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0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08화(308/524)
Episode 308
시간이 흘러,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마지막 교시가 찾아왔다.
“그래서, 거기에 검을 박아 넣으니 그 마물 녀석이…”
“겁에 질려서 뒤에서 참격이나 날리던 녀석이 뭔 소리래.”
“아, 아니거든?”
마지막 수업종이 친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1학년 A반의 대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까진 서로 서먹서먹하던 그들이었으나, 며질전에 있었던 ‘아카데미 침식 사건’에서 평민이든 귀족이든 다함께 공평하게 구른 그들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신분의 차이나 서로의 관계에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 안면을 튼 학생들도 있었고 친해진 학생들도 꽤 있는 편이었다.
“……….”
책상에 앉아 그런 아이들을 덤덤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유렐리아는, 조용히 손을 턱에 괴며 생각에 잠겼다.
‘반역이라, 반역…’
프레이가 황실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건 확실했다. 문제는, 어느쪽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거다.
혹시 몰라 황제를 치려하는 거냐고 프레이를 떠봤지만, 돌아온건 차가운 살기였다.
그 살기가 그저 위협용이 아닌, 언제든지 자신의 목을 조를 수 있다는 경고임을 잘 알고 있던 유렐리아였다.
‘내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리고, 현재 1학년 중에서 프레이의 실력을 가장 확실히 분석해낸 그녀였다.
‘아니면, 일부러 내가 들으라 말한건가?’
그렇기에, 그녀는 생각한다.
프레이가 자신이 숨어 있는걸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다고.
확실치는 않지만,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교무실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어릴때부터 잠행을 연마한 그녀라도, 지금까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온 프레이에게 몸을 완벽히 숨기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말이었다.
‘왜지? 대체 저의가 뭐지?’
하지만 그러면 너무나도 많은 의문이 생긴다.
대체 프레이는 무엇을 보고 자신에게 그런 정보를 흘린거란 말인가?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도 그는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건가?
‘모르겠어. 읽히지가 않아.’
지금까지, 사람들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읽어내던 유렐리아였다. 그녀가 타인을 도구로 취급하는 것도, 그러한 능력이 바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는 아무리 읽으려 해도 읽히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읽혀지고, 게다가 도구로서…
‘도구는 아닌 것 같은걸.’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 표정은… 진짜였어.’
책상에 붙어있던 메모를 읽고는 상처받은 표정을 짓던 모습, 그리고 벽에 붙어있던 다양한 메모들을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짓던 모습.
그 두개의 모습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프레이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아니면 그마저도 그의 연기? 평소의 그와는 다르게 생동감 넘치던 그 모습마저, 자신에게 일부러 연출한걸까?
“으으…”
“기사님! 정말 용감하셨어요!”
“아, 네에…”
표정변화가 없는 그녀답지 않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이던 유렐리아는, 앞에서 들려온 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런 소신 발언을 하시다니, 정말 최고에요! 존경스러워요!”
“맞아요! 다시봤어요!”
“가, 감사합니다아… 하하.”
교단의 1000년 역사를 통틀어 최연소로 기사가 된 그녀가,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질문을 받고 있다.
최근 침식사건을 ‘교단의 행위’라 폭로한 그녀는, 현재 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기사님은 이름이 뭔가요?”
“아, 으음… 글쎄요?”
“…네?”
하지만, 그녀는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름이 아예 없다던가, 가끔 눈동자 색이 변한다거나, 그 눈동자 색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던가.
눈동자가 검은색일때는 상당히 불쾌해 보이고, 황금색일때는 상당히 멍청해보이며, 은색일때는 상당히 순수해보인다.
“솔라… 아, 아니 그냥 ‘라이트’라 불러 주세요…”
“라이트? 좋은 이름이네요!”
다른 아이들은 아직 눈치를 못 챈 것 같지만, 주목을 받게 됐으니 조만간이다.
“으음…”
그녀를 아군으로 포섭해야 될까? 말아야 할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책상을 두드리던 그녀는,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
그러자, 퀭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즈윈이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길드 권력다툼에서 밀려난줄만 알았는데, 가지고 있는 정보를 다 넘긴다니. 예상치도 못한 변수였다.
– 스륵…
그리고, 그녀에 받은 이 병은 또 뭔지. 분석을 의뢰해 봤지만 성분을 규명할 수 조차도 없었다. 도대체 그녀는 프레이에게 뭘 먹이려 한걸까.
“…하아.”
한참을 로즈윈에게 시선을 보내다, 이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막고 꺄르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이시, 꼬리를 배고 자고 있는 미호, 그리고 그외 아이들에게 천천히 시선을 옮기던 유렐리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든다.
“루비… 역시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리고, 이내 눈을 빛내며 중얼거리는 그녀.
“도구… 아니, 아군을 조금 더 늘려야겠어.”
무심코 ‘도구’라고 지칭할뻔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교무실쪽을 힐끔 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유렐리아였다.
“저, 저기.”
“…….?”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누군가.
“…대수림 짐승.”
“이, 이게 진짜…! 그때 도와주지 말걸…”
자신의 뒤에 서있던 레냐를 발견한 유렐리아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발끈하며 중얼거린다.
“야, 됐고. 의뢰좀 하나 할게.”
“네가, 나에게?”
“그래, 이 재수없는…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 될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며 우쭐한 표정을 짓는 레냐를 유렐리아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레냐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한다.
“돈의 용사에 대한 정보를 부탁해.”
“돈의 용사는 왜.”
“어, 그게 말이지…”
유렐리아의 물음에, 레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려던 바로 그때.
– 드르륵…!
교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우리반에, 새로운 학생이 왔습니다.”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프레이가 학생으로 지내는 일주일간 1학년 A반의 임시 담임을 맡는 부교수 베네르가 반 안으로 들어오며 그렇게 말한다.
“부디, 박수로 환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나자, 천천히 반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
– 터벅, 터벅…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천천히 교탁으로 향하자, 떠들썩하던 모두가 입을 다문채 조용히 시선을 고정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 모두를 둘러보던 새로운 학생이 내뱉은 한마디.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임시당주이자 1001기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 아리아 라온 스타라이트입니다.”
어린 나이답게 쪼그마한 체구, 조각같은 귀여운 얼굴, 긴장으로 뺨에 물든 홍조, 그리고 누구처럼 은색인 아름다운 머릿결.
그 모든것들이 한데 어울려 어린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던 아리아가, 아카데미 교복을 차려 입은채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 짝짝짝짝짝짝짝!!!
곧이어 시작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에, 아리아의 얼굴이 더욱더 새빨갛게 물든다.
“……..”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아리아를 바라보던 유렐리아는.
“…의외로 동생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예리한 눈빛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
그리고 그 순간, 동그랗게 변한 그녀의 눈동자.
“진짜로?”
복도 밖에서, 창밖을 지나가던 프레이가 조용히 교실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자신과 꼭 닮은 혈육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아리아.”
복도를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고 교실안을 들여다보던 프레이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예쁘네.”
그렇게 말하며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는 프레이.
아카데미 본관을 나와 기숙사로 향하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1학년 A반이었기에 재빨리 지나치려 한 그였으나, 그 장면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었다.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두고 싶은걸.”
꿈에서나 그리던 동생의 입학이었기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덧붙이던 프레이는.
“…하아.”
이내 표정을 어둡게 띄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됐다, 내가 무슨 생각을.”
며칠전에 교무실 안에 있는 대기실에서, 아리아에게 패닉을 일으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신력 약화 저주’로 인해 첫번째로 일으킨 패닉이였기에, 뇌리에 상당히 깊게 남아 있던 그 사건.
그날 이후로 행여나 정신에 영향이 갈까 아리아를 의도적으로 피했던 프레이였기에, 그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2학년이 되기 전에 끝내야 돼. 모든게 늦기 전에.”
그리고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는 그.
“모두의 상처가 더 커지기 전에… 반드시.”
다가올 후폭풍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었던 프레이였기에, 앞으로는 최대한 늦은 시간에 기숙사로 향하기로 마음먹던 프레이였다.
– 드르륵…!
그런데 프레이가 발걸음을 옮긴 순간, 갑자기 교실의 문이 열린다.
“기, 기다려!”
그리고는,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우, 우리 얘기좀 해! 오… 프레이!”
우연인지 운명인건지, 하필이면 그때 프레이를 발견한 아리아가 다급히 복도 밖으로 나와 프레이를 불러 세우고 있었다.
“…으득.”
덕분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가는 프레이.
“기, 기다리라고…!”
그러던 그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그 팔은 또 뭔데? 왜 그렇게 된거냐고!”
“………”
“프레이!!”
마치 환청으로 듣는 것 같은 애처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프레이가 괴로운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는다.
그날 있었던 패닉때문에, 아리아가 마음이 약해진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안된다.
당장 며칠전에 네번째 시련이 강제로 실행될 뻔 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예언서도, 시스템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더 늦기 전에 프레이 자신이 모든걸 통제해야 됐다.
그리고, 여동생과 자신의 관계는 충분히 그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 오빠.”
“……”
하지만, 너덜너덜해진 프레이의 왼팔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아리아의 말을 듣고서도 감정의 동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아리아.”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세게 먹은 프레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난, 더 이상 네 오빠가 아니잖아?”
“아…”
그 말을 듣고, 멍하니 프레이를 바라보는 아리아.
“할말이 있으면, 교무실에 찾아오도록. 지금은 수업중이니.”
그런 그녀에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한 프레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한다.
“물론, 사적인 대화를 하려하면 내쫒을거다.”
그말을 남긴 프레이는, 조용히 1학년 A반의 복도를 벗어났다.
“……..”
더 이상 그의 발목을 붙잡는 아리아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 오, 오빠…
하지만, 퀭한 눈빛의 프레이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그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 꽈악…
귀라도 막고 싶던 프레이였지만, 왼쪽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어차피 무용지물이라는 걸 깨닫고는 조용히 한쪽 주먹을 쥔다.
“그래도…”
그렇게 겨우 복도를 벗어난 그는.
“…넌, 여전히 내 동생이란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 기록 완료…
“……..”
그 모든 모습이, 그때까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즈윈의 시스템 창에 기록되고 있었다.
“기록해야 해…”
잠시 후, 고개를 들고 터덜터덜 교실로 들어오는 아리아를 힐끔 쳐다본 로즈윈은, 금새 시선을 아래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행적을, 전부…”
그런 그녀의 손아귀에서, 비밀 잉크가 묻은 깃펜이 수시로 움직이고 있었다.
“…끝에는, 모두가 알 수 있게.”
이제야 자신이 할만한 일을 찾아낸 로즈윈이였다.
.
“……..”
그날 밤, 교직원 기숙사.
“후아아…”
떨리는 표정으로 복도의 거울을 바라보던 루루는,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긴다.
“왜 이리 긴장이 되는거지?”
알수 없는 긴장감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폭풍의 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말이다.
“그냥, 주인님이랑 노는 것 뿐인데…”
주인님에게 편지를 받자마자 답장을 보냈던 그녀는, 방금 전 그녀에게 교직원 기숙사 출입증이 발급되자 마자 방을 박차고 나선 참이다.
“뭔가, 큰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알수 없는 두근거림에 가슴을 부여잡던 그녀는, 프레이의 방문이 눈앞에 들어오자 결심한 눈빛으로 중얼거린다.
“그건 별개로, 말한건 말해드려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마른침을 삼키는 루루.
그런 그녀의 꼬리뼈와 머리가, 다시 가려워지고 있었다.
“만약, 아주 만약에 주인님이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기색이면…”
그런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며 문고리에 손을 댄 루루는, 진지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고리를 돌렸다.
“전부, 떼버릴거야.”
그렇게 프레이가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선 루루.
“루루.”
그런 그녀의 눈에, 프레이가 들어온다.
“왔구나?”
새까맣게 타들어간 왼팔과,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피곤하고 슬퍼보이는 눈매.
그리고, 법적으로도 심적으로 완벽한 그녀의 주인.
“주인…님.”
방 안으로 들어서 문을 닫은 루루가, 그런 그에게 항하며 입을 연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제는 그녀또한 그를 믿고 따르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생이 버려지고 상처받는 불행으로 가득찬 인생이였기에, 어느새 그녀는 겁에 질린 눈초리로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실.”
그러던 그녀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외친다.
“마족이에요!”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작고 귀여운 뿔. 그리고 마족의 꼬리.
“그, 그것도 순혈 마족이에요! 인간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혈통이래요!”
그런 상태에서 다시 한번 외친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채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그, 그걸 알려드리고 싶었…”
그런 상태에서, 한참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소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뜬 그녀는.
“…..아.”
이내 멍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본다.
“주인님.”
프레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이 저택에 들어온 첫날 밤, 겁간을 당할거라 생각하며 죽은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자신에게 부드러운 첫키스를 해주며 지어주었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미소를 말이다.
“귀엽네, 루루.”
그런 미소를 짓고 있던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 말을 듣고 할말을 잃은채 서있던 루루가, 이내 다시 입을 연다.
“저… 인간이 아니에요. 세상 모두가 혐오하는, 순혈 마족이에요.”
“나도 모두에게 혐오받고, 심지어 마족보다도 인간취급을 못받는데.”
“각성 상태도 위험해요. 자칫하면 폭주해서 주인님을 욕보이거나, 심지어 해칠수도 있어요.”
“애완동물을 훈육하는건 주인의 도리지. 우리 둘이 함께 해결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그리고……”
계속해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단점을 토해내듯 고백하던 루루는, 이내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으극…”
이윽고, 그런 그녀의 눈에서 새어나오는 눈물.
“우으, 우으으…”
한번 새어나오기 시작하자, 그녀의 눈에서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주인, 주인니임…”
방금까지 혹시라도 버려질까봐 걱정한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같았다.
눈앞의 이 남자는, 여전히 자신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주고 있었다.
자신과 만난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 사랑은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고, 심지어 약간이라도 흔들린 적조차 없었다.
“으극… 으…”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왜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건가요…….”
그동안 인생에서 느껴오던 서러움과, 그와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프레이에 대한 사랑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묻는다.
“애완동물을 한번 주웠으면, 죽을때까지 책임을 져야지.”
“그, 그러면… 절 왜 주으신…”
그러자 고민도 없이 돌아오는, 프레이의 명쾌한 해답.
“그 애완동물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거든.”
그 다음에 이어진 또다른 해답에, 루루는 눈물범벅이 된채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저도요…!”
1년 전까지만 해도 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짓는 법조차 몰랐던 표정이었다.
사랑받아야만 사는,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저도 주인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런 그녀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친다.
말 그대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이야기를 할 차례네.”
“아, 네엣!”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인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루루는, 프레이가 넌지시 말을 꺼내자 바짝 얼어붙어 차렷 자세를 한다.
“그… 사실, 네 각성 상태를 안정화 시킬 방법이 있거든?”
“저, 정말요?”
그런 그녀는, 프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말하자 눈을 빛내며 되묻는다.
“그리고… 이건 널 위한 거기도 해. 말하자면 예방 주사같은거야.”
그러자, 살짝 얼굴을 붉히며 루루를 바라보는 프레이.
“지금 바로 맞을게요!”
그런 그에게, 루루는 눈을 빛내며 말한다.
불안정한 각성 상태는, 그녀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불안이었다.
각성 상태를 안정화시켜, 그녀의 주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가 시키는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루루였다.
“어디에 가면 되나요? 병원? 의료시설? 아니면 불법적인 곳인가요? 그것도 상관없어요! 위치만 알려주시면…”
“여긴데.”
“네?”
하지만, 프레이가 조용히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리키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주사를 맞긴 맞아야 하는데… 주사바늘이 이거거든.”
“…….!?”
프레이가 침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하자, 루루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거지.”
그런 루루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설명을 하는 프레이.
“…하, 하룻밤.”
그러자, 겉잡을 수 없이 얼굴이 빨개진 루루가 입을 헤벌린채 중얼거린다.
“놀이라는게 그런 놀이인줄은 몰랐는데… 마, 마치 로맨스 소설같아요.”
“그래, 소… 소설 같긴 하지.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 진짜…”
“…하긴, 그렇죠.”
그러던 그녀가, 이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주인님과 처음 만난 그날부터 오늘까지, 하루하루가 항상 로맨스 소설 같았는걸요.”
“…….”
“그러니, 얼마든지 따르겠…”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루루가, 일말의 망설이는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 그런데 전… 주인님의 애완동물인데… 감히 주인과 몸을 섞어도 괜찮…”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루루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얼굴을 붉힌채 피식 웃으며 속삭인다.
“그때 했던 요청, 아직 유효한데?”
“네?”
그러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루.
“너, 아직까진 내 여자친구야.”
“아.”
이윽고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돌린 프레이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루루가 조용히 손뼉을 친다.
“……..”
그리고 그 순간, 화끈 달아오른 루루의 몸.
– 터벅, 터벅…
그 직후 꼬리를 아까와는 달리 나른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한 루루가, 열망하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그가 있는 침대로 다가간다.
– 스윽, 스으윽…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한 그녀.
이윽고, 달아오른 자신의 나체를 프레이에게 한껏 드러낸 그녀는.
– 휘릭…♡
꼬리로 프레이의 오른팔을 휘감아 자신의 쪽으로 당기고는, 그의 손아귀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
그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목줄과 연결된 끈이었다.
– 스륵…
프레이가 조용히 자신의 손에 목줄을 휘감자, 그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루루가 입을 열고 익숙한 강아지 소리를 낸다.
“…멍♡”
그런 다음, 기대하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올려다보며 헥헥거리기 시작한 루루.
“헥헥…♡”
모든 루트에서 무조건 자살하는 공략 불가의 히로인이, 모든 회차를 통틀어 처음으로 순결을 바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