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에는, 엘리트이자 용사파티의 유력 추가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1학년 생들에 대한 시기와 엘프의 피가 흐르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질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그녀를 은근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됐어, 지나간 일은 잊고. 해야 할 일을 하자.”
하지만 그런 시선들에 절대 기죽지 않기로 약속했던 그녀는, 이내 두 손을 꽉 쥐며 뒤로 돌아선다.
“그럼,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지?”
그리고는, 매의 눈으로 어수선해진 강당을 스캔하기 시작한 레냐.
“음…”
그러던 그녀는, 아예 품에서 수첩까지 꺼내들고는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이 기회에 최대한 많이 말을 붙여놓아야 하는데…”
호라이즌 자매는, 입학식이 끝나고 생긴 작은 텀동안 이어지는 교류의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작정이었다.
전교생이 한곳에 모이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어떻게든 인맥을 쌓으려는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황금같은 기회였다.
“일단, 쟤는 아니야.”
그렇게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같은 눈빛으로 말을 걸 상대를 물색하던 그녀는,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유스티아노 백작의 외동딸을 보며 중얼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가문의 원수한테 기는건 아니지.”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채,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그녀를 쏘아보던 레냐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쥐어 보인다.
“…흐암.”
“저, 저게 진짜…”
하지만, 그런 그녀를 흘깃 쳐다보다가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녀.
“됐어, 신경쓰지 말자.”
그런 그녀의 뒤에 따라붙는 인파를 애써 무시하며 수첩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는, 이내 끼워뒀던 볼펜을 집어든다.
– 찌이익, 찌익…
그리고는, 맨앞에 써두었던 ‘로즈윈 솔라 선셋’에 빗금을 치는 레냐.
원래 그녀는, 들어가기 쉽다는 평이 있는 로즈윈 파벌에 들어가려 했었다. 하지만, 파벌 자체가 사라져버렸기에 배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처량하게 구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살짝 불쌍해보이긴 했지만, 최근 권력싸움에서 밀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붙일 정도로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었다.
“으음…”
그렇게 로즈윈의 이름을 지운 그녀는, 이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저 사람도… 애매해.”
그녀의 옆을 많은 인파를 대동한 아이시가 지나쳤지만, 그녀는 제국인이 아닌 타국의 공주였기에 레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저기…”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애들의 무리에 끼어든 그녀.
“…누구시죠?”
“저희를 아시나요?”
“아, 그 그건 아니고…”
하지만 돌아오는건, 재는 듯한 말투와 눈빛이었다.
“아아… 그분이시구나.”
“어… ‘그분’이라뇨?”
“친하지도 않은데 덥썩 말을 거는게 귀족의 예법에 어긋나는 걸 전혀 모르시는 분이니, 당연히 호라이즌 가문의 영애시겠죠?”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내 그 눈빛과 말투과 조롱과 멸시로 바뀌자,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뒤에 뒤로 물러나는 그녀.
그렇게 몇번의 시도가 더 있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와 다를게 없었다.
“하아…”
“네, 복권이 된건 최근입니다.”
“…어?”
덕분에 괜히 눈물이 울컥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와! 이분은 정말 예쁘시네요!!”
“정확한 복권시기와 그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비교를… 아니, 확인을 해볼게 있는지라.”
“물론입니다, 전력으로 협력하겠습니다.”
그녀의 언니가, 벌써 세레나와 페를로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 대박…”
자신의 언니가 자신은 눈도 못 맞출 거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언니…”
늘 자랑스럽게 여기고 존경하던 언니의 당당한 모습에 미소를 중얼거리던 그녀는.
“…….”
그녀의 팔에 둘러져 있는 팔토시를 보고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
“개새끼…”
늘 당당하던 언니가, 노예의 낙인이 새겨진 날 자신 몰래 화장실에서 울던 모습이 그녀의 뇌리에 아른거린다.
“반드시, 복수할거야…”
이윽고 그렇게 다짐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는다.
“그럴려면, 우선 인맥을 만들어야 해…”
그리고는, 클라나가 있는 쪽과 루비가 있는 쪽을 번갈아 바라보는 그녀.
“저, 저기… 안녕하세요!”
그러던 레냐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내어 클라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용사파티의 중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루비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인맥을 넓힌다음 접근하는게 더 좋을거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멈춰라.”
“이분이 누구신지 모르는거냐.”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을 클라나의 심복이 막아선다.
“저, 저는 그저…”
덕분에 방금 낸 용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지만.
“물러나세요.”
그런 그녀를 살피던 클라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복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양옆으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죠?”
이윽고, 다리를 꼰채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클라나.
“머, 멋지다…”
그 모습에서 카리스마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린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 그. 그게…”
그러자, 옆에 있는 홍차잔을 집어들고는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묻는 클라나.
“너, 너무 멋져 보이셔서 그만…”
“흐, 흐흥… 그렇군요.”
덕분에 레냐가 실언을 한건가 싶어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답하자, 클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씰룩, 씰룩…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입꼬리는 명백하게 조금씩 씰룩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멋지다’라는 칭찬을 들은 그녀였기에, 클라나는 속으로 헤실헤실 웃으며 역시 자신도 프레이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그 모습을 좋은 징조라 생각한 레냐는, 눈을 빛내며 클라나에게 속삭인다.
“클라나 씨의 편이 되고 싶어요.”
“네? 그게 무슨…”
“저도, 프레이에게 관심이 아주 많거든요.”
“푸흡…!”
그 말을 듣자마자, 마시고 있던 홍차를 입에서 때어내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
“그러니, 저도 함께하게 해주세요.”
“네, 네에?”
레냐는 알고 있었다. 클라나가 프레이에게 우호적이라는 것을.
사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용사파티가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들과 소풍을 할때 클라나가 프레이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 관계를 알아챈 눈치빠른 이들은 꽤 많은 편이었다.
‘프레이에게 약점을 잡히신게 분명해… 그러니, 그를 조금이라도 더 견제하시고 싶어하실거야. 최근에 측근들을 엄청 모으시고 있다고도 들었고.’
물론 황녀가 프레이를 좋아할 이유가 없었기에, 레냐는 그 점을 노려 클라나에게 접근했다.
프레이도 견제하고 클라나의 편도 될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하지만, 클라나에게 있어서 그녀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제 하다하다 서브히로인이 아닌 애까지… 아, 안돼…’
“…..?”
창백한 표정이 된 클라나가, 천천히 레냐를 살핀다.
‘예, 예쁘잖아? 나보다 예쁜것 같은데… 아, 아냐. 프레이는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해. 씨앗도 세번째로 뿌려진 내가, 얘한테 꿀릴건 하나도 없…’
“황녀님?”
‘그, 그런데 난 이미 한번 정복된 식민지고… 얘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 파릇파릇한 애잖아. 어쩌지? 그럼 어떻게 해야… 다른 애들은 견제도 잘하던데…’
“클라나 황녀님?”
이윽고, 속으로 마구 중얼거리던 그녀는 레냐가 연거푸 자신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당신, 특기는 뭐죠?”
“아, 그게… 일단은 마법학 연구인데요… 아직 그렇다 할 성과는…”
“흐음…”
그 말에, 클라나가 살짝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뭐, 뭐라도 보여드려야 해. 못하면, 그대로 나가리야.’
하지만, 그것을 자신에 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한 레냐는 클라나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줄 알고 당황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이런건 어떠시나요?”
“네?”
“얘, 얘들아. 이리로 모여줄래?”
그렇게 찰나의 순간이 지난후, 기지를 발휘해 천장에 날아다니는 정령들에게 그렇게 소리친 그녀.
‘제발 와라, 제발 와라, 제발 와라…’
이윽고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빌기 시작한다.
– 호로롱…♡
“뿌우…!”
잠시후, 그녀의 기도가 통한건지 일제히 그녀에게 날아드는 정령들.
“후아아?”
“후아…♡”
그 모습을 보던 호기심 많은 요정들도 정령의 뒤에 따라붙자, 장관이 펼쳐진다.
덕분에 레냐에게 다시 한번 집중되는 시선.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취한 눈빛이 대다수였다.
“이, 이거면… 되나요?”
그렇게 자신의 볼과 어깨 주변을 살랑거리며 날아다니는 정령들과 요정들을 거느리게 된 레냐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 으아…”
“……?”
“대, 대단… 하네요…”
그러자, 살짝 쭈그러든채 울먹거리다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답한 클라나.
‘재능층 죽어… 재능층 죽어… 재능층 죽어…’
하지만 속으로는, 피를 타고나야 얻을 수 있는 이미 소실된 재능이라 여겨지던 ‘정령사’의 재림에 열심히 열등감을 불태우던 그녀였다.
“저기… 시간이 있으시다면 이야기를 좀?”
“…혹시, 신입생 환영회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당신같은 분이 필요한데.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네에?”
그런 그녀에게 아까부터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있던 영식들이 접근하자, 레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신입생 환영회는…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아, 그게 말이죠. 사실…”
그러던 그녀가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영식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을 하려 했지만.
“야, 꺼져.”
“…….!”
그런 그들의 앞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이리나가 가로막고는 욕지거리를 하자, 흠칫하며 뒤로 물러난다.
“빨리 안꺼져? 좆이 뇌를 지배하는 새끼들아?”
“저, 저희는…”
“빨리 꺼지라고, 벌거숭이로 만들어서 공중에 띄워놓기 전에.”
비록 평민인 그녀였지만, 최근 마탑주의 제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데다 클라나의 최측근으로 불리고 있었기에, 별볼일 없는 그들은 그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넌 또 뭐야?”
“네, 네에?”
그런 장면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레냐는, 이리나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자신을 불량하게 노려보자 주춤거린다.
“프레이에게 왜 관심이 많은데?”
그런 그녀에게 한발자국 다가서며, 싸늘하게 묻는 그녀.
“내 말 안들려?”
“아, 그게… 별건 아니고… 그냥… 어?”
덕분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혹시 이게 기강 다지기는 아닐까 생각하던 레냐는,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 호루룽… 호룽…
“뿌, 뿌우…”
“왜 그래? 얘들아?”
방금까지만 해도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그녀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정령과 요정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섭다고? 누가?”
그 모습에 무심코 녀석들을 어루만지다가, 엉겁결에 감정을 읽고는 그렇게 묻는 레냐.
“빨간거… 무서워?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해? 그게 무슨…”
“뭐야, 정령들이네.”
그런 레냐를 바라보던 이리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들고는 이리저리 휘젓는다.
“마나는 자정에 돌아오지만… 이정도는 되겠지.”
– 호로롱!?
“…돌아가.”
그러자,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정령과 요정들.
“지금… 뭘 하신건가요?”
“정령마법.”
“네에!?”
그 모습에 멍을 때리다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 레냐는,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비록 엘프의 피는 상당히 희미해졌지만, 공부를 좋아하는데다 엄연한 가문의 후계자였던 그녀는 정령에 대해서 아는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걸… 어떻게 써요? 소실된지가 언젠데?”
정령마법은, 소실된지 몇백년이나 된 마법이었다.
“그냥 다시 개발했어. 하니까 되던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정령마법은 엘프의 전유물이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당신은 대체…?”
“그전에,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하라니까.”
덕분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렇게 묻던 레냐는, 이리나가 자신의 말을 끊고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열자, 겁에질린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왜 프레이한테 관심이 있는거냐고, 씨발.”
‘도, 도망쳐야 해… 아무튼 도망쳐야 해…’
정령들과 요정들의 말을 따르기로 말이다.
“아,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레냐는, 젖먹던 힘까지 사용해 다급히 몸을 뒤로 뺀 뒤에 강당의 출구로 줄행랑을 쳤다.
“뭐야? 저년은.”
“너… 너도 신입생 환영회 초대 못 받았었지? 그치?”
“난 1년전에 거기에 잡혀갔었는데.”
“너, 너도…!?”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이리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클라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틀렸어. 난 가망이 없어. 이젠 프레이의 식민지, 그리고 아기씨 보유자라는 타이틀이라도 어떻게든 지켜야…”
“넌 황녀니까 초대를 안 받은거지 이 멍청아. 평민이였으면 나처럼 잡혀가서 프레이에게 바쳐졌을걸.”
“그, 그렇구나. 헤헤…”
레냐가 들었다면 하루동안은 넋이 나갔을 만한 이야기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
– 딩동♪딩동♪
잠시 생겼던 자투리 시간이 끝나고, 아카데미의 첫 수업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예비종이 울린다.
“여기가 1학년 A반이구나.”
그 종소리에 발걸음을 재촉하던 레냐는, 1학년 A반이라 써진 명패를 발견하고는 침을 꼴깍 삼킨다.
“아카데미의 최상위 클래스. 1년동안 내가 있을 곳.”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명패를 바라보던 레냐는, 문앞에 도착하자 눈을 지긋이 감고 심호흡을 내쉰다.
‘용사파티에 들어가 가문을 부흥시키고, 프레이를 처단한다. 그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어.’
– 끼이익…
이윽고, 그렇게 다짐하며 반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
“”………””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 스륵.
– 슥…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가는 시선들.
– 터벅, 터벅…
그들과 마찬가지로 한번 주변을 쓱 흝어본 레냐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작전에서… 어떻게든 루비님의 눈에 띄고야 말겠어.’
그리고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용사파티와 신입생들은, 오늘 이루어질 프레이의 첫 수업을 성대하게 망칠 계획을 짜둔 후였다.
– 끼이익…
‘왔다…!’
그리고 그 계획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터벅, 터벅…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 앉고나서야 교실에 들어선 프레이가, 천천히 교탁으로 향한다.
그러자 교실에 감도는 싸늘한 적막.
‘과연, 성공할까?’
그런 적막속에서, 레냐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살핀다.
‘교탁 속 서랍에 숨어있는 아리스씨가 프레이를 급습하는 동시에, 대검을 잘 쓴다고 했던 아이가 그를 내려찍는다. 몇번이고 시물레이션 해봤으니, 확실히 먹히긴 할텐데…’
오늘 하루동안 촘촘하게 짜여진 수많은 계획들 중 첫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계획중 하나가,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왜 안나오시지?’
분명히 교탁밑에 숨어있을 아리스가, 어째서인지 요지부동이다.
‘이, 이러면 계획 실패인데.’
덕분에, 신입생들의 표정이 불안해지던 그 순간.
– 파지징!!
교탁의 맨 앞에 앉아있던 소녀가, 무언가 눈치채기라도 한건지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허공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대검을 소환한다.
– 콰드드드득!!!”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지 채 1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대한 대검이 교탁에 서있던 프레이에게 작렬했다.
“하아, 하아…”
무언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소리가 들리자, 긴장을 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내쉬던 소녀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경악한 표정으로 바뀐다.
“어, 어떻게…”
– 파지지직…
여전히 무표정이던 프레이가, 손가락 하나만 사용해 그녀의 대검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익…!”
당황해 마지않던 그녀가 다시한번 대검에 힘을 주었지만, 프레이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한다.
– 팅…!
그러던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긴다.
– 쿠과과과광!!!
그러자, 순식간에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 교실 벽 저편에 박혀 부르르 떠는 대검.
“마, 말도 안돼…”
그 모습을 겁에 질린채 바라보던 소녀는,
– 꽈악…!
“흐악!?”
여전히 교탁 앞에 선채로 자신의 팔을 잡은 프레이가 자신을 번쩍 들어올리자, 저항 한번 못하고 제압당한다.
“꺄악!? 이, 이거 놔…!”
– 꾸욱…
“…아으윽!”
이윽고 교탁에 눕혀진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차, 강하게 그녀를 배를 누르는 프레이.
– 치이익…..!
“꺄아아아아아악!!!”
잠시 후 사이한 기운과 함께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자, 소녀가 파르르 떨며 비명을 지른다.
“배에 새겨지는게 숨기는데도 용이할거다. 그러니 참도록.”
“”…………””
그 경악스러운 장면을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짓는 남학생들과, 역겹다는 표정을 짓는 여학생들.
‘역겨워…’
그리고 그건, 그 순간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드시 널 끌어내려야겠어, 프레이.’
더욱더 강해진 그녀와 반 아이들의 다짐과 함께, 프레이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
“으극, 으으…”
“노예의 인장을 새긴다고 분명히 경고했을텐데 그렇게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니. 내 말이 말같지가 않았나 보군.”
“으아아아악…!”
대검으로 나를 내려찍으려던 소녀의 배에 노예의 인장을 새기던 나는, 무릎으로 막고 있는 서랍이 들썩거리는걸 느끼며 조용히 생각한다.
‘아리스가 안에 있는건 알고 있었는데… 대체 카니아는 왜 교탁밑에 들어가 있는거지?’
어째서인지 서랍 속에서는, 카니아의 흑마력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디.
아마 카니아가 아리스를 제압하고 있는 듯 한데,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발각될 시에 상당히 곤란해질테니 계속해서 무릎으로 막고 있어야겠다.
“넌… 사람도 아니야… 이 죽어 마땅한 쓰레기 새끼.”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소녀의 배에 시선을 집중하니, 그녀가 눈물을 머금은채 그렇게 읊조린다.
“…하아.”
대답 대신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퀭한 눈빛을 띤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겨우 하나 더 추가했네…’
99퍼센트가 절명할 운명인 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는 이들 모두에게 ‘노예의 인장’을 새겨야만 한다.
‘…언제 다 새기지?’
아무래도, 당분간 꽤나 바빠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