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1화(321/524)
Episode 321
“하아, 하아…”
심장을 움켜쥐고 거친 숨을 몰아내쉬던 루비가,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눈을 뜬다.
“……..”
어느새, 아침이 찾아온 뒤였다.
프레이에 의해 뿔을 검으로 썰리다가 기절한 이후로, 지금까지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용사님! 용사님!!”
“괜찮으세요!?”
1학년 신입생들이 자신을 둘러싸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고 있다. 하나같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몸이 성한 곳이 없는 그들이 애탄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스윽, 슥…
조용히 머리를 만져봤지만, 다행스럽게도 뿔은 들어가 있었다. 하긴, 혹시나 해서 뿔에 환술을 걸어뒀으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으…”
하지만 그 아픔만은 여전히 머리에 남아있었다. 차라리 완전히 썰렸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겠지만, 어중간한 보호 장치 때문에 몇십분씩이나 뿔에 톱질을 당했다.
“저는… 쿨럭! 커흑…”
“꺅!?”
덕분에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들어 인상을 찌푸린채 아이들에게 뭐라 답을 하려던 루비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피를 토한다.
– 두근, 두근…!
‘젠장.’
심장 부근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 숨을 쉴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심장과 폐에 느껴진다.
마치, 벌레가 심장에 기생에 천천히 살과 장기를 파먹는 느낌이 든다.
“흐에, 헤… 흐에에…”
덕분에 호흡 곤란이 와 숨을 헐떡이니, 아이들의 표정에 한층 더 걱정이 서린다.
‘걱정? 이 몸이? 타인에게 걱정을?’
누군가에게 동정과 걱정을 받는다니.
남이 자신을 보며 고통스러워 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공포에 천천히 젖어가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는 그녀였다.
그런 루비에게 있어서는, 지금 아이들이 짓는 표정은 치욕이나 다름 없었다.
“하, 하하. 여러분.”
덕분에 욕지거리가 목 끝까지 튀어나왔지만,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인자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루비.
극소수였지만 몇몇 아이들이 의심스럽거나 불손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물론 떨거지들이었다면 그냥 넘겼겠지만, 그 중에는 눈치와 두뇌회전이 빠른 유렐리아도 섞여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책을 잡히지 말아야 했다. 이미 이번 전투에서 밑바닥을 보인 자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성마저 드러내면 어떻게 될지 뻔했다.
따라서, 지금은 우선 아이들을 안심시켜야 할 때였다.
“너무 아파요.”
그런데, 루비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는 그녀가 하려던 말과 180도 다른 말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덕분에 아이들의 표정이 안쓰럽게 변하자, 루비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진다.
솔직함의 저주, 그리고 약체화의 저주는 아직 그녀에게 계속 영향을 발휘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 두개의 저주만 아니였다면, 프레이 따위에게 이렇게 처참히 깨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씨발.’
그리고, 아픈것도 사실이었다.
체감상 하루 종일 프레이에게 죽도록 맞은 것 같다. 집요하게 배를 때리던 그의 주먹, 입을 우악스러케 헤집던 손가락, 목을 날카롭게 파고들던 이빨. 그 모든것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자식이 심장에 별의 마나를 담은 유리조각을 박던 순간. 그리고 ‘한 판 더하자’ 라고 말 한 이후에, 강제로 머리에 숨어있던 뿔을 잡아 꺼내고는 땅에 떨어져 있던 검으로 톱질을 하던 순간은 영원토록 기억날 것 같았다.
“으, 우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저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살면서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느낌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이 오싹하면서도 가슴이 마구 뛰는 불편한 감정은?
“용사님이 겁에 질리셨어…”
“미친놈. 얼마나 잔인하게 고문한거야.”
“쓰레기 새끼.”
머리를 부여잡고 부르르 떨던 루비는, 아이들의 수군거림을 듣고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자신은, 어느새 프레이에게 얻어맞던 것을 생각하며 웅크린채 떨고 있었다.
‘…아, 아니야.”
재빨리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녀였지만, 심장에서 느껴져 오는 이물감과 아직까지도 저릿한 배, 그리고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는 머리의 삼박자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런 그녀를 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더욱 더 측은해지고 있었다.
지금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녀는 심한 고문을 당하고 꺾여버린 순수하고 순박한, 그리고 정의로운 시골 처녀이자 용사였다.
그것이 타인이었다면 군침을 흘렸을 루비였지만, 대상이 자신인 이상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으득.”
루비의 이가 아드득 갈린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고통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살짝 후유증이 생기긴 했지만, 정신력 10과 마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석… 왜 그렇게 변했지?’
그렇게 차츰 의식을 되찾아가던 루비가, 이내 의문을 품는다. 침식 사건 이후로 녀석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평소의 소유하고 싶고, 마냥 보기만해도 몸이 달아오르고, 꿀꺽 삼켜버리고 싶던 프레이가 아니다. 점점 고립되어가며 꺾여가고 마모되어가던, 고결하고 아름다운 소년이 아니다.
눈을 희번득 거리며 사람을 쥐어 패는 정신병자가 있을 뿐이지 않은가.
그런건 자신이 원하던게 아니다. 프레이를 돌려달라고 마냥 소리치고 싶었다.
‘분명 시스템에는…’
“…흐윽.”
프레이에게 두들겨 맞다가 봤던 그의 정보창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루비가, 이내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저 생각을 하며 숨을 깊게 내쉬었을 뿐인데, 심장이 바늘에 꿰뚫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게 프레이가 늘 느끼는 고통이라고? 말도 안된다. 자기 좋을대로 과장을 한게 틀림없다. 아니면, 미친놈이 지껄인 미친소리던가.
‘오늘일은, 반드시 되갚아 주마. 프레이.’
이를 너무 간 나머지 잇몸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 루비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미쳐도 동생에 대한 사랑은 남아있던 것 같더군? 약점을 그렇게 함부로 보이면 쓰나?’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아리아.
몇달전부터 공을 들여 비장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현재 프레이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는 이미 자신의 손 안에 있었다.
갑자기 헤까닥 돌아버린 지금은 적당히 당해주는 척하다, 아리아를 사용해 크게 한방을 먹인다.
그렇다면, 결국 승자는 자신이 되리라.
<약체화 저주 MAX의 제한시간 종료>
<솔직함의 저주 MAX의 제한시간 종료>
그런 생각을 하던 루비는, 자신의 눈앞에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메세지가 떠오르자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반드시, 반드시 오늘 당한만큼…’
이 두 저주가 없는 이상, 프레이는 자신을 이길 수 없었다. 아무리 이런 몸이라도, 당장 녀석을 찾아가서 도륙을 낼 수 있었다.
‘네게 복수를…’
때문에, 작살난 다리뼈와 허리뼈 덕분에 비틀거리면서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 루비.
[시스템 알림: <계급장 떼고 붙자> 스킬의 제한시간이 종료 되었답니다.]“…..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에 어림도 없다는 듯이 시스템 알림이 떠오른다.
[용사와의 스파링은 즐거우셨는지요?]“용사님, 괜찮아요. 저희가 있잖아요.”
“울지 마세요! 그럴수도 있죠.”
“몸 다치신것 좀 봐… 이걸 어째…”
그것을 보고 피가 머리 끝까지 솟구치던 루비는, 아이들이 조용히 떨고 있는 자신을 꼭 안으며 속삭이자 아찔할 정도의 분노를 느낀다.
“용사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이제 그만 쉬세요.”
“힘을 합처서 프레이를 쓰러트리죠!”
‘시발, 개 시발…’
손가락만 휘둘러도 뼈와 살이 분리될 녀석들이, 감히 마왕인 자신을 동정하며 비에 젖은 고양이마냥 불쌍히 여기고 있지 않은가.
더 화가 나는것은, 지금 자신의 꼴이 딱 그 꼴이라는 것이였다.
‘네가 오늘 이 순간을 트라우마 삼아 평생동안 기억했으면 좋겠어.’ 라고 속삭이던 프레이의 말이, 루비의 뇌리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여기, 페를로체님을 데려왔어요!”
덕분에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비가, 그 말을 듣고 얼어붙는다.
“…역시, 이상해.”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유렐리아.
“지금은 별로 안 가식적인 루비씨!!!!!!”
오늘은, 루비 사상 최악의 날이었다.
.
이른 아침, 선라이즈 제국의 황궁.
평소에는 나른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장소지만, 지금의 황궁은 무척이나 경직되고 분주해져 있었다.
“너, 그 소식 들었어?”
“말도 마. 지금 난리도 아니잖아.”
그것은, 다름아닌 프레이의 편지가 어제 저녁, 황제가 있는 공간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선라이즈 아카데미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고대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는 황궁이었다.
그런 황궁에, 비록 편지와 사진이었지만 창문까지 박살내며 침입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대 사간이었다.
“클라나 씨가 정말로 반역을 일으키셨다고?”
“그러실 줄은 몰랐는데, 의외네.”
게다가 그 편지의 내용이 다름아닌 ‘선전포고’였기에,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
미처 하루가 다 지나기도 전에, 신하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과 시녀들, 그리고 사용인들까지도 그 일에 대해 떠들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 우리 여기 떠나야 하는거 아니야? 여기 계속 있어도 돼?”
“…그러게, 기사님들이 그러는데 꽤 큰 전투가 될거라는데.”
이른 새벽부터 청소를 하던 하녀들도,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것은 마찬가지였다.
“소문으로는 클라나 님이 이미 황자 파벌을 흡수했대. 조금 있으면 황궁으로 진격할거라던데?”
“그, 그럼… 지금이라도 도망을…”
한 하녀가 그렇게 말하자, 빗자루로 복도를 쓸던 하녀가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 딱콩!
“아, 아얏!”
그런데 그 직후, 그녀의 머리에 직격한 꿀밤.
“누, 누구… 으앗? 하, 하녀장 님?”
덕분에 눈앞에 별이 빙글 빙글 도는 기분을 느끼며 머리를 부여잡던 하녀는, 자신의 뒤에 서있던 사람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청소는 안하고 왜 잡담을 하고 있는거지?”
“죄, 죄송! 죄송합니다!”
그녀는 다름아닌 황실의 하녀들을 총괄하는 하녀장 앤.
원래 스타라이트 저택의 사용인으로 지내던 그녀는, 프레이의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 그리고 음란한 사생활을 폭로하고 출세가도를 걸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녀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의 사용인들이 프레이에 대해 폭로를 하고 황궁에서 호의호식을 하고 있었다.
하녀장 앤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표격으로, 황궁에 와 하녀장이라는 직책을 얻은 이후에도 프레이에 대한 일화를 계속해서 퍼트리는 1등 공신이었다.
“내게 급료를 깎을 수 있다는 권한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죄, 죄송해요. 진짜 죄송합니다. 한번만, 한번만 봐주세요.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깎이면 동생들에게 밥을…”
언론과 호사가들은, 프레이에 의해 모진 성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저항한 일화를 당당히 폭로한 그녀를 용기있고 고결한 여성으로 추앙했다.
거기에 더해, 공로를 인정받아 밑바닥 인생에서 황실의 ‘하녀장’이 되고 막대한 권한까지 손을 넣게된 그녀를, 평민 여성들과 하녀들은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건 내 알바 아니고.”
하지만, 사실 그녀의 실체는 알려진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하녀장님… 제발…”
“회초리 20대야. 급료를 깎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실과 교단과 그녀의 사이에서 오고갔던 모종의 거래, 그리고 프레이도 학을 떼던 상당히 추악한 성격은, 그녀의 명성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넌 고마운 줄 알아야 해. 스타라이트 저택이었으면, 지금쯤 창가에 두손을 올리고 허리를 흔들고 있었을 걸?”
“………..”
앤의 싸늘한 목소리에, 회초리 행이 확실시 된 하녀의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적은 없었던 것…”
“뭐?”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 옆에서 덩달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같은 출신 하녀가 그렇게 중얼거렸으나, 앤의 서릿발 같은 눈초리에 말을 끊은 그녀는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조사를 받을때 프레이를 조금이라도 두둔하거나 옹호했던 사용인들은, 전부 반강제로 황실에 취직되어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보거나 겪지도 않은 일을 신나서 부풀리고 황실에서 호의호식을 하게 된 사용인들의 밑에서 죽도록 구르며 말이다.
“저, 하녀장 님. 그런데… 그 소문 들으셨나요?”
“무슨 소문?”
그렇게 히스테리를 발휘한 앤이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그녀에게 따끔하게 혼쭐이 난 어린 하녀가 앤에게 질문을 던진다.
“크, 클라나 씨와 프레이 씨가 반역을 일으켰다는데…”
“……..”
“황궁에 쳐들어오면 큰일이잖아요? 그, 그래서…”
“…하.”
하녀들에게 ‘폭군’이라 불리는, 심술이 가득 서린 그녀의 눈치를 보던 하녀가 조용히 그렇게 말하자, 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내뱉는다.
“안 그래도, 새벽에 그것과 관련해서 회의가 있었단다.”
“그, 그런가요?”
“중요 인물들만 모인 긴급회의였지. 무려 황제폐하도 있었고. 나는 중책이니, 당연히 참가했단다.”
“우, 우와…”
그저 회의에 불려가서 끝날때까지 초조한 표정으로 구석에 서 있었을 뿐이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안전해.”
“네? 왜요?”
앤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어린 하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선전포고를 했다고 바로 전쟁이 나는 줄 아니?
아카데미에서의 전투는 황녀 – 프레이 파벌이 승리한게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황실에 바로 진격을 할 수 있는게 아니란다.”
그런 그녀를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보며, 가르치듯이 말하기 시작하는 앤.
“지금 제국 수도에 있는 황녀의 병사들은 기껏해야 100명에서 200명 사이. 본격적인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지.”
“그, 그치만… 기사단장급 인재들도 이기는 비밀 전력이 있다던데요?”
그 말을 들은 앤이, 잠시 눈알을 굴리다가 팔짱을 끼며 다시 답변을 이어나간다.
“그 전력은 이솔렛 교수일 가능성이 높아. 검성의 피를 타고난 그녀니, 운좋게 각성을 했겠지. 제아무리 기사단장 급이라도 이기지 못했을 법도 해.”
“그, 그럼 역시 큰일이잖아요. 왕국도 혼자서 쳐부순다는 기사단장급인데… 으익!”
그렇게 말하며 호들갑을 떨던 어린 하녀가, 다시 꿀밤을 맞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약소왕국 기준이지. 황실 정예 기사단과 병사들이 물로 보이니?”
“아…”
“황실은 기사단장급 기사들을 수없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그리고 세명만 모여도 기사단장급을 상대 가능한 정예병사들도 있지. 거기에 소집령만 내리면 즉시 모일 수만의 대군과 갖가지 고대마법까지. 아카데미 사건처럼 날로 먹을 수 있는게 아니야.”
자기가 황제라도 되는것 마냥 자부심에 넘쳐 이야기하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음, 흠흠. 그와는 달리 클라나 파벌에 속하는 군벌과 기사단은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어. 그래서, 그들 모두를 소집하려면 최소한 한달은 걸린단다.”
그렇게 말하며 벽에 걸린 제국 지도를 짚은 앤이, 아카데미와 황궁 사이에 선을 그으며 말한다.
“결국, ‘제국 내전’이라 불리게 될 전쟁은 장기전이 되겠지. 아카데미도 황궁만큼이나 고대마법이 많은 전략적 요충지거든.”
“오…”
“클라나 파벌은 아카데미를 거점으로 삼고, 황제 폐하는 황궁을 거점으로 삼아, 앞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질거야.”
황실의 전략가들과 참모진이 밤을 새서 머리를 맞대고 분석을 한 결과 나온 추측을 그대로 읊은 앤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 전쟁은 최소한 2년에서 3년은 걸리겠지?”
“그럼… 그 뒤에는요?”
그러자 어린 하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불안이 섞인 목소리.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
그러자,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며 돌아선 앤은.
“그나저나, 지금까지 청소를 안했네? 오늘 쉬는 시간은 없어.”
“아, 으아…!”
“빨리 청소나 해, 괜한 걱정하지 말고.”
“거, 거긴! 제가 닦아둔 곳… 으으…”
어린 하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열심히 닦아둔 복도를 힘을 주어 걸어간다.
“맞아, 내 알바는 아니야.”
그리고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앤.
“황실이 승리하면 나야 좋은거지. 그 역겨운 새끼가 처형되는 꼴을 볼 수 있으니까.”
그녀의 입꼬리가,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뭣하면 교단으로 가면되고. 거래도 했는데 잘 해주겠지. 그리고 다른 왕국으로 가도 되니까.”
– 파닥, 파닥…
“전세계 여성들이 날 추앙하고 있는데, 어딜 가도 당연히 대접받을… 음?”
세계의 언론과 잡지가 앞다투어 자신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을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 요즘 삶의 낙인 그녀였다.
그렇기에, 일이 어떻게 되어도 자신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며 사뿐한 걸음걸이로 복도를 걸어가던 앤이, 이내 고개를 갸웃거린다.
“꾸우우!!!”
“뭐, 뭐지?”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창문에서, 올빼미 한마리가 마구 파닥이고 있었다.
“저건…”
스타라이트 저택의 메이드로 지내던 시절, 지겹도록 저택에 찾아오던 흰 올빼미.
어느날 너무 화가 나서 아무도 모르게 먼지털이개로 한번 때렸더니, 자신의 이마를 흉터가 남도록 쪼아댔던 바로 그녀석이었다.
– 와장창!!
“꺄악!!”
녀석을 멍하니 보던 앤은, 갑자기 창문이 깨지며 올빼미가 자신에게 날아들어오자 몸을 웅크리며 소리를 지른다.
– 툭…!
“……?”
그런 그녀의 앞에 편지를 떨어트리고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흘겨본 뒤 사라지는 올빼미.
“하, 하녀장님…!”
“괜찮으신가요?”
저 멀리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어린 하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앤은 떨리는 눈빛으로 편지를 열었다.
“…….!!!”
그리고 잠시후,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잘 지냈니, 앤?]너무나도 익숙한 필체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널 주워 길러준 내 아버지를 배신하고, 황궁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던데.]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은색의 잉크만을 고집하는 그의 필체가 말이다.
[그건 그렇고, 네가 발표한 자서전은 잘 읽어봤어.]“으, 으아…”
[널 지금까지 시선으로 강간해서 너무 미안하구나.]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직접 사과하러 찾아왔는데.]그와 동시에, 천천히 창문쪽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시선.
“아……”
공포에 질린 그녀의 눈동자에, 황궁의 대문으로 당당히 진격하고 있는 병력이 들어온다.
[지금 어딨니???]그런 그녀의 시선이, 병력의 맨 앞에 서 있는 클라나의 옆에 붙은채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던 은발머리 소년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 뿌우우…! 뿌우우우…!
“적군이다! 문을 폐쇄해!! 성문을 내려라!!!”
“전시 상황이다!! 황녀군이 쳐들어 왔다!! 각 군의 병사들은 지금 즉시 지정된 위치로!!”
황실 전역에, 나팔과 고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하녀장님!”
편지를 든채 그 모습을 벌벌 떨며 지켜보던 앤이, 이내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중얼거린다.
“마, 말도 안돼…..”
“습격이다!!!!”
황실 참모진들의 예상을 한참 빗겨나간 제국 내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