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화(32/524)
Episode 32
“…으음.”
눈을 뜨니 상당히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아무래도, 이곳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지내던 내 방인 것 같다.
“아윽…!”
왜 내 방의 천장이 보이는건지 약간의 어리둥절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온몸에서 끔찍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몸을 말고 바들바들 떨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조용히 내 손을 움켜쥐었다.
“…도련님.”
“카니아.”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다 제 탓입니다…”
“미안, 이런 불썽 사나운 모습을 보여줘서.”
그리고 말을 마친 우리는, 다시 한번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 탓이랄게 뭐가 있어?”
이윽고 침묵을 깨트린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가 카디아에게 가고 싶지 않아서 안간게 아니잖아. 덕분에 헤프닝이 일어나긴 했지만, 네 저주가 사라질 수만 있다면…”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요…”
“응…?”
하지만 어째서인지 카니아는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카니아…? 왜 그래…?”
“죄, 죄송… 죄송합니다 도련님…”
“……?”
이윽고 카니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엎드려서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의 등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두드리며 위로를 해주던 그때…
– 뚜벅… 뚜벅…
“”……!””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이내 점점 내 방에 가까워지자 놀란 나와 카니아는 다급히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 끼이익…
이윽고 문이 열리며 내 동생인 아리아가 들어오는 걸 본 우린, 조용히 눈빛을 교환한 다음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도련님… 대체 제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글쎄, 아무짓도 안했다니까?”
“그렇지만… 그 물약은 대체…”
“아, 나가라고!!”
그렇게 소리지르며 나는 내 옆에 있던 배개를 카니아에게 던졌고, 다음순간 배게는 정통으로 그녀의 얼굴에 명중했다.
“…어?”
그리고 나는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표정을 고치고 씩씩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안 피한거지?’
분명히 배개를 던질때 내가 피하라는 신호를 몰래 줬건만, 어째서인지 카니아는 배개를 피하지 않았다.
신호를 못봤던걸까? 아니면, 연기를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맞아준걸까?
뭐가 됐든 간에, 카니아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분부대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갔다.
“…역겨운 새끼.”
그리고 그녀가 방을 나가자마자, 아리아의 싸늘한 매도가 시작됐다.
“카디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머리를 날려버릴거야… 이 쓰레기 새끼야…”
“…천한 년이랑 친하게 지내더니, 너도 천해진거냐? 아리아?”
“지금 뭐라고 했어?”
“천한 년이랑 놀아나니까 그런 안일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거야. 알겠어?”
내 말을 들은 아리아의 얼굴이 분노에 잠긴 나머지 창백해졌다. 한편 나는 그런 그녀에게 콧방귀를 뀌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고 있는 스타라이트 공작가의 자제들이야. 그리고, 카니아와 카디아는 더러운 뒷골목에서 주어온 근본도 없는 천민들이고.”
“…하.”
“그러니 그런 근본도 없는 것들에게 정을 줄 시간에, 가문을 위해 사교술이나…”
“닥쳐.”
사나운 목소리로 내 말을 끊은 아리아는, 손에 별의 마나를 모으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임시 당주한테 못하는 말이 없…”
“네 아가리는 열리기만 하면 역겨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구나?”
“뭐?”
“그 아가리에 네가 그렇게나 부러워하는 별의 마나를 처박아 줄테니, 입벌려 새끼야.”
그 말을 마친 아리아는 내 얼굴에 손을 겨누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복잡한 마법술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똑똑한 아이라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별의 마나를 품은 ‘별의 검사’라면, 내 동생 아리아는 별의 마나를 방출하는 ‘별의 마법사’다.
스타라이트 가문 역대 최강의 ‘별의 마법사’였던 내 어머니의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녀는, 훗날 위대한 마법사가 되어 제국을 수호하는 별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내 동생은 심성 또한 착하다.
썩어빠진 제국의 귀족들과 달리 그녀는, 가난한 제국민들을 보살피고 돕는것을 좋아하니 말이다.
전회차에서도 그녀는 제국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스타라이트 가문의 재력을 사용해 제국민들을 지원해 줬었다. 물론, 부패한 귀족들이 찾아오면 문전 박대를 했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동생은 무척이나 귀엽다.
어렸을때 항상 내 뒤를 쫄레쫄레 따라다니던 그녀는, 내가 뒤를 돌아서면 놀란 토끼눈이 됐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안기…
“입 벌리라고, 이 쓰레기 새끼야.”
“…음.”
잠시 추억에 잠겨있던 나는, 앞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온 아리아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입에 마법진을 겨누고 있었다.
‘…내 업보지 뭐.’
서럽게 울기도 하고, 사용인을 협박하는 날 붙잡으며 말리기도 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하며 다시 원래의 착한 오빠로 돌아와달라 빌던 아리아는 이제 없다.
내 악행이 몇개월, 몇년, 몇십년간 지속될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마모되어갔고, 결국 지금은 그저 나에 대한 경멸, 혐오, 역겨움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 딱!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용인들이 내 방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얘좀 치워.”
“”알겠습니다.””
이윽고 내가 짧게 명령하자, 사용인들이 일제히 아리아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제국 최고의 망나니인 나라도, 엄연히 제국 법상으로 이 집의 최고 결정권자였기에 사용인들은 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아리아의 마법 한방에 전부 나가떨어지겠지만, 사용인들은 명령을 받은 이상 반드시 그 명령을 수행할 의무가 있기에 이 상황에서는 아리아가 한발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내 예상대로 사용인들에게 붙들린 아리아는 마법을 거두었다.
그러나 자신을 끌고 나가려는 사용인들에게 손을 들어보여 제지한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날 매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서 직위를 찬탈한 소감은 좀 어때?”
“…끝내주네.”
“미친 새끼, 그게 사람이 할 소리야?”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는건 나에게도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대충 상대하고 쫒아내려 했건만, 그녀는 사용인들의 힘을 별의 마나까지 써가며 버티면서 나에게 계속 말을 던졌다.
“역시…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게 너지?”
“…뭐?”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귀갓길에 갑자기 쓰러지더니 혼수상태에 빠져들었어. 제국에서 내로라 하는 의사들도 하나같이 그 이유를 모르겠데.”
“……..”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신거라면 그럴리가 없지. 그렇다면 배후에 누가 있다는건데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원한을 살 일이 없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아리아.”
“내 이름 부르지 마, 이 역겨운 새끼야. 아무튼, 우리 아버지가 쓰러지는걸 제국에서 바라는건 단 한 사람 밖에 없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아리아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날 손가락질 했다.
“지금 임시 당주가 되어서 입이 귀에 걸린 네가,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그런거지?”
“…빨리 데리고 나가.”
“다음에는 나야?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에게서 뺐어갔으니… 이젠 내 목숨마저 뺏어갈거지?”
“…데리고 나가라고.”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가 널 보고 통곡을 하실…”
“데리고 쳐 나가라고 개새끼들아!!!!!!!”
결국 폭팔해버린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알게모르게 아리아에게 힘을 덜주던 사용인들은 그제야 싸늘하게 날 노려보더니 그녀를 끌고 방에서 나갔다.
[위악 포인트 500pt 획득! (풍비박산)]“………….”
그렇게 한동안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멍하니 쳐다보며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이내 조용히 지친 몸을 이끌고 일어나 내 책상으로 향했다.
“…후우.”
이윽고 서랍에 있던 비밀공간에서 가족 사진을 꺼내든 나는, 그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아리아와 나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버틸 수 있어요. 아직까진.”
그렇게, 나는 한동안 행복했던 모습을 머리에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
“…왜 그러고 앉아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편하게 앉으니 보기 좋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녁이 찾아왔고, 스타라이트 가문의 저녁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서 대륙에서 공수해온 75년이 숙성된 와인입니다.”
“75년?”
“네, 엄선된 명장이 직접 재배를 하여…”
– 쨍그랑!!
“…최소한 100년으로 가져와.”
“…예.”
식사의 시작부터 깽판을 친 나는 눈앞에 뜬 자잘한 위악포인트 획득창을 치운 뒤, 와인잔이 깨지자마자 애써 자세를 바로 한 보람도 없이 다시 잔뜩 움츠러든 카디아를 보며 말했다.
“…또 자세가 흐트러졌네?”
“죄, 죄송…”
“됐어, 귀여우니까 봐줄게.”
그렇게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리아가 토할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나랑 동갑인 애한테 작업을 걸다니… 정신병자 새끼.”
그 말을 들은채 만채 한 나는, 눈 앞의 스테이크를 썰며 카디아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카디아, 혹시 몸에 뭔가 변화는 좀 없니?”
“네?”
“음… 뭐랄까? 몸이 갑자기 뜨거워진다거나… 아니면 배가 저릿저릿 아파져온다거나…”
내가 살짝 긴장한 채 묻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리아의 표정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고, 한편 카디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러고보니까… 아까부터 몸이 살짝 뜨겁고 아랫배가 저릿저릿 하던데…”
“…오!”
그 말을 들은 나는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먹기 좋게 썰어진 스테이크를 건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치료의 힘’을 각성하는건가?’
내가 카디아에게 물은 증상은, ‘치료의 힘’이 각성되기 직전에 일어나는 전조현상이다.
아마 내일 아침쯤에는 그녀의 ‘치료의 힘’이 완전히 각성 할 것이고, 그러면 카니아의 저주를 어느정도 중화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녀에게 생명력을 나누어주는 빈도도 줄어들테니 앞으로는 좀 숨통이 트일…
“쓰레기 새끼.”
“…..?”
갑자기 아리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날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쓰레기 소리를 듣는게 대체 몇번째인지 잘 모르겠다.
“…카디아, 오늘은 오랜만에 나랑 같이 자자.”
“네, 네에? 그치만…”
“너, 카디아는 오늘 나랑 같이 잘거니까…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마. 난 분명히 경고 했어.”
“…..?”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아리아는 내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답했다.
“…만약 오면, 그땐 임시 가주고 뭐고 네 아랫도리를 날려버릴거야. 그렇게 알아.”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너무나도 매서웠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리며 실수로라도 그녀들의 방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겠다 다짐했다.
“…도련님, 도련님은 안드십니까?”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동생인 카디아와 떨어지기 위해 상석에 앉아있는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니아가 조용히 질문을 던져왔다.
“…지금은 나보다 카디아가 더 중요해. 잘 먹어야 치료의 힘이 더 늘어날거 아니야.”
“그거, 확실한겁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
잠시 내 얼굴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카니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식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어디에 간 걸까?
“대체 또 무슨 역겨운 이야기를 했길래 카니아 언니가 저렇게 불쾌한 표정을 짓는거야?”
“…아리아.”
“아무래도 안되겠어. 역시 카니아 언니를 네 사용인에서 어떻게든 빼내야…”
– 쨍그랑!!
“…힉.”
조용히 그녀의 말을 받아주려던 나는, 카니아를 사용인에서 빼내겠다는 말을 듣고 그만 들고 있던 컵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말았다.
“기어오르는걸 참는것도… 한계가 있어 아리아…”
이윽고 피범벅이 된 손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폭발하려는 감정을 조용히 눌러담으며 싸늘하게 읊조렸다.
“한번만 더 기어올랐다가는, 호적에서 파내고 카디아와 함께 뒷골목으로 쫒아내주지. 그래도 좋으면, 하던 말 계속하고.”
“……….”
“옳지, 알아 들었나보네. 그럼, 이제 닥치고 식사나 해.”
내가 말을 마치자 아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깨작깨작 식사를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위악 포인트 1pt 획득! (발끈) ]‘…역시, 시스템은 못 속이나보네.’
아무래도, 카니아는 어느새 나에게 있어 상당히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다.
.
“…흐아아.”
저녁식사를 마치고 임시 당주로서의 업무를 하고 있으니, 절로 신음소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업무가 힘들다거나 어려워서는 아니다.
어렸을때 세레나와 소꿉놀이로 공작가 업무처리를 하며 자주 놀았기에, 이런 것쯤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거다.
[이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능력: 힘 ???/ 마력 ??? / 지능 ??? / 정신력 9.3] [특이사항: 별의 가호/위독/생명력 고갈/치명상/병약/지침] [성향: 용사]“…후우, 돌겠네.”
지난 며칠간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려 했으나, 워낙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제대로 쉬질 못했더니 여전히 몸 상태가 나쁘다.
특히, 어깨에 난 상처는 아직도 저릿저릿 아파온다.
그렇게 잠시동안 온 몸에서 통증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리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오랜만에 스킬 상점을 열어보았다.
[상점 / 초급 스킬 2단계]– 위악자의 기만 Lv2 700pt
설명) 거짓말의 설득력을 영구적으로 조금 상승시킵니다.
– 정보 탐색 Lv3 1000pt
설명) 정보 탐색 스킬에 사람의 선함과 악함의 정도가 수치로 표시됩니다. (-100~100)
[누적 pt: 2001pt]“…체력 회복스킬이나 치유 스킬이나 주지. 하여간.”
잠시 시스템의 고약함을 욕하던 나는, 이내 남아 있던 스킬들을 홧김에 전부 구매해버렸다.
“…뭐, 어차피 사긴 해야했지.”
잠깐 아차싶었지만, 이내 포인트를 쓸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는걸 상기한 나는 조용히 의자에 기대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끼이익…
그렇게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덕분에 또 아리아가 쳐들어온건가 싶어 다급히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들어온건 아리아가 아닌 카니아였다.
“…도련님? 그 우스꽝스러운 자세는 뭡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덕분에 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딴청을 피웠고, 그런 나를 살짝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내 앞으로 다가와 무엇인가를 내려놓았다.
“…이건?”
“샌드위치와 커피입니다.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죠.”
“어… 고맙긴 한데, 이건 왜 갑자기?”
내가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카니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 몸을 가리켰다.
“아무것도 안 먹으니 상처가 아물지를 않죠.”
“아.”
그 말에 내가 머쓱해하고 있으니, 카니아가 몸을 휙 돌려 방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간식 차려줘서 고마워, 카니아.”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배웅을 했는데, 갑자기 카니아가 방문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 딸깍!
“…카니아?”
이윽고 방문을 잠궈버린 카니아는, 다시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옷을 벗으세요, 도련님.”
“…뭐?”
“약 바를 시간이잖아요.”
“아… 그랬나? 그런데 약은 나 혼자서도 바를 수 있…”
“아뇨, 제가 구석구석 발라드리겠습니다. 도련님의 손이 안 닿는 곳에도 상처가 나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카니아가 차려준 간식을 먹으며 그녀의 손길에 내 몸을 맡겼고,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도련님.”
“응?”
한참동안 말없이 내 몸에 약을 바르던 카니아가, 갑자기 물끄럼히 날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무 일 없는데?”
그런 그녀에게 내가 애써 태연하게 답하자, 카니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떨고 계신겁니까?”
“………”
그녀의 말대로, 내 몸은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별거 아냐. 그냥… 힘들어서 그래…”
사실 몸이 떨리는 이유에는 바로 옆방에 쓰러져 계신 아버지, 날 증오하고 혐오하는 동생, 카니아에게 너무 의존하게 된 나머지 그녀가 옆에 없을 때마다 종종 드는 불안감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카니아에게 말했다간 그녀가 너무 걱정을 할 것 같아서 적당히 ‘힘들다’로 뭉뚱그려 답하니, 여전히 날 빤히 쳐다보던 카니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안아드릴까요, 도련님?”
“…응.”
내가 조심스럽게 답하자 나에게 안긴 카니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혹시 아까 아리아 씨가 하신 말이 걱정되시는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고…”
“걱정마세요, 전 도련님과 죽음까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카니아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답했다.
“…죽음까지 함께 할 필요는 없는데.”
그리고 잠시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 쾅쾅쾅!!
“문 열어!!!”
“”…….!””
이윽고 그 침묵이 아리아가 방문을 거세게 두드림으로서 깨지자, 카니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떨어졌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당황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하?”
한편 마법을 써서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리아는, 얼굴이 붉어진 나와 카니아를 갸우뚱 거리며 쳐다보더니 이내 다급히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이윽고 서랍에서 웬 파일을 꺼낸 그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
그런 그녀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어느새 내 옆에 있던 약통을 다시 집어든 카니아를 발견하고는 다시 윗옷을 벗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리아가 들고 가던 저 파일, 어디서 많이 봤는데?’
.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응… 너도 잘자, 카니아.”
할 일이 워낙 많았기에 새벽까지 업무를 보던 나는, 그때까지 내 곁에서 날 돕던 카니아를 돌려보내고는 내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인형을 가져와서 참 다행이야.’
스트레스가 최대치로 쌓인 상태였지만, 요즘들어 함락이라도 된건지 자기가 알아서 배를 보인채 누워 야옹 소리를 내기 시작한 고양이 인형의 배를 쓰다듬을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는 기분이었다.
– 흐윽…흑…
“…음?”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방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택에 유령이라도 나타난건가 싶어 살짝 긴장한 채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놀랍게도 아리아와 카디아가 자고 있을 방이 나왔다.
“…뭐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는, 이내 별의 마나로 기척을 지우고 조심스럽게 방문으로 다가가 열쇠구멍으로 방안을 엿보기 시작했다.
“흐윽…흑…”
그러자, 내 시야에는 침대에서 곤히 잠든 카디아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까 내 집무실에서 빼낸 파일을 내려다보며 울고 있는 아리아가 들어왔다.
대체 뭘 보길래 저러는건지 궁금해진 나는, 눈에 별의 마나를 모아 그녀가 들여다보던 파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아.’
이내, 속으로 짧게 탄식을 흘렸다.
‘…너도, 나랑 똑같은 짓을 하는구나.’
그녀가 보고 있는건, 우리의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는 걸 보니 역시 나랑 피가 이어진 동생답다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은 나는, 몸을 돌려 다시 내 방으로 항하려 했으나…
“오빠…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파일을 넘긴 아리아가, 그녀를 들어 목마를 태워주고 있는 어린 나의 사진을 보며 한층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하자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독심술’ 을 썼다.
‘…안 돼.’
그리고, 눈앞에 뜬 정보창을 본 나는 깊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 라온 스타라이트의 현재 감정: 실망/걱정/그리움/애증/슬픔/죄책감]“옛날의 순수했던 모습은 어디로가고… 대체 왜 그런 괴물이 되어버린거야…”
아무래도, 이솔렛을 능가하는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생겨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