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5화(325/524)
Episode 325
“빨리, 빨리 파내란 말이야!”
“아윽…!”
패닉에 빠진 표정을 짓던 하녀장이 채찍질을 가속화 한다.
덕분에 허리와 팔에 피가 잔뜩 솟아오른채 주저앉는 어린 하녀들.
“요령피우지 마! 내가 겪은 고초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 아파요…”
“시끄러!!”
하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듯이 채찍질을 해대는 앤이였다.
“프레이가 쫒아오고 있다고! 그녀석이 도착하면 우린 몰살 당한다니까!”
“꾸우~!”
“근데 이 엿같은 새가…!”
그런 하녀장의 위에서 이마를 호시탐탐 노리던 빼미가 급강하를 하자,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하녀장.
그런 그녀의 이마는, 이미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하, 하녀장님…”
“왜? 뭔데?”
“더 이상 안파져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통로를 파내는 것이 살길이라 생각하며 채찍을 휘두르던 하녀장은, 맨 앞에 있던 하녀들의 말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다.
“이, 이상한 결계 같은게 있어서… 아무리 파도 삽이 튕겨져 나와요.”
“이건…?”
그녀들의 앞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득한 마법진이 떠올라 있었다.
비록 하녀장은 몰랐지만, 성 안에서 발동시킨 고대마법의 영향은 여전히 남아 단 한명의 탈출자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정면의 문에 걸린 마법만을 뚫고 안으로 들어선, 프레이의 노림수였다.
“나, 나와봐!!”
“으, 으아…”
하지만 상황이 끝났음을 인정하지 못한 하녀장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어린 하녀의 삽을 뺏어 들었다.
– 콰직, 콰지직…
“익! 이익!”
그리고는, 앞의 결계에 마구 삽질을 하기 시작한 그녀.
“부숴져! 빨리 부숴져!!”
왠지 모르게 뒤에서 다가오는 듯한 소름끼치는 기운에, 그녀의 움직임이 한층 바빠진다.
“제발! 제발 빨리… 아윽!”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으, 으으…”
애초에 저택에 있을 때도 온갖 핑계를 대가며 땡땡이를 쳐 주변 하녀들과 카니아에게 눈총을 찍히던 그녀였다.
게다가 아예 사용인을 그만두고 하녀장으로 온 이후부터는 그녀의 미모에 반한 귀족들과 온갖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지냈기에, 궂은 일 한번 해보지 않은 그녀의 손은 너무나 부드러워져 있었다.
– 주륵…
“시발… 아파…”
요령도 기술도 없는 삽질에, 손이 피범벅이 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녀장님, 어쩌죠?”
“여, 여기로 가면 나갈수 있다면서요! 하녀장님만 믿으라면서요!”
“나, 나도 몰라!”
그렇게 손에서 밀려오는 아찔한 쓰라림을 느끼며 파르르 떨던 하녀장이, 그녀의 공포에 전염되어 반항을 하기 시작한 하녀들에게 빼액 소리를 지른 그 순간.
– 터벅, 터벅…
“이, 이게 다 너희들이 늦장을 부려서… 어?”
그녀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터벅, 터벅, 터벅…
“아, 아아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다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던 하녀장은, 이내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삽을 잡아든다.
“오, 오지마.”
검은색 인영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오, 오지 말라고!”
너무나 겁을 먹어 실성이라도 한건지, 아니면 악에 받힌건지 그 검은색 인영을 바라보며 마구 삽을 휘두르던 하녀장.
그런 그녀가, 삽을 휘두르다 말고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꾸우~!”
그와 동시에, 반갑다는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날아가는 빼미.
“잘했어요, 이따가 상을 드릴게요.”
“꾸우우~♪”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 하나를 찢어 죽일듯이 흉푝하게 달려들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을, 앞에서 다가온 사람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다루며 어깨에 올리고 있었다.
“지금은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렇게, 달빛의 안광을 빛내며 빼미를 쓰다듬다가 이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세레나… 님?”
다름아닌 세레나였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
영락없이 프레이에게 끔찍한 꼴을 당할거라고만 생각했던 하녀장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은채 입을 연다.
“저, 저 기억하시죠? 스타라이트 저택에서 메이드로 일하던 앤이에요.”
“네, 아주 잘 기억하고 있죠.”
“그, 그러시구나. 아하, 아하하…”
이윽고 세레나의 입에서 우호적인 말이 튀어나오자, 하녀장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흐르던 식은땀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 여긴 왜…”
– 짜악…!!!
“…케흑!!”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그녀의 뺨에 매섭게 날아든 세레나의 손.
“아주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아…”
“당신이 저택을 나와서 해온 일들도요.”
그 덕분에 뺨을 부여잡은 앤이 자리에 주저앉자,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싸늘한 눈빛으로 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선 저 혼자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데… 제 남편이 직접 얼굴을 보고 싶다시네요?”
“네, 네에?”
그리고는,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레나.
“여성 운동가 앤씨, 여기서 뵙네요?”
“……….!!!”
그런 그녀의 말이 끝난 순간, 세레나의 뒤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팬입니다!”
“흐익, 힉… 흐이익…”
어느새 나타난 프레이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싸인좀 해주세요!”
품에서 앤이 집필한, [나는 그날 무슨 짓을 당했나] 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흔들며 말이다.
.
“게흑…..!”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된 앤이, 배를 부여잡고 숨을 토해내며 주저앉는다.
“아, 아파… 아파요…..”
그리고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앤.
“이, 이건… 이건 아니잖아요…”
“뭐가 아니라는 걸까요?”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런 그녀의 배에 있는 힘껏 펀치를 날렸던 세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프레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프레이는 심심하면 나를 호출해 내 배에 주먹질을 하거나 발길질을 했다. 어찌나 심하게 때렸는지, 하루는 피를 토하면서 쓰러진 적도 있다. 물론 그날은 바닥을 더럽혔다고 2배로 맞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가 적은 자서전을 읽어내려가는 프레이.
“여기 있는 그대로 해줬는데…?”
“아! 알겠어요!”
그의 말을 듣던 세레나가 눈을 빛내며 손뼉을 치자, 프레이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 퍽…!!!
“케흐윽…”
그런 그를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다가, 이내 힘차게 앤의 배에 발길질을 한 세레나.
“심심하면 호출해서 ‘주먹질’을 하거나 ‘발길질’을 했다잖아요. 주먹질만 하고 발길질은 안했으니 이건 아니라는 거죠.”
“아하!”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는듯이 손뼉을 치는 프레이.
“역시 세레나는 똑똑해.”
“당연하죠. 누구 아내인데.”
“아내? 그러고보니 이런 대목도 있는데.”
사전 정도의 두꺼운 크기인 자서전을 이리저리 넘기던 프레이가, 시선을 한 페이지에 고정한채 입을 열었다.
“프레이는 늘 내게 아내가 되어달라고 했다. 한눈에 반한건지, 아니면 그저 또 하나의 유흥이었는지는 몰라도 온갖 감언이설을 내뱉으며 날 붙잡으려 했다.”
“…하.”
“그렇지만 난 죽을 각오를 하고 매번 거절했다. 그의 아내가 되는 순간, 나의 거주지는 저택의 지하실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순진하게도 프레이의 아내가 되기로 선택한 성노예들이 즐비…”
거기까지 읽었다가, 너무 기가 찬 나머지 말을 끊고 시선을 앤에게 돌린 프레이.
“으, 으아… 그, 그그 그건… 그러니까…”
갑작스럽게 열린 자신이 써내려간 소설의 낭독회에, 그녀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거절한 대가로 뼈가 부숴질때까지 발목을 걷어차였다. 하지만 난 끝까지 그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뜻을 굽히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였네요. 전 몰랐는데.”
그 말을 듣고 그렇게 중얼거린 세레나가, 천천히 앤에게 다가선다.
– 꽈드드드드득!!!
“꺄아아아아악!!”
그리고는, 그녀의 발목을 무참이 짓밟기 시작한 세레나.
“아파!! 왜 이런 짓을 하는거야!!!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람…”
“그리고 애초에 발목뼈가 부숴지는 것쯤은 내게 있어서 큰 고통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 인격이 모독당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꼈다.”
“……….”
덕분에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던 앤은, 프레이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페이지를 읽자 창백한 표정으로 자서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자식과도 같은 책이었지만, 지금은 갈기갈기 찢어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끝은 오고야 말았다.”
그러나 자서전은 프레이의 손안에 있었고, 그의 낭독회는 어느새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날, 프레이는 내 사소한 잘못을 트집잡아 그 간악한 손을 내게 뻗어왔다.”
“자, 잠깐만요. 거긴 살짝 과장이…”
“정원에 있던 내 머릿채를 잡은 프레이는, 날 개처럼 끌고 다니며 내 배를 걷어차기 시작했고.”
“거, 거짓말이에요! 끌려다니진 않았어요! 거기가 하이라이트라 거짓말을 썼… 게헥!!”
식은땀을 흘리다가 다급히 그렇게 말하던 앤은, 세레나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비밀통로 이곳저곳을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꺄악! 아파!! 머, 머리카락! 내 머리카… 겍! 커흑! 게으윽…”
그러던 세레나가 그녀의 소설의 팬으로서 충실한 고증을 하기 위해 배를 마구 걷어찼고, 덕분에 앤은 말을 멈춘채 침과 위액을 입에서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하실까지 날 끌고간 프레이는, 나를 거칠게 묶은 뒤 천천히 바지 지퍼를 내렸다.”
“아냐! 아니, 그건…”
“나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프레이는 내 옆구리를 거세게 무릎으로 걷어차 저항의지를 한순간에 꺾었다. 그 모습이, 그 같은 짓을 몇번이나 해본것처럼 능숙했다.”
“끄어억…”
그렇게, 클라이맥스로 향한 프레이의 낭독.
“그렇게 나는 개만도 못한 처지가 되어 바닥에 엎드린채 축 늘어졌으며, 프레이는 그런 나를 그 역겨운 손과 혀로 희롱하기 시작했다. 마치 벌레가 온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5분이 지난 이후, 그는 자신의 물건을 내 아래에 가져다댔고…”
“사, 살려…”
“…그날 이후로, 나는 영원히 봄을 맞이하지 못하게 되었다.”
낭독을 마치고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며 책을 덮은 프레이는, 세레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너무 슬픈 내용이야, 세레나.”
“그러게요.”
“그런데, 이거 실화라는데.”
“…정말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세레나가,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던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우며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건 왜 이럴까요?”
세레나의 왼손 약지에 껴져있던 검은색 반지가, 그녀의 살갖에 맞닿아 흰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건 순결의 돌로 만든 반지인데… 왜 이분에게 닿으니 하얀색이 되는걸까요???”
“그러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 말을 들은, 주변에서 그 광경을 공포에 질린채 바라보던 하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앤에게 몰린다.
“아, 아아…”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한 눈빛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이내 그 눈빛들이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아냐…”
어린 하녀들과 일부 하녀들은 싸늘한 시선을, 그녀와 같은 입장인 하녀들은 더욱더 공포에 질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 이건 가짜…”
“앤! 너무 궁금한걸? 어떻게 처녀인데 강간을 당한거야?”
“가짜야! 이 반지는 가짜…”
“성녀는 페를로체가 아니라 앤이였구나! 처녀 강간이라니! 처녀 수태보다 더한 기적 아니니!”
“으으…”
그렇게 외친 프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앞에 바짝 다가서자, 앤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부르르 떤다.
“안 그러니? 앤?”
“으…”
“너는, 카페트에 커피를 엎지르며 넘어진 하녀를 일으켜 세워준걸 강간으로 생각하나보구나?”
“………”
“대체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쓴거니? 평소에 무슨 상상을 하길래? 혹시 피해 망상이라도 있던거야?”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는 프레이.
“내가 너한테 한게 뭐있다고? 지하실에 들어가보긴 했니? 길거리에서 떠돌던 널 주워준 아버지가 생각나지도 않던거야? 도대체 왜…”
“꺅…”
“허.”
그러던 그는, 자신의 숨결이 닿자 눈을 질끈 감고 비명을 내지른 앤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속삭인다.
“착각하지마. 너 같은 건 줘도 안먹어.”
“……..!”
“사용인 시절에도 몰래 외출해서 귀족들이나 요주의 인사에게 실컷 꼬리를 치고 다녔던 헤픈년을 내가 좋아할 것 같니.”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뭐, 뭐라고…”
감히 프레이에게 그런 취급을 당할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그렇기에 더욱더 충격을 받은 앤이었다.
“얘들아, 많이 아팠지? 여기 치료제란다. 내가 직접 발라줄게.”
그렇게, 그녀가 미처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무렵 프레이는 어린 하녀들에게 다가가 치료제를 손에 부어주기 시작했다.
“사, 살려! 살려주세요!!”
“으, 으아… 으아앙…”
“프, 프레이… 프레이가 눈앞에…”
“이건 착한일인데? 얘들이 왜 이럴까?”
물론 온몸이 피범벅과 상처투성이가 된 채 피가 섞인 은색 연기를 내뿜고 있던 그였기에,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저희는 가죠.”
“어, 어딜… 으극.”
그런 그를 애뜻하게 쳐다보던 세레나는, 이내 앤의 머리채를 붙잡은채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너희도 따라와.”
그동안 누리던 부귀영화가 꿈인것 마냥, 고급 원단으로 지어 입은 메이드복을 처참하게 흙바닥에 질질 끌리며 잡혀가던 앤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녀들이, 앞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안주인으로서, 솎아내기를 좀 해야겠어.”
“”…………””
하녀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크헥…!”
비밀통로에서 빠져나온 앤이, 세레나에 의해 황궁 로비에 내동댕이 쳐진다.
“으으… 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채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그녀가, 이내 어디론가 기어가기 시작했다.
“저기만, 저기로만 가면…”
황궁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눈앞에 있었다.
저기로만 나가면 살 수 있었다.
“어디가세요? 앤 씨?”
“…….!”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세레나.
“나, 나한테 왜 그러는데!!”
그 모습에 울컥한 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 나쁜건 프레이야! 그 새끼는 제국 최악의 악인이잖아? 그런 쓰레기 새끼좀 모욕했다고 날…!”
“어머. 골병이 들어서 제국 병실에 입원하거나, 도망쳤다고 위장되어 버려진 어린 하녀들은 귀신이 그렇게 만들었나봐요?”
“………”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하신다는 분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여성 인권을 하락시키고 있으셨으면서. 가식은.”
하지만, 뼈를 찌르는 세레나의 말에 그대로 말을 멈춰버린 앤.
– 까드드드득…
사실 정말로 세레나가 그녀의 쇄골뼈를 찌르고 있었기에, 그녀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으극….!”
그렇게 한참동안 출구 바로 앞에서 고문을 당하던 그녀는, 이내 이를 악물더니 전력을 다해 앞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나가기만 하면…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어째서인지 출구 앞에 수많은 인파가 보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니, 기자임이 틀림없다. 아마, 오늘 황궁에서 일어난 일을 취재하러 온 것 같았다.
앤에게 있어서는, 절회의 기회였다.
‘아직 언론은 내편이야… 오늘 있었던 일을 폭로하면… 폭로하면…’
“가세요.”
“…..?”
악에 받친채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기어나가던 앤은, 세레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가시라고요.”
“꺅!?”
“으, 으아…”
그와 동시에 세레나에 의해 솎아진 하녀들 역시, 그녀의 부하에 의해 로비에 내동댕이 쳐진다.
“당신들의 직위를 해제하겠어요. 이제 당신들은 황실 소속이 아닌 평민이니, 당장 이곳을 떠나세요.”
“네, 네에?”
“뭐, 여기서 남아 죄를 속죄하시겠다면 받아드릴 수도 있겠지만…”
부채로 손을 탁탁 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세레나가, 눈을 빛내며 말을 덧붙인다.
“여기서 나가면, 무슨일이 있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거랍니다.”
“”………””
“그럼, 선택하세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싱긋 웃음을 지어보이자, 그녀의 눈치를 보던 하녀들은 일제히 입꼬리를 올리며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나, 나도 갈거야…!”
그 모습에, 행여라도 문이 닫힐까 다급히 밖으로 기어나가는 앤.
“푸흡, 푸흐흐흐…”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바보같기는… 진짜… 크크…”
최소한 눈알정도는 뽑히거나 프레이에게 치욕스럽게 강간은 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추방형이라니?
세레나가 머리가 좋다는 소문은, 과장된것이 틀림 없었다.
‘나가자마자 기자회견을 하고… 다른 왕국으로 도피해야지. 내가 낸 자서전의 수익만 가지고도 평생 호화롭게 살수 있을거야.’
그렇게, 입구가 바로앞에 들어오자 얼굴에 웃음을 만연한채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그녀.
‘그리고, 오늘부터는 반 제국파로 집필 활동을 해야지.’
그런 그녀의 눈빛이, 이내 표독스럽게 변한다.
‘감히 내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프레이, 세레나. 절대 용서하지 않을거야…’
이미 그녀의 뇌리에서는, 복수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신이 발표한 저널때문에 집중포화를 맞는 프레이와 세레나. 반 제국파의 수장으로 우뚝 선 자신.
“나가면 평생 후회할텐데…”
그 덕분에, 뒤에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 세레나의 말조차 듣지 못한 그녀였다.
– 촤르르륵! 촤르륵!!
하지만, 밖으로 나온 그녀에게 촬영 마도구가 빛을 터트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순하게 변하는 앤의 표정.
“흑, 흐극… 으으… 여, 여러분…”
이윽고, 눈에서 눈물을 뿜어내며 여론전을 시작하려던 그녀였으나.
“앤 씨! 자서전의 내용이 조작된게 사실입니까!!”
“열군데가 넘는 백작, 자작 가문과 스캔들이 터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녀들을 학대하고 제국 병원에 은폐하신 이유가 뭔가요!?”
기자들이 바닥에 엎드린 자신에게 기록 마도구를 들이대며 그렇게 외치기 시작하자, 이내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앤 씨! 대답해주세요!!”
“시종장과 비리를 저지르고 계시던게 사실입니까!”
“자서전을 낸 출판사가 고소를 선언했는데, 심경이 어떠십니까?”
“이게… 무슨…..”
늘 자신들에게 따듯한 웃음을 지어주던 기자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우악스럽게 마도구를 들이대는 모습에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가던 그녀는.
“…안녕하신가.”
“아, 아아?”
“우리 아들을 잘도 꼬셨더군.”
기자들을 뚫고 황궁으로 들어서던 클라나 파 백작가 당주가 분노에 서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자, 괴상한 목소리를 내며 비틀거린다.
“최대한 합법적인 선에서, 지옥을 보여주지.”
“……..”
“물론, 나는 말이야. 네년에게 당한 모든 가문이 이를 갈고 있다네.”
기자들을 물린채 또박또박 말하던 그는, 조용히 걸음을 옮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만간, 뒷골목에서 보도록 하지.”
“…….!!!”
비록 짪은 한마디였지만, 앤을 무시무시한 공포에 빠트리기에는 충분했다.
“앤 씨! 대답해주세요!”
“앤 씨!!”
“으, 으으…”
그렇게, 멋모르고 밖으로 튀쳐나온 하녀들과 함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한참동안 질문 공세를 받던 그녀는.
– 끼이익…
누군가가 문을 열고나오자,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기자 여러분! 인터뷰좀 합시다!”
온몸에 묻어있던 혈겁을 벗어낸, 하지만 여전히 피비린내와 은색 연기를 풍기고 있는 프레이였다.
“아…”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과거의 생각을 하는 앤.
“으아앙…”
“꼬마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엄마가… 엄마가 사라졌어요…..”
“…왜 이런 일은 끊이질 않는건지 원.”
시장 뒷골목의 길거리에 앉은채 굶어 죽어가던 자신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어주던 프레이의 아버지가 그녀의 뇌리에 떠오른다.
“새로 온 친구니? 안녕!”
“안녕하세요~!”
그리고, 평민인 자신에게 살갑게 인사를 하던 어린 프레이와 아리아가 떠오른다.
생애 처음으로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던, 자신의 어머니가 남긴 빚을 쫒아오던 빚쟁이들 조차 넘어오지 못하던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가.
“또 엎질렀어? 모자란 년.”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폭언을 하면 했지 단 한번도 자신을 건드리진 않았던 프레이가 떠오른다.
“저, 저기…”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프레이의 바짓자락에 손을 뻗은 앤은.
“사, 살려 주세요.”
이내, 간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제,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 메이드로… 아니, 노예로 들어갈래요. 평생, 평생 봉사할 테니까…”
“전 평민인데요?”
“…아.”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아리아 씨에게 문의하세요. 은인을 버리고 간 배신자를 다시 받아줄리가 없겠지만.”
“저, 저기…”
“기자님들, 여긴 너무 시끄럽네요. 저기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죠.”
그녀의 삶에는, 이미 지옥이 펼쳐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