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0화(30/524)
Episode 30
– 쿠과광!!
“꺄악!!”
다크 골렘의 핵에서 뿜어져 나온 레이저가 지면을 강타하자, 이리나가 그 여파에 튕겨져 나갔다.
“…젠장!”
그 장면을 보자마자 나는 몸을 날렸고, 그 결과 이리나가 땅에 충돌하기 직전에 겨우 받아낼 수 있었다.
“…크윽.”
“아윽!”
허나 바닥난 체력과 여기저기 입은 치명상들 때문에 뒷심이 부족했는지, 나는 그녀를 껴안은 채로 한동안 땅바닥을 굴렀다
– 타겟 색출… 말살…
“…미친 골렘 새끼.”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골렘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칼을 바로잡았다.
“도, 도망쳐야 해… 저건… 너라도 못이겨…!”
“……….”
한편 이리나는 그런 나에게 다급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하긴, 이리나가 저렇게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저 골렘은, 선라이즈 아카데미를 반파시키고 이솔렛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던… 마왕군의 전략 병기나 다름없는 존재이니 말이다.
그런 압도적인 위상을 가진 존재인지라 전 회차에서는 황실 기사단 전원이 출동하고 나서도 제압되는데 무려 반나절이 걸렸다.
– 지지직… 지지지직…
“리…아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때가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되든간에, 나는 이곳에서 저 망할 골렘과 싸워야한다.
저 골렘이 가동되어 버린 이상, 저 녀석은 우리 둘이 어딜 가든지 끝까지 쫒아올것이다.
그러니 이 숲 밖으로 도망친다 해도 위험한건 매한가지일뿐더러, 어찌저찌 잘 숨는다고 해도 근처의 마을이 위험해질 뿐이다.
만약 저 골렘이 인근의 마을로 향한다면, ‘잿빛의 숲’은 제국의 오지에 있기에 저 골렘을 제압할 기사단이 파견되려면 며칠은 걸릴 것이고… 그렇다면 그 전까지 얼마나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가 날지는 도저히 가늠이 안된다.
“…흐읍.”
“서, 설마 싸우려고?”
“이리나 씨… 도망치세요…”
그리고, 이리나가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이다.
“안 돼! 도망쳐도 같이 도망쳐!! 널 혼자 두고 갈 수는…”
“도망치라고!!!”
“…윽.”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날 말리려던 이리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든 프레이를 죽이신다면서요. 마음을 단단히 먹으셔야죠.”
“그, 그치만…”
“어차피, 동생들이 학대당하다 죽은 시점부터 전 이미 살아도 산게 아니었어요.”
“………..”
“그러니… 부디 여기서 빠져나가서 제 복수를 해주세요. 전 그거면 족합니다.”
저 골렘과 마음놓고 승부를 하려면 이리나를 먼저 보낼 필요가 있었기에 손발이 오그라들려는걸 꾹 참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치니, 이리나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역시, 내 착각이었나봐.”
“네?”
“리아나… 네 이름을 죽어서도 잊지 않을게… 반드시… 반드시 말이야…”
“…영광이네요.”
내 아련한 말을 들은 이리나는,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뒤를 돌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휴우.”
헹여라도 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이곳에서 빼내고 골렘과 붙으려 했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골렘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 신원 확인… 인간… 말살…
“잠깐, 그런데 지금 이 녀석을 여기서 무력화 하면, 시나리오가… 에휴.”
지금 이 녀석을 쓰러트린다면 예언서의 시나리오가 틀어질것이다. 즉, 변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게임 오버를 당하게 생겼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예언서의 시나리오도…
– 크오오오오오오!!!
“…쳇.”
골렘이 크게 포효를 하기 시작했기에, 나는 하던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눈앞의 골렘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힘을 다 회복하지 못했으니… 마왕군 전투 간부 중상위권 수준은 되겠네.’
선라이즈 아카데미 침공사건에서 마물들을 지휘했으며, 마왕군에서도 전략병기로 불리는 다크골렘이지만… 지금 저 녀석은 에피소드의 최종보스일 때보다는 힘이 약할 것이다.
왜냐면, 다크 골렘은 ‘잿빛의 숲’에 있는 마기를 채우던 중에 우리에 의해 예기치 못하게 깨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침공 사건때보다 몸집도 작다.
물론, 그럼에도 ‘전투 간부’ 중상위권은 되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저번에 손쉽게 죽였던 서큐버스 퀸과 유카리우스는 ‘전투 간부’가 아니였다. 애초에 전투 간부들은 기습을 한다 해도 단칼에 목숨을 잃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지금 나에게 어느정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이리나의 눈치를 보느라 ‘별의 마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오직 무투술로만 마물들을 상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지금, 용사의 힘과 어제 마나포션을 먹는 바람에 내 몸에서 들끓고 있는 별의 마나를 마음껏 쓴다면 어떻게든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것이다.
물론… 생명력 패널티 때문에 최대한 단판으로 끝내야 되고, 싸움이 끝난 뒤에는 빈사 상태가 되겠지만 말이다.
– 쩌어엉!!
– 파지이이잉!!
그렇게 생각을 마친 순간 골렘의 에너지 핵에서 검은색 레이저가 발사됐고, 동시에 휘둘러진 내 검에서는 별의마나를 담은 검기가 레이저를 향해 날아갔다.
– 쿠구궁…!!!
이윽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사방이 연기로 뒤덮였고, 나는 그때를 놓칠세라 재빨리 골렘의 다리로 파고들었다.
“흐압!!!”
이윽고 내 검이 다크 골렘의 오른쪽 다리를 양단했고, 그 순간 골렘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 삐빅… 균형 시스템… 심각한 오류… 복구 시도중…
“…다리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복구를 하게?”
– 복구… 불가…
“휴… 다행이네. 난 또 예비 다리라도 있는 줄 알았지.”
괜히 골렘의 말에 식겁하던 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마무리를 하려 다가가려 했지만…
– 대응 방안 검색… 결과 도출… 비행 동력 전개…
“…미친.”
갑자기 골렘이 날개를 펼치더니 날아오르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벌써 발악 패턴을 쓴다고?”
낭패다.
분명히 최후의 저항 상태나 자폭을 시도할때나 날개를 펼치던 골렘인데, 다리 하나를 잃었다고 바로 비행 모드를 쓸 줄은 몰랐다.
“…크윽.”
그렇게 닭 쫒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이 허탈하게 골렘을 올려다보던 나는, 이내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젠장… 앞으로 두번밖에 못 휘두르겠네…”
별의 마나는 여전히 몸 안에서 넘쳐 흐르지만, 패널티 때문에 생명력이 부족해진 탓인지 앞으로 용사의 힘을 담은 참격은 끽해야 2번밖에 더 못쓸 것 같다.
물론, 어제부터 그런 생고생을 해왔었으니 참격을 2번이나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실망을 할게 아니라 감사를 해야 하겠지만… 마냥 감사하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다.
– 타겟 설정… 마력 미사일 전개…
“…돌겠네.”
상황이 더더욱 심각해졌다.
다크 골렘의 온 몸에서 작은 총구들이 생기더니, 일제히 나에게 겨누어졌다.
그걸 보아하니, 지금 저 미친 골렘이 아카데미를 초토화시켰던 매직 미사일들을 나에게 일제히 쏘려나보다.
‘…뭔가 이상해. 왜 저렇게 날 못죽여서 안달이지?’
덕분에, 점점 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신의 단잠을 방해했어도 그렇지… 지금 저 녀석의 입장에서 나는 그냥 지나가던 개미에 불과할텐데, 어째서 저렇게 총력을 다하는걸까?
난데없이 발악패턴에 들어간건 힘을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이 뜯겼기에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거라 생각하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지만, 필살기나 다름없는 마력 미사일들 전부를 고작 개미에 불과한 나에게 퍼붓다니, 뭔가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 퓨슈슈슈슝!!!
그렇게 이 알수 없는 상황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골렘의 몸에서 대량의 마력 미사일들이 발사되었다.
“…진짜 뭐지?”
웬만하면 참격을 안쓰고 피해보려고 했는데, 옛날에 아카데미를 반파시켰던 분량의 마력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됐다.
그 광경을 어이없이 쳐다보던 나는 칼을 바로 잡고 심호흡을 한 뒤에, 힘차게 내질렀다.
– 쿠과과과광!!!
그러자 나에게 날아오던 마력 미사일들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성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잿빛의 숲 여기저기에서 두려움에 빠진 마물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쿨럭…! 크으윽…”
한편 나는 터질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몸상태가 이 지경까지 온걸 보면, 마지막 참격을 휘두른 순간 나는 리타이어 될것이다.
그러니, 단 일합 안에 저 골렘을 쓰러트려야 한다.
– 지직… 지지직…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공중에 떠있던 다크 골렘이 비틀거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다크 골렘의 왼 팔과 날개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날린 참격에 막 발사되려던 미사일이 터지는 바람에 녀석도 예기치 않게 폭발에 휩쓸린 것 같다.
– 전략 수정… 제 1급 위험대상… 무조건 제거 해야함…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다크 골렘의 온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누적된 데미지를 견디지 못해 망가졌나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골렘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윽고 내 귀에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 최후의 수단… 자폭 코드를 실행…
“…시발!”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비틀거리며 다크 골렘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 치이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다크 골렘의 온 몸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중앙의 핵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젠장, 안돼!”
다크 골렘이 자폭을 한다면, 그 일대는 완전히 초토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잿빛의 숲’에 있던 마물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갈 것이고… 근처의 마을들과 영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흐아압!!”
온 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을 참으며 뛰어오른 나는, 다크 골렘의 핵에 내 칼을 박아 넣었다.
“으으으…!”
– 비정상 에너지 주입… 신속히 제거해야 함…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별의 마나를 골렘의 핵에 주입하기 시작했고, 골렘도 질세라 핵에 있던 마기를 내 몸에 흘려넣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
덕분에 용사의 힘을 담아 핵을 부수려던 나는 무지막지한 고통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골렘은 핵에 에너지를 모으며 레이저를 쏠 준비를 시작했다.
– 꽈드득… 꽈드드득…!
그 광경을 목격한 나는 다급히 핵에 꽂혀 있던 칼을 비틀며 꽂아넣기 시작했고, 공격당하기 직전에 핵의 중심부를 건드려 출력을 낮출 수 있었다.
– 쩌어어어엉!
“크악!!”
하지만 역시 주무기는 주무기였는지, 아니면 핵에 칼을 꽂아넣느라 제대로 방비를 못해서 그런지, 레이저의 데미지는 출력이 약화되고도 상당했다.
덕분에 레이저를 정통으로 맞은 중심핵에 꽂혀있는 칼을 붙잡은 채 축 늘어지고 말았다.
– 제거… 제거한다…
다크 골렘은 그런 나의 몸뚱아리를 오른손으로 붙잡은 채 중심부에 있던 핵을 다시 과열시키기 시작했고, 그렇게 일대가 초토화되기 일보 직전의 순간…
“으랴아아아아앗!!!”
나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그때까지 어떻게든 부여잡고 있던 칼을 세차게 휘둘렀다.
– 빠지지지직!!
비록 꺼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겨우겨우 내지른 공격이었기에 골렘을 일도양단 하진 못했지만, 다행히도 중심부의 핵만은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 동력 부족… 치명적 문제… 비상 사태… 비상 사…
그렇게 산산조각 난 중심부의 핵에서는 대량의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비틀거리던 다크 골렘은 이내 날 힘없이 놓은 다음 뒤로 넘어지며 작동을 정지했다.
“…으으.”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다급히 얼굴을 어루만져보니, 레이저에 맞아서인지 가면이 깨져있었다.
“…아, 안돼.”
덕분에 소란을 듣고 달려온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정체가 탄로날까봐 두려워진 나는, 꺼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젖먹던 힘까지 더해 풀숲으로 기어가 몸을 숨겼으나…
“저, 저기!! 저기에요!!!”
“선라이즈 제국 1급 범죄 조사단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어서 황실 기사단을 불러! 상황이 심각하다!”
갑자기 숲의 출구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이리나와 제국 조사단의 소리를 듣고는 절망에 빠졌다.
‘미친… 여긴 아카데미에서 수백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벌써 찾아온거지.야.’
잠시 당황하던 나는, 곧 마탑의 인장을 가진 마법사들이 헐레벌떡 숲 안으로 들어오는걸 보고 직감적으로 뭔가가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스크롤을 역추적했구나. 젠장…”
아무래도 마탑에서 이번일에 개입한 것 같다.
며칠은 걸려야 할 마법 역추적을 하루도 안되어 끝낼 수 있는 건 마탑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맞다면 돌아가는 일이 좀 이상해진다.
공작가, 그리고 태양신 교단에게도 밀리지 않는 권력을 가진 마탑은 마탑주의 높은 에고와 괴짜같은 성격 때문에 아무리 큰 중대사가 일어나도 자신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절대 개입을 하지 않는다.
황가에서 저주로 인한 사건이 일어났을때도 황제가 직접 부탁하기 전까지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으니 말 다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건 무슨 일일까?
내 안위를 무엇보다도 우선시 하는 학장 라이오넬이 움직였다고 치기에는, 능력이 너무 모자라다.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괴짜 마탑주가 이번일에 흥미를 느꼈다고 치기에는 파견된 마탑 마법사의 수가 너무 적다. 게다가 마탑 마법사들이 죄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걸 보면 그들의 의지로 이곳에 온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대체…
“저기에 마나의 흔적이 있습니다!!”
“…흐음?”
희미해져가는 의식으로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조사원들이 내가 있는 쪽을 가리키고는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
그런 그들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야속하게도 붙잡고 있던 의식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리는 눈으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조사단을 바라보던 그 순간…
– 슈우우우우…!
갑자기 다크 골렘의 안에서 대량의 검은 마기가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주변을 암흑으로 물들였다.
“뭐, 뭐야?”
“라이트! 라이트 마법을 써!”
“윽… 숨이…”
그 짙은 마기에서 허우적대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으며, 어느정도 연륜이 있던 마탑의 마법사들 역시 당황해서 두터운 보호막을 전개한 채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 터벅 터벅
그런 혼란 속에서 갑자기 내 앞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당황한 나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으나…
“안심하세요 도련님…”
“카, 카…”
“…당신의 심복이 왔습니다.”
“카니아…?”
짙은 마기를 해치고 카니아가 날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나타나자 꺼져가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이윽고 카니아는 조용히 나를 안아들고 어둠과 합쳐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의식을 잃었다.
“…고마워.”
겨우겨우 그녀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말이다.
.
– 다그닥 다그닥!
“으음…”
“정신이 드십니까? 도련님…?”
내가 다시 눈을 뜬건, 빠르게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마차 안이었다.
온몸에서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니, 창 밖으로 저녁노을이 보인다. 아무래도,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카니아, 괜찮아?”
대충 일이 어떻게 된건지 파악한 나는, 우선 날 구하느라 흑마법을 무리해서 썼을 카니아의 안부부터 물어봤다.
“…지금 제 안부를 물으시는 겁니까?”
그러자 카니아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마탑의 마법사들도 곤란해 할 정도로 거대한 흑마법을 썼는데 당연히 걱정되지. 몸은 좀 괜찮…”
“…다크 골렘의 안에 있던 사악한 마기를 응용한 거니, 딱히 무리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그만하시죠.”
이윽고 내 말을 단호하게 잘라버린 카니아는, 가방에서 약을 꺼내더니 내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앗.”
그제야 나는 내 상의가 벗겨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게 다, 오늘 난 상처입니까?”
“…저번에 난 상처도 몇개 있어.”
“…그렇군요.”
이윽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카니아가 물어온 질문에 간단히 답변을 해준 나는, 흔들거리는 마차에서 한동안 그녀의 손길을 받다가 나지막히 질문했다.
“…그래서,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약을 바르는 걸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가주님이 개입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네, 그리고 놀라지 마십시오. 가주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뭐!?”
그 말에 얼어붙었던 내가 펄쩍 뛰자 카니아가 다급히 그런 나를 붙잡았다.
“진정하세요. 안정을 취하셔야…”
“아, 아버지가 왜 쓰러졌는데…!”
“그것이…”
이윽고 이어진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나와 이리나가 대련장에서 사라지자, 아버지는 노발대발 하시며 마탑주에게 직접 찾아가 의뢰를 넣으셨다고 한다.
카니아의 말로 알게된 사실인데, 사실 아버지와 마탑주는 옛날에 절친한 친구 관계였다고 한다. 전회차에서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았던지라, 상당히 의외였다.
아무튼 마탑주에게 의뢰를 넣고 돌아오시던 아버지는 너무나도 흥분을 했던 나머지 그만 쓰러지시고 말았고, 덕분에 스타라이트 가문은 하루아침에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가주와 제 1남이 동시에 변고를 당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현재 가주님은 혼수상태이십니다. 그러니, 제국에 복귀하셔서 생존 신고를 하시는 순간 제국 법령에 의해 도련님은 그 즉시 임시 가주가 될 겁니다.”
“……….”
그 말을 듣고도 멍을 때리던 나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아리안느는?”
“…제국 감옥에 유폐되어 있습니다.”
“…하아.”
고개를 푹 숙인 나는, 이내 카니아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든 축소시켜야 해. 그와 동시에 알게 모르게 이번 사건의 배후가 나라는 소문을 퍼트려서 결국에는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게 만들어야 하고.”
“네.”
“아리안느는… 학장 라이오넬에게 적당히 사태를 축소 시키고 싶으니 무죄 방면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고소를 취하해 주도록 해. 정 안되면 뇌물을 쓰고. 그리고, 그녀에겐 마법 스크롤을 바꿔치기 한게 나라고 은연중에 전해줘.”
“알겠습니다.”
“내 임시 가주의 권한을 위임해줄게. 유능한 너라면 잘 해낼 수 있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이번 사건의 처리 방향을 카니아에게 지시한 나는, 다음으로 중요한 일을 묻기 시작했다.
“…대련의 승패는 어떻게 됐어?
“감독관들의 다수결에 의해 도련님의 승리가 되었습니다.”
“…되는 일이 없네.”
이윽고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 나는, 이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러면 습격자가 랜덤이 되는데.”
“네?”
“나중에 이야기 해 줄게. 아무튼…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건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에 대한 일로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려던 나는,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푹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가주님은 곧 깨어나실…”
“…특수 이벤트야.”
“네?”
카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기에, 나는 울먹거리며 힘겹게 그녀에게 답했다.
“내 악행에 분노한 아버지가 쓰러지면… 마왕을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 깨어나시지… 못…”
“………..”
미처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나는, 한동안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좀 안아줘, 카니아.”
그러자 용케도 그 소리를 들은 카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조용히 안기며 중얼거렸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나와 카니아는 잠시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시간을 보냈다.
물론, 온몸에 난 상처들이 쑤셔오는 바람에 금방 포옹을 풀 수밖에 없었다.
.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역시 수상해.”
한편 그시각. 수도로 귀환하는 조사단의 마차를 타고 있던 이리나는,
“비록 잠깐이었지만… 안겼을때 느낀 체형은 절대 여자가 아니었어. 게다가 사건 현장에 미약하게 남아있던 반짝거리던 마나도 수상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손에 놓여 있던 말라 비틀어진 나무 열매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만든 별명인 ‘빙룡’을, 나와 아무 관계도 없던 하녀가 알고 있을리가 없지.”
.
그렇게 대련장 납치시건이 막을 내리고 제국에 깊은 어둠이 내려 앉았을 무렵, 한 여자가 침대에 누워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 배가… 왜 이리 아픈거야… 그리고 대체 고양이 꼬리가 뭐길래 성녀가 그걸 운운 하면서 내 진료 요청을 계속 거부하는 거냐고…”
며칠전 카니아를 프레이 앞에서 모욕했다가 그 대가를 몇백배로 받게 된 이사벨은, 카니아의 저주로 인해 끔찍한 설사가 지속되고 있는 배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부, 분명히… 망할 프레이 새끼나… 그 천한 년이 앙심을 품고 한 짓이야… 어떻게든… 어떻게든 복수를…”
– 꾸르륵!
“…흐익!”
하지만 이내 배에 신호가 오자,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화장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푸륵.”
그리고 그런 그녀의 불썽사나운 모습을, 창가에 앉아있던 한 까마귀가 조용히 눈에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