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9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95화(295/524)
Episode 295
– 츠즈즈…
“으윽.”
교탁에서 피어오르던 검은 연기가 잦아들자, 내게 팔을 잡힌채 짓눌리고 있던 소녀가 신음소리를 낸다.
“자리로 돌아가도록.”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내가 팔을 놓고 그렇게 말하자, 눈에 눈물을 머금은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
“빨리 빨리 움직여.”
“…..!”
그러던 그녀는,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노예의 인장이 새겨진 자에게는, 이렇게 가벼운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너무 복잡한 명령이나 정신조작은 불가능하지만, 기본적인 요구라면 대부분 먹힌다.
그래서 그 효율은, 몇몇 타국에서 아예 ‘노예병’을 운용할 정도로 좋다.
모두에게 ‘동일’한 인장을 새기면 명령 하나로 집단을 쉽사리 통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들 모두에게 노예의 인장을 새기려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나의 명령으로 모두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야,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재앙에서 저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녀석들에게 노예의 인장을 새겨야…
“으극… 으…”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교탁 앞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으으…”
뭔가 했는데, 날 대검으로 습격한 소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질질짜는 모습이 상당히 짜증나는군. 그만 울음을 멈추도록.”
“…그극.”
“노예새끼 주제에.”
내 명령에 울음을 억지로 멈추고는 증오에 잠긴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는 소녀를 똑바로 마주보며, 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키워 말한다.
“적을 죽일 각오로 덤비면,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 조차 없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덤비니,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마주했을때 이렇게 꺾여버리는거다.”
“”……….””
“내가 새기는 노예의 인장은, 전에도 말했지만 한번 죽었다는 표식이다.”
그렇게 말한 나는,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추며 싸늘하게 속삭였다.
“너희를 항상 실전에 임하게 하려면, 목숨에 비견되는 패널티가 있어야겠지. 예를 들어 사회적 생명이라던가, 명예라던가.”
꽤나 낮은 목소리였지만, 반이 쥐죽은듯이 조용했기에 모든 아이들이 내 말을 똑똑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보나마나 ‘자기가 뭔데 저따위 말을 하느냐’, ‘실전 경험이라도 있긴 하느냐’ 따위의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사실 매우 합당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그들은 나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력행사만큼 좋은 증명수단은 없으니 말이다.
“질문이 있습니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수업을 시작하려던 나는,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손을 치켜들고 질문을 해오기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번 습격했다가 인장이 새겨진 학생이, 다시 한번 습격을 하면요? 그때는 어떻게 되는거죠?”
그러자, 그런 날 차갑게 노려보며 질문을 던지는 여학생.
‘이름이… 레냐? 레냐였던가?’
호라이즌 가 차녀의 당돌한 질문에, 나는 손에 든 펜을 굴리며 답변을 해주었다.
“그에 맞는 적절한 벌을 줄거다. 노예 인장을 눈에 잘 띄는 곳에 하나씩 더 새긴다던지, 다른 인장을 새긴다던지, 따로 개인교습을 한다던지…”
“…하.”
그러자, 치가 떨린다는 듯이 파르르 떨며 나를 노려보는 그녀.
예언서에 의하면, 그녀는 언니를 무척이나 아낀다고 했다. 그런 언니가, 무려 첫번째로 노예의 인장이 새겨졌기에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것이겠지.
물론 그것을 노린 측면도 있었기에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은 나는, 이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도, 질문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시선을 돌린곳에도 손을 들고 있는 이가 있었다.
“교수님을 쓰러트려도 된다는 건, 죽여도 된다는 소리인가요?”
더 이상 시간을 끌고싶지 않았기에 질문을 무시하려 했지만,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음산한 목소리로 날 추궁한다.
“교수님을 단순히 쓰러트려야 한다면, 제약이 많아집니다. 허나 죽여도 되는거라면, 조금더 치명적이고 은밀한 방법들을 쓸 수 있게 되는데요.”
“흠.”
“저희가 교수님을 죽여버려도, 교수님의 머리에 들어있는 ‘마왕’을 쓰러트리는 지식은 그대로 남아있는 건가요?”
그렇게 말한 뒤에 허리를 꼿꼿히 편채 나를 바라보던 소녀는, 보기만 해도 서늘해지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역시, 제법이군.’
유렐리아 폰 유스티아노.
뒷세계의 지배자 유스티아노 백작을 아버지로 둔, 아비를 닮아 흑막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잿빛의 소녀.
그녀에 대한 것은, ‘로즈윈의 상위호완 버전’이라는 문장 하나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왜 서브히로인이 아니냐고?
실제로, 선조님도 그것 때문에 개발사에 문의를 넣는 사람이 수두룩 했다고 언급했었다.
도대체 왜 쓸모없는 로즈윈이 서브히로인이고, 레냐나 유렐리아 같은 매력적인 서사와 설정을 가진 소녀들이 끔살을 당하는 엑스트라냐고 말이다.
물론 로즈윈은 ‘조력자 시스템’이라는 범접 불가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위치에 있는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마 그 자리는 유렐리아 백작 영애가 차지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내가 너희 중 한명에게 죽으면, 황실과 교단에게 내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전달되도록 마법을 걸어두었다.”
“그걸 어떻게 신뢰할 수 있죠?”
“내가 그걸 왜 증명해야 하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고고한 자태로 앉은 채 다시 질문을 던진 유렐리아에게 입꼬리를 올리며 답변을 해주었다.
“그걸, 증명하지 않는것도 하나의 방어수단인데 말이야.”
“두려우신가요?”
“한때 네 아비를 가랑이 밑에 기게 하던 난데, 그 딸이 무서울까.”
그 말을 들은 그녀가, 인상을 팍 찌푸린다.
“풉, 푸흡…”
“…….”
“아, 미안. 미안해… 푸흐흐…”
그러다가, 옆에서 입을 막고 웃음을 터트린 레냐를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그녀.
‘그러고 보니, 저 둘은 라이벌 관계였던가?’
얼핏 예언서에 그러한 설정이 적혀있었던 것 같아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이내 모두를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첫번째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그러자, 안 그래도 차갑던 아이들의 표정이 더더욱 차갑게 변한다.
‘보나마나, 수업을 방해하려고 여러가지 계획들을 짜왔겠지.’
여기저기서 촬영 마도구나 기록 마도구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내가 강의하는 것을 기록하다가 내가 수준 낮은 강의를 하거나 녀석들의 계획에 당하면 그걸로 여론전을 하려는 것 같다.
“전부 주목.”
하지만, 오늘 녀석들의 계획은 성대하게 실패하게 될 것이다.
– 펑!!
“뭐, 뭐야!?”
“깜짝이야…”
교탁앞에 서있던 내 옆에서 굉음이 들리며 연기가 피어오르자, 마도구를 만지작 거리거나 역주문 마법진을 그리던 아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안녕~♡”
“”…….!!!””
그리고 그 표정은, 연기가 걷히자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든 여자를 본 순간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1교시에 너희에게 가르칠 것은, 마족의 마나회로 구성. 그리고, 전술체계다.”
보라색 피부와 머리위의 뿔, 그리고 살랑거리는 꼬리를 가진 그녀는, 누가봐도 ‘마족’이었기 때문이다.
“잘 부탁드려용~!”
사실 그녀는 마왕군 전투간부, 그것도 서열 4위다. 아카데미를 손아귀에 넣을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니, 즉시 협력해주었다.
“이 정도는 눈감아 주시겠죠? 용사님?”
자신들을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족을 멍하니 쳐다보는 아이들의 뒤에서, 그때까지 조용히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루비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이게 다,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아닙니까.”
“…그렇네요.”
마지못해 그리 답하는 루비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던 나는, 이내 아이들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면 환장을 하겠지. 녀석들은 모두가 엘리트로 이루어진, 사망사유에 과로사가 있을 정도로 공부에 미친 놈들이니.’
나는 수준낮은 교육을 할 생각이 없다.
스토리상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그저 방관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개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 어린 영웅들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가, 그들의 교수인 내 행동에 달려있다.
그런데 내가 저 녀석들을 허투로 가르칠 리가 없지 않은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펼쳐라. 몇백년 전에 나온, ‘마족의 마나회로’에 대한 정리 논문이지. 저번에 내가 가져오라 언급했을…”
그렇게 말하며 칠판으로 다가서던 나는, 아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설마, 아무도 안 가져온건가?”
그러자,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자료를 꺼내는 몇몇 아이들.
“안 챙겨온 녀석들은, 옆의 친구와 같이 보거나 알아서 이해하도록.”
그렇게 말한뒤에 살짝 뒤를 쳐다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심지어 방금전까지 싸우던 레냐와 유렐리아도 인상을 찌푸린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수업을 방해할 생각을 하는 녀석들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다.”
내 첫번째 강의는, 그렇게 성황리에 시작되었다.
.
– 딩동! 딩동!
길고 길었던 입학식의 날이 끝나고, 마지막 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진다.
– 사각, 사각…
– 촤르르르…
아직까지는 쉬는 시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필기구와 촬영 마도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1교시에서 4교시까지 긴 시간을 거쳐 강의된 프레이의 ‘마족학’과, 5교시에서 6교시까지 강의된 ‘마족의 전술’
하나하나가 학계에 파란을 가져올 국보급 가치를 가진 그 지식을, 완벽하게 옮겨적기 위해 다들 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 방해작전’은, 어느새 물건너 간지 오래였다.
“음.”
그런 그들의 앞에는, 어느새 마지막 교시의 준비를 하고 있던 프레이가 있었다.
– 딱!
“…아.”
“아직 다 못썼는데…”
조용히 손목시계의 시간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칠판에 적혀있던 내용들이 일제히 사라진다.
“마지막 교시에 너희들에게 가르칠 것은, 마법학 이론이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자기들도 모르게 불만에 가득찬 소리를 내는 학생들을 무시한채, 프레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가르치기 보다는 소개한다 말하는게 옳겠지.”
그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
“이번 교시는, 앞으로 너희에게 1년동안 가르칠 새로운 마법 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시간이다. 쉽게 말해서,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할까.”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그제야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필기도구와 마도구를 내려놓았다.
겨우 한개의 교시동안 이루어지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라면, 목숨을 걸고 필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이건 기회야.’
그리고 그건, 아이들 사이에서 홀린듯이 필기를 하던 레냐도 마찬가지였다.
‘이틈을 타서 작전을 성공시키면… 분명히 루비씨의 눈에 들 수 있을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꼬고 앉는다.
‘그리고, 마법 이론이라면… 자신있어.’
그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녀.
비록 저번에는 예기치 못한 지식을 접하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그녀는 마탑에서 눈여겨보는 인재였다.
프레이 따위의 마법 이론은, 얼마든지 논파해줄 자신이 있었다.
‘마족에 대한건 좀 해박한가 본데… 그래봤자 그건 죄악에 찌든 지식이지.’
저번이나 지금이나 마족에 관해 상당히 해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은 그저 마왕군에 몸담았던 경험 덕분이라 생각하던 레냐는.
‘과연, 순수 마법학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 프레이.’
조용히 팔짱을 낀채, 프레이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어댈 준비를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한가지다.”
그리고 잠시후, 조용히 입을 연 프레이.
“너희들이 믿고 있던 세상의 규칙은, 전부 틀렸다.”
그 말을 들은 레냐가 인상을 찌푸릴 무렵, 프레이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니, 앞으로는 거짓된 세상 대신에 내 교육을 믿어야 할거다.”
그 거창한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올 무렵.
“잘 믿지 못하는것 같으니, 예를 하나 들지.”
– 따악!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아이들의 책상에 깔끔하게 정리된 논문들이 날아든다.
[반 – 신성 정리] <저자 미상>“이 세계에, ‘신성력’은 없다.”
그 제목을 멍하니 보던 아이들은, 프레이의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너희들이 신성력이라고 알고 있는 힘은, 사실 마나나 검기와 똑같은 자연적인 법칙에 불과하지. 오직, 거기에 ‘기적력’이 살짝 첨가되었을 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충격적인 말을 하는 프레이.
“논문에 있는 공식대로 마법회로를 운용해보면, 누구나 간단히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직접 한번 해보도록.”
그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지만, 아무도 회로를 운용해보는 사람은 없었다.
일 더하기 일이 이가 아니라 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 만큼, 강력한 이론의 충돌이 그들의 뇌를 마비시켰기 때문에.
그리고, 직접 운용을 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식의 정리가 너무 명료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말도 안돼…”
“사, 사기야. 사기라고.”
“증명이 잘못된 거 아니야? 이 기호가 왜 여기에…?”
몇몇 신앙이 깊은 학생들과 배움이 부족한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무렵, 최연소 성기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진다.
“그럼, 교단은 뭐죠?”
“역사적인 사기 집단이다. 천년전에 나타났던 성녀를 섬기던 자칭 ‘교단’이, 야금야금 역사를 주물러가며 진짜 교단이 되어버렸지.”
“그게 무슨 미친 소리…”
“이 세상에서 ‘신성’한 것은 오직 ‘성녀’가 가진 힘, 그리고 빛의 3가문이 가진 ‘빛의 마나들’이다. 모르면 외우도록.”
세레나의 반 신성 정리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우선, 내가 가진 별의 마나부터 설명하자면…”
– 파지지징…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고가 완전히 개변되는 충격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학생들은, 프레이가 손에서 별의 마나를 뿜어내자 다급히 다시 필기를 시작한다.
“으, 으으…”
그렇게, 교실이 다시 사각거리는 소리로 다시 차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레냐.
– 사각, 사각…
힐끔 옆을 훔쳐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자존심을 부리고 있던 유렐리아 마저 평정심을 잃고 필기도구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 나는… 나느은…’
그런 상황에서, 레냐는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져든다.
‘으으…’
모두의 정신이 팔린 지금, 프레이의 수업을 방해해야 될까? 오히려 루비씨도 화내지 않을까?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루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몇주나 공들인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싶었다.
‘내, 내가 하면… 내가 방해하면…..’
“너희들이 알고 있던 마나 회로도 잘못되었다. 마나 회로는 가슴, 배, 머리에 있는게 아니라 온몸에 혈관처럼 뻗어있어. 너희는 지금까지 그 방대한 공간을 낭비…’
‘……..!’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도, 세상을 뒤집어놓을 개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필기를 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아니지, 영상 마도구가 있잖아.’
그렇게 한참동안 갈팡질팡하며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에 있던 영상 마도구가 이 모든일을 녹화하고 있었다는걸 겨우 상기해내고 안심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지만.
– 딱!!
“……..!!!”
프레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 있던 영상 마도구들이 공중에 떠오르다 프레이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내 수업의 녹화를 금지한다.”
“어, 어째서…”
“유출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지. 필기한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추후에 알리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거다.”
마도구만을 믿고있다가 세상을 잃은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차가운 눈빛을 띤채 읊조린다.
“그리고, 지식을 배우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지.”
– 딩동♪ 댕동♪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다.”
그러다 종이 울리자, 프레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선언한다.
– 딱!
“으, 으아아…”
그와 동시에 교실에 ‘딱’ 소리가 울려퍼졌고, 최소한 몇만골드의 가치를 가진 칠판의 복잡한 공식들이 아까와 같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과제는, 오늘 내게 배운것들 중에서 핵심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10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오는 거다.”
“”……..””
“너희들의 수준이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 따라 순위를 정해 발표할거니, 정성을 다해 하도록.”
덕분에 잔뜩 절망해 버린 학생들을 한층 더 절망시킨 발언을 끝마친 프레이는, 조용히 교탁위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뭐하나, 안 나가고.”
.
“결국, 아무것도 못했어… 나는…”
멍한 표정이 된 레냐가, 고개를 숙인채 중얼거린다.
“이도저도 못하고…”
굳게 마음먹은 것 치고는 이룬게 하나도 없다는 허탈감, 프레이의 이론이 가져온 충격 등등.
‘나는… 그저 이것밖에 안되는 아이였던거야…?’
마지막 교시의 방해 담당이었던 자신이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에,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책을 하던 그녀는.
“저기요, 레냐 씨.”
“안녕하세요?”
“흐, 흐아?”
귀족 영애들이 무리를 지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신입생 환영회’라고 아시나요?”
“거기에 레냐씨를 초대하고 싶은데… 혹시 관심 있으세요?”
그런 그녀에게, 은근한 눈빛으로 제안을 던지는 영애들.
“거, 거긴 질이 안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아니에요~! 거긴 레냐씨같은 신입생들, 그리고 새로운 얼굴을 환영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랍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사교회 비스무리한 곳이라 보면 되요.”
“아, 아아…”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레냐였으나. ‘사교회’라는 말에 눈을 빛낸다.
‘그래, 아직 기회는 있어. 충분히 만회할 수…’
“뭐, 싫으시면 어쩔 수 없고…”
“가, 갈게요! 따라갈게요!”
그렇게 머릿속으로 한창 계산을 하던 그녀는, 영애들이 등을 돌리자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외쳤다.
“어머, 활기차신 분이네요~”
“그럼, 저희를 따라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미소를 짓는 그녀들과 함께, 레냐는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교실을 나섰다.
“………..”
그리고 그 모습을, 그때까지 무릎으로 열심히 교탁밑을 막고 있던 프레이가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