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6화(316/524)
Episode 316
– 우드드득…!
“으극…”
머리가 깨진채 피를 줄줄 흘리고 있던 유스티아노 백작의 오른팔이 산산조각 난다.
“으…”
덕분에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신음을 흘리던 백작은, 이내 한쪽 눈을 검게 물들이며 프레이를 바라본다.
– 샤아아…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의 몸에 감돌기 시작한 흑마력.
오랫동안 어둠에 몸을 담가왔던 유스티아노 백작가의 비기인 인공 흑마력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샤아아아아…!
눈 깜짝할 새에 방 안에 흑마력이 퍼진다.
“이대로 죽고, 가문과 딸도 잃을바에야 저항이라도 해보는게 낫겠지.”
검게 변한 눈에서 피를 흘리던 백작이, 영혼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쳐 맞으면 정신을 차릴 줄 알았더니, 오히려 뇌세포가 죽었나보군. 다음부터 누굴 팰땐 머리는 건들지 말아야겠어.”
하지만 그런 백작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손을 앞으로 뻗는다.
“백작, 내가 누군지 잊은건가?”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눈부신 별의 마나.
– 파지이이잉…!
마치 밤하늘에 뜬 별마냥 주위에 흩뿌려져 반짝이던 별의 마나는, 이내 일제히 터지며 사방으로 빛을 뿜어낸다.
– 치이이익…
모든 부정한 것과 괴이, 그리고 어둠을 멸하는 눈부신 빛.
교단의 오랜 프로파간다로 인해 널리 알려진 가짜 신성력이 아닌, 정말로 신에게 선사 받아 가문의 피를 이은자들에게 대대로 물려지는 신성.
태양의 마나보다는 약하고, 달의 마나보다는 지속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력을 불태운다면.
찰나의 순간 그 어떤 것보다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마냥,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힘보다 고결하고 신성한 힘을 낼 수 있는 별의 마나다.
“…젠장.”
그렇기에 제아무리 유스티아노 백작이 실험으로 인해 뛰어난 흑마력을 얻었다 해도, 대항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규격 외로군.”
자신의 몸 내부를 영구적으로 망가트리면서까지 피어낸 흑마력이 너무나 손쉽게 말소되는 모습을, 백작은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별의 마나를 그렇게 잘 다룰 수 있을줄은 몰랐는데.”
“………”
“별의 마나에 대한 소문은, 역시 와전되어 있었던 것인가?”
스타라이트 가의 역대 가주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전부 선인이었다. 악인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고결한 마나인 별의 마나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피에 흐르는 용사의 혈통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인을 위해 진심으로 ‘희생’하려는 마음을 품어야만 생명력을 태워 별의 마나의 진정한 힘인 ‘용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라이트 일족이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돌연변이인가 보지, 뭐.”
어렸을때 예언서의 ‘설정’에 적혀있던 그 내용을 읽고 감명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려보던 프레이는, 이내 피식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건 그렇고, 알련가 모르겠네? 백작?”
그러던 그가, 이내 귀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백작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내가 내 어머니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리쳐서 살해했다는 걸.”
“……..”
깨져버린 백작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런데, 시스템은 그걸 살인으로 안 치더군. 그저, 마물을 사냥한걸로 취급했나봐?”
“지금, 무슨 소리를… 끄윽…!”
갑작스러운 프레이의 말에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보던 백작이, 손가락이 꺾이며 몸부림친다.
“그래서 나는 전회차에서 패륜을 한번 더 저지를 수 밖에 없었지. 그때는 정말이지…”
그런 그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꺾어가던 프레이는, 백작이 입을 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조용히 귀를 귀기울인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겁니까…”
“하긴, 뭣도 모르는 놈한테 이런걸 말한다고 와닿을리가 없지. 미안, 미안해. 너도 눈채챘다시피 내가 요즘 광증이 생겨버려서. 가끔 이렇게 헛소리를 하곤 해.”
그러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는, 이내 표정을 순식간에 차갑게 바꾸며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한 가정을 파탄 내버린 대가는 어떻게 치룰거지?”
그제야, 눈을 질끈 감는 백작.
“이럴때 행할 수 있는, 딱 좋은 해결책이 있지.”
그런 그의 귓가에, 프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네가 그랬듯이, 나도 네 가문을 풍비박산 내주마.”
“……!”
“네가 그랬듯이, 나도 네 소중한 가족을 유린해주마.”
“아, 안돼!!”
“왜 안되는거지? 이상하군. 너는 오로지 네 가문의 이익을 위해 그런짓을 했으면서, 나는 그런짓을 하면 안된다는건가?”
프레이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스티아노 백작이 의식을 잃기 직전의 몸을 이끌고는 그의 다리를 잡는다.
“차, 차라리 날 고문해… 차라리 날 백년이고 천년이고 고문해!!”
“내가 왜? 그것보다 네 가문을 풍비박산 내고 네 딸을 취하는게 더 좋은데?”
“으, 으으으윽!”
그러던 백작은,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이를 악물며 그에게 손을 뻗었지만.
– 퍽…!
바로 그 순간, 프레이의 일격이 그의 뒤통수에 강하게 강타했다.
“으…”
덕분에, 천천히 눈을 감는 유스티아노 백작.
“네 가문은 불태우고, 딸은 노예로 삼은 뒤에 죽기 직전까지 겁간해주마.”
“아, 아아…”
그가 의식을 잃기전에 프레이가 귓가에 속삭인 말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뇌리에서 울려퍼졌다.
“그러길래, 후회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아…..”
그동안 쌓은 모든것을 잃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던 딸마저 지키지 못한 백작은, 생전 처음 느끼는 공포에 잠식된 채 의식을 잃었다.
‘업보… 인가.’
마지막 순간에 그가 떠올린 것은, 그동안 자신이 가문을 위해, 그리고 딸을 위해 어쩔 수 없다 자위하며 저질러온 악행이었다.
‘유렐리아…’
후회와 한탄, 그리고 절망에 젖은채, 한 추레한 늙은이가 교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프레이는, 이내 발로 녀석을 툭툭 건드려보기 시작한다.
“도련님.”
“깜짝이야.”
그런데 그 순간, 프레이의 옆에 나타난 인물.
“음, 그래. 다 듣고 있었나봐?”
유사시에 대비해 하루종일 프레이의 그림자 속에 스며들어있던 카니아가,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나 있었다.
“이거, 내 눈앞에서 치워. 황자파 귀족들이 갇혀 있는 곳에 버려 둬.”
“…네.”
프레이가 무표정으로 유스티아노 백작을 발로 건드리며 말하자, 카니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난 이제 내가 말한걸 행하러 가야지.”
“……?”
그러던 그녀가, 프레이의 이어진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유스티아노 백작이 정신을 차리면 내가 방금 말한 일을 환상으로든, 말로든 계속해서 인식시켜. 자신의 업보에 계속 몸부림치도록.”
“…….”
“그럼, 난 바빠서 이만.”
그런 그녀의 어깨를 툭툭친 프레이가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교무실을 빠져나갔고, 이내 정적이 흘렀다.
“………하아.”
그 정적 속에서,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의식을 잃은 유스티아노 백작을 바라보던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 못 속입니다 도련님.”
그녀의 우울한 목소리가, 조용한 방을 채운다.
“…원흉인 제가 멀쩡히 살아있지 않습니까.”
카니아의 눈가에, 눈물이 주렁주렁 맺혀 있었다.
“그 지경이 되셔도, 여전히 저를 미워하시지 않는군요. 도련님은.”
.
“…그래서, 떠나기 전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로부터 몇시간 뒤.
“유렐리아, 듣고 있니?”
프레이는, 교무실에 찾아온 유렐리아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하지만, 유렐리아는 그저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렐리아 폰 유스티아노 백작님?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말입니다? 당장 출발하셔서 군사를 이끄셔야…”
– 스릉…!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품에서 단도를 꺼내 프레이에게 휘둘렀다.
“어이쿠.”
하지만, 너무나 간단히 오른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채는 프레이.
“…전 방금 당신을 암살하려 했어요.”
“그래, 그런 것 같네.”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던 유렐리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 이제, 제 팔도 으스러트리실 건가요.”
“………”
“저도 아버지 처럼, 폐인으로 만드실 건가요.”
오늘따라 더더욱 생기없는 그녀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젓는 프레이.
“왜요.”
그러자, 유렐리아가 눈에 눈물을 머금으며 입을 연다.
“대체 왜.”
“넌 내 학생이잖니.”
그러다가, 그 말을 듣고는 말을 멈추는 유렐리아.
“아까도 말했지만, 네 아빠가 내게 흑마력을 써서 반항을 하더구나. 그래서 열이 받아 때려 눕혀버렸지 뭐니.”
그런 유렐리아에게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유렐리아의 팔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반항을 하기에 널 허수아비로 앉힌거지. 이제 네가 가문의 주인이야. 거기에 반역을 성공시키면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겠지. 그러니…”
“당신을 존경했어요.”
“…흠?”
그러던 그녀는, 조용히 입을 닫고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다른 교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강함, 그리고 지식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 그걸 아무 대가도 없이 나누어주는 당신이 존경스러웠어요.’
“…..?”
‘자만에 빠져 아이들을 도구로 보다 함정에 빠져 죽을뻔한 절 구해주고, 멍청함을 깨우쳐준 당신이에게 고마웠어요.’
“……..”
‘권력만 믿고 설치던 제국의 쓰레기들을, 아무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하던 녀석들을 전부 죽도록 패버린 교수님이 멋졌어요.’
담담하게, 하지만 죽은 눈을 띤채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유렐리아는, 조용히 시선을 프레이에게 맞춘다.
‘어느새 전, 교수님께 호감을 보이고 있었어요.’
“………”
‘모두가 악인이라 부르는, 실제도로 악인인, 하지만 그 누구보다 존경할 가치가 있는 교수님에게요.’
그와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흔들리는 프레이의 눈빛.
‘골치아프네.’
유스티아노 백작을 상대하느라 켜져있던 ‘독심술’이,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프레이에게 전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이었어요. 사람에게, 그리고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본게. 그래서 궁금하기도 했고, 묘하게 설레기도 했어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한번쯤은, 마음의 문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어요.’
누가봐도 상당히 골치 아파보이는 표정이었다.
“교수님.”
그런 상황에서 유렐리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교수님은 절 어떻게 보시나요.”
그러자, 프레이가 지체없이 입을 연다.
“내 학생.”
“더 자세하게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조용히 시스템 창을 열며 그녀처럼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유렐리아 폰 유스티아노] [능력: 힘 3 / 마력 7 / 지능 9.1 / 정신력 3.1]‘마력과 지능은 높지만, 정신력이 낮지. 모두에게 그걸 숨기고 있고.’
[특이사항: 백마법사의 재능 / 흑마법사의 재능] [성향: 난세의 영웅 / 난세의 간웅]‘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세상을 구할수도, 불태울수도 있는 사람이기도 해.’
[선함수치: 0]‘그리고 아직 그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지.’
“교수님?”
‘미들네임인 폰처럼, 어떤 기물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
지긋이 눈을 감으며 그녀에 대한 평가를 마친 프레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나를 죽이고 싶나?”
“…네.”
그러자, 유렐리아가 눈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답한다.
“하나밖에 없는 제 가족을 앗아간 당신이, 증오스럽고 미워요.”
‘그리고, 동시에 좋기도 해요.’
말로 내뱉은 말은 하나였지만, 프레이에게는 두가지 뜻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당신을 뛰어넘고 싶어.’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은 프레이는.
– 푹…!
“”아.””
별안간 단도가 자신의 왼팔을 파고들자, 그녀와 함께 눈을 동그랗게 뜬다.
– 파르르르…
아직까지 흰장갑을 손에 덧씌우고 있던 그의 오른팔이, 단도를 놓친채 마구 떨리고 있었다.
“왜, 절 공격 안하시나요.”
“……”
“대체 왜, 어째서. 왜.”
팔이 단도에 완전히 꿰뚫렸음에도 프레이가 그저 눈을 멀뚱멀뚱히 뜨고 있자, 그녀는 눈에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묻는다.
“너까지 패버리면, 반역을 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킬 사람이 없단다.”
– 따악!
“그러니, 빨리 가렴.”
그런 유렐리아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배에 있던 ‘노예의 인장’을 발동시킨다.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유렐리아.
“…이제부터, 당신을 죽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드릴게요.”
그녀가 교무실을 나서기 직전에 프레이에게 한 말은, 그 한마디였다.
“깜짝이야.”
“이제부터… 당신을 죽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 메모…”
교무실의 문 옆에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적고있던 로즈윈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내지른 소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
그렇게, 다시 어두컴컴한 교무실에 혼자만 남게 된 프레이.
“도련님.”
“응.”
잠시 사색에 잠겨있던 프레이는, 뒤에서 카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빛내며 말을 받는다.
“언제는 겁간하신다면서요?”
“농담도. 애한테 그런짓을 하는 쓰레기가 세상에 어디… 너무 많아서 문제군. 다 쳐 죽여야 하는데.”
그러다가, 그 한마디에 투덜거리며 책상 위에 발을 올려두는 프레이.
“유스티아노 백작에게는 환상을 걸었습니다.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도련님이 말하신 환상속 세계에서 자신의 업보에 파묻혀 질식해 갈겁니다.”
“그래, 잘했어.”
그 상태로 서랍에서 독한 술을 꺼내 들이키던 프레이는, 카니아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그래서, 이런 판단을 내리신 이유는 뭔지요.”
“음.”
그러던 프레이는, 카니아의 질문을 받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니아, 나는 4번째 시련이 강제로 시작되려 한 이후부터 관점을 바꾸기로 했어.”
“…네.”
카니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프레이는 술을 들이키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미쳐버리기로 했지.”
“그게 왜 그렇게 되는…”
“하지만 미친다는게, 타락을 한다는 뜻은 아냐.”
“……..”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기분나쁜 눈동자와 함께 눌러졌던 타락 퀘스트를 생각해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잘못을 저지른건 유스티아노 백작이지, 그 딸 유렐리아가 아니야.”
“………”
“연좌제만큼 야만적인 형벌이 또 없잖아?”
그러자, 살짝 떨리는 카니아의 눈빛.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가문의 추악하고 역겨운 범죄행각을 아예 모르고 자란, 자신의 아버지를 그저 선을 지키는 냉혈한으로 생각하는 그녀야. 백작에게 벌을 준다고 그녀를 괴롭히는건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
“……….”
“그리고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선인도, 악인도 될 수 있는 아이야. 그러니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
“도련님.”
“때로는 진실이 너무 가혹한 법이지. 정신력 3.1의 아이는 깨닫는 순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정도로.”
그렇게 말한 프레이의 눈빛은, 그녀가 익히 봐왔던 모습이었다.
“그녀도 진실을 알 권리는 있으니 조사하는걸 말리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때까지는 분노를 돌려주는 것도 좋겠지.”
“……….”
“그리고, 아직 애잖아.”
이번 1학년은, 원래 모집 나이보다 몇년은 더 어린 아이들도 섞여있다.
물론 글레어나 아리아처럼 극단적으로 나이가 적은 경우는 없지만, 전세계에 발령된 비상령으로 인해 아카데미에 오기 이른 나이의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지원을 했다.
그리고 유렐리아도, 그러한 부류였다.
“애는 건드리면 안돼.”
용사로서의 신념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만의 대원칙을 중얼거린 프레이는, 이내 조용히 카니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련님은, 역시 변하지 않으셨군요.”
“그런가? 난 잘 모르겠네.”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에게 멋쩍은 미소로 답을 하려던 찰나.
“그래서 말인데, 전해드릴게 있습니다.”
“응? 뭔데?”
카니아가, 안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아카데미 앞에 킬리언 황자가 도착해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으으으래?”
순둥순둥해졌던 프레이가, 입을 귀에 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스릉…!
“그 뚱땡이 새끼가 진짜 왔네? 한번 질러본건데? 뇌가 없나? 참모진들은 어디에 팔아먹은거지?”
“도, 도련님.”
그러더니, 벽에 걸어두었던 자신의 검을 빼내들며 신나는 표정으로 말하는 프레이.
“카니아, 우리 돼지 멱따러 가자!”
“……..”
그 모습에 카니아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할 무렵.
– 쩔그럭…
갑자기, 프레이가 검을 바닥에 내려둔다.
“음흠흠~”
그러더니, 그대로 콧노래를 부르며 교무실의 출구로 향하는 프레이.
“도련님? 지금 맨몸으로 가시는 겁니까?”
“아, 그게 말이지.”
그러던 그는, 카니아의 다급한 질문에 해맑은 미소를 띠며 답하기 시작한다.
“이솔렛 누나가 그랬거든. 검은 사람을 지킬때 쓰는거라고. 그런데 최근에 내가 그러질 못했어.”
“네, 네에. 확실히 조금 자중을 하실 필요가…”
카니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산뜻한 미소를 지은채 주먹을 쥐락펴락 하기 시작한 프레이.
“그러니까, 손으로 죽기전까지 패면? 되는게? 아닐까?”
“변하시긴 변하셨는데…”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다급히 통신 수정구를 꺼내든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니아, 내가 오늘 돼지 두루치기 만드는 법 알려줄게! 이게 동대륙에서 유행하는 음식인데…”
“…360도로 변하셨군”
노련한 여집사의 예리한 판단이었다.
.
한편, 그 시각.
“어서 문을 열거라!!”
“황자님, 진정해 보십시오! 우선, 저희의 이야기를…!”
“편지의 필체도 같고, 후작의 목소리도 똑같다. 심지어, 수정구에 비친 모습도 확인했다. 무엇이 문제란 말이더냐!”
킬리언 황자가, 심복들을 거느린채 굳게 닫힌 아카데미의 문 앞에서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있었다.
“어서 열지 못하겠느냐!”
“황자님!!”
“닥쳐라, 누가 황자냐!!”
얼굴이 잔뜩 시뻘개진 모습이, 정말로 돼지 같아 보였다.
“난 이제 이 제국의 황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