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5화(315/524)
Episode 315
“왜 그리 죽상입니까? 유스티아노 백작?”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프레이를 내려다보던 유스티아노 백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냥 앞으로, 꽤나 골치아파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생각보다 되게 저자세로 나오시네요?”
그러자,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프레이.
“그럴만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정중한 말투로, 하지만 비굴해보이지도 않은 말투로 그렇게 답변한 유스티아노 백작은 뚫어져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프레이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 다른 멍청한 귀족들이 아닙니다. 오직 눈치 하나만으로 이 자리에 올라왔죠.”
“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제국이 타락하기 전부터 어둠과 깊은 연을 맺고 있던 유스티아노 백작가.
덕분에 과거에는 멸시를 받았으나, 제국이 부패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 이미지를 귄위있는 흑막가문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자가 바로 유스티아노 백작이다.
프레이와 늘 부딪혀 오던, 성욕과 허영심에 찌든 부패귀족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지금 제가 반말을 쓰거나 조금이라도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면 당장 어깨가 으스러진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딸과 닮은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백작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제게 진짜 원하시는게 뭡니까?”
그와 동시에, 눈을 빛내는 백작.
“흠…”
때없이 순수한 프레이의 눈빛을 바라보며, 백작은 생각한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프레이가 말했듯이 그에게 상당히 저자세로 나온 백작이었으나, 뒷골목의 황제라는 칭호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였다.
딸의 철저히 계산된 발언과, 어깨가 부스러지기 싫다는 말을 통해 그가 몇시간 전에 행한 행동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물씬 풍겨본 백작이었다.
만약 프레이가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생각이 읽히지 않아.’
하지만, 프레이는 그저 순수한 눈빛으로 백작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경우는 또 오랜만이군.’
타인과의 관계에서 항상 우위를 점해온 백작이었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 경우에도 앞에서는 굽신거리다 뒤에서는 비수를 찔러 넣어 어떻게든 이익을 챙기는 성격인 그에게는, 이런 상황 자체가 꽤나 성가셨다.
그가 지금까지 인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자는, 오직 황제와 돈의 용사밖에 없었다.
황제야 몇십년동안 국정을 손에 놓고 있음에도 자리에서 끌려나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지니고 있었고, 돈의 용사는 무슨짓을 해도 정체를 알아낼 수 없는 논외의 존재였다.
하지만 이 둘의 경우에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 뿐이지, 최소한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던 백작이었다.
귀찮음이라는 저주에 걸린 황제는 그가 뭘하든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백작도 그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만이었고, 돈의 용사와는 명목상으로라도 대등한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스티아노 백작.”
“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프레이는 달랐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내가 대신 굴려줄까?”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환한 미소를 지은채 살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읏.”
그러자, 유렐리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비록 어렸을때부터 차기 가주로서 여러 교육을 받은 냉철한 유렐리아였지만, 프레이 정도의 자가 내뿜는 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기에 그녀는 아직 어렸다.
“다행히 부성애는 있군.”
그런 그녀를 조심스레 자신의 등 뒤로 숨긴 백작이 묵묵히 자신의 살기를 받아내자, 프레이는 턱에 손을 괴고는 중얼거렸다.
“운이 좋네, 백작.”
어찌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만인의 공적, 용사파티가 지정한 제거 1순위 악인, 암살자들이 가장 노리고 있는 타겟.
거기에, 얼마전에 호적에서 지워져 평민의 신분이 되어버린 그가 백작을 협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백작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잡생각은 버리도록 하죠.”
– 우드득…!
그와 동시에, 자신의 손가락을 거세게 꺾어버리는 유스티아노 백작.
“아니, 왜 시키지도 않은걸 하고 그래.”
“아, 아버지.”
덕분에 프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는 한편, 유렐리아의 표정이 창백해진다.
“딸 아이는 보내도 되겠습니까?”
“그래, 그러던지.”
그런 상황에서도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백작이 그렇게 묻자, 프레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먼저 가 있거라.”
“그, 그치만…”
“어서.”
그러자, 차가운 목소리로 유렐리아를 교무실 밖으로 내보내는 유스티아노 백작.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군.’
그런 뒤에, 백작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호위는 쓸모 없겠지. 도망가지 않은게 오히려 잘한 짓이야. 어차피 도주했어도 그를 만나는건 시간문제였으니.’
황자 파벌에 꽂아두었던 정보원이 전해주었던 프레이의 숨겨진 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실제로 황자 파벌이 일거에 말소되지 않았는가. 지금 이곳에서 자신을 박살내는 것은 일도 아니리라.
‘심지어, 권력으로도 내가 밀린다.’
무력이 앞선 상황에서 권력을 논해봐야 방금전에 깨진 귀족들의 꼴이 될 뿐이지만, 정말 우습게도 권력으로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평민이 되기 전에는 제국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다.
비록 지금은 평민이지만, 그 뒤에서 클라나 황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약혼녀인 세레나는, 백작으로서도 절대 무시 못하는 암살가문의 수장이자 공녀다.
게다가 현재 자신의 뒷골목 세력을 막대한 재산으로 삼켜나가고 있는 돈의 용사, 그리고 그의 집사였던 카니아까지.
멍청한 제국의 귀족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프레이의 말 한마디면 웬만한 귀족 가문 하나는 하룻밤에 없어질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가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네게 원하는 건, 황실에 대한 반역이야.”
허나, 그렇다고 반역에 참가하는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띄고 있었다.
“같이 제국을 먹자니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냥 클라나에게 사병을 조금 빌려주고, 클라나 파벌에 들어왔음을 만천하에 알리면 돼.”
마치 농담 따먹기를 하듯이 실실 웃으며 가볍게 반역을 논하는 프레이. 그 모습에 진정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아, 보는 사람도 맥이 빠질 지경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선택해, 백작. 내 요청에 따를건지 말건지.”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말투로도 백작 정도 되는 사람이 식은땀이 나게 압박을 해나가고 있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백작은 방금 막 뇌리에 떠오른 계책을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호위들에게 싸인을 보낸뒤, 이곳에서 시간을 끌며 유렐리아를 대피시킨다.
그런 뒤, 당주에 오른 유렐리아가 프레이의 계획을 만천하에 퍼트리고 황제의 편에 서 전면전을 벌인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가될까? 그대로 실행하는건 아니어도, 최소한 프레이에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조금 더 결과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유렐리아의 배에 노예의 인장을 새겨두었어.”
“끝났군.”
하지만 프레이의 말 한마디에, 유스티아노 백작은 눈을 지긋이 감으며 중얼거린다.
“제가 졌습니다.”
“뭐지? 지금 억울해 하는건가?”
그러자,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프레이.
“넌 누군가를 협박할때 항상 자식들을 볼모로 삼았지. 안 그런가?”
“………”
“나도 똑같이 해줬을 뿐인데, 잘못된 거라도 있나?”
그 말을 들은 백작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프레이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건 그렇고, 유스티아노 백작가의 차기 가주는 유렐리아가 좋겠군.”
“그건…”
“그녀는 선을 넘지는 않았잖아. 하지만 넌 선을 넘었고. 나는 사실 아주 착한 사람이라, 선을 넘은 사람이 측근이 되는게 싫어.”
그 말을 들은 백작이,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프레이를 쳐다본다.
“착한… 뭐라고요?”
“난 사실 아주 착한 사람이라니까? 지금 네 온몸의 뼈를 으스러트리고 싶은걸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거든.”
“………”
“아무튼, 차기 가주는 유렐리아로 하지. 이번 반역이 끝나면 은퇴 선언을 하도록.”
그 말을 들은 백작이, 잿빛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질문을 던진다.
“두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나 바쁜데.”
“첫째, 제국을 손에 넣으면 뭘 할겁니까?”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이 병신같은 나라를 내가 원하는대로 뜯어고칠거야.”
“어떤 방식으로 말입니까?”
“중요 직책의 관료들을 모두 내 파벌로 채우고, 내 입맛대로 정책을 고쳐서 나만의 제국을 만들거야. 하렘법도 만들거고.”
프레이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하자, 유스티아노 백작은 머리를 긁적이며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저는 어떻게 됩니까.”
“네 딸은 안전하게 지낼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됐습니다.”
프레이의 말에 함축된 의미를 짐작한 백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향한다.
“사병들을 준비해놓겠습니다. 연락은 어떻게 하실건지.”
“귀여운 올빼미가 날아갈거야. 그리고, 클라나 지지 선언은 오늘 바로 하고.”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손을 비비며 말을 맺는다.
“아참, 카니아와 돈의 용사 추적은 그만 둬.”
“………”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지?”
“알겠습니다.”
“시원시원해서 좋네. 말만 잘 들으면 쳐 맞을 일도 없는데, 왜 그걸 모르는걸까? 이상하네 진짜.”
뒤에서 들려오는 프레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백작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나 아등바등 위로 기어올라가려 노력했는데, 여기까진가.”
그러던 그가, 어쩐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마치, 거인 앞에선 개미가 된 느낌이군.”
저항할 수 없는 폭거. 재앙.
그저 학부모 상담을 하러 왔을 뿐인데, 꼴이 참 사납게 되었다.
“업보겠지.”
그럼에도 프레이에 대한 증오나 투쟁심 보다는, 허무감과 쓰라린 감정만이 몰려든다.
손에 묻힌 피가 너무 많았다.
원하던 대로 자신의 가문을 제국을 정점에 올려두었으나,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짓을 너무 많이 해버렸다.
방금 온몸이 으스러진 녀석들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난건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딸은 지켜서 다행인가.”
그래도 가문을, 그리고 딸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언제나 강박적으로 자신의 악행과 가문, 그리고 딸을 분리시켜둔 보람이 있었다.
“노예의 인장을 지울 수 있는 법이나 찾아봐야겠군.”
그렇게, 어쩐지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발을 옮기던 백작은 문득 뒤를 힐끔 돌아본다.
“수그리고 있던 놈이 고개를 들어올리니 무서워.”
제국을 뒤흔들 거대한 변수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상하단 말이지.”
그런 그를 계속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던 유스티아노 백작이,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린다.
“미친척을 하는건지, 진짜 미쳐버린건지 모르겠어.”
그를 상대하는 동안 필사적으로 분석을 했지만, 도저히 답을 낼수가 없었다.
“…180도가 아니라, 아예 360도를 돌려버린건가?”
아이러니 하면서도 어쩐지 정답에 근접한 것 같은 추측을 하며 출구의 문고리를 잡은 백작은.
‘그래도, 다행이군. 아직까지 살아날 기회는 있으니.’
이내 눈을 빛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해외로 도피한다. 제국은 이제 녀석의 것이야. 우리 가문은 콩고물만 빨리고 버려지겠지.’
비록 늙었지만, 오로지 처세술만으로 정점에 오른 남자의 수완은 죽지 않았다.
‘클라우드 왕국이라면 금방 기틀을 잡을 수 있을거야. 최근 광산이 발굴되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으니. 그곳의 땅을 전량 매수하고 귀의를 신청한다.’
그의 뇌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클라우드 왕국은 제국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국가다. 그곳의 공신이 되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쌓아놓은 인맥도, 재력도 충분해. 또한, 그곳의 궁중 마법사가 뛰어나다고 하니 유렐리아의 노예의 저주도 어쩌면 풀 수 있을거야.’
그렇게, 채 몇초도 지나지 않아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한 백작은 뒤돌아 서서 인사를 한다.
“그럼, 안녕히…”
– 우드득…!
“억!”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팔에 느껴진 끔찍한 고통에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속에 뻔히 보이는 짓을 하지? 미친건가?”
“무, 무슨…”
“클라우드 왕국으로 튀면, 내가 못 잡을거라 생각한거야? 백작, 내가 좆으로 보이나?”
“…….!”
그런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실실 웃으며 다가가는 프레이.
‘사술인가? 아니, 그건 불가능할텐데?’
머릿속에 든 계락과 정보가 가장 큰 무기였기에, 독심술에 대한 대비를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하는 그였다.
덕분에 그는, 프레이에게 자신의 마음이 읽히자 그 답지 않게 포커페이스를 잃고 당황해 하고 있었다.
[유스티아노 백작의 현재 감정 – 당황, 공포, 낭패감]1순위: 360도 돈게 아니라 역시 그냥 미친놈이였다.
2순위: 클라우드 왕국으로 도피해, 그곳에서 권력 기반을 세운다.
3순위: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리는 걸까? 궁금해진다. 알아내고 싶다.
물론, 프레이는 독심술 LV2 스킬을 발휘하고 있었을 뿐이였다.
프레이는, 능구렁이 같으면서도 독사만큼이나 치명적인 유스티아노 백작을 처음부터 허투로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서 타계책을 미친듯이 찾아내고 있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독심술 스킬의 발동이 필수였다.
“그때는, 왜 그랬던거야?”
“이, 이게.”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올려다보던 백작은, 프레이가 손을 파르르 떨며 입을 열자 조용히 침음을 삼킨다.
“10여년 전에, 왜 두 흑마법사에게 인공적인 흑마법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서류를 건내주었냐고.”
“아.”
“그게 네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던 거였다며?”
업보였다.
유스티아노 백작이 뿌린 수많은 업보가, 젊은 날 코웃음을 치며 절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거라 믿던 업보가 그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까전에 ‘자신의 업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
하지만 프레이의 독심술 스킬에 의해 수면으로 드러난 그날의 또하나의 진실이었다.
“…스타라이트 가문을 약화시키기 위한 술수였습니다.”
거짓말을 하려 한 사람들이 어떻게 된지 잘 알고 있던 유스티아노 백작이었다. 게다가, 지금 프레이가 점거하다시피 한 아카데미에는 자신의 딸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참사가 일어날줄은… 아니, 됐습니다.”
쓸데없는 사족을 넣으려다 프레이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딸이라도 살려주십시오.”
“………”
“가문도, 저도 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사실, 난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돌아버린게 아닐까?”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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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푸흐, 푸흐흐…”
아카데미를 땡땡이 치고 하녀들을 옆구리에 낀채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1황자 킬리언이, 눈을 빛내며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거사에 성공했습니다, 킬리언 황자님.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그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연다.
“유흥은 끝이다. 떠날 채비를 하도록.”
“네?”
“아카데미로 간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아바마마도 인정해 주시겠지.”
그 말에 그의 하녀들과 호위기사들, 그리고 측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킬리언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맺었다.
“황제가 될 순간이다.”
그 모습을, 편지를 전해준 구구가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