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8화(318/524)
Episode 318
“후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변신을 마친 킬리언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입을 연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야. 이 정도 힘이라니. 이정도 활기라니!”
그의 몸에서 알수 없는 신비한 힘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서큐버스들에게 정기를 빨려 비틀거리던 순간이 거짓말 같았다.
– 콰직, 콰지직!!
“꺄악!?”
광오한 웃음을 짓던 킬리언이 손을 앞으로 뻗자, 연회장에 있던 유리잔과 유리창이 일제히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 퍼버벙…!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던 그가 앞으로 주먹을 내질렀고, 그러자 검은색 파동이 연회장의 테이블이 산산조각 내며 프레이에게 날아든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이가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옆으로 뻗은 순간.
– 쿠과과과광!!
검은 파동이 프레이에게 도달해, 사방에 검은 먹구름을 띄웠다.
“네 녀석들…”
그 모습을 보고 프레이가 산산조각이 났을거라 확신하던 황자는, 시종장과 부단장이 있는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이를 간다.
“감히 네깟놈들이… 나를 능멸해?”
“”………..””
시종장과 부단장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감히 이 킬리언 솔라 선라이즈를!!”
변한 자신의 압도적인 모습에, 꼬리를 내리고 겁에 질린것이 분명했다.
‘시종장은 죽이고, 부단장 년은 살려둬야겠군. 얼굴은 꽤나 반반하니.’
– 휙…!
“…..!”
덕분에 속으로 흡족해 하며 감히 자신을 배신하려한 녀석들의 처우를 결정하던 킬리언은, 갑자기 옆에서 접시가 날아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것을 쳐낸다.
“흑돼지가 신묘한 묘기를 부리네?”
“…놈!”
먹구름 안에서 튀어나온 프레이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무엄하도다!!”
하지만 전투에 별 조예가 없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무지막지한 힘을 손에 넣은 킬리언은, 오히려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소리친다.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빈다면, 곱게 죽여주마!”
“목에 너무 살이쪄서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걸?”
그런 황자를 영혼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모욕하는 프레이.
– 퍼버벙…!
덕분에 살찐 목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격노한 킬리언이, 프레이에게 전력을 다해 주먹질을 날렸다.
– 꽈드득… 꽈드드득…
“……!?”
하지만, 너무나도 태연하게 오른손을 들어 그의 주먹을 막아낸 프레이.
“와, 돼지 족발이다.”
“이, 이 새끼가…!”
이윽고 그가 맹한 목소리로 던진 한마디에, 격노한 킬리언이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아직 나는 모든 힘을 내지 않았다! 내 반드시 너를 이자리에서 찢어발겨줄…”
“그런데 생고기네. 하나도 익지가 않았어.”
“뭐라?”
하지만 여전히 맹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프레이가, 이내 눈을 은색으로 빛내며 말한다.
“돼지고기는 익혀먹어야 되는데.”
–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프레이의 손에서 쏟아져 나온 별의 마나가 황자의 팔을 감쌌고, 어째서인지 황자는 격렬한 통증을 느끼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어쩌지. 카니아한테 돼지 두루치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는데.”
그 모습을 싸늘하게 지켜보던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식재료가 상했잖아.”
“네, 네놈… 내게 무슨짓을 한거냐…!”
“개사료로도 못 써먹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앞에서 발광을 하던 황자를 지켜보던 프레이는, 이내 발에 별의 마나를 실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끄엑!”
그러자, 공중에 붕떠 날아가는 황자.
– 와장창!!
그렇게 앞으로 쭉 날아가던 황자가, 자신이 날렸던 테이블을 완전히 박살내며 벽에 쳐박힌다.
“끄윽… 끅…”
“네 꼴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나보지?”
온몸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는 황자에게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한 프레이가, 그에게 뭔가를 던져준다.
“한번 확인해 보지 그래.”
“………!”
그 말에 무심코 잡은 물건을 들여다본 황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이건…”
프레이가 황자에게 던져준것은, 다름아닌 거울이였다.
“이, 이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황자의 눈빛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
“어떻게 되긴. 개좆된거지.”
평소에 몇번이고 보던 자신의 자랑스러운 얼굴이 아닌, 흉측하고 추악한 괴물의 형상이 킬리언의 시야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정도의 그 모습이, 어째서 거울에 비친단 말인가?
– 콰직!!
“이, 이건 사기야!”
식은땀을 흘리며 거울을 옆으로 집어던져 박살낸 킬리언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감히 잡스러운 아이템으로 나를…”
그리고는, 다급히 바닥에 뒹굴던 윤이 나는 그릇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그.
“………”
하지만, 자신의 추레한 얼굴은 여전했다.
“마, 말도 안돼. 환술? 환술이냐? 내게 환술을 건것이냐?”
“왜 그래? 더 잘생겨졌구만.”
“닥쳐라!!! 이 역겹고 추악한 모습이, 나일리가 없지 않더냐!!”
덕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킬리언 황자는, 프레이의 말에 격노한채 그렇게 소리쳤으나.
“함부로 마왕을 믿으니까 그런꼴이 되는거다.”
“뭐, 뭐어?”
“마왕에게 영혼과 제국을 바친대신, 그 힘을 손에 넣은게 아니냐.”
어느새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 프레이가 그렇게 속삭이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그 힘은, 발동하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끌어오게 되지. 그때의 에너지로 강력한 힘을 내는 기술이다만.”
“꾸, 꾸엑…!”
그런 그의 배에 강력한 펀치를 날린 프레이는, 내장이 뒤틀리는 느낌에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은 황자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네 내면은,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추악했나보구나. 벌써부터 몸이 붕괴하기 시작한걸 보니.”
“뭐, 뭐라고…?”
“몇달도 안가 넌 죽을거야. 현실이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추한 내면의 모습을 끌어오는 바람에, 더 이상 네 몸이 그 모습을 버티지 못하거든.”
그 말을 들은 킬리언의 표정이 새파래진다.
“사, 살려다오…”
“뭔 병신같은 소리를 하는거지? 네 영혼과 제국, 그리고 불쌍한 제국민들을 마왕에게 바치는 걸 대가로 그 힘을 받은것도 너고, 그 힘을 여기서 쓴것도 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살려달라고 하는거야?”
이윽고 킬리언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프레이가 기다렸다는듯이 말을 쏟아낸다.
“제, 제발… 제발….!”
“아예 마물이 되어버렸군. 대체 얼마나 속마음이 추악하면 사람이 마물이 되는거지? 그 라파엘도 마족이 되는 선에서 끝났다만.”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킬리언을 관찰하던 프레이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중얼거린다.
“근데, 마물이 됐으면 사람도 아니잖아? 그럼, 죽여도 사냥한게 아닐까?”
“흐, 흐익…”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가, 조용히 손을 뻗는다.
– 콰직…!
“커흑!”
그와 동시에, 막대한 별의 마나에 짓눌려 피를 토하기 시작한 킬리언.
– 우드드드득!
“끄어어어억!!”
그러던 그는, 온몸의 뼈가 일제히 박살나자 눈을 뒤집으며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그마안…”
“어린 클라나도 네게 연약한 발을 짓밟힐때 그렇게 말했는데, 왜 안 그만했어?”
“미, 미안해… 다신, 다신 안그럴테니…”
“몇주간이나 네 명령에 의해 빛 한점 들지 않는 독방에 갇힌 클라나가 그렇게 울부짖을때는, 왜 안꺼내줬어?”
“잘못…”
“어머니의 무덤에 찾아갔다가 무덤이 파해쳐지는걸 눈앞에서 보던 클라나가 잘못했으니 제발 무덤만은 남겨달라고 할때는, 왜 안 멈췄어?”
그렇게, 프레이의 사실 추궁이 시작되었다.
“으그극… 으극…”
“너 때문에 죄없는 클라나가 광적일 정도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고, 동시에 지독함 열등감에 빠져버렸는데, 내가 왜 그만해야 하지?”
“으으…”
“너 때문에 죄없는 하녀들과 고아들이, 지옥불에 온몸이 불타는 것보다 더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내가 왜 그만해야 하지?”
“………”
그렇게 한참동안 질문을 하며 그를 짓누르던 프레이는, 킬리언의 비명이 잦아들자 그제야 등을 돌려 그의 곁에서 벗어난다.
“”………..””
“하.”
이윽고, 킬리언 파벌들을 둘러보다가 헛웃음을 짓는 프레이.
그들은, 그를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클라나, 뭔가가 이상해.”
“응?”
“이상해서 미칠 것 같아.”
계속해서 헛웃음을 떠트리며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 모든것을 싸늘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클라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괜찮아. 넌 이미… 아, 아니. 왜 미칠 것 같은데?”
“미친 놈처럼 보이려고 열심히 노력중인데… 나쁜놈처럼 보이려고 미칠듯이 노력중인데… 왜 나보다 더 미치고 나쁜 놈들이 산더미 같이 많지?”
그렇게 말하며, 창백한 표정이 된 킬리언 파벌과 바들바들 떠는 황자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러보는 프레이.
“난 지금도 매순간이 고통스러워서 죽을것 같은데, 당장에라도 무너지고 싶은데, 왜 저새끼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
“양심이 없는건가? 대체 어떻게 너처럼 멀쩡히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거야? 그런 추악하고 미친 짓을 저지른 녀석들이? 왜? 어째서?”
“프레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가슴에 묻어둔 말을 토해내는 프레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클라나가, 이내 살포시 그를 안는다.
“이상해, 클라나. 세상이, 이 세상이…”
자신의 부드럽게 안아준 클라나의 품 안에서,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프레이.
“그게 네가 아직 타락하지 않았다는 증거야.”
그런 그의 등을 토닥거리던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래?”
그러자, 프레이가 한결 안정된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그럼… 만약 내가 타락한다면?”
“그럴 리는 없어.”
그 말을 듣자마자, 즉답을 하는 클라나.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절대 타락하지 않으니까.”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방금 한 말, 절대 잊지마.”
“프레이?”
그러던 그가, 이내 클라나의 품에서 떨어지고는 눈을 빛내며 말한다.
“황궁은 언제쯤 갈까?”
“그, 그건 네 결정에 따라…”
“아니, 결정하는건 너야.”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난 네 신하일 뿐이잖아.”
모두의 시선이.
방금까지 킬리언 황제 파벌이었던 사람들과,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의 파벌들, 그리고 몰래 구경을 온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 클라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그런 상황에서 진정된 표정으로 프레이가 속삭여오자, 그의 의도를 눈치챈 클라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한다.
“내일, 황궁으로 향할거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조금도 지체하면 안돼.”
“좋아.”
“이곳의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 프레이 너는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도록 해.”
그리고는, 프레이에게 명령을 내리는 클라나.
“”……….””
그러자, 한순간 연회장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광증 때문에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소문이 파다한, 통제 불가능한 폭탄이 되어버린 프레이에게, 클라나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으, 으으…”
“…꿀꺽.”
킬리언 파벌의 표정이 창백해지고, 클라나의 심복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춤에 손을 뻗는다.
“꾸에에… 꾸에…”
비참한 목소리로 울부짖는 킬리언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울려펴지던 그 무렵.
“알겠습니다.”
프레이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그럼, 전 이만.”
그와 동시에, 녹화를 종료하며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프레이.
“…그렇게까지 희생을 해야 되는거야?”
그런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클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린다.
“자기 신념까지 어겨가며 미친척을 해서라도, 모든걸 바꾸고 싶은거야?”
“크, 클라나 님.”
“맞아. 네 말대로 이상한건 세상이야, 프레이.”
다급히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심복들을 힐끔 쳐다본 그녀가, 시선을 킬리언에게 돌린다.
“끄으으… 끄으…”
“그러니, 네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겠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내 천천히 킬리언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크, 클라나…”
그러자,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킬리언이 그녀에게 손을 뻗으며 입을 연다.
“오, 오빠야. 네 오빠 킬리언…”
벌써부터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 부작용 덕분에 일어나 앉지도 못하던 그는, 비굴하고 추레한 목소리로 꽥꽥 거리기 시작한다.
“내, 내가 졌다. 항복하마. 이제 네가 황위 계승 서열 1위야.”
“………”
“그, 그뿐만이 아니다. 내 모든걸 주마. 숨겨놓은 보물도, 유물들도, 그밖에 원하는 건 뭐든지 줄테니…”
그녀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올수록 말이 빨라지던 킬리언은, 이내 클라나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멈춘다.
클라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킬리언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따라 멋쩍게 웃기 시작했고.
“그, 그래. 그럴줄 알았다. 넌 착한 아이잖니? 그러니…”
– 파지지지직!!!
“끄으으으으으윽!!”
그 순간, 클라나의 손가락에서 쏘아진 태양의 마나가 킬리언의 고간을 꿰뚫었다.
“킬리언은 이대로 가두어 둬. 훗날 빨가벗긴채 온몸을 묶어 제국민들에게 그 실체를 알릴거니.”
“”네.””
“그리고, 킬리언이 데려온 심복들과 시종장의 파벌들은 면밀히 조사해 지은 죄를 명부로 만들어와. 내가 죄의 경중을 판단해 우리 파벌에 흡수하거나 처벌을 결정 지을거야.”
“”알겠습니다.””
벌레마냥 꿈틀거리는 킬리언을 역겨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클라나는, 심복들에게 그렇게 말한 뒤, 깊게 숨을 들이내쉰다.
“그리고, 들었겠지만… 내일 황궁으로 향한다.”
이윽고 이어진 말을 들은 그녀의 심복들이 얼어붙는다.
“너, 너…!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러고보니, 저택 수색일날 네놈이 프레이를 의자에 묶고 강간하려 했었지.”
“커흑!”
“…그나저나, 드디어 때인가.”
그리고 킬리언의 호위기사들과 부단장을 때려눕힌뒤 그녀에게 사소한 복수를 하던 이솔렛이, 눈을 빛내며 중얼거린다.
“아버지께, 황위를 물려받을거야.”
그런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다시한번 선언한 클라나는, 어느새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깨달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아까 프레이가 한 말은 뭐였을까.’
그러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클라나.
‘…신경쓰여.’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
– 터벅, 터벅…
저번처럼 온몸에 피를 묻힌 프레이가, 산뜻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너희들, 전부 벌점이야. 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나와 있으면 안되지.”
그러다가, 아까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복도를 바글바글 메우고 있던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
“지금 아카데미는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서 상당히 위험하거든? 그러니…”
겁에 질린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과 몇몇 교직원들에게 그렇게 말하던 프레이는.
“프레이 교수님.”
“…음?”
자신의 학생인 올리비아가 곁으로 다가오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루비님이 긴히 교수님을 보고 싶다네요.”
“…지금 어딨는데?”
“바로 옆, 보건실에요.”
“오호.”
이윽고,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연회실 바로 옆에 붙어있던 보건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뒤.
– 와장창!!!
“”꺅!?””
보건실의 문이 박살나더니, 환자복을 입고 있던 루비가 침대째로 공중에 붕 뜬채 복도 밖으로 날아간다.
– 쿠과광!!
“꺄아악!?”
“미, 미친!”
“용사님!!”
이윽고 루비가 침대째 복도의 벽에 쳐박히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흝어지는 학생들.
“쿨럭, 쿨럭… 교수님? 이게 무슨…”
잠시 후,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 루비가 부숴진 벽과 침대 사이에서 기어나오며 중얼거리자, 어느새 보건실에 뚫린 구멍을 통해 복도로 빠져나온 프레이가 입을 연다.
“용사님!! 저랑 대련좀 합시다!!!”
– 빠가가가각!!
그와 동시에, 보건실에서 뽑아온 커튼봉에 별의 마나를 둘러 루비를 후려치는 프레이.
“꺄, 꺄아악…!”
“지금 이게 뭐하는…?”
덕분에 아이들은 혼비백산 하고, 루비가 자리에 주저앉은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던 순간.
– 쿠과과과광!!
“옛날부터! 궁금했던 겁니다만, 용사님!!!”
프레이가 전력을 다해 루비를 봉으로 내려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왜 저랑 싸우려 하시지 않는겁니까!!”
– 쿠과광!!!
“당신은 마왕도 잡는 용사니!! 절 이기는건 식은죽 먹기일텐데요!!”
– 쿠과과과광!!
“그런데? 왜? 대체 왜 절 제압하시지 않는겁니까아!!!”
그 광기어린 모습에 바들바들 떨던 아이들이, 점점 프레이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저만 이기면 절 아카데미에서 내쫒을 수 있을텐데요!!! 마왕을 잡을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그건…”
“그런데 왜!!! 맨날 저와 무력충돌을 하지 않으려고 얍삽하게 빠져나가는 걸까요!?!?”
“………”
“혹시, 절 공격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으신지…?”
입을 다물고 있던 루비가, 프레이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다.
“이를테면… 사실 제게 한눈에 반하셨다거나?”
– 쿠과광!!
“아니면…”
– 빠각…!
봉에 금이 갈때까지 루비를 내려치던 프레이는, 이내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쫄리셨다던지?”
“그쯤 하시죠, 교수님.”
그와 동시에, 산산조각나는 프레이의 봉.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이러시면…”
손가락을 휘저어 그의 봉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버린 루비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선다.
– 우우웅…
아까전부터 둘 사이에 펼쳐져있던 투명한 장벽에 프레이가 점점 뒤로 밀리자, 마치 프레이가 그녀의 기세에 밀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저도 못참는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루비가 그렇게 선언한 순간.
[특수시스템에서 알림이 있어요.] [프레이 측에서, <계급장 떼고 붙자>스킬을 구매하셨답니다.]그녀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른다.
– 지지직… 지직…
그와 동시에, 지지직거리기 시작한 프레이와 그녀를 가로막고 있던 방어막.
“그걸… 구매했다고? 어떻게? 녀석은 나와는 달리 포인트가 남아나지 않을텐데…? 용사의 무구 각성을 포기한건가?”
그 모습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루비는, 프레이가 귀기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조용히 뒤로 물러선다.
[특수사항: 약체화의 저주 MAX / 솔직함의 저주 MAX]아직, 그녀에게 걸린 저주는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싸운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계급장 떼고 붙자’ 스킬은, 한번의 결투동안 마왕과 용사를 가로막고 있던 방어막을 해제하고,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합니다.] [물론 안전조치는 안전조치기에, 치명상은 막아줄 거랍니다.]“그럼 참지 마세요!! 용사님!!!”
방금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잠에서 깨어나, 프레이가 근처에 있다는 말만 듣고는 그를 부른 루비였다.
[아마도?]“여기서, 한판 뜹시다!!!”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 떠오르는 시스템창을 보며 뒷걸음질을 하던 루비는, 귀기어린 표정을 지은채 자신에게 걸어오는 프레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뭔데, 시발.”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