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0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00화(300/524)
Episode 300
“저, 저기…”
– 스르륵…
자신을 칭칭 감고 있던 검은색 줄을 풀어 해치고 있는 돈의 용사를 바라보던 그녀가, 자유로워진 손을 그에게 뻗는다.
“윽.”
그러자, 그가 열심히 줄을 풀다 말고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호, 혹시… 옛날에 절 본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그를 보며 어쩔줄을 몰라하던 아리스가,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 아니요. 딱히 그런적은 없었습니다만.”
그러자, 그 즉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돈의 용사 프레이.
“그건 그렇고,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네?”
“당신을 가둔 자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이윽고, 그렇게 말한 그는 아리스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여기에 쭉 갇혀있던거죠? 당신이 실종된 이후로 계속 찾아다녔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
아까 겁에 질려 벌벌 떨던 모습과는 다른, 살짝 진정된 모습이다.
갑자기 달라진 그 모습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리스는, 이내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으…”
그러자 일주일 전에 프레이를 습격하려고 안에 들어갔다가, 그곳의 구석에 미리 들어가 있던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 이후로 지금까지 쭉 갇혀있던 공간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역겨워.”
지난 일주일간 이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그렇게 읊조린 그녀는, 이내 자신의 앞에 있는 돈의 용사를 바라보며 감사인사를 하려 했으나.
“돈의 용사님, 감사…”
“으, 으으. 으으으.”
“…..?”
어째서인지 그녀의 차가운 증오가 담긴 목소리를 들은 그는, 다시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 저기…”
그 모습을 보자,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하는 아리스.
비록 얼굴을 분간하는게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는 분명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아리스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순간을 지겹도록 많이 봐왔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자신의 손에 절명하기 직전의 사람들이 자신의 차가운 증오가 담긴 말을 들을때 짓던 표정.
‘아니야, 나는 죽어 마땅한 사람만 죽였어. 돈의 용사님을 과거에 공격했을리가 없다고.’
“그, 돈의 용사님이… 아카데미 학생이였나봐요?”
그들의 표정이 계속 뇌리에 아른거리자, 아리스는 애써 그런 생각을 하며 질문을 던졌다.
“…비밀입니다. 뭐, 곧 공공연한 비밀이 되겠지만요.”
그러자, 돈의 용사가 그녀를 교실 밖으로 이끌며 작은 목소리로 답을 해온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왜 그리 몸을…”
“아, 제가 지금 좀 아픕니다. 심한 몸살에 걸려있으니 절 건드리지 않으시는게 좋을거에요.”
그런 그에게 다시 슬쩍 손을 뻗어본 아리스는, 그가 다급히 그렇게 말하며 뒤로 물러나자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자, 여기요.”
“이건…?”
그런 그녀에게, 복도를 걸어가다 말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건네주는 프레이.
“배고프셨죠? 도시락을 만들어왔습니다.”
“아…”
스마일이 그려진 완두콩이 박혀있는 밥과, 그외 여러가지 반찬이 들어있는 도시락.
그 도시락은, 돈의 용사가 2학년 평민 학생들과 식사를 할때 자신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지, 직접 만든거에요. 마음에 드셨으면 하네요.”
“아…”
그제야 아리스는 비로서 실감할 수 있었다.
‘돈의 용사’가, 방금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가, 감사. 감사해요…”
그렇기에 그녀는 방금전까지의 심란한 생각은 우선 접어둔채,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허리를 숙인다.
“여, 영원히. 영원히 저곳에 갇히는줄 알았어요…”
그와 동시에 터져나온, 무섭고 서러운 감정.
“프레이가 절 여기 가둬서… 이제 여기가 제 집이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나갈수가 어, 없어서…”
덕분에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채 울먹거리며 말하던 아리스는.
“저, 절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보답을 하고 싶은데…”
“그럼, 친구가 되어 주세요.”
“…네?”
돈의용사가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잡으며 부탁을 하자,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리스.”
그런 아리스를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한 돈의용사는, 이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친구가 없거든요.”
“아…?”
“그래서, 당신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돈의 용사가, 눈을 내리깔고는 발을 빙빙 돌리며 소심한 표정을 짓는다.
“저, 저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시겠나요?”
“……….”
아리스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
“시,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강요하는건 절대 아니에요.”
아리스의 손을 잡은 채 다급히 말을 덧붙이는 돈의 용사. 그런 그를 바라보던 아리스는, 이내 생각한다.
돈이 그렇게나 많으면서, 그저 자신 또래의 평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게 제일 행복해 보이는 그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지금까지 그녀가 봐왔던 부자나 권력자는, 죄다 추악한 사람들이었다.
그녀에게 저주를 심고 조종하고 있는 비밀 당주, 최고의 망나니 프레이, 자신에게 가끔 의뢰를 맡기던 유스티아노 백작이나 몇달전에 평민들을 집어 삼키려던 후원자들 등등.
가난한 자신과 친구들은, 그저 그런 이들에게 깔려 뭉개질 수밖에 없었다.
헌데, 지금 자신에게 도시락을 내밀고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돈의 용사는 어떤가.
거액의 후원을 해주는 대가가, 그저 같이 밥을 먹으며 요즘 힘든 일은 없었나, 아카데미 생활은 어떠나, 공부는 잘 되어가나, 사귀는 친구들은 어떤가 따위의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런 질의응답에서 가끔 부모님이 아프다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그 다음날 쯔음에 기적이 일어난다.
어째서인지 부모님의 병이 나아있거나, 특효약이 배송되어 있거나,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귀족학생들이 조용히 눈을 깔고 지나간다거나…
물론 그런 대가없는 호의에 익숙하지 않은 평민 학생들은, 처음에는 다 자신들을 구워삶으려는 계략이라며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2학년이 될때까지 그는 그 어떤 육체적 관계도, 하다못해 사사로운 부탁도 해본적이 없다.
딱 한번 목이 막혀 켁켁대며 물을 떠주라 부탁을 하긴 했지만, 거액의 후원금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보상이었다.
‘역시, 이 사람은…’
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괴짜라고만 생각했다.
너무 돈을 많이 벌어버린 늙은 노인의 고상한 취미라던가, 아니면 그저 재미를 위한거라던가.
하지만 계속된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본 이후로, 그리고 아카데미 학생임을 알게 된 지금, 아리스는 생각을 완전히 고쳤다.
‘외로웠던 거구나.’
돈의 용사가 누구던지, 정체가 무엇이던지 간에. 그는 상당히 외로운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모종의 이유로 또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평민 학생들과 대화만 나눠도 진심으로 행복한, 친구가 절실히 필요한 외톨이라고 말이다
“…좋아요.”
“네?”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그렇기에, 선뜻 그의 부탁을 승낙한 아리스는 조용히 돈의 용사의 눈치를 살핀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잠시 후, 기쁜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돈의 용사.
“그럼, 언제쯤 만날까요? 같이 차도 마시고, 학교도 둘러다니고, 공부도 하고 싶은데…”
“아, 네에.”
그런 그가 여전히 손을 맞잡은채 적극적으로 나오자, 얼굴을 붉히며 답하려던 아리스는.
“혹시, 내일 시간 있으신지?”
“…….”
그 말을 듣고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죄송해요. 내일은 일이 있네요.”
내일은, 프레이가 약속했던 암살을 해도 되는 날이었다.
“상당히 중요한 일인지라…”
“으, 으읏.”
“…아.”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 아리스는, 자신의 손에 떨림이 전해져오자 정신을 차리고 돈의 용사를 응시한다.
“그, 그렇. 그렇군요. 하하…”
자신을 보고 있던 돈의 용사의 표정에서, 공포가 느껴진다.
잡고 있던 손에서는 겁에 질린 떨림이,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다, 다음주 월요일은 어때요?”
“…네.”
“조, 좋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애써 밝은 미소를 지은 돈의 용사는, 그녀와 잡고 있던 손을 때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잘 처리하시길 바래요.”
그 말을 남긴 돈의 용사는, 멍하니 서있는 아리스를 남기고 빠르게 복도를 빠져나갔다.
“………..”
그렇게, 혼자서 정적이 맴도는 복도에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있던 아리스는.
“말도 안돼…”
애써 짓고 있던 침착한 표정을 무너트리고, 근처의 창가에 몸을 기대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그럴리가 없어…”
모든게, 점차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럴리가…”
자신이 어렸을때부터 행해왔던 더러운 일들.
그 더러운 일을,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나이도 외모도 모르는 주제에 사랑을 하게 되어버린 돈의 용사가 알고 있었다.
“아…”
자신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미 오래전에 정부나 교단에게 처리 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의 용사는 최소한 자신의 암살을 눈앞에서 지켜봤거나 직접 타겟이 되어보았던 사람이다.
자신이 싸늘한 표정을 짓거나 살기를 내뿜을때마다 보이는 그 반응을 설명하려면, 그런 설명밖에 없었다.
“……….”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살아남은 자는 극히 드물었다.
“…으득.”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리스는, 의도적으로 생각을 멈추고는 두 주먹을 꽉 쥐며 걸음을 옮겼다.
‘지금 아카데미가 중요한게 아니야. 장부를 확인해봐야겠어. 아직 비밀 아지트가 남아있을거야.’
꿈에도 그리던 돈의 용사와의 독대에서 친구가 되어달라는 요청도 받았고, 심지어 데이트 요청까지 받았으나, 그녀의 마음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카데미가 끝나면, 실패 기록을 전부 확인해봐야겠어.’
모든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꾸우.”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를, 흰 올빼미가 조용히 따라붙고 있었다.
.
– 드르륵…
2학년 – A반 의 교문이 천천히 열리고, 프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후아.”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던 프레이는, 이내 애써 표정을 무덤덤하게 고치고 반으로 들어선다.
– 터벅, 터벅…
이윽고, 반의 맨 끝쪽 구석에 있는 자리에 가 앉는 프레이.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옆 빈자리에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다.
2학년 – A반의 현재 인원은 짝수였다.
원래는 홀수였지만, 세레나와 페를로체, 그리고 몇몇 학생들이 개인사정으로 빠지며 짝수가 된 참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오늘은, 원하는 사람과 자리를 바꾸는 날이었다.
“왔네, 우리 장난감?”
“약속한대로 먼저 짝궁 자리에 앉는 사람이 주인이야. 기억해.”
“몰락 귀족만큼 가지고 놀기 재밌는게 또 없지.”
“뭐부터 시킬까? 개처럼 짖기? 아니, 일단 옷부터 다 벗길까?”
몇몇 귀족 영애들이 입꼬리를 올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직급이 낮다고 무시하더니… 자기는 평민이 됐네?”
“꼴에 아카데미는 계속 다니고 싶었나보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간이 부었나봐?”
프레이에게 괄시를 당했던 하급귀족들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결투신청, 내가 먼저한다.”
“내가 먼저야, 새끼야.”
평민 남학생들이 조용히 손과 목을 꺾어 뚜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학년때 저택에서 당한 짓… 한번도 안 잊었어.”
“내 언니가 저새끼 사용인이었어. 내가 먼저 옆에 앉을거야.”
평민 여학생들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두가 프레이의 옆자리, 혹은 인접한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포인트를 벌기 위해 신입생을 빼고는 자신의 힘과 소문의 진위를 드러내지 않은 그였기에, 소문을 진지하게 믿는 이들은 A반에서는 극히 드물었다.
그들은, 그저 프레이에게 복수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었을 뿐이었다.
– 스윽…
그런 상황을 지켜보다 못한 카니아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원래 그녀는, 최근 어마어마하게 찌라시를 뿌리고 있는 세력의 추적에 나선 세레나 대신 프레이에게 짝꿍이 되어달라 부탁을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아, 카니아. 오랜만이네.”
“…..!”
하지만 미리 약속한대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사를 친 프레이와 눈을 마주한 카니아는, 이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여전히 감정이 그와 이어져있던 카니아에게,
프레이가 자신에게 과거에 느꼈던 고통과 공포감,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계속해서 밀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카니아가 자신의 목을 칼로 찌르던 모습, 그녀의 동생이 울며 자신을 마구 때리던 순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검은색 마력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버린 프레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하지만 그 무엇보다 카니아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것은, 그럼에도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이 그녀에 대한 사랑과 걱정이었다는 것이다.
‘카니아는 무섭지 않아. 카니아는 무섭지 않아. 카니아는 무섭지 않아.’
‘도련님..,’
‘나는 그녀를 사랑해.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더더욱 사랑해. 알겠지? 절대 잊으면 안…’
‘대체, 무슨 짓을 당하신 겁니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니아에게 눈웃음을 치던 프레이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속으로 미친듯이 그렇게 되뇌이고 있었다.
분명 아침에는, 모종의 저주를 당했지만 별게 아니니 안심을 하라는 말만 모두에게 했던 프레이였다.
물론 그것은, 메인 히로인들이 저주의 진실을 알게된다면 느끼게 될 고통을 막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자신의 저주를 꼭꼭 숨기기로 마음먹은 프레이의 거짓말이었다.
그런 프레이의 저의를 파악한 카니아는, 자신을 보며 살짝 떨면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프레이의 표정에 차마 발을 땔수가 없었다.
‘겨우 정신력이 낮아진 것 뿐이야.’
그런 상황에서, 프레이는 질끈 눈을 감은채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 아무 문제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옛날부터 오직 정신력 하나만으로 망가진 정신을 붙잡고 버티고 있던 그였기에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보였다.
“프레이…”
한편 다급히 프레이의 뒷자리로 향하려던 이리나는, 프레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더 이상 발을 때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무, 무슨 저주를 당했길래…”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와 눈이 마주친 프레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 파르르…
하지만, 책상 아래에서 마구 떨리는 팔만큼은 숨길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저딴 저주를…”
그 모습은, 이리나를 공격하려던 웨어울프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던.
그리고 몇시간 뒤에야 진실을 깨닫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저택의 대기실에 앉아 팔을 부르르 떨던 어린 프레이의 모습과 너무 흡사해보였다.
“…으득.”
그렇기에 이리나는 프레이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먼 자리에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앉아, 조용히 프레이의 마나체계를 분석해 나가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
그리고 그건, 클라나도 마찬가지였다.
“도, 도와… 도와드려야 하는데…”
애초에 클라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최근 프레이와 그녀의 스캔들이 거세게 도는 바람에, 그가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는 자신을 적대하라고 강력하게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옆자리에 앉아 적당히 적대하는 것 쯤은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눈치가 꽤나 빠른 편이었다.
카니아와 이리나에 대한 그의 반응을 보건데, 알수없는 저주가 걸린 그가 자신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이 갔다.
– 스으윽…
그렇게 세 소녀가 차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무렵.
“…프레이 님?”
학생들의 무리가, 그의 주변을 점점 감싸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 프레이라고 해야되나? 너, 평민이잖아?”
“아카데미에는 왜 기어들어오셨어요? 설마 우리가 예전처럼 취급을 해드릴거라 생각한거에요? 정말로? 진짜 멍청하네, 푸흐흐.”
“야, 새꺄. 몰락해보니 기분이 어때? 이제 우리 기분이 좀 이해가 되냐?”
이윽고, 그에게 일제히 가해지기 시작하는 폭언들.
“뭐야? 쫄았어? 얼굴색이 완전 창백한데?”
“이 새끼봐라. 막 울먹거리는데? 진짜 프레이 맞아? 대역 아니야?”
“확실히, 아카데미 졸업은 하고 싶어서 대역을 보낸 걸수도… 그런데 그런거 치고는 너무 떠는데?”
“귀여워… 귀여워…”
덕분에 진심으로 겁에 질린 프레이가 공포에 빠진 눈초리를 지으며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자, 그의 볼을 잡아 늘리던 영애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누가 짝꿍으로 앉을거야? 주인은 정해야지.”
“평민 새끼들은 빠져.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너희들도 즐기게 해줄거니까.”
“그냥 1교시마다 짝궁을 바꾸면 안돼? 그 미친 교수만 빼면 어차피 교수들은 죄다 우리한테 기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귀족들 사이에서, 평민들이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2학년부터는 결투 신청이 자유인거 알지?”
“넌 뒤졌어, 프레이.”
“쉬는 시간에 화장실로 와. 안오면… 재밌어질걸?”
그 모든 말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공포에 질렸음에도, 그저 입을 꾹 닫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프레이는 상당히 가련해보였다.
“…조금 불쌍해보이는데.”
“몰락 귀족영식이니까, 모든걸 다 잃은 기분이겠지.”
“에이, 그래도 프레이잖아.”
덕분에 생겨난 동정여론이, ‘프레이잖아.’ 라는 한마디로 시들시들해질 때 쯔음.
“다 비켜.”
교실에,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어라?”
“어, 어어…?”
아직 복수를 시작도 못했는데 들려온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학생들이, 이내 일제히 휘청거린다.
“미, 밀지마! 천한것아! 어디에 손을…”
“내, 내가 미는게 아니야!”
“꺅!?”
방금 들려온 말 그대로 이리저리 비키려던 학생들이, 결국 균형을 잃고 이리저리 쓰러지기 시작한다.
“전부 꺼져.”
그런 학생들에게 가해진, 새로운 명령.
– 우르르르…
그 명령 직후, 모든 학생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썰물이 나가듯이 밀려나간다.
“”………””
그리고, 반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 스르륵…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린 이가, 천천히 프레이에게 다가간다.
“…..!”
이윽고 옆을 바라본 프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이윽고 아까와 같은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닌, 밝고 안도감에 찬 미소를 짓는 프레이.
– 스륵…
그런 그의 옆자리에 천천히 앉은, 루루는.
“…멍♡”
조용히 프레이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는, 혀로 그의 목을 핥는다.
“으르르…”
그러다가, 저 멀리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루루.
“두, 둘이… 무슨 관계야?”
바닥에 있던 가방에 걸려 넘어진채 발이 묶이느라 미처 교실을 빠져나가지 못한 학생 한명이, 그런 둘을 바라보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러자, 루루는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려 했지만.
“주인님의 애완…”
“여자친구.”
“…으르!?”
옆에 있던 프레이가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화들짝 놀라며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얜, 내 여자친구야.”
그런 루루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은 프레이는.
“루루.”
자신의 몸이 살짝 떨리기 시작하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좀 핥아줘.”
새하얗게 변한채 고장나버린 그녀의 머릿속이, 급격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빨리.”
“…진짜요?”
새로 물든 그녀의 머릿속 색깔은, 그녀의 머리색과 같은 진한 핑크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