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0화(320/524)
Episode 320
“흐아아아압!”
맹렬하게 달려온 올리비아가, 프레이에게 검을 내려친다.
– 꽈드드득…!
“……..!”
하지만, 무표정으로 자신에게 쇄도하는 검을 그대로 잡아버린 프레이.
– 쨍그랑!!
“마, 맙소사.”
잠시 후, 프레이의 악력에 자신의 검이 산산조각 나자 올리비아가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펑…!
“으헉!”
그런 올리비아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그녀에게 손을 뻗고는 별의 마나를 터트린다.
“올리비아. 네 공격은 너무 정석적이란다.”
“윽…”
덕분에 그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검을 붙잡아 그녀에게 던져주며 돌진을 하기 시작한 프레이.
“저번에 낸 보고서도 그렇고, 침식 사건때도 그렇고, 너무 원리 원칙 주의야. 재량이나 꼼수, 변칙이 파고들 틈이 없어.”
“용사님을 놔줘!!!”
“실력이 어느정도 잡혀있다면 하나의 스타일이겠지만, 실력이 미숙하다면 그저 오만일 뿐이란다.”
“케흑!!”
자신에게 다가오는 프레이를 똑바로 쏘아보며 공격을 받아내던 그녀는,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공격을 맞고 허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올리비아, 5분 49초. 탈락.”
그런 그녀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가선 프레이가, 왼팔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온 흑마력을 오른손에 묻히기 시작했다.
“그만 둬!!!!”
“싫어!!!”
그 모습을 보다, 창백해진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올리비아. 그리고, 그런 그녀와 마찬가지로 빼액 소리지르는 프레이.
“내게 덤비려면 목숨을 걸라고 했잖니.”
덕분에 어안이 벙벙해진 올리비아에게, 프레이가 싸늘한 눈빛으로 손을 뻗으며 속삭인다.
“내 노예 정도는 되어 줘야 수지가 맞지.”
“그만… 둬…”
– 치이익…
“…흑, 흐극.”
마지막까지 몸부림을 치며 저항하던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에 노예의 인장이 새겨지자 텅빈 눈이 되어 눈물을 흘린다.
“그럼, 다음은 누구지?”
그런 그녀의 눈물을 친절하게도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닦아준 프레이는,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토닥거려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또 루비를 지키고 싶은 사람? 더 없어?”
“”………..””
하지만, 더 이상 프레이의 앞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대다수의 아이들이 프레이에게 제압되어 쓰러져 있었다.
남은 아이들도 그저 버티는 것에만 주력했을 뿐, 프레이에게 덤비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왜 없지? 여기서 루비가 더 쳐맞았다간 세상이 멸망하는데?”
그런 아이들을 묵묵히 쳐다보던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친다.
“아까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게 대들지 않았었니? 그 녀석들은 어디가고 비에 젖은 강아지들만 있는거지?”
그럼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륙에서 너무 어린 아이가 아닌 이상, 재능만 있다면 무조건으로 끌어모은 최강의 신입생들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이렇게 처참하게 깨져본적이 없다는 것 또한 의미했다.
이미 프레이라는 존재의 압도적인 무력과 위협에 지배당해버린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저항 의지가 남아있지 않는 듯 싶었다.
“내가 너희들은 건드리지 않을 줄 안거야? 대체 왜? 난 마왕군에다가 용사의 적인 사악한 악인인데?”
“오, 온다.”
“안 덤비겠다면 내가 찾아가마. 한번 아득바득 끝가지 버텨봐.”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비에 젖은 땅을 박차고 소수의 아이들 무리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자, 잠깐만요…!!”
그런데 그 순간, 프레이의 앞으로 튀어나온 누군가.
“흠?”
그 덕분에 프레이가 멈추자, 비에 잔뜩 젖은 소녀가 두 팔을 곧게 뻗으며 소리친다.
“제, 제가 상대할게요!”
르카네 루나 실버문이, 추위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생전 처음 내는 큰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니, 멈추세요!”
당장에라도 항복하고 싶은 눈빛으로 프레이를 쳐다보면서도, 그녀가 꿋꿋히 발을 딛고 서있자 프레이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희생이라, 가산점 1점.”
“으, 으으…”
“하지만 너무 겁쟁이구나. -1점.”
가차없이 점수를 주고 깎던 프레이가, 바닥에서 굴러다니던 봉을 잡고 그녀에게 휘두른다.
“으…”
생에 처음으로 낸 용기가, 피범벅이 된채 광기어린 웃음을 짓고 있는 프레이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끼며 르카네가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
– 파지지지직…!
그녀의 앞에서, 녹색 불꽃이 튀어오른다.
“흐아아아아!!”
녹색 안광을 불태우고 있던 레냐의 언니 르에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검으로 프레이의 검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 치이이이익…
그런 그녀의 검에서 녹색 검기가 피어오르자, 프레이의 눈에 이채가 맴돈다.
“언니를 놔줘…!”
그리고 그 순간, 프레이의 뒤에서 쇄도하는 공격.
– 파지직…! 파지직…! 파지지직….!
“이 나쁜 새끼야아아!”
레냐가, 자신의 주변에 맴돌고 있던 정령과 요정과 함께 프레이에게 마법을 쏘아내고 있었다.
이른바, 트리플 캐스팅.
그저 전설로만 내려져 오던 삼중첩 마법.
정령과 요정을 전부 부리는 정령술사가 아니라면, 용이나 하이엘프 정도나 할 수 있다는 그 복잡한 기술이 몇백년 만에 운동장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희귀한 마법 가산점 10점, 하지만 교사한테 욕설을 했으니 -15점.”
잠시 신기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자신의 별의 마나를 이끌어내 그녀의 마법을 막는다.
3중첩 마법을 첫번째 시도에 성공한 레냐가 대단한건지, 그걸 자신의 마나로 뒤덮어 간단히 무력화 시키고 있는 프레이가 더 대단한건지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샤아아아…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프레이에게 검은색 마력 화살이 빙그르르 돌며 날아든다.
“죽어.”
주문을 쏘아올린 자는 다름아닌 유렐리아.
평생을 숨겨오던 비장의 무기였던 흑마법이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으음.”
그 모습을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보다가, 왼팔로 막아내는 프레이.
“설마, 네 성격에 그걸 여기서 드러낼줄은 몰랐는데.”
덤덤한 표정을 버리고,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싸움에 임한 유렐리아를 바라보며 프레이가 질문을 던진다.
“이 아이들을, 믿기로 결정한거니?”
“…닥쳐.”
그런 프레이에게 그렇게 말한 유렐리아가, 사방에서 흑마법 마력화살을 쏘아댄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당황하던 아이들도, 이내 묘하게 자신들을 막던 프레이의 마나가 약해졌다는걸 깨닫고는 더더욱 힘을 주기 시작한다.
“히, 힘만 주면 안돼…”
그 모습을 보던, 방금전까지 겁에 질려 말조차 하지 못하던 르카네가 꺼낸 한마디.
“…모두의 마나를 공명시켜야 해.”
그 말에 아이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 순간, 그녀가 눈을 달빛으로 빛내며 소리친다.
“마, 마나를 한곳으로 모아…!”
세레나 만큼은 아니지만, 그 피가 괜히 섞여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레나가 부재시 그녀의 뒤를 이어 제국의 재상이 되는 르카네의 말에, 아이들이 긴가민가하면서도 마나를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 우우웅…
마지막으로 르카네가 용기를 끝까지 짜내어 달의 마나를 모두의 마나에 감싸자, 프레이의 주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 마나 공명현상이야. 내, 내내 내가 연구한건데… ‘특별한 색’을 지닌 마나들이 중첩되고 또 중첩되면… 마, 막대한 힘이…”
“설명은 됐어! 대충 뭔지 알았으니까!!”
“이걸 성공시키면 프레이라도 버티지 못해. 용사님을 구할 수 있다.”
“…죽어, 프레이.”
그렇게, 희망에 차오른 아이들이 ‘마나 공명’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빙그레 미소를 짓는 프레이.
“역시, 미치니까 모든게 일사천리잖아.”
신입생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한계에서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나올 수 있는 기적.
용사의 무구나 페를로체의 ‘태양신의 가호’, 이리나의 자살기나 다름없는 ‘궁극마법’과 같이 시스템 상 ‘필살기’로 취급받는 마나 공명이.
지금, 눈 앞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역시, 선조님식 교육이 잘 먹히긴 하는구나.”
– 쿠구구구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협동심이 드디어 보이고 있기도 하고.”
공명은 커녕 서로 합을 맞추는것조차 몇달에서 몇년이 걸리는 기술이 단 한번에 성공한 것을 보며, 프레이는 산뜻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대로 성공하게 둘 수는 없지.”
하지만,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는 프레이.
– 콰지직…! 콰지지직…!
그와 동시에, 프레이의 별의 마나가 아이들이 공명하고 있던 마나에 우악스럽게 침투한다.
“실전 상황에서, 적들이 그 기술을 방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한거니?”
덕분에 아이들이 당황하자,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
“어, 어떻게든 유지해봐!”
“트, 틀렸어. 유지가 안돼. 별의 마나가 너무 거세서…”
“으, 으으으…”
요동치던 마나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노력하는 아이들이었으나, 프레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 와장창…!
– 쿠과과과과광!!
결국, 산산조각나며 사방에 충격파를 발산하는 아이들의 마나.
“이건 동화나 영웅전기가 아니란다, 얘들아.”
허탈하거나 겁에질린 모습, 또는 영혼을 잃은 표정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충격파에 휩쓸려 피를 토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두 팔을 벌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압도적인 상대를 만나서 고전하다가, 마지막에 각성해 적을 물리친다. 그딴 전개는 너무 식상하잖니?”
“으, 으…”
“르카네, 호라이즌 자매, 유렐리아. 10분 39초.”
단호한 목소리로 만신창이가 된 아이들에게 선언한 프레이는, 우악스러운 손으로 르카네와 레냐의 배를 까고는 노예의 인장을 불어넣는다.
“미, 미안… 미안해… 미안해… 나때문에, 나때문에, 나때문에…”
“이거 놔아아!!!”
처음 낸 용기가, 모두에게 내린 판단이 파국을 초래하자 머리를 부여잡은채 중얼거리는 르카네.
그리고, 마구 발버둥치다가 자신의 배에 노예의 인장이 새겨지자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레냐.
1학년 신입생 전원이, 프레이 한명에 의해 처참히 패배하고 노예의 인장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너희에게 과제를 내주마.”
자신의 앞에 무너져내린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프레이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한다.
“오늘 내게 개쳐발린 이유를 분석하고, 방금 이 녀석들이 내게 보여주려던 유치찬란한 기술을 보완시키는 과제를 말이야.”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조용히 걸음을 옮기며 말을 맺는다.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람은, 노예의 인장을 지워주지.”
그러자,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흠.”
방금전까지의 공포에 빠진 눈빛도, 무기력한 눈빛도 아닌, 살기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생길것 같지 않던 협동심도 생겼고, 원래대로라면 연습할 기회도 없는 기술을 연습하게 됐으니, 확실히 희망이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분좋은 미소를 짓던 프레이가, 이내 표정을 어둡게 바꾼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리고는, 조용히 통나무 같은 느낌이 드는 자신의 왼팔을 쓸어내리는 프레이.
“…내가, 강제로라도 성공하게 만들어주마.”
방금전까지 학생들에게 새겨넣은 노예의 인장이, 자신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끼며 프레이는 말을 맺었다.
“내 몸은 갈아끼우면 되거든.”
그 말을 마친 뒤, 다시 산뜻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기던 프레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이, 인간.”
머리에 꿀밤이 올라온채 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리던 미호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랑 혀좀 섞자.”
“무, 무슨… 흐읍!?”
그런 미호를 내려보던 프레이가 그녀를 들어올리고 입술을 핥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미호.
“왜, 왜? 왜 이러는 것이냐.”
“생명력 좀 회복하려고. 밤새 할일이 있거든.”
“…무슨 파렴치한! 으븝!!”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입 안에 혀를 집어넣은 프레이는, 미호의 배를 살살 꼬집기 시작했다.
“붸에…”
그 무언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여우구슬을 뱉어내고 만 미호.
“츄릅…”
여우구슬과 그녀의 혀를 천천히 휘감던 프레이는, 어째서인지 이리저리 살랑거리던 그녀의 꼬리를 치우고 시선을 한곳으로 고정했다.
“…미, 미친놈.”
배를 부여잡은채 침을 줄줄 흘리던 루비가,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 히죽…
“으…”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자, 주춤거리는 루비.
“푸하…!”
잠시 뒤, 미호에게서 입을 땐 프레이가 자신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있던 그녀를 떼어내고는 성큼성큼 움직이기 시작하자, 루비가 다급히 검을 치켜들었다.
“아, 아이들은 전부 그로기 상태다. 프레이. 이러면 나도 진심을…”
“용사가… 말대꾸를 하네?”
그런 그녀에게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돌진하기 시작한 프레이.
“…시발.”
“용사님!!! 이제 저희 둘만의 오붓한 1대1 특훈 시간입니다!!!”
잠시 후, 운동장에 거대한 루비색과 별빛의 구름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왕을 쓰러트리실려면!!! 이 정도 짐은 짊어지셔야지요!!! 용사는 날로먹는게 아니랍니다!!!”
“으극…”
“왜 그래요? 설마 힘드신가요?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티셔야죠!!”
아까의 만전의 상태였다면 비기거나 이길법도 했으나, 이미 복날의 개처럼 쳐맞으며 데미지가 누적된 상태였던 루비에게는 승산이 그다지 없었다.
“용사잖아요!!!!”
지금이라도 프레이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볼까 고민하는 루비였다.
.
“케헥… 켁…”
– 퍽!!
“…아윽.”
프레이의 주먹이, 루비의 배를 강타한다.
“타격감이 아주 좋으십니다? 용사님?? 많이 안 맞아보셔서 잘 모르셨던 것 같은데, 쳐 맞는데 재능이 있으셔요!!”
너덜너덜해진 루비를 깔고 위에 올라탄 프레이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배에 연속으로 주먹을 꽂아넣고 있었다.
“윽, 으극… 으으으…”
처음에는 자존심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프레이를 노려보던 루비였으나, 애초에 그녀는 고통이라는 것에 상당히 취약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고통이 몇개월 전 글레어에게 패널티를 받으며 피를 뿜어낼 때였으니 말이다.
결국, 새벽이 될 무렵에는 여타 학생들처럼 신음을 내기 시작한 그녀였다.
“신음소리가 참 아름다우세요! 당신은 쳐맞을때 이런 소리를 낸답니다? 제발 꿈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 그만…”
다른 학생들은 공격한 만큼만 반격하고 노예의 인장을 새겨넣음으로서 제압한 프레이였지만, 루비에게만큼은 손속을 두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덕분에 루비의 입에서 처음으로 ‘그만’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프레이가 웃음을 거두고 싸늘한 표정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 그만해애애…”
그런 그를 죽일듯이 올려다보다, 마구 발길질을 하며 저항하기 시작한 루비.
– 텁…!
“루비, 그때 기억나?”
그런 루비의 다리를 붙잡은 프레이가, 자신의 허리에 그녀의 다리를 감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임명식때, 네가 내 위에 올라탄 뒤에 했던 일을?”
“……….”
그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무는 루비.
“마구 발버둥치며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나를 깔아 뭉개고, 팔을 두 손으로 붙잡아 위로 올리고는, 나를 혀로 마구 핥으면서 강간하려고 했잖아?”
“그건…”
“왜 그때는 안 멈췄어? 그때는 실컷 웃으면서 날 희롱했으면서, 왜 지금은 나보고 멈춰달라고 해?”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귀신도 도망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인다.
– 콰직…!
“꺄악!!”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프레이가 주섬주섬 챙겨온 유리조각에 별의 마나를 두르고는 루비의 왼팔을 찍어버린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너같은 새끼들은 당하는 입장이 안되어 봐서 잘 모르는 것 같거든?”
“이, 이익…”
“그러니, 나도 똑같이 해줄게!”
“아, 아악!”
그리고는, 유리조각을 팔이 꿰뚫려 땅에 깊숙히 박힐정도로 박아넣는 프레이.
“미안, 지금 오른손 밖에 못써서.”
그런 그가, 루비의 오른팔을 잡고 위로 올리고는 조용히 그녀의 목을 핥는다.
“뭐, 뭐냐. 프레이.”
덕분에 잠시 당황했던 루비가, 이내 눈을 휘며 말한다.
“결국, 너도 남자였던 것이냐?”
그렇게 말한 루비가, 자신의 목을 휘감는 질척이는 느낌에 파르르 떨며 프레이의 허리에 감고 있던 다리에 힘을 준다.
“아니면… 흐아아악!”
하지만 그 다음순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루비.
– 꽈드드득…
프레이의 이빨이, 그녀의 목을 파고들고 있었다.
“아, 아파! 아프다! 아프단 말이다!”
덕분에 눈에 눈물이 고인채 루비가 마구 소리치자, 프레이가 입맛을 다시며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그날 이후로, 네게 당하는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어.”
– 우드득…
“아으윽…”
그런 그가, 루비의 오른팔 뼈를 작살내며 속삭이기 시작한다.
“잘때면 항상 악몽으로 나오고, 앉아있을때도, 누울때도 그 장면이 생각나고…”
– 우드드드득!
“네 입에서 쉴새없이 나오던 달콤한 액체가 내 몸을 가득 채우던 그 끔찍한 느낌이 계속!! 생각났다고 루비!!!”
속삭임이 어느새 고함으로 바뀌고, 부서지던 오른팔은 어느새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내게 뭘 먹였던거야? 응? 대체 뭘 먹였던건데?”
“으, 으베에…”
덕분에 정신이 혼미해지던 루비는, 프레이의 손이 우악스럽게 자신의 입 안을 휘젓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 새끼가…’
치욕이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 힘으로 찍어누르고 있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고통을 주고 있다.
루비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콰직…!
“끄윽…”
하지만, 참을 수 없다고 해서 이변이 일어나는건 아니었다.
프레이의 주먹이 그녀의 안면을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주먹은, 예로부터 훌륭한 분노조절 수단이었다.
“왜 꼴받는 눈빛을 하는거지? 쳐맞고 싶나?”
“윽, 으극… 으으…”
‘약체화의 저주’가 그녀에게 걸려있는한, 지금은 프레이가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루비,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그렇게 한참동안 루비의 안면과 배에 펀치를 먹이던 프레이가, 이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왜 날 이렇게 괴롭게 만든거야? 왜? 어째서?”
“………”
“설마 진짜로 날 망가트리고 싶은게 전부야? 넌 그런 미친년인거야? 진짜로? 그게 내가 이 지랄을 떨게 만든 유일한 이유라고?”
그러자, 솔직함의 저주가 걸린 루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널… 삼키고 싶다.”
“뭐?”
“무엇보다도 고귀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너를… 고립시키고 꺾이게 만들어, 내 안으로 삼키고 싶었는데…”
– 퍽…!
“…으극.”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녀의 옆구리에 펀치를 꽂아넣은 프레이가, 무시무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루비, 난 말야. 네가 이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
“너도 나처럼 자리에 누울때마다, 밀폐된 방에 들어설때마다, 악몽을 꿀때마다 오늘 일이 트라우마로 각인되서 계속 떠올랐으면 좋겠어.”
“으…”
“내 얼굴만 봐도 오늘 일이 떠오르게 만들어주고 싶어.”
– 푹…!
그렇게 말하며 유리조각을 그녀의 심장에 박아넣은 프레이는.
“넌 내 몸 안에 너의 체액을 남겼으니… 난 내 마나를 남겨주지.”
“자, 잠깐…”
유리조각에 자신의 별의 마나를 있는 힘껏 퍼붓기 시작한다.
[시스템 알림 – 일정 수치 이상 데미지가 누적되어, 자동 회복 스킬이 발동됩니다.]“……!”
그와 동시에, 루비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세지.
– 샤아아아…
“시, 시발…!”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회복되어가며, 심장에 유리조각이 박힌채로 몸이 아물어가기 시작하자 루비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용사님!! 용사님이 뭘 모르셔서 그러시나본데!! 용사에게는 이런 약점이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한답니다!!!”
그런 그녀가 발버둥치지 못하게, 가슴을 오른손으로 꾹 누르는 프레이.
“지금까지 개꿀을 빨았으니!! 우리 용사님도 한번 좆돼 보셔야죠!!”
“미친놈…”
“고작 지루하다고 내가 이 개지랄을 떨게 만들었는데!! 미친건 너지!!”
“크엑…”
심장에 유리조각이 박힌 부작용인지 루비가 피를 토하는 한편, 오늘 너무 무리를 한 프레이 역시 입에서 피를 토하며 말한다.
“아파? 하긴 아플만도 하지. 내가 10년동안 겨우 적응한 고통인데.”
“게흑…”
“숨쉴때마다 고통이 온몸을 지배하는게 무슨 느낌인지 너도 직접 경험해봐, 이 미친년아.”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프레이는.
– 샤아아아…
“………”
시스템에 의해 자신의 몸도 회복되어가자,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한판 더하자, 루비.”
이제 막 뼈가 붙어가기 시작한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루비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 꽈드드득! 꽈드득…!
“목뼈는 안부러지네. 아쉽다.”
여전히 루비의 위에 올라타 있던 프레이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 짝…!
“왜 정신을 잃는거야? 그때 난 정신을 잃지 않고도 뺨을 맞았었는데.”
그러더가, 루비의 뺨을 거세게 후려치며 그렇게 말한 프레이.
“왜 역지사지의 입장에 놓이면 다들 이렇게 힘들어 하는거지? 자기도 똑같은 짓을 했었는데? 자기에게 당한 사람의 고통은 생각해주지도 않는건가?”
그러던 그는, 여전히 응답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 퍼버벙…!
“아얏.”
그런데 그 순간, 프레이의 등에서 터진 별의 마나.
“…….”
온몸에 느껴지는 찌릿함에 고개를 돌린 프레이의 눈빛이, 이내 순하게 변한다.
“그, 그만해…”
프레이의 동생인 아리아가, 손을 그에게 뻗은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리아, 이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거야.”
“그만하라고…”
“사실 내가 용사고, 루비가 마왕이거든? 그래서 나는 내 의무대로 하고 있을 뿐이야. 어때? 이해했니?”
그런 그녀에게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조용히 뒷걸음질을 시작한 아리아.
“그리고 사실 난 너를 여전히 사랑한단다. 봐, 너만 공격을 안하고 남겨뒀잖니. 어찌보면 특혜이기도 한데…”
“…괴, 괴물.”
“……….”
그러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에, 프레이가 웃음을 거두고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아리아 라온 스타라이트, 1시간 23분… 인걸로 치자.”
“으, 으윽…”
그리고는 그녀에게 손을 뻗으며 그렇게 속삭이는 프레이.
“…1등이네.”
이마에 딱밤을 맞는 동시에 의식을 잃고 넘어지는 동생을 잡아준 프레이가, 천천히 그녀를 땅에 내리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 비리는 괜찮겠지?”
그런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프레이.”
“……….!”
그런 그가, 옆에서 너무나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선을 돌린다.
“세레나!”
그의 앞에, 약혼녀인 세레나가 서 있었다.
“나 하나 미치니까, 모든게 일사천리야!”
그런 그녀에게,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한 프레이.
“황자 파벌도 순식간에 정리했고, 그 뚱땡이 녀석도 두루치기로 만들어버렸어! 그리고, 루비도 박살냈고.”
“……..”
“이제, 내일 황궁으로 진격하기만 하면 돼! 진작에 관점을 바꿀걸. 왜 이걸 내가 진작에 안했…”
“…여보.”
하지만 세레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들은 프레이는, 이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이제 그만 좀 쉬세요.”
그러자, 조용히 고개를 숙인 프레이가 천천히 그녀에게 안긴다.
“여긴 왜 왔어. 태교에 안좋은데.”
“…당신이 보고 싶어서요.”
그 말에 말없이 눈을 감은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이런 모습은 클라나 앞에서만 보여줘야 되는데.”
“내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요?”
“…그럼, 난 이만 자러 가볼게!”
그리고는, 눈을 번쩍 뜨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프레이.
“프레이…”
“세레나, 너도 알잖아.”
그러던 그가, 세레나의 부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이 기회야.”
“…….”
“관점이 바뀌었을때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야. 혹시라도 머리가 맑아지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해둬야 해.”
그 말을 마친 프레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기숙사로 향했다.
“으으, 으…”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세레나는,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루비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지지에요, 보면 안돼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세레나였다.
“우리 가문은, 싸우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그러던 그녀의 눈빛이, 이내 싸늘하게 바뀐다.
“곧 배우실 수 있을거랍니다.”
그녀의 어깨에 앉아있던 흰색 올빼미가, 점이 되어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
“그 녀석들이 감히…”
그로부터 몇시간 뒤, 황실 기사단의 막사.
“반역자들입니다. 전부 처단하라는 황제 폐하의 지엄하신 명령입니다.”
“당연하지! 내 친히 도륙을 낼 것이다!!!”
파발에게 반역 소식을 전해들은 황실 기사단장이,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든 기사단을 불러 모아라!! 징집 명령이다!! 거절하는 놈들은 전부…!”
얼굴이 시뻘개진 그가, 목에 핏줄이 잔뜩 솟아나도록 그렇게 소리치던 순간.
– 쨍그랑!!
“뭐, 뭐야!?”
“꾸우우!!”
올빼미 한마리가, 창문을 깨고 날아와 그에게 편지를 던졌다.
“이게 무슨…”
덕분에 당황하던 기사단장이, 이내 편지의 내용을 읽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 별장에 숨겨둔 노예들, 그리고 부단장과의 관계. 네 아내는 알까?
“…시발.”
기사단장의 분노가,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