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1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19화(319/524)
Episode 319
– 휙…!
“크윽.”
프레이가 주먹을 크게 휘두르자, 루비가 이를 악물며 몸을 크게 비틀어 피한다.
“피하시네요?”
그러자, 프레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피하시면,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위험해지는데?”
“……..”
“하긴, 어쩔 수 없죠! 마왕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용사님이 위험해지는 것 보단, 아이들 몇명 다치거나 죽는게 더 나은 일이니까요!”
프레이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 별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자, 루비의 인상이 팍 찌푸려진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프레이의 말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의심과 불안의 싹이 녀석들에게서 떠오르고 있었다.
“시발, 돌겠네.”
덕분에 이를 갈며 중얼거린 루비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연다.
“내가 원한건 이게 아… 으븝.”
하지만, 말을 하다 말고 다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루비.
프레이가 자신에게 건 ‘솔직함의 저주’ 덕분에, 언행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주특기중 하나이자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인 ‘선동’은 커녕, ‘말싸움’조차 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이용해야 되나.’
그렇기에, 조용히 시선을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돌리는 루비.
자신의 세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학년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없었다. 하지만, 꽤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복도에 남아있었다.
비록 시간이 부족했지만, 아카데미에 몇몇 광신도들을 만들어두긴 한 루비였다. 그녀의 말이라면 불구덩이 에도 뛰어들 정도로 정의롭지만 멍청한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도와달라 말했다가는 자신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것이고, 속마음 대로 ‘나 대신에 희생좀 해주세요!’ 라고 소리쳐버릴 가능성이 매우 컸다.
“쯧…”
결국, 자신은 완전히 독 안에 든 쥐였다.
처음에는 프레이가 이상한 방향으로 미치기라도 했는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수 하나하나가 계산된, 계획적인 움직임이었다. 진짜로 미친 사람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치밀함이 그의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잠깐, 그렇다면…’
하지만, 덕분에 역으로 타개할 방법이 보이는 듯 했다.
‘계산된 광기니, 학생들은 건드리지 못하겠지.’
천천히 자신의 몸이 있는 각도를 학생들 쪽으로 튼 루비가,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같잖군.’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호승심.
‘감히 마왕인 나를, 욕보이려 해?’
시스템도 강함을 측정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처음에 자신의 능력치가 <측정 불가>로 표시되었을때는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고작 저주를 좀 걸었다고 의기양양한 꼴이라니?
프레이는, 상처받고 고통받아야 했다.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 꺾여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거지, 저런 광기어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다시 교정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흐압!!”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을 박찬 루비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는 힘껏 프레이 쪽으로 내리쳤다.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프레이가 피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피해는 가지 않지만, 위력 자체는 상당한 일격이었다.
그러니, 분명히 이 공격은 먹힐…
– 콰직…!
“……?”
의기양양하던 루비의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 쿠과과과과…!!
“으, 으아아!!”
그녀의 일격이 만들어낸 검기와 충격파가, 프레이의 뒷편에 있는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저대로 가면, 큰 부상을 입을게 분명해 보였다.
“제, 젠장.”
마왕은, 평생동안 ‘힘 조절’이란걸 해본적이 없었다. 그럴 이유도, 그래야 되는 순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박살낼 뿐이었던 마왕.
그녀 딴에는 손가락을 살짝 움찔거리는 것으로 발동되는 개미같은 공격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힘이 낮아졌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힘을 빼고 휘두른 일격 역시 재앙이 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파지지지징…!
덕분에 잔뜩 식은땀을 흘리던 마왕은, 프레이가 재빨리 검기가 도달할 곳으로 이동해 오른손으로 그것을 막아내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럴줄 알았…”
“그렇군요, 용사님!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프레이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비.
– 파지지지징…!
“…..!”
그리고 그 다음순간, 별의 마나에 둘러싸인 프레이의 주먹이 그녀의 배에 쇄도한다.
“…윽.”
다급히 검으로 프레이의 주먹을 쳐내려던 루비는, 이내 그의 주먹에 둘러져 있는 마나의 파장을 보고는 침음을 삼킨다.
프레이의 주먹에, 폭발성 마나가 둘러져 있었다.
만약 저것을 검으로 쳐낸다면, 자신의 뒤에 있는 아이들이 폭발에 휘말릴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다치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에 의해 학생들이 다친다면, 분명히 프레이가 그것을 걸고 넘어질 것이다.
프레이의 노림수는, 바로 그것이 틀림없었다.
“쯧.”
그런 생각에 잠시 검을 멈칫했던 루비는, 이내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쳐다보며 검을 휘둘렀다.
– 파지직! 파지지직…!
프레이의 손을 감싸고 있던 마나가, 루비의 검과 맞닿아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너처럼 아이들이 다칠까봐 망설일 줄 알았느냐?”
프레이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향하자, 그에게만 들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기 시작한 루비.
“오히려 내 힘까지 실어서 날려주마, 프레이.”
루비의 검에서 맴돌기 시작한 루비색 검기가, 프레이의 울렁거리는 기운에 섞여들어간다.
“…저 아이들은, 네가 다치게 만든거다.”
그 모습이 마치 프레이의 맑고 신성한 기운을 자신이 더럽히는 것 같아 침을 꿀꺽 삼킨 루비는, 그렇게 속삭이며 손에 힘을 준다.
– 카가가가강!!
그와 동시에, 힘차게 검을 휘둘러 프레이와 자신의 기운을 뒤쪽으로 날려보낸 루비.
프레이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공격을 해, 막으러 간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폭발에 휘말린 그에게 죄책감을 주겠다는 그녀의 의도가 아이들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감히 내게 알량한 심리전을 걸다니, 그 대가를 치르… 음?”
“………..”
그런데, 무엇인가가 이상했다.
프레이가 자리에 가만히 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쿠과광, 쿠광…!
덕분에 자신 역시 멍하니 프레이를 쳐다보던 마왕은, 뒤에서 거대한 폭발 소리와 열기가 전해지자 몸을 부르르 떤다.
“타, 타락한거냐? 프레이?”
그리고는, 환희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드디어, 타락해버린 게냐!?”
저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면,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평소의 프레이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오직 타락한 그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루비.”
루비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한번도 본적 없던 부드러운 눈빛을 그녀에게 보내며 이름을 부른다.
“프레이.”
그 눈빛에서 빛과 어둠이 한데 섞이는 듯한 혼돈을 엿본 루비는,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며 그에게 다가선다.
“정말 그렇다면, 내 친히…”
이윽고 얼굴에 홍조를 띤채 그의 앞에 선 루비가, 조용히 프레이의 뺨에 손을 뻗던 그 순간.
“…케흑!?”
루비의 허리가 별안간 안쪽으로 90도 꺾인다.
“잡았다…”
주먹에 배를 정통으로 맞고는,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채 축 늘어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루비를 프레이가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 시발년.”
– 쿠과과과광!!!
그와 동시에, 루비의 배에 움푹 파고든 프레이의 손에서 별의 마나가 터져나온다.
“윽, 으극… 우엑…”
덕분에 입에서 피와 위액, 그리고 침을 왈칵 쏟아내며 다리에 주고 있던 힘을 풀고 자리에 주저앉는 루비.
“타락이라니, 당치도 않지.”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와 달리 나는, 지켜야 할 동료가 있거든.”
– 샤아아…
그와 동시에 루비의 뒷편에서 쏟아지는 밝은 빛.
– 지이잉…
“싸움은 그만두세요!! 아이들이 다쳐요!!”
방금 뒷편으로 날아갔던 공격을 신성력을 가득 담은 방패를 소환해 막아낸 페를로체가, 마구 팔을 휘저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왜 이리 무분별하게 싸우시는건가요!! 아이들의 안전도 생각해주세요오오!!”
“저 엿같은 년이… 으겍!”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던 루비가, 얼굴을 프레이의 발에 정통으로 걷어차이며 바닥에서 나뒹군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용사님!”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아내며 외치기 시작한 프레이.
“아직 저만큼 강하지 않으셔서!! 계속 대련을 회피해 오셨던 거군요!!”
“크흑…”
그렇게 말한 그의 발이, 이번에는 루비의 아랫배를 강타한다.
“하긴, 착한일만 해오던 시골 소녀가 기적을 발휘했다 해도 저보다 강할리가 없겠죠! 네! 그럼요!!”
“헤극, 헥… 헤윽…”
덕분에 배를 부여잡은 루비의 손을 걷어차고는, 그녀를 깔고 앉은 뒤 마구 배에 주먹을 먹이기 시작한 프레이.
한번, 두번, 세번.
쉴새없이 이어지는 주먹질에 루비의 배가 맞지 않아도 경련을 하는 지경까지 이어진 순간.
“그럼, 어쩔 수 없죠! 제게 개쳐맞으면서 배우실 수밖에!!”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주변에 있던 유리조각을 들어올리며 말한다.
“안 그렇습니까!! 용사님!!!”
“…아윽.”
이윽고, 그 말과 함께 별의 마나가 둘러싸인 프레이의 유리조각이 그녀의 심장에 파고든다.
– 까드득, 까드드득…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기 시작한 돌을 긁는 소리.
– 지이잉…
둘 사이에 적용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그녀의 심장과 유리조각을 가로막고 있었다.
[시스템 알림 – 일정 수치 이상 데미지가 누적되어, 자동 회복 스킬이 발동됩니다.]그리고 그 다음순간, 프레이와 루비의 앞에 떠오른 메세지.
– 샤아아…
메세지의 출력이 끝나자, 루비의 몸에 난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이의 한마디.
“아직, 더 때릴 수 있네?”
“크헉.”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루비의 다리를 거세게 걷어차 다리뼈를 박살내 버린다.
“왜 그러세요!! 용사님!!! 아까는 잘 막으시던데!!”
“……….”
“아까처럼 멋들어지게 막아보세요!! 애들이 좀 다친다고 무슨 상관입니까!! 중요한건 용사님인데!!!”
– 콰지직!!
“…으극.”
덕분에 싸늘한 눈빛을 띤 루비가 검에 손을 뻗자, 큰소리로 그렇게 외친 프레이가 그녀의 어깨뼈를 박살냈다.
“자꾸 이러시다, 용사님 죽어요? 용사님이 죽으면 이 세상도 멸망한답니다? 애들은 신경쓰지 마시고, 이 복도에서 마음껏 난리쳐 보시죠!!”
“씨발…”
“세상에, 욕 자체를 모른다는 순박한 용사님의 입에서 ‘씨발’이 튀어나오다니. 그만큼 힘드신가보네요! 아니면 이미지 메이킹이었나? 에이, 그럴리는 없겠죠?”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프레이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루비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내가 원한 프레이는… 저런게 아니야…”
“용사님!!! 그럼 다시 한번 갑니다아!!”
“내가 원한건… 고립된채 망가진 프레이였는데… 커헉.”
하지만, 미처 말을 맺지도 못하고 배를 걷어차인채 복도의 벽으로 날아간 루비.
“웬 미친놈이 날뛰고 있잖아…”
“용사님!!!!”
“…케흐윽!”
벽에 금이 간채 쳐박힌 루비는, 미처 쉴틈도 없이 날아든 프레이의 돌려차기에 숨과 피를 토해냈다.
– 쿠과광…!
그와 동시에, 벽과 함께 복도 밖으로 붕 떠서 날아가는 루비.
“으극…”
그 여파로 한창 비가 내리고 있는 아카데미 밖의 운동장까지 통통 튀기며 굴러간 그녀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 쏴아아…!
달도, 별도, 하늘도 가려버린 먹구름이 비를 억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왜 그래…?”
어느새 복도의 뻥 뚫린 구멍을 통해 운동장으로 내려온 프레이가, 은색 안광을 빛내며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되라고 등을 떠밀어준건, 너잖아?”
“………”
“근데 왜이리 당황을? 하는? 것이지?”
아까의 유리조각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주섬주섬 챙겨온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묻는다.
“…하, 하하.”
그런 그를 바라보며, 눈을 루비색으로 빛내기 시작한 루비.
“너무 분위기를 탔군, 프레이.”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루비색 기운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날 이곳으로 오게하면 안됐어.”
운동장은, 좁은 복도와는 다르게 뻥 뚫린 공간이었다.
아이들도, 구조물도 없는 이상, 그녀 역시 마음 놓고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프레이, 뭔진 모르겠지만… 교정시켜주마.”
그렇게, 루비가 온몸에 검기와 마나를 피워내며 프레이에게 돌진하려던 순간.
“용사님!!!”
“루비 씨!!!”
“…….!”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익숙한 목소리들.
“저, 저희가 왔어요!!”
“이제 안심을…”
뒤늦게 소식을 들은 1학년 생들이, 운동장으로 헐레벌떡 다가오고 있었다.
“오.”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프레이.
“이제부터, 합동 수업입니다? 용사님?”
“…염병.”
“근데 왜 그리 죽상? 이신지??”
아랫배를 붙잡은 루비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얘들아!! 여기야!!”
“계산된 광기는 개뿔.”
그러던 그녀가, 비를 맞으면서 허공에 별빛의 마나를 쏘아대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돌아버린 거였군.”
“모두 집합!!!”
그런 그녀의 눈앞에, 프레이의 정보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선라이즈 제국 황궁.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
그 꼭대기 층에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황제가, 심복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어서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부디…”
여느때와 다를 바가 없는 무료한 표정에 심복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하던 그 순간.
“푸흐, 푸흐흐…”
“…황제 폐하?”
황제가,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하…”
거의 1년만에 보이는, 황제의 웃음이었다.
“재밌군.”
한참을 웃던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주 재미있…”
– 와장창…!
“”……..!””
그런데 그 순간, 황궁의 유리창이 박살이 나며 무엇인가가 황제의 다리앞에 떨어졌다.
“꾸우우~!”
“겨, 경비병! 경비병!!”
당황한 심복이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경비병을 호출하는 한편, 빠르게 멀어져가는 올빼미의 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 황제는 겁도 없이 배달된 물건을 집어들었다.
– 혹시, 지금 ‘재밌군, 재밌어.’ 라고 중얼거리며 쳐웃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배달된 물건은, 황제에게도 아주 익숙한 필체의 편지와 사진 한장이었다.
– 그런 당신에게 드립니다.
편지를 읽어내리다 사진으로 시선을 돌린 황제가, 이내 웃음을 거둔다.
– 제가 만든 돼지 두루치기랍니다.
“…..음.”
이윽고, 그의 눈썹이 마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이것도 재밌니?
프레이의 편지가, 깨진 창문에서 들어오는 차디찬 바람에 조용히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