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화(31/524)
Episode 31
“…슬슬 갈 준비를 하시죠, 도련님.”
“…응.”
주말이 되어, 미리 예정되어 있던 공작저에 방문할 날이 찾아왔다.
사실 예정에 없었어도 임시 가주로서 처리할게 많았기에 무조건 가야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공작저로 향하기 전에 잠시 밀린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알겠어.”
옷을 차려입으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니아가 수첩을 꺼내더니 딱딱한 말투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련장 납치’사건 말입다만… 도련님의 지시대로 성공적으로 축소했습니다.”
며칠전에 있었던 대련장 납치 사건은,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스타라이트 가의 임시 가주직을 받은 나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카니아의 지도 아래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사실, 무사히가 아니라 흐지부지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사건을 은폐하느라 조사단 단장과 학장 라이오넬에게 일부의 뇌물이 들어갔으며, 마탑은 애초에 이런 일에 엮였다는 걸 알리기 싫어할테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긴, 마탑 놈들이라면 오히려 자기들이 은폐를 못해서 안달이 났겠지. 그나저나, 조사단 단장이 뇌물을 먹었다고?”
“네, 어느정도 뇌물을 제시해야 어느정도까지 덮어주는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습니다.”
“제국이 미쳐 돌아가는구만.”
인상을 찌푸리며 조사단 단장을 미래의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나는,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소문은 잘 퍼트렸고?”
“네, 현재 아카데미에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도련님이라는 소문이 거의 정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저, 다들 도련님 앞에서 쉬쉬할 뿐이죠.”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럼, 아리안느는?”
“어제 부로 석방되어 다시 아카데미에 복귀했습니다. 물론 간수들을 흑마법으로 조종해 스크롤을 바꿔치기 한게 사실 도련님이었다는 이야기를 은연중에 흘려놨습니다.”
“잘했어, 카니아.”
앞으로 되도록이면 아리안느의 옆을 지나가지 않겠다 다짐한 나는, 여전히 딱딱한 말투를 유지하고 있는 카니아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이리나는?”
“네, 이리나 씨는 지금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후우, 알겠어. 그럼 이제 슬슬 들여보내.”
내가 긴장을 한 채 말하자 카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고, 몇초뒤에 이리나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그래서… 여긴 왜 온거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내가 거만한 목소리를 내자, 이리나가 바들바들 떨더니 이내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프레이님께 절대 복종하겠습니다…”
“…절대 복종?”
그런 내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흝어보자, 이리나는 내 바로 앞까지 기어오더니 머리를 바닥에 세게 박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탁이에요… 절대 복종할테니, 부디 목숨만 살려주세요… 제발요…”
“싫다면?”
내가 입꼬리를 올리며 묻자, 계속해서 머리를 박던 이리나가 조심스럽게 날 쳐다보며 말했다.
“…시키시는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
“방금 뭐든지 한다고 한거야?”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끊고 팔을 잡아챈 후, 침대로 넘어트렸다.
“흐, 흐악…!”
“…그럼, 외출하기 전에 잠시 상대좀 해줄래?”
이윽고 이리나의 위에 올라탄 나는 그녀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고, 잠시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 상냥하게 부탁드립니다…”
“……….”
그런 그녀의 반응을 차게 식은 눈으로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쉬고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 뭐야… 이럴때는 반항을 해야지… 분위기 확 깨네.”
“죄, 죄송…”
“됐어, 내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내 옷이나 빨아 놔.”
“……..”
그리고 가만히 침대에서 일어나 날 노려보기 시작한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옷을 벗던 나는, 이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젠장, 역시 의심당하고 있어.’
이리나가 날 의심하고 있다.
며칠전에 그녀와 마주쳤을때 ‘독심술’ 스킬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를 향한 그녀의 감정 중에는 ‘의심’이 있었다.
그 말은, 무엇을 의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에 대해 의심가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꽤 과격하게 나가봤더니, 역시나 상냥하게 해달라며 오히려 날 도발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지금 옷을 벗고 있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걸 보면, 아마 그녀는 나에게 상처가 있나 없나를 판별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겐 아쉽게도, 나는 이미 상처에 대한 대비를 해 놓은 상태이다.
“자, 이 옷까지 합해서, 방에 있는 옷을 전부 빨아놓도록 해.”
“어라…?”
“뭐해? 내 말 못들었어?”
“아, 아뇨… 아닙니다…”
뚫어져라 내 벗은 몸을 보던 이리나는, 내가 차갑게 일갈을 하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리고는 옷을 받아들었다.
‘…역시 카니아야. 마나 탈진이라곤 해도 이리나를 속이다니.’
현재 내 몸은 카니아가 흑마법을 둘러서 말끔한 상태로 변장 시켜 놓은 상태이다.
즉, 카니아가 손가락을 한번만 튕기면 즉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돌아간다.
흑마법에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법이 그다지 없지만, 이런식으로는 얼마든지 응용 할 수 있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하,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
그렇게 이리나를 성공적으로 속인 나는 남은 옷들을 이리나의 얼굴에 집어 던지고는 방을 나섰다.
[위악 포인트 50pt 획득! (아슬아슬)]“…하아.”
위악포인트가 적게 들어오는 걸 보면, 역시 이런 걸로는 이리나의 의심을 바로 풀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녀의 의심을 풀 작전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어떠셨습니까? 도련님?”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카니아가 조심스럽게 내 곁에 붙더니 질문을 던졌다.
“…별일 없었어. 그냥, 간단한 잡일이나 시켰지 뭐.”
“그렇군요…”
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카니아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방금 방에서 났던 비명 소리는 뭡니까?”
“아, 그거 말이지… 그게… 잠깐 실험을 할게 있어서.”
그 말에 내가 말꼬리를 흐리다 대충 얼버무리니, 카니아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기 시작했다.
“…프레이.”
그런 그녀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는데, 복도 저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솔렛?”
이솔렛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여긴 또 어쩐일로…”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런 그녀를 평소처럼 능글맞은 목소리로 상대하려 했는데, 이솔렛이 내 말을 칼같이 끊고는 내 바로앞에 멈췄다.
“지금 아카데미에 자자한 소문, 어떻게 된거지?”
이윽고, 그녀는 내 앞에서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살기를 내뿜으며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
“마지막 경고다, 프레이. 진실을 말하거라.”
애써 상황을 넘기려던 나는, 그녀의 분노에 찌들은 목소리를 듣고 드디어 때가 찾아왔음을 직감하고는 이내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뭐, 증거도 다 없앴고… 사건도 흐지부지 됐으니 더 숨길것도 없지. 전부 내가 한 짓이 맞아.”
“…뭐?”
“교수님이 들은 소문대로, 납치사건의 배후는 사실 나라는 거지.”
그러자 이솔렛은 고개를 떨구고는 바들바들 떨며 물었다.
“왜…? 어째서… 어째서 그런일을…”
“다 알면서 왜 자꾸 물어보는거야?”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가 이번에야말로 제발 날 걱정하는걸 멈추길 간절히 빌며 쐐기를 박아 넣었다.
“내 성노예 컬렉션에 추가하려고 사고를 빙자해 납치했던거지. 물론, 죄는 날 사사건건 방해하던 천한 년의 친구한테 덮어씌우고 말이야.”
그러자 이솔렛은 돌처럼 굳어버렸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노예 한명이 그 천한년을 탈출시킨데다가 비밀 아지트를 세간에 까발렸지 뭐야? 뭐, 그 바람에 조금 다른 식으로 교육을 하게 생겼…”
– 퍽!!
“…크학!!!”
하지만 그 말을 미처 다 끝마치기도 전에 이솔렛이 내 배에 뒤차기를 날렸고, 나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이솔렛은, 이내 날 깔아 뭉개고 주먹으로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흐악, 잠깐! 이게 지금 뭐하는…”
“잔인하고… 역겹고… 끔찍한 새끼…”
“으, 으그극…”
“한때 널 좋아했다는게… 수치스러워…”
그렇게 한동안 이솔렛에게 얻어 맞던 나는,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소리쳤다.
“더, 더 이상 날 때리면 스타라이트 가의 임시 가주로서 정식으로 바이워크 가에 항의할거야!! 그러니, 이제 그만 둬!!”
“…임시가주?”
그러자 날 때리던걸 잠시 멈춘 이솔렛은, 기가 차다는 듯이 날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네가 저지른 그 역겨운 짓거리 때문에 화병으로 쓰러지신 네 아버지로부터 찬탈한 직책을 말하는 거냐?”
그 말을 들은 나는, 뻔뻔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 잘 아네!! 나는 무려 스타라이트 가의 임시 가주라고!! 그러니 더 이상 폭력을 가하면… 크헥!”
“…알겠습니다, 이제 폭력은 그만두지요. 임시 당주님.”
그런 나를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내려친 이솔렛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그 말을 남기고 이솔렛은 복도를 빠져나갔다.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의 현재 감정: 격노/실망/역겨움/경멸/후회]“…하, 하하. 하하하.”
그리고 복도를 빠져나가는 그녀에게 ‘독심술’ 스킬을 쓴 나는, 그녀의 정보창에 드디어 걱정과 안타까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한 한편, 이제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은 카니아 한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해 복잡한 심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위악포인트 700pt 획득!(정말 다행이야)]“아하하, 하하… 하..”
“도련님…”
한편 잠시 눈을 질끈 감은 채 상황을 외면하고 있던 카니아는,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떴음에도 치울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저 웃고만 있던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이내 내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괜찮으십니까? 분명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아하하… 무슨 상관이야… 이솔렛이 방금 목숨을 건졌는데.”
“…읏.”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잠시 날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손을 뻗으려했지만,
“…꺼져! 도움 따윈 필요 없으니까!”
“….?”
내가 그녀의 손을 쳐내며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카니아를 인상을 찌푸린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조용히 그녀의 뒤를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앗.”
페를로체가 손에 메이드 복을 든채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그 이질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내 신호의 뜻을 바로 이해해낸 카니아는 자연스럽게 날 지나쳐 복도의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약속한대로 봉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한편 내 앞에 도착한 페를로체는, 역겨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하지만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페를로체는 잠시 이를 악물더니 분노를 가득 담아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명령하신대로… 봉사를 하기 위하여… 정확히 7시에 찾아왔습니다… 주인님.”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담담하게 답했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 7시에 오라고 했잖아.”
“…아.”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럼 저녁 7시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주인님.”
“그래.”
이윽고 싸늘하게 답한 성녀는, 휙 돌아서서 복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페를로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평소라면 그 멍청하고 웃긴 모습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겠지만, 저번에 꾼 꿈에서 그녀의 과거를 봤기에 전혀 웃기지가 않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영특해보이던 페를로체가 저렇게 변한거란 말인가.
그리고, 나는 왜 그런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작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던 걸까.
“…도련님, 괜찮으신지요.”
“안 괜찮아.”
“네?”
“아… 아니,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그렇게 한참동안 심란한 마음을 품은 채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카니아에게 잠시 횡설수설을 하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카니아.”
“네.”
그렇게 카니아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비틀 복도를 빠져나가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아참, 스크롤이 바뀐 경위는 조사해보고 있어?”
“네, 하지만… 추적이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도련님이 말씀하신대로 극비로 진행해야 하는데다 관련자도, 목격자도 제한되어 있는지라…”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찾아내.”
그 말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거리는 카니아를 쳐다보며,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이솔렛이 나에게 등을 돌릴 계기를 제공해줬으니, 찾아서 사례를 좀 해줘야겠어.”
.
– 이히힝!!!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습니다, 도련님.”
“그래, 그런 것 같네.”
기숙사에서 나와 잡아 탄 마차 안에서 카니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목적지인 공작저에 도착했다.
“”어서오세요, 임시 가주님.””
“…그래, 호칭은 똑바로 해야지.”
마차에서 내리자 미리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스타라이트가의 사용인들이 전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고, 나는 ‘임시 가주’라는 호칭에 애써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그러자, 아버지의 충신이었던 몇몇 사용인들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왕이면 그런 그들에게 호통을 쳐 위악 포인트나 벌어볼까 생각했지만, 아침에 워낙 멘탈이 깎이는 일이 많았기에 관두고는 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 용서해주십시오!!”
그런데, 길을 걸어가던 도중 오른쪽에 쭉 서있던 메이드 중 한명이 갑자기 뛰어나오더니 내 발치에 바짝 엎드리며 빌기 시작했다.
“뭐야 넌…”
“부, 부디… 제 동생을 용서해주세요…!”
“…아하, 너구나?”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그녀가 아리안느의 언니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싸늘한 미소를 짓다가 냅다 그녀를 걷어찼다.
“…흐악!”
그 바람에 그녀는 흙바닥에 뒹굴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용인들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가기 시작했다.
“제, 제발… 부탁입니다… 도련님… 하나밖에 없는 제 동생이에요… 그 아이만 보고 살아왔는데…”
한편 아리안느의 언니는 바들바들 떨며 기어오더니 내 다리를 잡고 다시 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 악명중에 한번 찍은 사람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것이 있기에… 아리안느가 석방이 됐음에도 매일매일을 불안에 떨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너, 얼굴 기억했어.”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늘상 하던 대사를 하니, 잠시 얼어붙었던 아리안느의 언니는 이내 얼굴을 흙바닥에 박으며 중얼거렸다.
“가, 감사… 감사… 합니다… 흐윽…”
“”………..””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내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자, 일렬로 서있던 메이드들이 전부 내 시선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가자, 카니아.”
“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카니아의 허리에 손을 휘감고 공작저 안으로 들어갔다.
[위악포인트 100pt획득! (화려한 등장)]시스템의 말대로, 정말이지 더럽게도 화려한 등장이었다.
.
“카니아, 동생은 지금 어딨어?
공작저에 도착해 짐을 푼 나는, 제일 먼저 카니아의 동생인 카디아부터 찾기 시작했다.
“…카디아는 자신의 방에서 잠이 든 상태입니다.”
“그래? 그럼 일이 쉬워지겠네.”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그리고 카디아가 그녀의 방에서 자고 있다는 걸 카니아에게 들은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카니아를 남겨두고 카디아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왜 카니아를 남겨두고 가냐면, 현 상태에서는 카니아의 흑마력이 카디아가 가진 치료의 힘과 공명을 해 카디아를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디아의 치료의 힘이 활성화가 되기 전까지는 카니아가 그녀의 곁에 근접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 잠재력의 영약 LV1 700pt
설명) 이 신비로운 물약은 마신 상대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구매 제한 0/1)
[누적 pt: 2200pt]“…좋아, 드디어 이걸 구매할 때가 왔구나.”
그렇기에 카디아의 치료 능력을 키울 영약을 먹이는건, 역시 내 몫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다른 사용인들에게 시키고 싶지만 그랬다가 오해를 한 사용인들이 약을 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음식이나 음료에 섞어 줬다간 제 효과를 전부 발휘하지 못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잠재력의 영약을 구매한 나는, 조용히 카디아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으으음… 음냐…”
“…역시, 아무리 봐도 미니어쳐 카니아네.”
카니아를 쏙 빼닮은 카디아를 잠시 귀엽게 바라보던 나는, 잠재력의 영약의 뚜껑을 따고 그녀의 입에 흘려넣기 시작했다.
“우으으…”
“옳지… 잘했어.”
그러자 카디아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영약을 뱉어내지 않고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가 대견했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조만간 다시 네 언니 품에 안길 수 있을거야.”
그 말을 마치고 영약을 전부 카디아의 입에 털어넣은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방을 나섰다.
– 파바바바방!!!
“크헉!!!”
그리고 그 다음순간, 나는 온몸에 반짝거리는 섬광이 꽃힌채 복도 맞은 편의 벽으로 날아가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쿨럭… 쿨럭… 이, 이게 무슨…”
“이, 이 시발 새끼야… 너 지금 뭐했어…”
갑자기 일어난 돌발상황에 정신을 못차리고 벽에 기댄채 헤롱거리고 있으니, 한 소녀가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카디아한테 무슨 짓을 한거냐고 이 더러운 자식아!!!”
이윽고 그 소녀는 내 멱살을 잡고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제야 나는 날 습격한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다.
“아리아… 이거 놔.”
그녀는, 바로 내 여동생인 아리아 라온 스타라이트였다.
“너… 그거 미약이지…? 미약 맞지?”
“미약은 무슨…”
“미약이 아니면 네가 카디아한테 물약을 먹일 이유가 없잖아 이 쓰레기 새끼야!! 저번에도 그랬으면서!!”
“하아…”
내가 그녀의 발언에 한숨을 내쉬자, 아리아는 멱살을 잡은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너 때문에 쓰러졌는데… 넌 뇌에 든게 그것 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건…”
“어머니도 너 때문에 죽었고!! 이젠 아버지까지 너 때문에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집에 와서 한다는게 메이드를 협박하고 나랑 동갑인 여자애한테 미약을 먹이는거냐고!!”
“……..”
“그, 그때 어머니 대신 네가 죽었어야 했어… 그때 어머니 대신 네가 죽었어야 했다고!! 이 악마새끼야아아!!!”
이윽고 아리아는 공작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아무리 사고라 해도… 어머니는 나 때문에 돌아가신게 맞기 때문이다.
“……읏.”
그렇게 계속해서 어머니 대신 내가 죽었어야 한다고 소리치던 아리아의 말을 담담히 듣던 나는, 왠지 저 멀리서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이곳으로 다가오던 카니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의식을 잃었다.
오늘따라, 저번처럼 악몽에서라도 좋으니 다시 한번 어머니가 보고 싶다.
.
한편 그 시각, 서대륙 어딘가.
“안녕하세요, 늙어빠진 퇴물 마녀씨.”
한 허름한 별장에서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있던 프레이의 약혼녀 세레나는, 낡은 망토를 뒤집어쓴 노인이 별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 선라이즈 제국 마탑의 적법한 주인인 나를 그딴 식으로 부르는건 네년밖에 없을게다.”
“사실 마탑주보단 그런 식으로 부르는게 더 좋으시면서.”
“하아… 하여간 영악한 년 같으니라고.”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을 선라이즈 제국의 마탑주라 소개한 노인은, 망토를 벗더니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그래서, 긴급한 부탁이란게 뭐냐?”
그러자 세레나는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간단해요, 제 기억을 좀 지워주세요.”
그 말을 들은 마탑주는 폭소를 터트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푸하하하하!! 네년도 잊고 싶은 기억이란게 있나 보구나? 그래, 프레이에게 또 차이기라도 했느냐? 아니면, 또 바람피는걸 목격한게야?”
“…글쎄요?”
“푸흡… 그래, 내 알바는 아니지. 그래서, 어느정도 기억을 지워줄까?”
한참동안 웃던 마탑주가 이내 눈물을 닦으며 질문을 던졌고, 그러자 세레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을 들은 마탑주는, 웃음기를 완전히 지우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려고?”
“글쎄요?”
“…내가 웬만하면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건 물어봐야겠다. 대체, 네 의중이 뭐냐?”
마탑주가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세레나는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음… 글쎄요… 문장이 아니라 단어 위주로 해석한게 신의 한수가 된건지… 늘 뭐든지 끝까지 ‘의심’하는 버릇이 도움이 된건진 잘 모르겠지만요…”
“…뭐?”
“그래도… 이제 ‘억지’로 ‘의심’하는 것도 한계고… 슬슬 ‘결론’이 도출되려 하니까 그걸 막으려고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그녀의 손에는, 군데군데 체크 표시와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는 종이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뭔 개소릴 하는게야?”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이 있어요.”
마탑주가 그런 그녀를 미친 사람을 보듯이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세레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입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꺼냈다.
“…제게 ‘절대복종마법’을 걸어주세요.”
“……!!!”
그 말을 들은 마탑주는 잠시 입을 떡 벌리고 세레나를 쳐다보다, 이내 조용히 물었다.
“…복종할 대상은?”
그러자, 세레나는 달빛과도 같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그녀의 답변이 끝나자 한동안 침묵에 잠겨있던 마탑주는, 이내 도저히 못참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이 미친 짓거리들을 하려는 이유가 대체 뭐냐?”
그러자, 세레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시스… 아니, 태양신한테 엿좀 먹이려고요.”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자신의 앞에 있던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 들더니 오물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마탑주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미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