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7화(317/524)
Episode 317
– 끼이이이익…
외부와의 출입을 막고 있던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출입문이, 음산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음흠, 진작에 그럴것이지.”
방금전까지 꽥꽥 소리를 질러대던 황자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황자님,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하지만, 그런 그의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
“대체 아까부터 왜 그러는 것이냐.”
황자의 측근중 한명인 황실 시종장이 실눈을 뜨며 말하자, 황자가 짜증을 부리면서도 잠시 자리에 멈춰선다.
“너도 의심을 하는 것이냐?”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거사에 성공시 발송하기로 한 비밀 암호가 편지에 적혀있다. 그리고, 편지의 필체도 똑같아. 이건 분명히 후작이 보낸것이다.”
“네, 그건 저도 확인했습니다.”
“허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이제 황제가 될 일만 남았거늘.”
“…모든게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황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시종장.
“아카데미에 진입한 이후, 거사에 성공했다는 편지가 날아오기까지 단 몇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게 뭘 어쨌다는거지?”
“클라나 황녀가 그리 쉽게 무너질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었어도 하루정도는 만반의 준비를 했을터. 몇시간 만에 함락된게 너무 수상합니다.”
그렇게 말한 시종장이, 조용히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덧붙인다.
“제 예상대로라면… 최소한 며칠, 어쩌면 일주일 까지 격전이 예상되었…”
“시종장, 헛소리좀 하지 말게.”
하지만, 킬리언 황자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을 끊어냈다.
“너도, 다른 참모들도, 제국 전체가 그 천하고 같잖은 년을 과대포장하고 있어.”
“황자님…”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내 발밑을 기던 년이다. 그런 년이 약간 지지를 얻었다고 제국 전력의 반절을 홀로 깨부시고 함정을 파두었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그것은…”
그 말에 시종장이 뭐라 말하려했지만, 킬리언은 차게 식은 눈으로 그를 흘겨보며 읊조렸다.
“아니면, 그저 내게 토를 달고 싶은걸지도 모르겠군.”
“황자님…!”
“시끄럽다, 시종장. 옛날부터 항상 날 가르치려 드는게 참 같잖았어.”
그렇게 말하고 등을 훽 돌린 킬리언은,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아카데미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리고, 설사 함정이라도 상관없다.”
“네?”
그 말에 시종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리는 황자.
“그분이 주신 힘이 있는데… 내 두려울게 무엇이겠느냐.”
“……….”
“호위 기사들은 모두 내 곁으로 붙어라. 지금부터 아카데미를 행진할 것이다.”
그러자, 황자 직속 호위 기사단이 일사불란하게 그의 곁을 에워싼다.
“…새끼 돼지가 권력맛을 보더니 눈에 뵈는게 없나보군.”
그런 킬리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시종장이, 갑자기 분위기를 돌변시키고는 싸늘하게 중얼거리며 손짓을 한다.
“네, 시종장님.”
그러자, 그의 옆으로 고개를 숙이며 다가오는 황실 기사단의 부단장.
시종장과 황자의 호위로 붙어있던 그녀의 눈빛 역시, 돌변한 시종장만큼이나 싸늘했다.
“함정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아직까지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거다. 클라나 황녀는 아마 운동장에서 항거를 하고 있을것이고.”
“네.”
“아까전에 말했듯이, 저건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아. 황자가 돌입하는 순간 녀석을 포로로 잡아 인질로 삼는다. 그것이 노림수일 거야.”
그렇게 말한 시종장이, 부단장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이솔렛과 너 중에, 누가 더 강하지?”
“얼마전까지 실력은 엇비슷했습니다만…”
“그렇다면, 교전중에 황자에게 상처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군?”
“네?”
시종장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떠오른다.
“트라우마를 심어주도록. 늘 자기 잘난것만 알고 무서운걸 모르던 황자가, 심약해질 정도로.”
“……….”
“그리고, 동시에 그를 지킨 자네에게 의지하게 만드는거지. 내가 밀어주겠네. 나와 자네가 이 제국의 비선실세가 되는거야.”
무시무시한 심계였다.
현 황제의 압도적인 권력에 눌려있었지만, 시종장은 권력욕이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차기 황제가 정해지려는 순간에 황자에게 경계를 받은 그는, 그동안 참고 참던 권력욕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 그 말은… 황자를 유혹하라는 뜻입니까?”
“자네에겐 야심이 있다 생각했다만? 부단장보다, 기사단장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 있는 기회라네.”
“…알겠습니다.”
그런 그의 말을 들은 부단장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리품으로 프레이를 요청해 노예로 부릴 생각이었건만, 졸지에 추레한 황자의 비밀 애인이 되게 생겼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권력욕과 야심이 앞서던 그녀였기에.
그리고, 기사 후보생 시절부터 자신의 자리를 줄곧 위협하던 이솔렛을 깔아 뭉갤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기에.
– 고오오오…
사실, 얼마전에 자신만의 정순한 검기를 각성한 그녀였다.
기사단장급의 인재가 된 이상, 전의 자신과 실력이 비등한 이솔렛에게 질 리가 없다고 판단한 그녀였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
하지만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선 시종장, 그리고 부단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뭐라했느냐!!”
예상했던 습격도, 클라나도 없었다.
“킬리언 님~!”
“너무 멋지세요~!”
그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메이드들, 그리고 대량의 환영 인파가 있었을 뿐이다.
“으하하하하하!!”
“…이게 어떻게 된거죠?”
“으음.”
무엇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
몇시간 뒤, 아카데미 별관의 연회장.
– 쨍그랑! 쨍강!”
“으하, 으하하하…”
눈이 풀린 황자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학생, 그리고 메이드들과 함께 연신 건배를 하며 폭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황자님, 어떠십니까? 저희의 환영식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도다! 역시, 헤크레인 후작이네!”
그런 그의 앞에 어째서인지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는, 불과 몇시간 전에 프레이에 의해 고간이 으깨졌던 헤크레인 후작.
두 백작은 자리에 없었지만, 그는 황자의 병사들과 심복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술을 나누고 있었다.
“아카데미 전체가 내 아래에 고개를 조아리던게 어찌나 통쾌하던지!”
“하하, 그러셨습니까?”
“후작, 내가 황제에 오르면 자네를 중히 쓸것이네. 내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황자님.”
헤크레인 후작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킬리언이 실실 웃으며 말한다.
“아, 그런데… 슬슬 날이 어두워지는군.”
“네, 황자님.”
“그래서 말인데, 이제 연회는 그만하고 이 아이들하고 좀 더 놀아도 되나?”
그 말을 들은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물론이죠, 황자님.”
“아, 고맙네. 그러면 이만 연회는 끝내도록…”
그렇게 말한 황자가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학생들을 끌어안은채, 음험한 표정으로 그렇게 명령하려던 찰나.
“황자님.”
“음?”
후작이,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그전에, 할것이 있습니다.”
“그래? 그게 뭐지?”
그러자, 순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황자.
늘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던 후작이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에는 ‘황자’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의심조차 하지 않는 그였다.
“클라나를 만나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하.”
순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황자가, 그 말을 듣고는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 천한 것이 어떤 꼴이 됐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이윽고, 의자에 몸을 기대고 거만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황자.
“내 앞에 클라나를 데려오거라!!”
“……..”
“밧줄로 꽁꽁 묶은채, 옷을 전부 빨개벗겨서 가져와! 어서!!”
그러던 그가, 꽥꽥 거리며 그렇게 소리친다.
“황자님, 고정하시고 술 한잔 받으시지요.”
“음흠.”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싸늘한 표정을 짓던 후작이 황자에게 술을 건내자, 목을 가다듬으며 손을 뻗는 킬리언.
“아니, 이제 ‘황제 폐하’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그러던 그는, 후작의 말을 듣고는 흥분한 표정을 띤채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난 이제 이 제국의 황제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 활력이 돈다.
‘내가, 세계 최강의 권력자가 된단 말이다.’
그와 동시에, 환희라는 감정이 온 몸에 맴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바마마라도 계승서열이 ‘확정’되어버리면 황제 직위를 내게 물려줄 수밖에 없으시겠지. 이미 움직이는 것 조차 귀찮아 하시는 분이니.’
황위를 받고 싶으면 계승서열을 확정짓고 오라는 말을 들은 뒤로,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뒤에서 여우처럼 자신을 위협하며 서열 확정을 방해하던 리파엘, 그리고 몇개월에 황실 전체에 타격을 주며 대중들의 지지를 얻은 클라나 등등.
위협도 참 많았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이 몸이로구나.’
오늘은, 킬리언의 유복하고 방탕한 잘난 인생에서도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유난히 예쁜 이 녀석들과 진탕 놀다가, 아침이 찾아오면 바로 황궁으로 향한다.’
그렇게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여인들을 둘러보며, 킬리언은 생각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카데미에 이런 학생들이 있었던가?”
그러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 촤악!!
“푸흡!?”
난데없이 그의 얼굴에, 후작이 들고 있던 잔 안에 든 액체가 직격했다.
– 뚝… 뚝…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더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든 킬리언은, 자신의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후작을 보며 말한다.
“감히 이게 무슨…”
“그거, 뿌리는 약이라 말이지.”
“뭐라?”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후작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을 생생하게 느껴야 되는데, 술에 절어있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술 깨는 약을 좀 뿌려줬지.”
“네 이놈!!!!!!!”
대체 후작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는 몰랐지만, 지금 자신이 경시받고 있다는 건 알아차린 킬리언이었다.
“여봐라!! 당장 이놈을… 케헥!”
그렇기에 노발대발하며 후작에게 손을 뻗던 그가, 이내 말을 멈추고 얼굴을 터질듯이 부풀리며 켁켁거린다.
“올렸다…”
“크헥, 헥… 네 이놈…”
“…떨어트리기.”
“꽥!?”
그런 그의 목을 잡고 위로 치켜들었다가, 전력을 다해 딱딱한 바닥에 내려찍은 후작.
“네놈이 가장 좋아하는 악행이잖아?”
“너, 너어…!”
아니, 어느새 이리나가 걸어준 변신술을 풀고 본모습을 드러낸 프레이는, 자신의 육중한 무게 덕분에 허리가 아작난 채 입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는 황자를 내려다보며 속삭인다.
“1년에 한번씩, 너는 길거리에서 삐쩍 마르고 순해보이는 여자 고아를 골라 황실로 데려간 뒤 금이야 옥이야 대해줬었지.”
“크헤엑…”
“그렇게 몇개월동안 그 짓을 계속하다, 아이가 경계심을 거두고 그 꿈만 같은 생활에 완전히 젖어들었을 때쯤.”
“이게, 이게 무슨일… 끄으윽…”
“네 친구들을 불러,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트려버리지 않았던가.”
자신의 손에 황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닿자,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것을 쳐다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고개를 치켜든다.
“그 역겨운 순간에 너희들도 꽤 있었던 걸로 안다만.”
“”……….!””
학생들과 메이드들로 변장해, 지금까지 황자의 정력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힘을 빼앗은 서큐버스들에 의해 몸이 굳어버린 황자의 심복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아, 아프다. 아프단 말이다…”
“네 머리에서 나온 그 추악하고 사람같지도 않은 짓거리를 그대로 해줄 뿐인데 뭘 그리 아파하나.”
“네 이놈…! 나, 난 이 나라의…”
“모든게 끝나고 다시 주워질때의 장소에 버려진, 지금은 내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의 눈은 지금도 텅 비어있는데.”
프레이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의 뒷문이 열린다.
“원하시는 대로, 클라나를 데려왔답니다. 황자님.”
“…….!”
이윽고,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기 시작한 클라나와 이솔렛.
“다만, 발가벗겨져서 밧줄에 꽁꽁 묶이는건… 당신이 되겠지만.”
“너, 너희들… 처음부터 한통속… 끄아아아아악!!!”
그녀들을 부들거리며 보던 황자는, 자신의 손가락 하나가 꺾이자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진다.
“아파! 아파아파!”
평생 어머니에게 과보호를 받으며 가시 하나에도 찔려보지 않은 그였기에, 손가락이 꺾이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제 막 시작을 했는데, 벌써부터 그러면 안돼요 황자님.”
“여, 여봐라!! 누가 날 구하거라!!”
덕분에 패닉에 질려, 그렇게 소리지르는 킬리언.
“모든걸 주겠다!!”
자신의 꺾인 손가락을 다시 꺾지도 못한채 부들거리는 그의 입에서, 마구 침이 튀긴다.
“내 황위와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날 구하는 자에게는… 꽥!!”
그런 그의 손을 거세게 걷어차버린 프레이.
“가장 높은곳에 올라갔다가, 한번에 추락하는 기분은 어떠니?”
“으, 으으…”
눈에서 빛을 잃은 보육원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질문한 프레이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인다.
“아니, 사실 올라간적도 없는데… 자기 혼자 착각을 해버린 기분은? 대체 어떨련지 모르겠네?”
“으아아아아아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킬리언의 손을 지긋이 짓밟던 프레이는.
“역시, 계략이었군.”
“……?”
앞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서큐버스라, 그것도 최상위권 녀석들이군. 미리 대비를 안했다면 큰일날뻔했어.”
황자의 여자로만 구성된 호위기사들을 거느린 시종장이, 실눈을 띤채 프레이에게 말한다.
“프레이, 거래를 요청하지.”
“………”
“내 위치가, 황실에서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을거라 안다.”
황실의 비선실세, 시종장.
야금야금 자신의 권력을 넓혀간 야심가.
르미에 황후와 불륜을 저지르며, 함께 황제의 이름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르던 황실의 그림자.
“황자를 잡는다고 다가 아니지. 나라는 존재와 내가 가진 정보들, 그리고 인맥들을 손에 못넣으면, 클라나가 황위에 오르더라도 반쪽자리 황제가 될거다.”
그런 그가, 여유에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황후가 사라지고, 황제가 손을 놓은 지금, 황실을 움직이던 자가 과연 누구겠나?”
“……..”
“하지만 나도, 저 새끼돼지가 마음에 안들던 참이거든.”
맨 뒤쪽에 있던, 황실 기사단의 부단장의 눈빛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우린, 어쩌면 손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네. 프레이.”
그렇게, 시종장이 검은 눈을 빛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순간.
“나나 자네나, 같은…”
“꼴받네?”
그때까지 킬리언을 잘근잘근 밟고 있던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린다.
“지금 뭐라고 했…”
그 직후, 시종장의 얼굴에 날아든 프레이의 주먹.
“왜 반말을 하지? 뒈지고 싶은건가?”
“끄, 끄으으…”
주먹에 정통으로 안면을 강타당한 시종장이, 코가 뭉개진채 신음을 내뱉는다.
“왜 꼭 흑막인 새끼들은 자기가 개쳐맞을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를 안하는걸까?”
“자, 잠깐. 거래를. 윽, 으극…”
“어차피 개 쳐맞으면 이렇게 피떡이 되는게 흑막인데?”
“이, 이놈… 감히… 끄어억…”
“왜 항상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실눈을 뜨는거야?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 꼴보기 싫은 모습을 멋있어하는 거고? 나도 이제부터 실눈을 떠야 하나?”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서지도 못한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기사들을 무시한채, 시종장의 안면에 계속 펀치를 날리며 아리송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프레이는.
“생각해보니, 클라나의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운것도 너네?”
“으극….?”
“역시, 맞아야겠지?”
“이, 이녀석…!!!”
“…..?”
자신의 뒤에서, 꽥꽥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 샤아아아아…
“내, 내가 이런 일도 예상 못했을줄 아느냐!!!”
피범벅이 된 킬리언이, 비틀거리며 온몸에서 흑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황족을 능멸한 대역죄, 지금 이자리에서 심판해 주마!!!”
“나 황족 능멸죄도 보류중인데. 지금 심판 못하는데.”
“닥쳐라!! 이 악마야!!”
그렇게 소리친 킬리언의 온 몸이,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분의 힘이 널 심판하리라!!!”
몇달전 임명식에 모습을 드러냈던 리파엘의 추악해진 모습이, 점점 그에게 드러나고 있었다.
“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프레이의 평가는, 아주 간단했다.
“흑돼지다.”
– 삐빅…!
그와 동시에, 프레이의 가슴팍에 붙어있던 기록 마도구에 전원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