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3화(323/524)
Episode 323
“프레이.”
“…….?”
살기를 내뿜으며 황제에게 다가서던 프레이가, 옆에서 들려온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린다.
“내, 내가 상대하게 해줘.”
그런 그에게, 부들부들 떨고 있던 클라나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부탁했다.
“클라나.”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표정을 찌푸리며 클라나를 바라본다. 그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 전투는 자신이 도맡을 수밖에 없었다.
클라나의 아버지이자 제국의 황제는 무력 하나만큼은 최강자 반열에 든 사람이었다.
다만, 그 강함에 질려 모든것이 귀찮아졌을 뿐.
물론 처음부터 인성이 글러먹은 자였기에 프레이 역시 갱생시킬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를 물리치는 것은 사실 꽤나 쉬웠다. 저번회차에서 황제는 프레이가 자신의 목을 벨때까지도 무기력한 눈빛으로 황좌에 앉아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회차에는 프레이가 클라나에게 맹약을 사용해 청혼을 한 순간을 기점으로 황제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위악자 루트’에서는 당연히 보이게 되는 관심이었지만, 이렇게 그가 직접 살기를 뿜는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프레이가 마신, 그리고 외신을 엿먹이며 찾아낸 히든루트의 보스가, 바로 황제였던 것이다.
“넌 나서면 안돼.”
그렇기에 프레이는 검을 바로 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상대해야 해.”
[이름: 라이칸 솔라 선라이즈] [능력: 힘 10 / 마력 10 / 지능 9.5 / 정신력 10] [특이사항: 무기력증/태양의 가호/황제의 아우라] [성향: 황제] [선함 수치: – 100]그의 눈에는 황제의 정보창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웬만한 최강자와도 맞먹는,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스펙이었다.
“뒤로 물러나 있어. 어차피 흥미가 내게 집중되어 있어서 나만 노릴거야. 그러니…”
그렇기에 고대마법만큼이나 복잡한 황좌의 공간의 보안을 직접 안으로 들어와 무력화 시킨 클라나의 역할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프레이였지만.
“프레이, 날 강해지게 해준다며.”
물러서지 않고 그렇게 말한 클라나의 말에, 그의 눈빛이 움찔한다.
“너만 강해지면 안돼.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강해져야지.”
“…그치만.”
“아직 내 각성은 끝나지 않았어. 조금만 더 나아가면 각성이 완료될것 같은데, 그 조금이 아직까지 감이 잡히지를 않아.”
그렇게 말한 클라나가, 자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황제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리고, 마침 눈앞에 좋은 상대가 있어.”
“………”
“평생동안 닿고 싶었던, 딱 한방이라도 먹여주고 싶었던 존재가.”
클라나의 몸에서 발산되던 지배의 아우라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그녀의 아우라가, 황제의 아우라와 맞닿아 공명하기 시작한다.
“흐음…?”
그 탓에 그때까지 프레이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던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돌린 순간.
“…좋아, 클라나.”
천천히 입을 연 프레이가, 클라나의 병사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한번 도전해 봐.”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속삭이는 프레이.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
그 말 한마디가, 클라나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 터벅, 터벅…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마침내, 세 발자국.
“…황제 폐하.”
그 세발자국을 넘어 계속 앞으로, 또 앞으로 향하기 시작한 클라나가, 황제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자격을 시험하러 왔습니다.”
“푸흐흐흐…”
그 말을 듣고는, 눈웃음을 치며 클라나에게 다가가는 황제였다.
.
– 파지직…! 파지지직…!
“으윽…!”
클라나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튀어나온다.
“으으으…!”
“흐음.”
그녀의 앞에 쇄도하고 있는건, 다름아닌 황제가 뿜어낸 태양의 마나.
당장에라도 자신을 집어삼켜 태워버릴것만 같은 그 마나를, 클라나는 이를 악물고 해쳐나가고 있었다.
“딸아.”
그런 클라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살펴보던 황제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연다.
“내 앞에서 세발자국 앞으로 다가온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헌데, 왜 황위를 물려받지 않는다는거냐.”
“으극, 으으…”
“설마,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그러느냐. 그건 농이었다.”
그렇게 말한 황제가, 마나의 출력을 한층 높이며 말한다.
“네가, 내게 닿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않느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와 표정. 조금의 악의도 섞여있지 않은 순수한 정보의 전달.
“이이익…!”
그것이, 클라나를 역으로 더 화나게 만들었다.
– 파지지직, 파지직…
평생동안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르미에의 계략에 의해 황궁에서 쫒겨날때도, 그녀에 의해 살해당할 때도.
자신이 어렸을때 킬리언에 의해 몇주 동안이나 어두운 방에 갇힐때도, 르미에의 딸들에게 지옥같은 치욕을 당할때도.
그리고, 전회차에서 자신이 그 모두를 꺾고 황위 계승서열 1순위가 됐을때도.
“재미있구나, 딸아.”
“닥쳐!!!”
오늘이, 그가 황제이자 자신의 아버지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었다.
자신은 목숨을 걸고 황제를 죽이려하고, 그는 그런 자신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생사결 상황에서 말이다.
이미 그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부녀간의 정도 전부 떨어진 클라나였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기분이었다.
– 쿠과과과과!!
“꺅!?”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던 클라나는, 이내 바닥이 마구 흔들리자 균형을 잃고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것 봐라. 불가능한 일이라니까.”
라이칸 황제의 ‘황제의 아우라’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지배의 아우라’보다 한층 더 격이 높은, 만물을 지배한다고 알려진 기운이었다.
“…젠장.”
지난 회차에서도 클라나는 ‘황제의 아우라’를 각성하지 못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황제의 영역에 닿지도 못했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래서 더욱더 닿고 싶었다. 미칠듯이 닿고 싶었다.
저 오만한 사람에게 펀치를 한방 먹여주고 싶었다.
제국을 방치해 썩어문드러지게 만든 장본인인, 자신의 죄없는 어머니를 방치한 비겁자인, 딸인 자신을 유령 취급했던 빌어먹을 작자의 저 영혼없는 표정에 한순간이라도 당황이 서리게 만들고 싶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황위나 받아가거라.”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는 너무 강했다.
“네 덕분에 상황이 충분히 재미있어졌으니. 모든걸 내려놓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구나.”
그의 말대로, 아까부터 전력을 다했음에도 옷자락은 커녕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재미가 식을것 같구나.”
점점 더 자신을 옥죄어오는 아우라와 마나에 파르르 떨던 클라나에게, 황제의 차가운 말이 파고든다.
“그러니 이제 포기해.”
지엄하다 여겨지는 황제의 명령.
그저 권위와 말뿐만이 아닌, 실제화된 위압감이 그녀의 몸을 잠식해 당장 고개를 바닥에 박고 조아리라 속삭이고 있었다.
‘프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덕분에 눈을 질끈 감은채 움찔거리던 클라나는, 이내 뇌리에 조용히 그의 얼굴을 떠올린다.
자신은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초대용사의 일격을 단신으로 막아내던.
그 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니 그 누구라도 따라하지 못할 희생 정신으로 세상을 구원해나가고 있는 한 남자를.
프레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라면, 어떻게 자신의 앞에 있는 저 남자를 쳐부쉈을까.
‘…대충 알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려던 클라나는, 이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라면, 어떻게 했을지.’
자신이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는 뒤에서 자신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용기가 생긴다.
더 이상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던 상처받은 황녀도, 같은편이 한명도 없는 무능한 황녀도 아니었으니까.
– 터벅, 터벅…
그렇게 생각한 클라나가, 이를 악물고 천천히 앞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당장에라도 자신을 삼킬 것만 같은 뜨거운 마나가, 다리를 풀리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아우라가 또다시 자신을 덮쳐온다.
살갖이 빨갛게 익고, 정신은 무너져내린다.
그럼에도 클라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황제를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다.
‘프레이라면, 이랬을거야.’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든 이루어내는 그였다.
자신의 몸 하나를 불태워,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것이 바로 프레이의 방식이자, 자신이 배워나가야 할 황제로서의 자세였다.
“으으윽…!”
몸에 한계가 찾아왔다. 그녀를 가로막던 태양의 마나는 이제 벽처럼 딱딱해졌고, 지배의 아우라는 온몸에 침식해 환술마냥 그녀를 깎아내리고 있다.
더 나아가면, 목숨을 잃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등감에 찌들은 자신의 모습, 연약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부르르 떨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겁에 질린 자신의 모습이 뇌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지.’
“…허.”
그럼에도 기어이 한발자국 더 앞으로 발을 내딛은 클라나는, 눈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앞을 바라본다.
“왜 자살을 택하느냐, 딸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렇게 묻는 황제.
“희생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짓이거늘.”
“…혼자 뭐라 지껄이는거야.”
이윽고 이어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그녀는 자신의 벽을 깨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애초에 프레이의 씨앗을 품은 이후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살기로 결심한 그녀였다.
단지 지금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벽을 깨트리기 위해 도전을 했을뿐.
뒤에 있는 히로인들을, 그리고 프레이를 믿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 고오오오오오…!
“……!”
발을 내딛은 클라나의 몸에서 패도적인 기운이 발산되자, 황제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건… 흥미롭군.”
“뭐가 흥미로워… 이 개새끼야…!”
클라나의 몸에서, 라이칸 황제와 같은 ‘황제의 아우라’가 마구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만물을 발 아래에 두는, 진정한 황제만 뿜어낼 수 있다는 기운이 방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때문에 라이칸의 눈빛에 이채가 돌 무렵, 클라나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돌진해 나간다.
– 퍽…!
그리고 그 다음순간, 라이칸 황제의 턱에 정통으로 들어간 클라나의 마나를 실은 펀치.
“이건…”
“왜? 이것도 웃겨?”
그 펀치를 맞은 라이칸의 표정에 당황이 서린 순간, 클라나가 그의 여유로운 미소를 따라하며 그리 중얼거렸고.
– 쿠과과과과광!!!
그 뒤로 몇초 후, 황제가 거대한 기둥을 박살내며 벽에 쳐박혔다.
“하아, 하아…”
그리고 시작된 정적.
– 스릉…
그 정적속에서 거친 숨을 몰아내쉬던 클라나가, 이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두개라면, 식물들은 말라죽고 사람들은 더위에 몸부림친다.
그렇기에 제국에 두개의 태양이 있어서는 안되었다.
“하나만… 묻자.”
검을 치켜들고 기둥에 쳐박힌 황제에게 다가간 클라나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최후의 질문을 던진다.
“왜… 어머니를 지켜주지 않은거야…?”
그러자 입가에서 피를 흘리던 황제가 내뱉은, 너무나도 단순한 답변.
“네 어미는, 재미가 없었다.”
그 말에 클라나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황제는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간다.
“르미에는 재밌었고. 그래서 그녀를 택했을 뿐이다.”
그 말을 들은 클라나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것이 아까전에 무리를 해서 생긴 피였는지, 혹은 감정이 복받쳐 올라 흘렀던 눈물이였는지는, 오직 그녀만이 알 것이다.
– 부르르…
그런데, 황제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던 클라나의 검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더니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황제.
“으, 으으…”
클라나의 상처받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었던, 다시는 쳐다도 보기 싫었던 감정이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결정을 막아섰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것은, 황제이기 이전에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였다.
한때는 사랑을 갈구하던, 단 한번이라도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싶어 온갖 바보같은 짓을 시도하던 아버지였다.
아무리 피를 차갑게 하려 해도, 태생이 착한 클라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던 찰나의 틈이었다.
“으…”
물론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다시 손에 힘을 쥐기 시작한 클라나였으나, 이번에는 한계를 넘어버린 그녀의 몸이 발목을 잡았다.
이미 황제와의 오랜 전투와 자신을 불태우려던 태양의 마나, 그리고 황제의 아우라에 의해 당장에라도 쓰러져도 놀랍지 않을 상태가 된 그녀였다.
그런 상황에서 벽을 넘기위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때문에 각성을 완료하고 ‘황제의 아우라’를 깨닫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그녀는 너무나 지쳐있었다.
아까의 만전 상태였다면 황제와 겨룰 수 있었겠으나, 지금의 그녀의 몸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스르르…
그렇게, 황제의 심장을 파고들던 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순간.
– 쿠과광…!
“케흑…”
태양의 마나가 폭발하며, 클라나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아쉽구나. 심장을 꿰뚫었다면 그대로 죽어주려 했는데.”
덕분에 바닥에 나뒹굴며 피를 토하는 그녀를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짓는 황제.
“딸아, 덕분에 꽤 재미있었다.”
“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심장을 파고들던 검을 가볍게 뽑아낸 그가, 검을 치켜들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허나, 이제 흥미가 다 떨어졌도다.”
그리고는, 검을 치켜들며 그렇게 속삭이는 황제.
“그러니, 이만 죽거라.”
자신의 말과는 달리 전혀 딸을 보는 것 같지가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황제가, 조용히 검을 아래로 내려찍었다.
“……..?”
그런데, 의식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죽일듯이 황제를 노려보던 클라나의 눈빛이 이내 흔들린다.
– 지직, 지지직…
황제의 검이, 공중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뭐, 뭐야.”
그 모습을 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클라나.
그 누구의 개입도 없었다.
프레이도, 히로인들도 그저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황제가 자신의 의지로 검을 멈추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어째서?
‘…….설마.’
억겁같은 그 순간에 계속해서 고민을 하던 클라나의 눈이 파르르 떨린 그 순간.
“더 이상 못봐주겠군.”
저 멀리에서 들려온,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
– 카지지지징….!
“이 빌어먹을 새끼가.”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프레이가, 황제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내 위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
“가정사에 끼어들다니, 꽤나 무례한 친구로군. 프레이.”
내가 검을 막고 들어올리자, 황제가 눈웃음을 치며 내게 그리 속삭인다.
“…하.”
그런 그를 보던 나는, 할말을 잃고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
“프레이…”
그런 나를 보며,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클라나.
“역시… 내 착각이였구나.”
그러던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까지 황제의 생각을 ‘독심술 스킬’로 분석하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에 검을 멈춘 이유는, 클라나가 자신의 딸이여서 같은 뭉클한 이유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이 녀석을 죽이면, 인생이 더욱더 재미 없어지는게 아닐까?
그리고, 조금만 이러고 있으면 저 프레이라는 녀석이 끼어들어주지 않을까?
이러한 빌어먹을 생각을 우리 장인어른님이 해주고 계셨다.
아무래도 우리 장인어른은, 오직 자신의 재미만을 추구하는 인간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새끼인 것 같다.
“클라나 수고했어.”
“프레이, 그치만…”
“이젠 좀 쉬어.”
저런 사람 밑에서 어떻게 자신의 시스템적 한계마저 돌파해버린, 저런 꼴이 되고도 날 걱정하는 클라나가 나왔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자네, 나와 싸울건가.”
“……..”
그런 생각을 하며 심복들에 의해 구출되어 병사들쪽으로 향하는 클라나를 바라보던 나는, 황제의 말에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 퍼버버버벙…!
– 파지이이이잉…!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작렬한 그와 나의 검격.
– 쩌적, 쩌저적…
황좌의 공간을 넘어 황궁의 벽 전체에 금이 갈 정도로 압도적인 기운의 발산에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릴때 쯤,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자네는 날 못이겨.”
“어째서지.”
“왼팔도 완전히 망가졌고, 애초에 온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한 그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만전의 상태라면 내가 졌을수도 있겠군.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거 아십니까?”
“음?”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을 끊은 내가, 얼굴에 미소를 만연한채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표정이 변한다.
“저는, 쓰레기 같은 부모를 존나게 싫어합니다.”
“……….”
그렇게 말하는 내 몸에서 피어오르는, 은색 연기.
“…뭐냐.”
그 모습을 보던 황제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물은 순간.
– 꽈드득…!
“…헉.”
내 발이, 황제의 오른다리를 강타했다.
“대체 뭐냐.”
“관절염이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관절을 없애드렸습니다만.”
“…대체 어떻게 갑자기?”
“아, 이거요.”
덕분에 비틀거리며 다리를 붙잡은 황제가 그렇게 묻기에, 나는 눈을 빛내며 답해주었다.
“필살기랍니다.”
“뭐?”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황제.
“이제 쓸때도 됐지요. 어차피 막나가기로 한거, 아껴서 뭐합니까? 시원하게 패드리겠습니다. 맨날 쓰려다가 직전에 멈추는거, 저도 답답해 죽을것 같았답니다.”
“…이제보니, 완전 미친놈이였군.”
내 몸 상태를 본 그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을 친다.
“황제 폐하.”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 상견례좀 합시다.”
장인어른과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
– 쿠구구구구구…!
“커흑…!”
이솔렛의 검기가 쇄도하자, 그녀에게 다가서던 황실 기사단장이 신음을 내지른다.
“이, 이솔렛 네년…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거지?”
“알 바 없다.”
이미 황궁의 정원까지 단신으로 치고 들어온 그녀.
황궁을 수비해야할 황실 기사단은 이미 전부 그녀에 의해 꺾이고, 오직 기사단장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그래, 인정하마. 넌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바닥에 검을 꽂고 헐떡이던 기사단장이,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 폐하를 네년이 이길 수 있을것 같으냐?”
“……..”
“나조차도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황제폐하다. 네까짓년은 한손으로도 제압하시겠지.”
악에받혀 그렇게 외치던 기사단장은, 이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중얼거린다.
“그러지말고, 차라리 우리편이 되는게 어떻겠느냐?”
그 말을 듣고는, 눈을 치켜뜨는 이솔렛.
“황실 기사단장은 이제부터 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큰 자리를 얻을 수도 있겠지. ‘검성’이라는 위치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그녀에게 일말의 설득 가능성을 느끼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던 기사단장은.
“너도 그편이 더 좋을걸?”
두 팔을 벌리고, 광오한 웃음을 터트리며 외친다.
“어차피, 황제 폐하는 아무도 못 이긴단 말이다!!”
“………”
“그 누구도 그분의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다는 것에, 내 두쪽……”
– 쿠과과과과광…!!!
“……..!?”
그런데 그 순간, 사방에 울려퍼진 굉음.
“이게 무슨……”
그 뜬금없는 소리에 혹시라도 지원군이 도착한건가 싶어 고개를 돌린 기사단장은.
“……..아.”
이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단말마를 내지른다.
– 츠즈즈…
황궁의 꼭대기 층에서 땅까지 내동댕이 쳐진 황제가, 정원밖으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장인어른!!! 어디가십니까아!!!”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기사단장의 시야에 들어온, 단숨에 꼭대기층에서 땅으로 뛰어내린 뒤 광소를 지으며 그런 황제를 맹렬히 추격하는 프레이.
“아직 상견례가 안 끝났습니다!!!”
“두쪽을, 뭐라고?”
허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사단장은, 앞에 있던 이솔렛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실소를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에반데, 진짜.”
곧 사라질 부위만큼 이마에 주름이 늘어가는 기사단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