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2화(322/524)
Episode 322
– 뿌우! 뿌우우…!
“습격이다!! 전군 위치로…”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황녀군을 발견한 황궁 병사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주하게 이동한다.
“성문을 닫아라!!”
그런 병사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황실 기사단장이 검을 위로 치켜들자, 황궁의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 우우웅… 우웅…
그와 동시에 문에 드러나기 시작한, 수없이 많은 마법진들.
천년간 황궁을 난공불략의 요새로 만들었던 고대마법이,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파직, 파지지직…
천년전의 대마법사인 얼음마녀만이 구사했다고 알려지는 5중첩 마법이 황궁의 하늘을 수놓으며 장엄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그 아름답고도 압도적인 모습에 클라나 측의 병사들이 시선을 빼앗겼을 무렵, 황궁 부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듯이 흔들리며 닫히기 시작한 문에 고대 문자가 드러난다.
– 샤아아아아…!
이윽고 땅속 깊은곳에서 피어오른 냉기가, 용의 형상이 되어 클라나 군에게 차가운 숨결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쯧.”
클라나의 옆에서 안정적인 자세로 말을 타고 있던 이리나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땅으로 뛰어내리고는 마법진을 연성한다.
“드래곤 플레임.”
그리고는, 눈을 붉게 빛내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이리나.
– 화르르르륵…!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튀어나온 화염이 붉은 용의 형상을 띄더니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간다.
– 콰직, 콰지직…!
이윽고, 두 용들이 격돌해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고 흉포해, 마치 진짜 드래곤들의 전투를 보는 듯 했다.
“이상하네. 내 시그니쳐 마법이랑 너무 비슷한걸.”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린다.
“속성만 다르지, 완전 판박이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리나가, 다른 한 손으로 조용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 파즈즈즈…
얼음의 마녀 이후로 그 누구도 성공한적이 없다고 알려진 5중첩 마법이, 너무나 간단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자, 여기에 마나를 불어넣어.”
그렇게 얼마 지나지않아 순식간에 마법진의 재현을 완료한 이리나가 클라나와 세레나, 그리고 프레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다.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
“설마, 고대마법을 정면돌파 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거에요? 그렇죠?”
한번 발동되면, 발동을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철회 마법을 내릴 수 없는 궁극의 고대마법.
하지만 그 고대마법에는, 사실 강제종료 수단이 존재했다.
발동을 시킨 사람이 사망할 경우 안에 있던 사람들이 영원히 갇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대에 이 마법을 황궁에 건 세 사람이 특별한 규칙을 정해놓았기 때문이었다.
태양, 달, 그리고 별.
제국을 상징하는 세개의 빛이자, 하늘 아래 가장 신성한 세 가문.
그 가문의 마나를 온전히 보유한 세 사람이 의결하고, 그 의지를 마법진에 관철시키면 대부분의 고대마법을 중지시킬 수 있었다.
제국의 주인인 선라이즈 황가.
황가 못지 않은 권력을 가진 스타라이트 공작가. 그리고, 항상 중립을 표방하는 문라이트 공작가.
그 세 가문이 뜻을 한대로 모아 의결을 해야지만 행할 수 있는, 정치관계가 복잡한 내전 상황에는 이루어지는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 쿠구구구구…
“좋아, 해제가 시작됐어.”
그런데,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선라이즈 황가가 두 공작 가문을 절대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 초대 여황제가 공인했던, 두 공신 가문의 절대적이고 초법적인 특권.
두 가문이 마음만 달리 먹는다면 황실의 피를 가진 자를 내세워 현황제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론이, 천년만에 실제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감회가 새롭네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레나가, 왠지 모르게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옛날에는 이걸 우리가 발동시켰는데, 지금은 역으로 쳐들어가는 처지라니.”
그렇게 말한 그녀가 부채를 휘두르자, 달의 마나가 앞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 치지지직…
그러던 그녀의 마나가, 성문 아래에서 퍼져나가던 1000년전의 문라이트 가문 당주의 달의 마나와 마주쳐 공멸하기 시작한다.
이미 황궁을 지키기 위해 고대마법을 한번 발동해본적이 있었기에, 역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그녀들이었다.
“다음은 초대 성녀의 신성력이던가요?”
“아니, 초대 여황제의 초대형 광선이나 백마법사의 빛의 마법일걸.”
“빛의 마법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도련님은 힘을 비축하시지요.”
덕분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고대마법을 천천히 해체해 나가기 시작한 히로인들.
“저게 대체 무슨…”
그 모습을 멀리에서 지켜보던 기사단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고대마법이란게, 저리도 쉽게 막아지는 것이었나?”
황궁을 지키는 마법은, 초대 마왕을 이긴 용사파티가 직접 걸어둔 마법이었다.
비록 천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원래의 힘을 상당히 잃었으나, 그래도 그 힘은 여전히 웬만한 대군을 상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대마법이 200명도 채 되지 않는 황녀군에게.
아니, 그 황녀군에서도 간부들로 추정되는 몇명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지원 병력은 아직 멀었더냐.”
“그것이… 연락을 받지 않사옵니다.”
“무엇이?”
그 어이없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옆의 참모에게 질문을 던진 기사단장은, 지원병력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연락이 안되다니? 녀석들에겐 황궁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런 때에 연락을 받지 않는건, 반역이나 다름 없거늘!”
“아마…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요.”
“뭐라?”
그렇게 말한 참모가 품속에서 무엇인가 건네자, 그걸 본 기사단장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당신의 부모님이 사실 제국의 반역자였다는 것을, 세상은 알까요?
“이런 편지를 받지 않으셨습니까?”
왠지 모르게 은은한 기운이 맴도는 편지가, 그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이런 편지 때문에…?”
“꼴에 명예를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자들입니다. 이득이 될 것도 없는 내전을 도와줬다가 막심한 손해를 보는 대신, 침묵을 택한 것이겠죠.”
“한심한 작자들이…”
“물론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응한 자들도 있습니다만, 그들이 도착해도 지금 저 전투력이라면…”
“…쯧.”
참모가 말 끝을 흐리자, 기사단장은 짜증이 서린 눈빛을 지은채 자신의 갑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입만 산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평화의 시대 아래, 전쟁을 문헌으로만 배운 녀석들이 자신이 참모니 뭐니하며 설쳐대고 있었다.
반란, 그리고 내전은 진압 속도가 생명이거늘.
지금이라도 아카데미로 진격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수성전을 선택한 황제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황제 폐하를 피신시켜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황제를 피신시키라 명을 내린 기사단장.
물론 충성심 때문은 아니었다.
행여라도 황제가 잡히기라도 하면 황녀의 승리가 되니, 지극히 전략적인 판단이었을 뿐이었다.
“요지부동이십니다.”
“요지부동이라니?”
하지만, 골치아픈 표정으로 그런 기사단장에게 답하는 참모.
“아까부터, 실성한 사람 마냥 황좌에서 껄껄 웃으시며 움직이시지를 않습니다.”
“개같… 음, 크흠.”
기어이 입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 한 기사단장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체,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귀찮다 귀찮다 해도 자기 목숨이 위험한 상황인데, 이렇게 아무 대비도 하지 않다니?
“녀석들은 내가 직접 상대할테니, 사람들을 빼돌리시오.”
“불가능합니다.”
“…….?”
그런 생각을 하던 기사단장이, 이젠 아예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참모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고대마법은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대결전 마법이지만, 약점 또한 있었습니다. 분명히 문헌에는 이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는데…”
“그것이 무어냐.”
“우리도 여기 갇혔습니다.”
그러다가, 그 말을 듣고는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굳어버린 기사단장.
“탈출구도, 비밀통로도, 순간이동 마법도, 전부 막혔습니다.”
“……….”
“우, 우리좀 살려주십시오. 기사단장님. 당신은 강하지 않습니까?”
“……시발 진짜. 좆같은 나라.”
마법진이 하늘을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이고 있음에도,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한 기사단장이었다.
.
“이대로라면 최종 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마법을 해제할 수 있겠어.”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한참동안 전투와 분석에 열중하던 이리나가 그렇게 말하자, 대열의 선두에 있던 클라나가 마른침을 삼키며 그렇게 말한다.
– 쩌저저저정…!
아직 패턴은 반도 다 안왔어. 그러니 조금 더 버티기만 하면 진입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는, 손을 뻗어 초대 여황제의 태양빛 광선을 산산히 흩어버리는 그녀.
그 패도적인 모습에, 황녀군은 초반의 긴장감과 공포를 버린채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 파지직, 파지지직…
하지만 황궁의 문 앞에 별빛 섬광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히로인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벌써 저게 나오네요…?”
“으음…”
“패턴이 몇십개는 더 있을텐데…”
고대 골렘과 기사들, 하늘에서의 폭격, 1000년전의 문라이트가 당주가 고안한 퍼즐 등등, 원래라면 무수히 많은 고대마법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 파지지징…
하지만 지금 클라나 군 앞에 펼쳐지려는 것은, 다름아닌 초대 용사 한별의 검격.
전회차에서 모든 고대마법들을 손가락만으로 쳐부수며 무혈입성을 하던 마왕을, 유일하게 식은땀을 흐르게 만들었던 최후의 일격이었다.
“내가 고대마법 자체를 건드리고 있는걸 눈치챈거 같은데.”
덕분에 병사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한 한편, 하늘에 떠오른 5중첩 마법과 크기만 달라진 형태의 마법진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띄우고 마구 만지작 거리던 이리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바로 최종단계로 넘어갔어.”
그 말이 끝난 순간, 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 쿠구궁…! 쿠구구궁…!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사방에 퍼져나간다.
오직 한 사람의 검기가 온전히 담겨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천년간의 세월동안 깎이고 깎여나가 본연의 힘을 유지하지 못하는 힘이었다.
– 지직, 지지직…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검격은 황녀군의 전의를 일제히 말소시킬 만큼 신화적인 무용을 자아내고 있었다.
“일단 저건 우리가 상대할테니, 너는…”
그 모습을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클라나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던 찰나.
“너희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황좌의 공간으로 먼저 가.”
“프, 프레이?”
그때까지 가만히 힘을 비축하던 프레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세우고는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프레이!”
“도련님…”
“명령이야. 너희들은 병력을 이끌고 먼저 황좌의 공간으로 가있어. 곧 뒤따라 갈테니.”
그를 불러세우려던 카니아와 세레나는, 프레이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천천히 손을 내린다.
“그치만, 아직 마법진이…”
“작은틈이 생겼어! 지금이라면 한명씩 진입할 수 있어!!”
“난, 쓰레기 청소좀 하고 뒤따라 갈게.”
그렇게 말하고 그녀들의 표정을 살피던 프레이는, 이내 표정을 풀고 싱긋 웃으며 앞으로 달려들었고.
– 파지이이이잉…!
그 순간 초대 용사의 검격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앞으로 쏘아졌다.
– 까드득… 까드드득…
그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던 히로인들은, 이내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다.
“빨리… 가라니까?”
눈을 은색으로 물들인 프레이가, 자신의 검으로 검격을 막아선채 그녀들을 독촉하고 있었다.
“…가자.”
그런 그를 보다가, 이내 이를 악물며 말머리를 돌리는 클라나.
“”……….””
“빨리 안가면 나 이 검 놓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망설이던 나머지 히로인과 병사들도, 프레이의 독촉을 받고는 도무지 떼어지지가 않는 걸음을 옮겼다.
– 꽈드득, 꽈드드득…
그렇게, 홀로남아 한참동안 자신의 선조가 남긴 일격과 힘겨루기를 시작한 프레이.
– 지직, 지지직…
“으음.”
지금까지 부족한 생명력과 체력으로 고전을 했을 뿐, 힘이 부족해서 밀리는 일이 없었던 프레이가 처음으로 진땀을 흘리며 신음을 내뱉는다.
– 파지지지지징…!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결국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검을 거세게 위로 올려드는 프레이.
– 쿠과과과과광!!!
그를 덮쳐 멸하려던 초대용사 한별의 검기가, 하늘로 빙그르르 돌며 뻗어나간 후에 굉음을 내며 폭발한다.
– 쩌적, 쩌저적…
“하아, 하아…”
하늘에 떠있던 5중첩 마법진에 금이 갈 정도로 압도적인 그 검격을 조용히 바라보던 프레이가, 이내 땅에 검을 찍으며 자리에 주저않는다.
“선조님은… 진짜, 존나게 강하셨구나…”
그가 1년전에 꿈에서 본, 하늘과 태양을 통째로 반으로 갈랐던 사람은 역시 초대 용사 김한별이 틀림 없었다.
천년간 그 힘이 깎이고 또 깎인 검격을 막아낼 뿐인데도, 이렇게나 큰 힘을 소모했으니 말이다.
“…그치만, 실마리를 얻었어.”
덕분에 기진맥진한 프레이였으나,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세운 그의 눈빛에는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
“검기와 마법을, 아예 하나로 통일하셨었구나. 선조님은.”
방금의 일격을 막아내며, 선조가 끝의 끝에서야 다다른 경지를 조금이나마 엿본 프레이였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이, 그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진보였다.
“…나라고 못할것도 없지.”
태양을 가른다는 실마리를 주었던 선조님에게 예기치 않게 배운 또 하나의 수는, 이미 무력에 정점을 찍은 프레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해주었다.
“선조님 만세.”
최근 엉터리 예언서 덕분에 살짝 선조에게 삐져있던 프레이는,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리고 화를 풀며 한발자국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 꿀꺽, 꿀꺽…
그러던 그가, 품에서 병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들이킨다.
“푸하.”
그러자, 지쳐있던 프레이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미호녀석, 역시 쓸만하네.”
황궁으로 오기전, 어제 낚시에 성공해 아카데미 지하실에 가두어둔 킬리언 파벌들의 정기를 미호를 시켜 뽑아둔 프레이였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생명력을 수급할까?”
나쁜놈에게서 빼낸 생명력으로 악인을 사냥하고, 그 악인에게서 생명력을 수급해 또다시 나쁜놈을 사냥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선순환이 아닌가?
최소한 지금 프레이의 생각은 그러했다.
“…뭐냐, 네놈은.”
“기사단장. 아내가 무섭지 않은가 보지?”
그렇게 소진했던 체력을 회복한 프레이가, 결국 완전히 해제되어 열리기 시작한 문틈으로 모습을 보인 기사단장을 보며 그렇게 말한다.
“왜 네놈 혼자인 것이냐!!”
“이 새끼 부단장이랑 바람폈어요 여러분!! 게다가 자기 딸뻘인 노예를 지하실에 가두고…”
“다, 닥쳐라!! 이 악마녀석아!!”
열린 문앞에 프레이밖에 없자 진심으로 당황해 소리치던 기사단장은, 그가 자신의 치부를 고래고래 소리치자 검을 빼들고 그에게 다가서기 시작한다.
“이놈은 내가 상대하마. 그러니, 너희들은 모두 사라진 황녀군의 행방을 조사…”
그리고는, 자신의 뒤에 있던 황실기사단에게 그렇게 소리치기 시작한 바로 그때.
“프레이, 여긴 내가 맡으마.”
“뭐야, 지금까지 안갔던거야? 누나?”
“넌 클라나를 도우러 가거라.”
그때까지 클라나를 따라가지 않고 조용히 뒤에 남아있던 이솔렛이, 프레이의 어깨를 잡으며 그렇게 말한다.
“누나, 내가 말했잖아. 먼저 가라고.”
“……….”
“아무리 누나라도 혼자 이 병력을 상대하는건…”
그런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던 프레이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으나.
– 쿠구구구구…!
“아.”
그녀가 자신만의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이내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이솔렛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나를 상대하려면, 천년전의 검성은 데려와야 할거다. 프레이.”
[애정도 시스템 – 19금 버전]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각성완료]어젯밤, 검성으로서의 각성을 완전히 끝마친 그녀였다.
바이워크가에서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던 고결한 검기가, 그녀만의 특색을 가진 정순한 검기로 바뀌어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냐, 이솔렛? 너같은 잡년이 여긴 왜…”
“저 떨거지 새끼들은, 눈을 감고도 이긴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거렸다.
.
쿠구궁… 쿠궁…!
황궁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하고 있는 황좌의 공간.
“”…………””
그곳에서도 꼭대기에 위치한 황좌에 올라서면, 제국 전체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는 전설이 있을정도로 고결한 공간.
“하아, 하아…”
그곳에 들어선 황녀군과 클라나가, 거친 숨을 몰아내쉬고 있었다.
“흐음.”
그와 대비되는, 너무나도 지루한 표정으로 턱을 괸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황제.
“왔느냐, 딸아.”
그러던 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누, 누가… 네 딸이야.”
그에게 압도되지 않으려 전력으로 ‘지배의 아우라’를 뿜어내던 클라나였으나, 어느새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헌데, 황제 앞에서 그런 태도라니. 무엄하군.”
“으, 으아…?”
“으극…”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황제가, 눈을 빛내며 황금빛 마나를 뿜어내자 클라나의 뒤에 있던 황녀군이 일제히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이, 이익…”
“호오.”
하지만 그럼에도 클라나가 식은땀을 흘려가며 무릎을 꿇지 않자, 황제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이제야 조금 재미있어졌구나, 딸아.”
“닥…쳐!”
그 모습에 머리 끝까지 화가난 클라나가 허공에서 황금빛 창을 소환해 던졌으나, 간단히 손을 휘져어 소멸시켜 버린 황제.
“딸아.”
그런 그가, 영혼없는 눈빛으로 클라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단 세발자국만 앞으로 걸어와도, 네게 황위를 물려주마.”
“닥치라고…”
“그건 너무 어려운가. 그렇다면 내 옷깃이라도 스쳐보거라. 마법이든 검기든 뿜어내어 내게 닿는데 성공한다면, 그 즉시 황위를…”
그렇게 말하는 황제의 입가에, 실실 웃음이 번지던 바로 그 순간.
– 와장창!!
“……..?”
몇시간 전에 이 장소에 울려퍼졌던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퍼지며, 누군가가 안으로 뛰쳐들어온다.
“장인 어른!!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 파지지직!!!
그 굉음에 황제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을 때는, 황궁의 벽을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온 프레이가 이미 체중과 별의 마나를 실어 황좌에 옆차기를 날린 후였다.
– 쿠과과과과과광!!!
“사위의 선물은 잘 받으셨습니까!? 돼지 두루치기는 서민 음식이라 입맛에 맞으셨을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황좌에 앉은채로 맞은편 벽까지 날아간 황제가 굉음을 내리며 무너져내린 벽의 파편에 깔리자, 그렇게 소리치는 프레이.
“”………….””
그 후 몇초간,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무엄하군, 자네?”
“무엄은 지랄.”
들썩이던 파편속에서 황제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옷을 툭툭 털다 그리 중얼거리자, 안광을 빛내며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태양신도 내 앞에서 기는데, 네까짓 놈이… 무엄?”
“…그래서 재밌군.”
“클라나!! 장인어른이 치매가 오신 것 같은데, 물리 치료좀 해드릴게!!”
두 남자가 내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황궁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