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3화(313/524)
Episode 313
프레이가 킬리언 황자 패거리를 정리한 다음날, 아카데미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학부모 상담일’ 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평범한 학부모 상담이었다면 아카데미가 이런 서늘한 분위기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상담은, 사실상 상담을 빌미로 삼아 제국 귀족들이 아카데미에 압박을 가하는 날.
이제는 몇십년전부터 줄곧 행해져오던 연례행사와도 같은 흔한 일이었지먀, 오늘은 그 규모와 의도가 조금 달랐다.
– 철커덕, 철커덕…
아카데미를 포위하듯이 감싸고 있는 각 가문의 사병과 기사들, 그리고 그 앞에 잔뜩 화난 표정으로 서있는 황제 – 황자파 가주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레스트릭, 당신도 오셨군.”
“암, 당연히 와야지.”
사건이 일어난지 하루밖에 안되었으나 다중 전이 마법까지 써가며 아카데미에 도착한 그들의 목적은, 전부 일치하고 있었다.
“내 아들이 그 망나니 새끼한테 반병신이 됐는데, 가만히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프레이에 의해 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은, 지금도 병실에 누워 골골대고 있는 자신들의 자식에 대한 복수.
“그리고, 이 참에 맹랑한 황녀를 길들여 놓는것도 좋겠지.”
또한 자식들의 명예, 그리고 영향력의 회복.
거기에 황자와 황제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 클라나 파를 위축시키는 것까지.
사적인 감정과 정치적인 술수가 이리저리 섞인, 정치계의 거구들 다운 움직임이였다.
“레스트릭, 세인트 백작. 자네들도 왔군.”
“헤크레인 후작 님? 반갑습니다. 여기서 보는군요.”
“저희 선에서 처리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여기까지 걸음을 하시다니…”
가주들 사이에서도 가운데에 있던 거두들의 만남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다.
황제 – 황자 파벌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헤크레인 후작, 그리고 각각 황자의 오른팔과 왼팔을 맡고 있는 레스트릭, 세인트 백작.
얼마전까지 제국 권력의 정점에서 군림하며 대공위 부여 논의도 나오던 스타라이트 공작가가 휘청이고, 문라이트 공작가와 선셋 공작가가 표면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 유스티아노 백작가를 제외한다면 권력으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 세명의 권력가가 분노에 서린 표정을 띤채 말에 올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너무 뒷선에만 물러나 있으면 감이 깎이는 법이지. 그래서 가끔 이렇게 귀찮은 일에도 나설 필요도 있다네. 안 그런가?”
“역시 후작님이십니다. 전 벌써부터 잔꾀만 늘어가는데.”
“그나저나 슬슬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을 줄수록 그 맹랑한 황녀도 대비를 하게 될겁니다.”
헤크레인 후작의 말에 레스트릭이 아부를 떠는 한편, 세인트 백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카데미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검술 명가 바이워크 가문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오래된 무도가문의 가주인, 실력만 따지고 보면 황실 기사단 단장과도 맞먹는다는 소문이 도는 그였다.
그런 그의 직감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감이 안좋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착실히 진행해야 합니다.”
“그럴줄 알고 모두가 가문의 기사들을 데려오지 않았나. 아카데미 따위는 상대도 안될걸세.”
하지만, 후작은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말한다.
“생각 같아서는 병사들도 이끌고 가고 싶지만, 아카데미의 고대마법이 워낙 튼튼해서 말이네.”
“하긴, 저 마법은 마탑주도 해제하지 못하니까요.”
정치적 쇼를 위해 가문의 사병들을 이끌고 온 그들이었으나, 아카데미의 고대 마법은 여전히 견고했다.
그렇기에 ‘상담’을 하러 들어갈 수 있는건 입학생의 혈족이다.
그리고 이번에 프레이가 저지른 것처럼, 아카데미가 학생에게 문제를 일으켰을때는 그 혈족의 가문에 속한 호위를 최대 3명까지 대동할 수 있다.
어찌보면 견제는커녕 대항도 어려운 인원수였으나, 중요한건 양이 아닌 질이었다.
부패한 선라이즈 제국이 여전히 ‘제국’이라 칭하여지는 이유는, 타국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대량의 ‘기사단장’급 인재들을 보유해서 였다.
평범한 왕국에는 3명 정도밖에 없는, 자신만의 검기를 깨우치는데 성공한 기사단장급 인재.
나라간의 전쟁이 벌어질 때, 승패를 유추하기 위해 각 나라가 기사단장급 인재를 몇명 보유하고 있느냐를 가장 먼저 판단할 정도로 중요한 인력인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력을, 킬리언 파 학생들의 부모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클라나가 압도적인 기세로 권력을 드높이고 있음에도 아직 패권을 잡지 못한 이유가, 그리고 킬리언 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우리가 호위로 삼는 아홉 기사들만 해도 한개 왕국 정도는 가뿐히 박살낼 정도로 충분해. 거기에 다른 가주들의 호위 기사도 겹쳤으니 아무리 황녀가 수완이 좋아도 무리겠지.”
“하긴, 그렇긴 하죠.”
그렇기에 후작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며 걸음을 옮기자, 두 백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프레이와 황녀에게는 각각 처우를 어떻게 하실건지? 폐쇄적인 공간이라 뭘 해도 세어나가지 않을겁니다.”
“프레이는 온몸의 뼈를 으깬다. 녀석의 뇌에 있는 정보는 쓸만해. 그리고 황녀는… 이번 기회에 우리 입맛대로 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겠군.”
그렇게 아카데미의 방어막을 통과하던 그들의 입에서, 흉계가 나오기 시작한다.
“정보에 따르면 프레이에게 반해버린것 같다던데, 그런 평민 나부랭이 보다는 우리 아들이 더 낫겠지. 물론, 아카데미에 머물며 ‘적절한 교육’을 마친 뒤에 말일세.”
“그러고보니, 아카데미 메이드들이 꽤나 미인이라더군요. 머물면서 기사들에게 상으로 주는것도…”
“이 기회에 학장을 우리편으로 포섭하거나 교체해서 후원인 제도를 뜯어고칩시다. 물론, 후원인은 전부 우리측 가문으로. 녀석들도 봉사하는걸 영광으로 여길겁니다.”
호위 기사들을 대동한채 아카데미에 들어와, 부패할대로 부패한 그들답게 시커먼 속내를 토해내며 미소를 짓던 세 가주.
“멈추십시오.”
그런 그들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는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흠?”
평소보다 더 차가운 눈빛을 띄고 있는 이솔렛이, 교직원들을 대동한채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 마음대로 하게.”
“프레이와 황녀는 잘 있겠지? 어서 상담실로 가고 싶다만.”
처음에는 약간 경계하던 눈빛으로 이솔렛을 바라보던 헤크레인 후작과 레스트릭 백작은, 이내 자신들의 뒤에 서있던 기사들을 힐끔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으나.
“…….뭐지.”
기사단장급 실력자인 세인트 백작만큼은,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착각인가?”
이솔렛을 마주했을때,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완전하게 갈무리된,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정순한 검기가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고 있던 것을.
“………”
완전하게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젊은 시절, 황제가 진심으로 진노하던 순간을 눈앞에서 목격했을때.
그리고 황실 기사단장과 대련을 할때.
그 두가지 순간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력감이었다.
“가주님?”
“아, 그래. 지금 가네.”
덕분에 자리에 멍하니 서서 식은땀을 흘리던 그는, 기사들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군.’
찰나의 순간 모든 힘을 불어넣어 그정도의 기세를 뿜어낼 수 있다면, 자신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제압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눈을 부릅뜨고 몸을 예열시키던 세인트 백작은, 이내 뇌리에 든 한가지 생각 때문에 다시 걸음을 멈췄다.
‘혹시, 찰나의 순간이 아니었다면?’
격의 차이가 너무 나서, 자신이 찰나의 순간밖에 감지를 못한것이라면?
에이, 설마. 그럴리가.
아카데미를 손에 넣을 기회를 날릴수는 없었다.
파릇파릇한 학생들, 메이드들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건방진 황녀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였다. 오만하고 포동포동한 후작과 그의 아들에게 넘기느니, 그녀도 자신의 아들을 더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여차하면, 기사들을 방패삼으면 되겠지.”
그렇게 읊조리며 고개를 흔든 세인트 백작은, 왠지 모르게 늘어지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
그런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힐끔 쳐다보는 이솔렛이었다.
.
“그래서, 이게 뭐하자는 거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후작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기다리십시오.”
그들을 상담실이 아닌, 강당으로 안내한 이솔렛이 오직 그 말만을 남겨놓고 단상 위의 의자에 앉는다.
“그래,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보거라.”
그런 그녀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탐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후작.
이럴수록 자신들의 명분만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프레이, 그리고 클라나를 데려와라.”
하지만, 참을성이 없던 레스트릭 백작은 거만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며 입을 연다.
“아카데미를 엎어버리기 전에.”
“…하.”
그러자, 이솔렛의 옆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피식 미소를 짓는다.
“누구냐.”
숨길 생각도 없었는지 강당에 울려퍼진 그 미소에,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묻는 레스트릭 백작.
“겁대가리를 상실했나보군.”
이윽고 그는, 이솔렛의 옆에 앉아있던 루루와 이리나를 바라보고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아카데미를 점령하면, 우선 저년부터 족쳐야겠습니다.”
“황녀가 우선이네.”
그러자, 점짓 이성적인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후작.
“5분내로 프레이와 클라나를 데려와. 이행하지 않을 시, 기사들을 풀겠다.”
그런 그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인 레스트릭 백작은,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리가 장난하는 것 같나?”
“꼬맹이들은 왜 있는거지? 학생회라도 되나?”
“가주님, 쫒아낼까요?”
그와 동시에, 웅성거리며 단상 위의 사람들을 노려보는 가주들.
분위기가, 한층 더 냉랭해지고 있었다.
“저, 저기… 후작님.”
“…응?”
그러한 분위기에서 창백한 표정으로 이리나와 루루를 쳐다보던 세인트 백작은, 떨리는 목소리로 후작에게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 터벅, 터벅…
“다들 모였네요?”
바로 그 순간에 강당으로 들어선 프레이와 클라나가 단상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후작의 집중은 자연스레 그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교수 프레이.”
그렇게, 둘이 단상에 완전히 올라서자 후작의 옆에 앉아있던 레스트릭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가주들의 자식에 대한 폭력행위, 살인미수, 그외 불법 행위들에 의거해 네놈을 체포한다.”
“체포라니? 무슨 권한으로?”
“제국법에 의거한 귀족들의 법적 권한으로 말이다. 혈족이 당한 이상, 우린 무력을 행사할 권한이 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이내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클라나를 보며 말한다.
“그리고, 황녀님은 잠시 저희에게 합류하셔서 조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벌거 아닙니다. 프레이의 범죄행위를 사주하고 독려했다는 혐의가 있으셔서 말이죠.”
“당신이 방금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혐의일 뿐입니다. 그리고 황족인 저에 대한 체포권은 없으실텐데요.”
그렇게 말한 레스트릭은, 클라나의 반박에 눈을 빛내며 말을 덧붙인다.
“당연히 황족인 황녀님을 체포할수는 없죠. 그래서 ‘조사’를 한다는 겁니다. 참고인 자격으로요. 그저 잠시 동행만 해주신다면…”
“지금, 절 협박하는 건가요?”
“아뇨아뇨, 당치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뿐입니다만.”
그렇게 말한 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복잡한 제국법을 유리하게 해석하는데 이골이 난 나다. 제아무리 황녀라도 반박할 수 있을 턱이 없지.’
법적 근거도, 명분도 전부 앞서고 있었다.
처음에 프레이가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의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아카데미와 황녀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았는가.
물론 황녀가 응하지 않고 버틸수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무력이 앞서는 이상 자신들의 승리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물론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는 황녀의 호위기사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데려온 기사는 제국 최강이었다.
‘그나저나, 예쁘긴 하군.’
그렇게 완전한 승리를 직감한 백작은, 왠지 모르게 여자다워 보이는 클라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앳된 티도 벗어났어. 후작님에게 주기 아까울 정도인걸.’
그런 생각을 한 그가, 조용히 손을 들어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아쉽지만, 당신의 말은 전부 틀렸습니다.”
“뭐라?”
프레이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당신들에게 체포될 이유가 없어요.”
“호오?”
그러자, 레스트릭 백작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 이유는 뭐지?”
법의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 좋아하는 그였다. 비록 상황이 상황이었지만, 가주들이 데려온 기사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기에 서두룰 필요는 없었다.
“납득이 되게 설명해야 될거야.”
오히려 공작가랍시고 설쳐대던 프레이를 망신시킬, 그리고 자신의 위세를 드높일 좋은 기회였다. 그렇기에 백작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얼간이가, 무슨 생떼를 쓸지 기대하며 말이다.
“저는 몇개월 뒤에 재판을 받기 전까진, 모든 범죄행위의 집행을 보류받습니다.”
“…뭐?”
하지만 프레이의 입에서 나온것은 생떼도, 허울뿐인 말도 아니었다.
“저는 아카데미의 교사직을 받으며 이미 황실, 교단과 비밀거래를 끝냈습니다. 대역죄와 마왕군 가담죄, 그리고 325가지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보류받기로요.”
그 말을 들은 백작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한다.
“오리엔테이션 날 발동된 황제의 칙령으로 확정된 사항입니다. 혹시 모르셨나요?”
“그건 나도 안다만.”
“그렇습니까? 가장 먼저 도망가셨기에 모르실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프레이가, 단상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당신이 제게 주장한 폭력행위, 살인 미수 역시 그 325가지의 범죄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그 범죄에 대한 집행은 황제에 의해 보류됐고요.”
“엉터리! 저지른 대상도, 일자도 다르다! 그러니 따로 재판을 받는게…”
“아뇨, 황제가 발령한 칙령은 분명히 제가 저지른 ‘범죄 행위’ 자체에 대한 보류였습니다. 혹시 될까 해서 마지막에 날치기로 넣어봤는데, 역시 귀찮음에 찌드신 분이 아니랄까봐 그대로 발표하시더군요.”
프레이의 말이 끝나자, 가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네들 자식에게 저지른 범죄행위는, 몇개월 뒤에 재판을 받을때 가중되어 처벌될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집행을 하지는 못한다는 거지.”
그런 그들에게 그 말을 덧붙인 프레이가,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러니 날 체포할 수도, 클라나를 지금 당장 참고인으로 삼을 수도 없어. 내 범죄는 무조건 몆개월 뒤의 재판에서 다뤄져야만 하니.”
“그래도 조사는…”
“조사를 왜하지? 이미 내가 모든 범죄를 인정했는데. 인과결과가 명확하고 증거도 전부 제출했다. 조사를 할 이유가 없지.”
“이, 이 새끼가…”
프레이가 백작의 거만한 표정을 따라하며 말하자, 레스트릭 백작이 발끈 화를 낸다.
“우리의 뒤에 황제 폐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느냐? 그깟 칙령따위 아무 문제도…!”
“그건 너희가 자칭하는거지. 사실 황제는 너희 편이 아니잖아?”
“…..!”
황제의 위명을 내세우려던 백작이,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황제는 귀찮음 때문에 모든걸 포기한 사람이잖아? 네깟놈들이 황제파를 자칭하는것도 말리지 않은 대신, 네놈들을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지도, 부탁을 들어주지도 않지.”
“………”
“결국 너희는 황자 킬리언 파벌일 뿐이야. 거기에 아무 대응도 안하는 황제를 고기방패로 내세웠을 뿐인.”
“다, 닥쳐라! 그건 네놈의 망상일뿐! 원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폐하에게 서신을 보내…”
“보내보시던가.”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얼마든지 기다려줄테니.”
전회차에서 자신에게 목이 베이는 순간까지도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던 저주받은 황제를, 프레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클라나에게 자신이 행했던 맹약이나, 칙령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도, 그들의 고리타분한 정치적 싸움에 황제가 털끝하나 반응하지 않을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 이이익…!”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하는 백작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훌륭하군, 프레이.”
그때까지 상황을 관조하던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자네가 간과하는게 하나 있어.”
노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후작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사실 법적해석이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네. 깊게 파고들면 이렇게 될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렇습니까?”
“설마 자네가 완벽히 지적해낼줄은 몰랐지만 말이네. 아무튼, 중요한 점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작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자네의 잘못 덕분에 우리가 기사를 이끌고 아카데미에 침입을 했다는 것 자체라네.”
그러자, 그의 옆에서 얼굴을 붉히던 백작이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설마 법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우리가 물러날 줄 안건가?”
“음.”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순간부터, 게임은 이미 끝났다네. 지금까지는 그저 포장을 하는 과정이었고. 포장이 살짝 어수선해진다고 해도 이겼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지.”
그렇게 말한 후작이, 그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던 세인트 백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처리해.”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
“세인트?”
세인트 백작이, 요지부동이었다.
“하, 하하…”
“어디 아프나?”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던 세인트 백작을 바라보던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묻는다.
“함정…”
하지만, 그런 후작에게 눈길도 안준채 중얼거리는 세인트 백작.
“함정이야…”
그런 그의 시선이 이솔렛, 루루, 그리고 이리나에게 머물러 있었다.
“어, 어서 이곳에서 철수해야…”
“됐다, 이제 더 이상 못참겠군!”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노발대말 하며 소리를 지른 레스트릭 백작의 외침에 묻혀 버린다.
“프레이는 이 자리에서 두들겨 패버리고, 황녀는 끌어내! 어서!”
그렇게 말한 그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사들의 앞에 앞장선 순간.
“어? 황녀를 끌어내?”
프레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황실모독이네?”
“닥쳐라!! 이 악마같은 녀석… 꽥!?”
그리고 그 다음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배를 부여잡는 백작.
“케흑…”
그러던 그가, 입에서 피를 쏟아낸다.
“황실 모독은 사형인데?”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프레이.
“아, 그런데 325가지 범죄중에 살인은 안 포함되어서… 죽이는건 좀 그렇고.”
“지, 지금 무슨 짓을…”
“대신 교육시켜드리겠습니다.”
“끄아아아악!!!”
그러던 그가, 백작의 팔을 무자비하게 꺾어버린다.
– 우드드드득…!
“그거 아십니까? 지금 저는 살인을 제외한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몇개월 뒤까지 보류입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의 팔을 산산조각내던 프레이가,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으며 보람찬 목소리로 말한다.
“네 녀석들이 얼마나 높은 신분이건 간에, 나 처벌 못한다고.”
“공격해.”
“이상하네?”
백작의 허리를 꺾어버린 프레이가, 후작의 명령에 자신에게 달려오는 기사단장급 기사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왜 경고를 했는데 못 알아먹으시지?”
그 말이 끝나자, 프레이에게 달려들던 세 기사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아참, 그런데 아까 교문에서 다들 재밌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가주들을 둘러보던 프레이는.
– 콰직…!
“끄으으으으으…”
레스트릭 백작의 고간을 으깨며, 환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다들 교육이 부족하신가봐요?”
– 콰직, 콰직, 콰직…!
프레이에게 계속해서 짓밟히던 레스트릭 백작의 표정이, 처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왜 말이 없으시지? 상담을 해야 하는데? 레스트릭 백작님?”
“…세인트 백작, 부탁하네.”
“…………”
그리고 그건, 후작의 명령을 들은 세인트 백작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