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화(3/524)
Episode 3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아침이 밝았음을 알려왔다.
“…슬슬, 내려 놔야겠지?”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던 카니아를 조심스럽게 들어 살포시 그녀가 쓰러졌던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이내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에 눕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언제까지 쳐 누워있을거야!?”
“…흐앗!”
그러자 바닥에 누워있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이내 자신이 그때까지 바닥에 계속 누워 있던 걸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고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불만이라도 있어?”
“…아닙니다.”
“그럼, 아침이나 차려와.”
“…네.”
“아, 그리고 어제처럼 형편 없는 식사를 가져올거면… 그냥 동생 데리고 가문에서 나가.”
“……..”
“왜? 동생 데리고 가기 싫어? 그럼 동생은 가문에 남기고 갈래? 내 첩으로 삼게 말이야.”
내가 그녀의 동생을 언급하자, 카니아는 결국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녀에게 있어, 동생은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역린이다.
“그럼… 준비해… 오겠습니다…”
“어, 수고.”
그렇게 그녀가 울먹거리며 방을 나가자, 어김없이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떴다.
[위악 포인트 1pt 획득! (마음에도 없는 소리)‘…포인트 옆에 붙어 나오는 메세지는 뭐지? 위악을 저지른 상황을 설명하는건가?’
잠시 아리송한 표정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하긴, 마음에도 없는 소리긴 하지.”
카니아의 동생은 훗날 그녀를 치료할 귀중한 열쇠가 된다. 그런 그녀를 내가 함부로 대할리가 없지 않는가?
뭐, 카니아에겐 계속해서 동생을 탐내고 있다는 언질을 해서 날 증오하게 만들어야겠지만 말이다.
“…아침 식사입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식탁에 자리를 잡으니, 카니아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가져왔다.
“……..”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식사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카니아가 이를 악물기 시작했다. 내가 또 식사를 엎으려고 하는줄 아나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위악자의 직감’의 발동 여부를 확인 했을 뿐이다. 하루에 한번 죽음의 위험을 경고해주는 ‘위악자의 직감’이 발동되지 않은걸 보면, 아침식사에는 독이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됐다, 이제 지적질을 하는것도 지쳤어.”
나는,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개 맛있네.’
옛날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카니아는 정말 요리를 잘한다. 당장 이 커피만 해도, 황실 바리스타를 압도할 정도다.
“…이건 또 왜 이렇게 써?”
“…죄송합니다.”
물론, 맛있다는 티를 내면 안된다. 나는, 나쁜 사람이어야 하니까.
“하여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네.”
“…도련님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입발린 소리만 하지 말고 아카데미 초대장이나 줘 봐. 보여줄게 있으니깐.”
“…네.”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자, 카니아는 품에서 아카데미 초대장을 꺼냈다.
[선라이즈 아카데미]– 위대한 용사 가문 스타라이트의 제 1남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 당신을 선라이즈 제국의 자랑이자,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인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초대합니다. 부디, 저희 아카데미에 오셔서 저희를 비추는 별빛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학장 라이오넬]“…봤냐? 나보고 별빛이 되란다.”
조용히 초대장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코웃음을 치며 초대장을 구기고는, 카니아의 머리에 던졌다.
“아버지의 추천장으로 겨우 아카데미에 들어간 별볼일 없는 고아인 너랑은 위치부터가 다르다 이거지.”
“………”
“그러니까, 아카데미에 가서도 잘 부탁한다? 카니아?”
“네, 하지만 도련님… 아셔야 할것이…”
“모든 아카데미생은 평등하다는 규칙? 지랄. 그딴건 어디 남작가나 변경백 자제나 지키는거지. 난 제국에 몇 없는 공작가, 그것도 용사 가문의 직계 혈통이라고.”
“……..”
“그러니까, 아카데미에서 그딴 병신같은 소리 지껄이지 말고… 규칙을 들먹이는 평민 새끼들이 있으면 네가 직접 조져놔. 알겠지?”
“…네.”
“그럼, 슬슬 아카데미로 출발하자. 유서깊은 용사가문이 아카데미 첫날부터 지각할 순 없으니.”
그 말을 하고 나는, 일부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반 이상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같아선 어제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다 먹어치우고 싶었지만… 미움을 받으려면 어쩔수 없다.
“도련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안녕하신가요~! 프레이 도련님! 저희 상단에서 준비한 최고급 마차로 도련님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겠습니다!”
“…응.”
숙소를 나서니, 어느새 가문의 인장이 박힌 으리으리한 황금빛 마차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그런데… 소문보다 더 잘생기셨네요! 세상에… 한눈에 반했어요…!”
“…그래?”
“네! 혹시… 시간 있으시면… 흠흠…”
그런 마차를 잠시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상단에서 나온 여자가 나에게 앵겨붙기 시작했다.
‘…속이 뻔히 보인다, 이 년아.”
나는, 세간에 굉장한 호색한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지금 시점에서 내 평판은 바닥이다. 물론 나는 제국에서 황가도 함부로 무시 못하는 용사 가문의 제 1남이기에, 평판과는 달리 주변에서 항상 떠받들여지고 있다.
아무튼 상단에서 일부러 아름다운 여자를 뽑아서 날 유혹하게 만든 것 같은데… 아쉽게도 목숨이 간당간당한 나는 지금 이런 여자와 놀아날 시간이 없다.
“푸하핫! 역시 천한것들은 속이 뻔히 보인다니깐?”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카니아의 허리를 팔로 휘어 감고는, 차갑게 속삭였다.
“그런데 내가 지금… 같은 천한 신분인데도 더 쓸만한 애를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아, 네에…”
“………!”
난데없이 허리를 휘어감긴 카니아는, 이를 악물며 살의를 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좀 바빠.”
“그,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내가 싸늘하게 말하자, 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황급히 내 곁에서 벗어났다.
“카니아, 같이 마차에 타자.”
“전… 말을 타고…”
“같이 마차에 타자니깐? 카니아?”
“……..네.”
한편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카니아와 함께 마차에 올라서다가, 뒤에 멍하니 서있던 상단의 여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너, 얼굴 기억해뒀어.”
“네, 넷! 감사합니다!”
세간에 스타라이트 가문의 제 1남이 ‘얼굴을 기억해뒀다.’라는 건, 하룻밤을 보낼 대상으로 점찍어 뒀다는 걸로 알려져 있다.
“………..”
그래서 그런지, 상단의 여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고 카니아는 역겹다는 표정을 애써 참고 있다.
[위악 포인트 1pt 획득! (꽃뱀 퇴치)]‘…사실, 내 머릿속 블랙리스트에 기억해 뒀다는건데 말이지.’
아마 저 여자는 상단이 어디 매춘부 소굴에서 고용한 여자일 것이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저 상단과 뒷세계의 관계에 대해 털어봐야겠다.
“…도련님.”
“응?”
“도련님의 팔이 저리실까 걱정됩니다. 그러니, 그만 제 허리에서 팔을 떼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마차에 올라탄 내가 카니아의 맞은편에 앉는게 아니라 옆에 앉아 팔을 계속 휘감고 있자, 카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오기 시작했다.
“…싫은데?”
“…부탁입니다.”
“음, 생각해보니 허리에 휘감고 있는건 좀 그렇네. 그럼… 이건 괜찮지?”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엔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다.
“도련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러자, 카니아가 눈을 질끈 감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재수없게. 쯧.”
나는 그제야 그녀에게서 떨어져, 맞은편의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피를 조심스럽게 닦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여간… 이건 해도해도 적응이 안되네…’
카니아가 잘때를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잘때 불어 넣는것보다 몇배는 더 몸에 무리가 가는데다 성희롱범 취급까지 당한다.
뭐, 카니아의 목숨을 연장시킬 수 있다면 기꺼이 성희롱범 취급 정도는 당해줄 수 있지만 말이다.
“…난 한숨 잘거니깐, 칭얼대지 말고 닥치고 있어. 카니아.”
“……네.”
“……….”
그렇게 나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에 마차에서 잠시 눈을 붙… 이려 했지만, 이내 바로 앞에 있는 여자가 날 죽이려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냈다.
‘…씨발.’
나는 결국 자는걸 포기하고 눈을 감은채 자기희생으로 인해 또다시 얻은 위악 포인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누적 위악 포인트: 100pt]‘…오, 꽤 많이 쌓였네?’
회귀한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위악질을 쉴새없이 해대서 그런지 포인트가 벌써 100pt나 모였다.
“…상점.”
개미만한 목소리로 ‘상점’을 중얼거려 창을 연 나는, 눈을 감은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상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스탯 분배에… 아이템 상점… 그리고 스킬 상점까지? 많기도 하네.’
예언서에 써져 있던 대로 상점은 위악포인트를 소모하여 나에게 결과물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지만 앞에 살기를 흘리고 있는 카니아가 있으니… 나중에 숙소에 들어갔을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음냐… 음냐… 카니아… 가만히 있어봐… 헤헤…”
“………!”
그렇게 판단을 마친 나는, 아카데미로 가는 내내 카니아의 이름을 부르며 잠꼬대를 하는 척 했다.
덕분에 앞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더욱 커졌지만, 누적 위악 포인트 역시 커져만 갔다.
아무래도, 이거 자주 써먹어야 할 것 같다.
.
“…도련님, 일어나십시오.”
“카니아…헤헤… 그 자세 좋네… 계속 유지하고 있어 봐…”
“도련님, 제발…”
“…흐아아암, 뭐야? 왜 그래?”
한참동안 잠꼬대 흉내를 내고 있는데, 갑자기 카니아가 날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대충 눈을 비비적 거리며 막 깨어난 모습을 취하니, 카니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내리셔야 해요.”
“벌써? 요즘 마차는 참 빠르네…”
기지개를 피며 창밖을 바라보니, 눈앞에 선라이즈 아카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아카데미가 멀쩡히 땅 위에 서있는 꼴을 다시보게 되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원래 저 아카데미는 마왕의 공격을 받아 무너져내리니 말이다.
– 위대한 용사의 가문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제 1 공자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이 입장하십니다!
“봤지? 카니아? 아직 아카데미에 입장도 안했는데 날 알아보는거?”
“…마차에 달린 가문의 인장을 본 것 같습니다.”
“…눈치 없는 년 같으니라고. 그럴때는 그냥 맞장구 쳐주는거야.”
“…죄송합니다.”
일부러 카니아에게 심술을 부린 나는, 쌓여가는 위악 포인트를 쳐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평등은 개뿔, 저런 허례허식이 남아있는데… 퍽이나 평등의 규칙이 지켜지겠다.’
‘아카데미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라는 규칙이 떡하니 존재하는데, 입학식날 유력가문의 자제가 입장할 시 큰 소리로 알리는 전통은 왜 사라지지 않는걸까? 여기는 배움의 장이지 연회장이 아닌데 말이다.
저런 악습들과 부정부패, 그리고 비리 때문에 제국은 점차 썩어들어가고 있다. 비록, 전회차에서 제국을 무너트린건 나지만… 마왕이나 내가 없었더라도 이대로 간다면 제국은 얼마 못가 패망할게 뻔하다.
그러니 나는 마왕을 물리치고, 히로인들로부터 살아남는 동시에 제국의 오점들까지 어느정도 정리해야 한다. 마왕을 물리치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뭐, 예언서의 지식과 저번 회차에서 얻은 지식들을 사용한다면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역시 히로인들이 문제…
[위악자의 직감: 근처에서 강력한 살의들이 느껴집니다!]“…에휴,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예언서에서 선조님이 즐겨 쓰시던 명언을 읊조리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살의’도 아니고, ‘살의들’이 느껴진단다.
아무래도, 우리 메인 히로인님들이 많이 화나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