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4화(314/524)
Episode 314
– 파지이이잉…!
“크헉!!”
“으극…”
프레이의 검기가 강당에 휘몰아치자, 그에게 쇄도하던 기사들이 나자빠진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웬만한 왕국을 무너트릴 수 있을정도의 기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자, 후작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만 무기를 내려놓으시고 항복하시라니까요? 공격을 하지 않는 사람을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런 그를 둘러싼 기사들에게, 멍한 표정을 지은채 다가서며 말하는 프레이.
“마, 마왕과 거래를 한거냐? 이 악마 녀석…”
“제가 마왕군이랑 친해서 잘 아는데, 걔네들도 제국 귀족을 보고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하하.”
그러던 프레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서, 다음은 누굽니까?”
검을 빙빙 돌리며 무방비하게 서있는 그였지만, 나서는 이는 없었다.
“끄으으으…”
“아, 아파… 으으…”
그의 뒤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고 있는 기사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이미 가주들이 데려온 기사들의 절반이 쓰러진 상태였다.
“세인트 백작! 어떻게든 해보시오!”
그런 상황에서 후작이 다급히 소리치며 백작의 등을 떠밀자, 세인트가 휘청거리며 프레이의 앞에 나선다.
“네놈… 실력을 숨기고 있었…”
덕분에 잠시 후작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그는, 이내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며 중얼거린다.
– 파지이이잉…!
“…끄윽.”
그 순간, 별빛 섬광을 내뿜으며 쇄도한 프레이의 검.
– 꽈드득, 꽈드드득…
“끄으으으…”
제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강자였던 세인트 백작이였기에 한합만에 제압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프레이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낸 그의 손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 파지직! 파직!
“아, 아니…?”
그럼에도 열심히 프레이의 검을 밀어내려던 세인트 백작은, 갑자기 자신의 검이 깨져나가기 시작하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마, 말도 안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아무리 프레이가 강하다고 해도, 자신의 검기는 분명히 그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헌데, 어째서 자신의 검이 깨진단 말인가?
“마, 마법…?”
잔뜩 당황한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검의 균열을 살피던 백작이, 자신의 검을 옭아맨 마법의 기운을 탐지하고는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검기에 마법을 싣다니? 그건 불가능…”
– 쨍그랑!!
“마, 맙소사.”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법의 마나와 검의 마나는 공존할 수 없다.
그것은, 1000년간 변하지 않던 절대적인 규칙이었다.
“죄송한데, 제가 빨리 끝내야 해서 말입니다.”
그 규칙을 간단히 깨버린 프레이가, 백작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으며 중얼거린다.
“양해좀 부탁드립니다.”
– 아그작!!
“크헉…”
그렇게 말한 뒤에 자신의 앞에 무릎꿇은 백작을 싸늘하게 노려보던 프레이가, 그의 다리를 걷어차 박살냈다.
“하, 항복. 항복이다.”
“나, 나는 멋모르고 온거다. 죄가 없어.”
“나, 나도! 그저 이용당했을뿐…”
최강의 전력이었던 세인트 백작마저 무너지자, 후작을 지키던 기사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기 시작한다.
– 꽈드드드득…!
“크아아악!!”
“왜, 왜! 어째서… 으극…!”
그런데, 투항한 기사들을 지나치다 갑자기 두 기사의 팔을 꺾는 프레이.
“죄가 없다? 이용을 당했다? 아까 가주들에게 여학생들의 후원인으로 삼아달라며 청탁을 하던 사람들은 누구지?”
“공격 안하면… 해칠생각은 없다며…”
“아, 미안하군. 그건 사과하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은 프레이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기사들을 지나쳐 후작의 앞에 선다.
“자, 잘 생각해보게. 아니,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프레이님.”
그러자, 방금전까지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이던 후작이 손을 모아 공손한 모습으로 입을 연다.
“저까지 공격하신다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악마로, 악인으로 볼겁니다. 그러니 우선 진정하시고…”
“이미 그렇게 보잖아?”
“네?”
그런 그에게,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프레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미 날 제국 최고의 악인으로 생각하는데?”
“아.”
“더 떨어질 곳이 없잖아, 나는? 부패 귀족을 팼다는 소문이 퍼지면 오히려 통쾌해하지 않을까?”
“……..”
그런 프레이의 눈빛은, 혼돈에 물들어 있었다.
“으, 으으…”
날때부터 모든것을 가지고 손에 넣은 권력을 휘둘러오기만 한 후작에게는, 이해할 수도 견딜수도 없는 눈빛이었다.
“사, 살려…”
“그런데, 아까 클라나를 뭐 어떻게 한다고 했지?”
“히익…!”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프레이의 눈빛이, 이내 친절하게도 이해하기 쉬운 눈빛으로 바뀐다.
“제, 제가 정신이 나갔었나봅니다. 그, 그러니…”
“내 여자를, 네까짓 놈이 무슨 권리로?”
살기를 가득 담은, 보기만해도 오금이 저리는 눈빛으로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다시는 안그러겠… 으아아아악!!!”
그제야 후작은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지만, 프레이의 발이 모아져있던 그의 두 손을 걷어차 박살낸다.
“…’다시는 안하겠습니다’ 라니. 아예 이런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사람을 죽여놓고 다시는 안죽이겠다고 하면 다인가?”
“사, 살려주세요…”
그럼에도, 빌빌 기어서 프레이의 다리를 박살난 손으로 붙잡고 애원하는 후작.
“네 지하실에서 죽어나간 성노예들도 몇번이고 그 말을 되풀이 했을거야. 안 그래?”
“네, 네가 그걸 어떻게…”
그런 그를 역겨운 눈빛으로 내려보던 프레이가 그렇게 속삭이자, 후작이 떨리는 눈빛으로 묻는다.
“전회차랑 바뀐게 없군. 후작.”
“네, 네에?”
“행여나 자신의 잘못이 들킬가봐, 내게 지하실의 누명을 덮어 씌웠잖나.”
“아, 아아…”
그 말이 끝난 직후, 프레이의 발이 후작의 고간을 강타했다.
“끄르륵…”
“왜 기절을 하지? 자기는 기절한 노예를 마법으로 억지로 깨웠으면서? 상황 회피인가?”
“끄아아아아!!”
“인간 애완동물 문화를 귀족들에게 퍼트린게 너더라? 죄없는 소녀들을 왜 애완동물로 삼지? 미친건가?”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후작을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의 팔을 비틀자, 의식을 잃었던 후작이 정신을 차리며 비명을 지른다.
– 우드드드득…
“왜 제국 귀족들은 다 이따윌까? 죽여버리고 싶게. 그냥 미친척하고 다 죽일까?”
“너, 넌… 이미 미쳤…”
– 우득!
“……….”
그런 후작의 반대쪽 팔마저 꺾어버린 프레이는, 그가 기절도 못한채 몸을 움찔움찔 떨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널 이상태로 네 저택의 지하실에 던져줄거야.”
“뭐, 뭐라고…”
“물론 지하실의 노예들은 다 풀어주고 말이지.”
그 말을 들은 후작의 눈에 공포가 서린다.
“내가 뭐라고 널 처벌하겠나. 처벌은 아무죄도 없이 자유를 잃은 그녀들이 해야지. 안 그래?”
“이, 이이익… 으극.”
그 말을 듣고 추하게 꿈틀거리는 후작을 즈려밟고 걸음을 옮긴 프레이는, 이내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이정도면 됐으려나.”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던 킬리언 파벌 귀족들이, 부패한 황실을 감싸던 방패들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조금이라도 반항한 가주들은 몸이 으스러져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가주들도 대부분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굳건히 하던 기사들 역시, 반절이 박살나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싸울 의지를 상실한 이후였다.
– 딸깍.
그런 그들을 둘러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옷에 붙히고 있던 브로치를 누른다.
– 샤아아…
그러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사악한 기운.
“죽음의 맹세를 해.”
그 기운이 가주들과 기사들에게 스며들때쯤, 프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앞으로, 내 명령에 따르겠다고.”
모두의 대답을 받아내는데는 몇분이면 충분했다.
대답을 하지 않는 이에게서 대답을 구해내는 방법을, 프레이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좋아, 그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브로치를 두드려 사악한 기운을 거둔 프레이가, 휙 주변을 둘러본다.
“”……….””
프레이의 명령을 받고 그때까지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던 이솔렛과 루루가,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프레이.”
“주인님…”
이윽고, 프레이와 눈이 마주치자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그들.
실망이나 혐오의 감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프레이에 대한 걱정만이 실려있을 뿐이었다.
“…하.”
그리고 그건,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이에게 다가오는 이리나와 클라나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이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으, 으아아!!”
바로 그때, 일이 일어났다.
“미, 미친 놈이…!”
기절한 척을 하고 있던 기사 한명이, 검을 치켜들고는 전속력으로 강당의 출구로 향했다.
“머, 멈춰…”
“이런.”
당황한 이리나와 클라나가 다급히 마법을 준비하려 했지만, 프레이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랐다.
– 끼이익…
“…크악!!”
기사가 문을 열고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던 순간, 무표정을 짓고 있는 프레이가 녀석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리 꽂는다.
“새끼가…”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격노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단도는 왜 던지려고 한거야?”
“거, 거동을 불편하게 해서 인질을 잡으려 했습니다. 하, 하지만 죽일 생각은…”
프레이에게 거짓말을 하던 녀석들이 진실을 토해내기 전까지 무슨 꼴을 당했던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눈을 질끈 감고 사실을 속삭인다.
“저 파릇파릇한 애들을? 기사도는 어디 팔아먹은거야?”
“죄, 죄송… 끄윽.”
“내가 막지 않았으면 앞에 있는 죄없는 아이에게 일어났을 일을 실현해줬는데, 혹시 불만 있어?”
“없습… 니다.”
기사의 품에 있던 마비독이 묻은 단도를 빼앗아 그의 다리에 내려찍은 프레이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근데 마비독은 어디서 난거지?”
“후작님이 아이들에게 묻히라고 하시며 줬습니다.”
“왜… 아니, 됐다. 할말이 없네.”
“끄윽…”
자신의 마비독에 중독되어가는 기사를 내버려둔채, 손을 털며 일어난 프레이는.
“큰일 나는줄 알았네.”
조용히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아.”
이내,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
수많은 아이들이, 피투성이가 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킬리언 황자가 소속되어있는, 프레이와 별 접점이 없는 3학년들.
한때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2학년 평민들, 그를 괴롭혔던 2학년 귀족들.
그리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1학년 신입생들까지.
전부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 터벅.
말없이 그들의 시선을 받던 프레이가, 조용히 한발자국 걸음을 내딛는다.
– 우르르…
그러자,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학생들이 우르르 양옆으로 물러선다.
– 터벅, 터벅…
그러한 학생들 사이를 걸어가는 프레이.
“…하하.”
그러던 그가 뿌듯한 미소를 짓자, 대다수 학생의 눈빛에 공포가 서린다.
“하…”
그럼에도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며 앞을 걸어가던 프레이의 표정이, 짧게 흔들린다.
그의 동생 아리아가, 생전 처음으로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스윽…
그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프레이가,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옆이나 아래로 돌아간다.
“오.”
항상 경멸이나 멸시의 시선만을 받던 프레이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한 일이었다.
– 터벅, 터벅…
그렇게 한참동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두리번거리던 프레이가, 이내 발걸음을 학생들 쪽으로 옮긴다.
– 우르르…
그러자, 이번에는 벽쪽으로 우르르 물러나는 학생들.
“어, 저기.”
아까부터 떨리고 있던 피묻은 손을 그들쪽으로 내밀었던 프레이가, 태연한 표정으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르카네를 보며 말한다.
“단추 풀어졌는데.”
“…으읏.”
그 말을 들은 르카네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의 사이로 숨는다.
“아리아, 너도 휘장이 흐트러졌잖아.”
“……..”
그러던 그는, 이내 다른 아이들처럼 한발자국 물러난 아리아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옷차림을 단정하게 해야지.”
한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선다.
– 스윽…
그러자, 마찬가지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아리아.
“아, 혹시 손에 피가 묻어서 그러니?”
그러자, 그렇게 물은 프레이가 품에서 흰 장갑을 꺼내 오른손에 덮어쓰며 묻는다.
“이러면 됐지?”
그리고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서는 프레이.
“”………””
하지만 아리아도, 르카네도,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그저 조용히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헤헤.”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긴 프레이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좋아, 아무도 날 착하게 생각하지 않아. 모든게 완벽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큭큭 거리는 프레이는, 상당히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그럼 이제…”
“프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며 앞으로 나아가던 프레이는.
“일부러 그런거지.”
“…클라나.”
어느새 자신을 따라온 클라나가 어깨를 붙잡고 자신을 불러세우자,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제국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안 그래?”
“네가 그 기사가 기절하지 않은걸 눈치 못챘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런 그에게 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클라나.
“이번 사건은 내 선에서 묻을게. 루루와 이리나가 집단 최면을 걸면 덮을 수 있을거야. 그러니…”
“클라나, 잘 들어.”
그러자, 갑자기 프레이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오늘 황자파 귀족들은, 광증이 생긴 프레이에 의해 저 꼴이 된거야. 누구의 개입도 없이, 오직 프레이 한명에게.”
“프레이!”
“축소도 하지 말고, 은폐도 하지마. 힘을 숨기고 있던 프레이가 결국 미쳐버렸다는 사실이 온 제국에 퍼지도록 해.”
클라나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그.
“그런 프레이를 막은게, 다름 아닌 너라는 것도 퍼트리고.”
“너…”
“다시 말하지만, 수습을 하지마. 전부 광증이 생긴 내가 벌인 일이니까. 알겠지?”
“그치만…”
계속해서 클라나가 끼어들려 하자,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은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네가 황제가 되는게, 내 버킷리스트 1순위야. 클라나.”
그 말을 남긴 프레이는, 이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 그럼 마저 업무를 보러 갈까.”
그런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클라나는, 손아귀에 쥐어져있던 편지를 꽉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멍청이 프레이.”
[지금 바로 갈게요.]– 세레나가.
열려있는 창문에서 들어온 찬 바람이, 그녀와 편지를 감싸고 있었다.
Ps. 프레이는, 절대 타락하지 않아요.
.
– 사각, 사각…
훗날 킬리언 파 숙청사건이라 불리게 될 대 사건이 끝난지 몇시간 뒤, 프레이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띤채 서류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팔이 아프네.”
그러던 그가, 그때까지 떨리던 오른팔을 쭉 피며 중얼거린다.
“이상해.”
그런 그의 오른손에는 어째서인지 여전히 흰 장갑이 껴져있었으며, 책상에는 독한 술들이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 띠링!
“음?”
그렇게 한참동안 서류작업을 이어나가던 프레이가, 앞에서 들린 경쾌한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돌린다.
“……….”
그리고 그 순간, 잠시 굳어버린 프레이.
“하.”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 프레이의 입가에 환희가 떠오른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윽고, 책상에 고개를 쳐박고 마구 웃기 시작한 프레이.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한번 터진 웃음은, 미처 그칠줄을 모른다.
“푸흐, 푸흐흐흐… 푸흐흐…..”
너무 웃은 나머지 눈물이 잔뜩 고인 그의 눈이, 아까의 혼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광인을 보는 듯 했다.
“흐흐… 흐…”
하지만.
[이름: 프레이] [능력: 힘 10 / 마력 10 / 지능 ??? / 정신력 10]그런 그의 옆에 떠있는, 그의 정신력 수치는 최대 수치로 고정되어 있었다.
[특이사항: 시한부/ 왼팔 잃음 /정신력 저하 LV MAX(일시 중지됨)/ 심신 미약]그리고, 특이 사항에는 심신 미약을 제외한 그 어떠한 정신력 문제도 표기되어있지 않았고.
[성향: 용사]그의 성향은 여전히 용사였으며.
[선함 수치: 100]선함 수치는, 여전히 100이었다.
“흐…”
‘이 정도로 했으니… 마신도 속았겠지.’
고개를 파묻고 들썩이던 프레이가, 속으로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린다.
‘내가 이겼어.’
그러다가, 속으로 짤막하게 선언하는 프레이.
“교수님.”
“흠?”
그런 그에게,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일어나보세요.”
조용히 프레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소녀는, 다름아닌 유렐리아였다.
“넌 내가 안 무섭니?”
그런 유렐리아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글쎄요.”
그러자,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는 유렐리아.
“교수님이 황자파 권력층을 전부 부숴버려서 저희 유스티아노 백작가가 제국의 패권을 잡게 되었어요. 그러니, 오히려 고마워 해야겠죠.”
“흠.”
“그리고, 솔직히 약간 멋있었어요.”
여잰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의 말을 들은 프레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온거지?”
“…그게 말입니다.”
그러자,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렐리아의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학부모 상담입니다, 프레이님.”
유렐리아의 아버지. 뒷골목의 지배자.
그리고, 방금 전에 제국의 최고 실세가 된 유스티아노 백작이 어느새 그녀의 뒤에 서있었다.
“아, 학부모 상담이었군요?”
그러자,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프레이.
“유렐리아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언제 오시나 했더니, 오늘이었나 보네요.”
“………”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스티아노 백작이, 넥타이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려던 순간.
“아참, 먼저 말할게 있습니다.”
프레이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렇게 말했다.
“…얼마든지요.”
그러자, 딸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스티아노 백작.
“우리 반역좀 일으킵시다.”
하지만, 프레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두 부녀의 포커페이스를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심심한데 황제좀 갈아치우죠.”
그런 둘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인다.
“제국의 최고 실권자로 만들어줬는데, 밥값은 해야지?”
그런 그를 바라보던 유스티아노 백작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개조졌군.”
그 말을 듣고는, 씨익 웃으며 답하는 프레이.
“내가 이긴다니까.”
[안내사항 – 히든 루트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그런 그의 앞에, 방금전의 그를 폭소케 한 시스템 메세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메인 퀘스트 – 황실 반역 시나리오 개방] [현 황제를 끌어내고, 클라나를 황제로 만드십시오.]미칠지언정 타락하지 않는 절대선.
프레이를 상징하는 그 절대적인 한 문장은, 그가 용사가 된 결정적인 이유이자 절대 불변의 진리였다.
그리고, 이미 완성되어버린 프레이의 정신력과 성향은 그를 미치게 두지 않았다.
덕분에 속편히 정신을 놓지도 못한채, 자신의 선함과 성향을 그대로 유지한채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짓을 저지르며 고스란히 고통을 느낀 프레이였지만.
“왜, 안 믿기나?”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용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라니까?”
물론, 아주 약간의 관점 변화는 생긴 그였다.
“돌겠군.”
다시 말하지만, 아주 약간의 관점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