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0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04화(304/524)
Episode 304
“뭐, 뭐야 여기… 기분나빠.”
“으, 으으…”
게이트 안에 들어선 1학년 생들이, 기분나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 고오오오오…
아카데미 전역을 아우를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게이트 안에서는, 알 수 없는 백색 소음과 희뿌연 연기가 가득 돌아다니고 있었다.
“흐압!”
그런 음산한 분위기에 1학년 생들이 나아가기를 주저하자, 맨 앞에 있던 루비가 들고 있던 검을 있는 힘껏 내리친다.
– 쿠고고고고!!
그러자 앞을 가득히 매우고 있던 희뿌연 안개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나아갈 길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 대단해요!”
“역시 용사님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아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루비를 치켜세운다.
“하아, 하아…”
하지만 루비는 그런 그들에게 평소처럼 응하는 대신, 그저 거친 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볼뿐이었다.
‘골치아프군.’
‘약체화’로 인해 이 정도 움직임에도 헐떡이게 된데다가, ‘솔직함의 저주’로 인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솔직해진 루비였다.
그렇기에 지금 입을 열어 그들에게 응했다간, ‘지옥으로 걸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런 말이나 태연히 지껄이고 있다니, 정말 웃기는구나.’ 라는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전해버릴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패널티라도 먹는 날엔 아무리 마족이라 수명이 상당히 긴 자신이라 할지라도 슬슬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비는 입을 꾹 닫고 필요한 말만 하는 작전을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희는… 어디로 가는거죠?”
“아, 올리비아 씨.”
검을 휘두른 여파로 진땀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던 루비의 옆에, 올리비아가 접근한다.
검은색 안경과 포니테일이 특징인 그녀는, 루비가 자신의 보좌관으로 선택해둘 정도로 사무 처리에 능한 인물이었다.
“저희는 이 게이트의 ‘핵’을 부수러 갈거에요.”
“핵이요?”
“네, 그걸 부숴야지 이 상황을 멈출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말한 루비가 미소를 짓자,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그걸 용사님이 어떻게 아시나요?”
“사실, 꿈에서 이 상황을 미리 봤거든요.”
“…네?”
이윽고 돌아온 루비의 진지한 답변에,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올리비아.
“혹시… 그건 태양신님이 계시를 내려주신 건가요?”
그러던 그녀가 다시 그렇게 묻자,
루비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뭐, 거짓말은 안했으니까.’
그녀가 한 말은, 일단 전부 사실이긴 했다.
루비는 솔직함의 저주 때문에 거짓말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태양신의 계시는 아니고…’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루비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아이들을 둘러본다.
‘…마신이 꿈에서 귀뜸해주었을 뿐.’
그녀가 핵을 부수러 간다는 것도, 그래야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
‘그럼 슬슬… 소모할 녀석들을 정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녀의 행동 의도는 용사로서의 선행이 아닌,
‘내 입맛에 맞는 놈들만 남기고, 떨거지들은 쳐낼 좋은 기회야.’
철저한 계산에서 비롯된, 순수한 악의에서 나오고 있었다.
“유렐리아님! 괜찮나요?”
“…신경쓰지 마.”
‘어디보자, 유렐리아… 저 아이는 파벌이 없어지면 내게 붙겠지.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야.’
그렇게 게이트 안을 전진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루비의 잔인한 선발이 시작되었다.
“하아, 하아…”
“레냐, 괜찮아?”
‘호라이즌 자매는… 언니쪽만 남기는 걸로. 동생도 분명히 잠재력은 있지만, 빛을 발하려면 너무 멀었어.’
조용히 자매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린 그녀는, 모두를 진지한 표정으로 격려하면서도 선별은 멈추지 않았다.
“르카네 루나 실버문이라… 흥미롭긴 하지만 너무 내 취향이 아니야. 올리비아는 당연히 남기고, 또…”
그렇게 반 아이들의 2/3를 자신의 머릿속에서 갈아넣은 후에야, 루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우우웅…
“앗! 저기!”
그리고, 마침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게이트의 핵.
“그것 봐요. 제 말이 맞죠?”
일이 척척 풀려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던 루비는, 저 멀리 검게 빛나고 있는 핵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전부 핵을 겨냥하세요!”
그러자,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무기를 들거나 마법진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셋을 셀테니, 카운트가 끝나면 일제히 핵을 요격하세요! 저희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해요!”
그런 그들을 부추긴 다음,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카운트를 세기 시작한 루비.
“하나…”
검이나 창 같은 냉병기를 든 아이들이, 천천히 검기를 끌어모은다.
“둘…”
마법을 영창하던 아이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세…”
이윽고, 함박웃음을 지은 루비가 카운트를 마무리지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황홀한 표정으로 상상해 보던 그 순간.
– 파즈즈…!
“…!?”
갑자기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뭐, 뭐야?”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등장에 루비가 카운트를 멈추자,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아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선다.
“…하.”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꼿꼿히 서서 앞을 쳐다보던 루비가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왔군.”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프레이였다.
“……….”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죽은 눈이 된채 단도를 매섭게 빙빙 돌리고 있는 아리스가, 프레이의 옆에 착 달라붙어 신입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파지지직…
그런 그녀의 어깨에 새겨져 있는 ‘종속의 저주’ 문양에서, 조용히 빛이 들어온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그 모습을 본 루비가 질끈 눈을 감을때 쯤, 그녀의 옆에 있던 유렐리아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하지.”
그러자 짧고 굵게 답한 프레이가, 조용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실습이다.”
이윽고 아이들에게 검을 겨눈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선언한다.
“핵을 부수고 싶다면, 나를 쓰러트리거라.”
“그게 무슨 미친 소리…!”
“설마, 이 사태 자체가 프레이의…”
그러자,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내 충실한 수하인 아리스가, 이번 실습을 도와줄거야.”
그런 그들에게 프레이가 그렇게 덧붙이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저분… 이번에 학생회장 선거에 나오시는 그분 아니야?”
“어? 진짜네? 실종됐다고 하던데?”
그런 아이들의 대화에 인상을 팍 찌푸리던 루비는, 차가운 표정으로 프레이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윽.”
그러자,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해버린 프레이.
“그럼…”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그는, 애써 부드러운 눈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모든 수단을 전부 사용해 이곳을 빠져나가라.”
“”………””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아이들도 점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 쿠구구구구…!
하지만, 이윽고 게이트안에 울려퍼진 진동.
“죽기 싫으면 어서.”
그와 동시에 이곳저곳에 생긴 공간의 균열을 배경으로 한 프레이가 다시 한번 선언하자, 아이들이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 파바밧!!
“히, 히익!!”
그와 동시에, 프레이의 명령을 받고 최면 상태에 빠져있던 아리스가 학생들에게 단도를 들고 쇄도하기 시작했다.
“제, 제압을…”
“안돼! 어마무시한 실력자야! 어지간한 녀석들이 나섰다간 목숨이 위험해!”
몇몇 아이들이 그런 그녀를 막기 위해 무기를 들고 나섰으나, 레냐의 언니가 다급히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 그럼… 전부가 달려들어 상대하면…”
“그러다간 저분과 우리 모두가 심하게 다칠수도 있어요. 프레이에게 조종을 당하는 걸로 추정되는 사람을 섣부르게 건드렸다간, 큰일이 날 수 있어요.”
“게다가 제압을 한다 해도, 프레이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어.”
그렇게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토론을 하더ㆍ 아이들이 내놓은 결론은.
“…어쩔수 없네.”
“일단 나가죠.”
“지원 병력을 데려오자. 교수들까지 전부 데려오면 프레이라도 별 수 없겠지.”
36계 줄행랑이었다.
– 스윽…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기회야…”
“………..”
깨져가는 공간을 피해 달아나는 무리의 끝쪽에 있던 레냐와, 맨 앞쪽에 있던 유렐리아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무리를 이탈하고 있었다.
“가, 가야해.”
그리고 잠시후.
“나라도 도와야해. 나라도…”
얼굴에 핏기가 가신 한 소녀 역시, 조용히 일행을 벗어났다.
.
– 츠즈즈…
몰려오던 아이들이 아리스에게 쫒겨 점점 멀어져가는 걸 바라보던 나는, 그제야 아이들에게 겨누고 있던 검을 거두어들였다.
“후우…”
다리가 풀릴것만 같다.
녀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너무 심력을 많이 소모했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으득.”
하지만 아직 쉬면 안된다.
아직 상황은 다 끝나지 않았다
비록 아리스가 내 심복이라는 것을 극적인 상황에 공개해 학생회장 당선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지만, 아직 ‘게이트’의 위협이 남아있다.
이 게이트가 몰고 올 피해를 최소화 시키지 못한다면, 메인퀘스트고 뭐고 다 의미가 없다.
“후우…”
그런 생각을 하며 들고 있던 검을 높게 치켜든 나는, 조용히 빛나고 있는 게이트 핵을 내려다보며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무서워…’
2차 웨이브가 오기 전에, 이 핵을 깨트려야 한다.
그래야 게이트의 피해를 온전히 내게 돌릴 수 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럴려고 메인 히로인들에게 그런 행위를 한게 아닌가. 이것은, 네번째 시련을 위한 그녀들의 연습이 될 것이다.
‘그래야 되는데…’
평소같았으면 망설이지 않고 검을 내리쳤을텐데, 어째서인지 나약한 마음이 든다.
– 우우웅…
그런 나를 놀리듯이 게이트 핵이 진동을 하고 있다.
지금 녀석을 내리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루비에 의해 함정에 빠진 녀석들을 살려보낼 수 없다.
또한 메인 히로인들에게 네번째 시련의 준비를 시키는것도 힘들어지며, 루비에게 향한 칼날을 꽂아넣을 작전 또한 실행할 수도 없다.
어찌됐든, 내가 해야만 한다.
“으아아아아아!!!”
눈을 질끈 감고, 공포에 부들부들 떨리던 팔을 억지로 내리친다.
– 휙…
하지만, 내 손을 떠나 맥없이 날아가버리는 검.
손에 너무 땀이 찬 탓일까. 아니면 힘이 쭉 빠져서였을까.
“으, 으극… 으으…”
점점 숨이 가파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를 살리지 못한다.
그것만은 안돼. 제발.
– 스륵…
더 늦기전에, 다급히 왼손으로 핵을 부여잡는다.
새까맣게 변한 왼팔에 힘을 준다. 온몸의 마나회로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 뒤적, 뒤적…
별의 마나에 의해 열이 가해지기 시작한 게이트 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
이윽고 품에서 동물그림이 수놓아진 손수건을 꺼낸 나는, 그것을 조용히 볼에 비비며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만 버티면 돼. 조금만.’
손수건을 처음 선물받았을때의 순수한 기쁨과 손수건에 그려진 동물들의 온기를 느끼며, 게이트 조기종료 패널티에 대비를 하던 그 순간.
– 터벅, 터벅…
“……!?”
갑자기 앞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 누구…”
누구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소심한 목소리가 튀어나올 뿐이다.
그걸 보아하니 이미 0.1까지 깎여버린 내 정신력이, 다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저, 저기…”
“…….!”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의 상대를 구분하려 애를 쓰던 나는, 들려온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 용사님.”
초라한 몰골의 로즈윈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벌써 시작인가.’
아무래도, 게이트 조기종료 패널티가 시작된 것 같다.
– 스윽, 슥…
잘 돌아가는걸 보아하니, 팔은 멀쩡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패널티는 아니었나보다.
“윽, 으극…”
그런데 갑자기 수없는 고통과 서러움, 좌절과 절망이 온몸에 밀려들어온다.
그걸 보아하니, 패널티의 방향성에 대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제, 저 환영이 내게 할 일은 무엇일까.
옆구리를 찌르려나? 매도를 하려나? 목을 조르려나?
무섭다. 무서워서 미칠 것만 같다.
정확한 사고가 되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숨이 안쉬어진다.
“무…”
그렇게 완전한 패닉에 빠져버린 내가, 벌벌 떨며 내뱉은 말은.
“무서워…”
잔뜩 겁에 질린, 그 한마디였던 것 같다.
“사, 살려줘.”
그 뒤로는, 나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아, 으아…”
박살이 나버린 왼팔을 늘어트린채 과호흡 상태에 빠져 바들바들 떨고 있던 프레이의 눈빛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드리운다.
“사, 살려줘…”
“아…”
박살난 팔의 옆에는, 오직 프레이 한명에 의해 깨진 게이트 핵과 그의 검이 사방의 진동에 조용히 울리고 있다.
“제발…”
그런 상황에서, 마치 호흡기라도 되는 것 마냥 얼굴에 손수건을 대고 있던 프레이는.
“으, 으으으…”
로즈윈을 발견하고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떨기 시작한다.
“용… 사님…”
그리고 그 모습을, 환영이 아닌 진짜 로즈윈이 핏기가 가신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죄, 죄송…..”
항상 엇갈리던 별과 노을이, 처음으로 다시 만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