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2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28화(328/524)
Episode 328
– 터벅, 터벅…
주교와 성기사단이 협상을 하러 황궁으로 들어오기 조금 전.
“음흠~ 흠~♪”
“…….”
콧노래를 부르는 프레이의 옆에 바짝 붙어 조용히 그의 눈치를 보던 마신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 녀석, 완전히 미친 줄 알았더니 사실 계산된 광기였군.’
조금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시스템에 개입한 것 때문에 프레이가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생각하던 그녀였다.
‘그럼 그렇지. 정신력 10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리가 없어.’
하지만, ‘파문’을 인질로 내세워 교단이 협박을 시작하자 프레이는 그 즉시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미친 사람은 분노 조절을 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프레이는 분명히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즉, ‘광기’ 자체가 그가 내세운 전략이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파고들 여지가 남아있다.’
마신이 프레이와 함께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쥐꼬리만큼 회복된 힘을 전부 끌어낸것은, 그러한 추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샤아아아아…
“굴복하거라, 프레이.”
프레이가 만전의 상태였다면, 또는 맛이 가버린 상태였다면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서.”
하지만, 이틀동안이나 몸을 험하게 굴린데다 필살기까지 쓴 프레이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힘은 정상적인 것을 파괴하는 힘이었다. 오직 망가지고 어둠으로 물들이기 위한 힘이였기에,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에게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
“완성됐다. 내 장난감.”
그렇기에 프레이가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을때 까지만 해도, 마신은 자신의 힘이 먹힌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신을 겁박하다니, 자기 분수도 모르는 꼬마네.”
덕분에 신이 나서 방 중앙에 있던 테이블에 걸터앉아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들뜬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던 마신은, 이내 조용히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귀여운데 말이야.”
너무 일찍 깨어나서 쥐꼬리만한 힘밖에 쏟아붇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상태는 이틀에서 삼일은 갈것이다.
“우선, 내 발등에 키스하렴.”
덕분에 잔뜩 들뜬 마신은, 여왕같은 눈빛으로 프레이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속삭였다.
– 스륵…
그러자, 풀린 눈으로 그녀의 발을 조심스레 감싸고는 얼굴쪽으로 들어올리는 프레이.
“그런 다음, 정성스럽게 핥아.”
그제서야 안심을 한 그녀는, 차갑게 명령하며 눈앞에 시스템 창을 띄웠다.
‘이번에야 말로, 완전히 타락시켜주마. 프레이.’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스템의 조작을 시작한 그녀.
> [타락] 퀘스트를 [프레이]에게 전달하시겠습니까?
[Y/N]‘그걸 받는 순간… 넌 끝이야.’
어떻게든 프레이가 퀘스트를 수락하기만 하면 장땡이었다. 자신에 의해 세뇌된 프레이가 수락을 눌러도, 타락은 진행될것이다.
> 오류 발생!
“음?”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며 손가락으로 ‘Y’를 누른 마신이, 이내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 에러코드: ???
> 개체에 해당 퀘스트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뭐지?”
분명 예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보내지던 퀘스트가, 갑자기 오류 메세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 시스템 오류 검색중…
> 해결방안 검색중…
> 해결방법 검색 실패.
“이, 이거 왜 이래?”
그 뒤로 알수 없는 메세지들이 이어져나오기 시잓자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화면을 두드리는 마신.
> 오류: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오류 발생.
> 프로그램 복구중…
> 복구 실패!
“….???
> 시스템 에러: 치명적인 오류들이 발생했습니다.
> 존재하지 않는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 존재하지 않는 NPC가 생성되었습니다.
>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에 진입했습니다.
> 개체의 상태를 표현하는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개체의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알 수 없는 글자를 뿜어내던 시스템이, 이내 울상을 짓고 있는 이모티콘을 띄우더니 지직거리기 시작한다.
> 개체가? 이?상 합니다?
그러더니, 다급하게 살짝 깨진 글자를 출력해낸 마신의 화면.
“지금 뭐봐?”
“………!”
한번도 경험한 적 없던 상황에 벙찐 표정을 지으며 그 글자를 읽어내려가던 마신이, 자신의 앞에서 들려온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듣고는 창백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어, 어어?”
“역시 시스템은 너 자체가 아니였구나. 너도 뭔가를 조작해 시스템에 간섭하는거였어.”
“뭐, 뭔데? 왜 세뇌가 안… 꺅!?”
이윽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려던 마신은, 프레이에게 발을 붙잡힌채 거꾸로 들리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개체? 가? 이상? 합?니다?
“나, 나도 알… 크허억!!”
그러다가, 그 상태로 배를 프레이에게 짓밟히고는 크게 숨을 토해내는 마신.
– 짝!!
“아윽.”
그런 그녀의 뺨에 거세게 귀싸대기를 날린 프레이가,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그것도 그런데, 어떻게 날 공격할 수 있는거지? 태양신이 말하기로는 그런 짓을 했다간 ‘신격’이 깎인다는데?”
“케헥, 켁…”
“혹시, 누가 뒤를 봐주고 있다던가?”
“구구~!”
온몸을 빛내며 날개를 퍼덕이는 구구를 손에 집은채, 마신의 영혼을 실체화시켜 목을 조르던 프레이는.
“왜 말을 안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 마신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크헥, 켁… 케흑…”
“내 말이 말같지가 않나?”
“게헥……”
“이상하네, 이쯤되면 말할때도 됐는데?”
그러던 프레이는, 이내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채 허리에 매고 있던 허리띠를 풀어 그녀의 손목을 묶기 시작한다.
“……….”
“아직 덜 맞아서 그런가?”
그리고는, 축 늘어진 그녀의 목을 붙잡은채 질질 끌고가는 프레이.
– 꽈드득…
이윽고, 벽에 검집을 박아넣은 프레이가 그녀의 손목에 묶인 허리띠를 그곳에 걸어 마신을 대롱대롱 매단다.
“……….”
– 짝!!!
“…꺄흑!”
그리고는, 다시한번 있는 힘껏 그녀의 뺨에 귀싸대기를 날리는 프레이.
“여신님, 제 말이 말같지가 않으십니까? 필멸자가 하는 말은 너무나도 시시해서 말로도 들리지 않는건가요?”
덕분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깨어나자, 프레이가 마음이 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묻는다.
“네, 네놈이… 기절할때까지 목을 조르지 않았느냐…”
“저런, 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던 마신이 소심하게 중얼거리자, 이마를 탁 치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
– 콰과과과광!!!
“허으으으으으윽…..”
그 다음순간, 프레이의 전력을 다한 주먹질이 그녀의 배에 꽂혀들어갔다.
“우에에엑… 우에에에엑…..”
덕분에 동그랗게 떠진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입에서 검은색 흑마력을 토해내는 그녀.
“오, 영혼을 때리니 흑마력이 나오네요. 완전 흑마력 자판기잖아요? 카니아가 아주 좋아할 것 같군요.”
“구에에…”
“흑마법사들 입장에서는 성수네요, 성수. 배를 맞으면 성수를 뿜어내는 여신이라. 완전 대박 아닙니까?”
“왜, 왜애? 어째서…..?”
한번도 당해본적 없는 폭력에,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공포를 느끼며 마신이 중얼거리자,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던 프레이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힌다.
“그게 불합리라는 겁니다, 마신님.”
그리고는,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프레이.
“저와 히로인들은, 그저 당신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평생을 당신이 짜놓은 불합리 속에서 살았답니다.”
“으, 으으…”
“그런데 당신은 왜 고작 몇초간 불합리를 느끼셨다고 찡찡거리며 질질 짭니까? 이거야 말로 불합리한게 아닙니까?”
그 말을 듣고 발끈한 마신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린다.
“고작 인간들을 좀 괴롭혔을 뿐이다.”
“뭐?”
“내 기준에서 말하니 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구나. 그럼 인간 기준에서 말하마.”
그렇게 말한 마신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고작 땅을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날벌레 새끼들을 좀 괴롭혔을 뿐이다. 그것이 그리도 큰 문제더냐?”
“허.”
“그런데 날벌레 새끼가 갑자기 날 날벌레의 몸에 가두더니, 마구 날갯짓을 하며 불합리니 뭐니 설교를 하는구나. 너같으면 같잖아서 미칠 것 같지 않겠느냐?”
“미친년이네 그냥.”
“케흑!!!”
더 이상 못들어주겠다는 표정을 짓던 프레이가 그녀의 배를 발로 걷어차자, 또다시 거친 숨을 몰아내쉬는 그녀.
‘바보 같은 녀석…’
그러던 그녀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교단이 코 앞에 있는것도 모르나보구나…’
어느새 교단이 코 앞에 다가왔다.
이대로 그들이 문을 연다면, 이 몸으로 폭로를 한걸 협박을 당해 한것이라 설득을 할 수 있을것이고, 교단에 구출도 될 수 있을것이다.
어째서인지 프레이에게 세뇌가 안먹히고 퀘스트가 부여가 되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녀였지만, 우선 이곳에서 빠져나가며 프레이를 골탕먹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아! 오셨습니까?”
“게흑… 게헤엑…”
하지만.
“줘 패서 증언하게 한게 맞거든요! 대체 어떻게 아셨답니까? 역시 교단은 교단인가?”
– 퍽…!!!
“꺄흑!?”
그 뒤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뭐지?’
어째서인지 교단이 들어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후드려 패는 프레이를 보며, 마신은 무엇인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프레이, 돌이킬 수 없는 짓은 하지 말… 으겍!”
“…시발.”
그리고 점잖은 표정으로 그를 말리려던 주교를 프레이가 테이블로 후려쳐 날렸을때, 마신은 아까의 언행을 후회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이단! 이단이다!!”
한편, 그런 프레이를 삿대질하며 빼액 소리치는 주교.
“모, 모두 저 이단을 태양신의 이름으로 멸하…”
– 빠각!
“…..어?”
그러던 그는 프레이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들던 기사 한명의 머리를 테이블로 찍어 터트려버리자, 벙찐 표정을 지으며 할말을 잃는다.
“한명 협상 완료.”
한편, 정적에 빠진 방 안에서 태연하게 머리가 뭉개진 기사를 내려다보다가 그리 중얼거린 프레이.
“21번만 더 협상하면 되겠군요!”
그러던 그가, 테이블을 빙빙 돌리며 나머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개?체?? 가 이상??…..
“뭐, 뭔데 도대체…”
그런 모습을 벌벌 떨며 바라보다가, 또다시 시스템 글자가 깨져 나오자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리는 마신.
> ……버전 상태를 확인해 주십시오.
“몰라… 무서워…”
그 바람에, 마지막에 잠깐 떠오른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한 그녀였다.
.
– 콰직!!
12번째로 내 테이블이 머리를 강타하자, 내게 달려오던 기사의 머리가 저 멀리로 날아간다.
“생각보다 협상이 순조롭네요?”
그러던 내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그렇게 말하자, 어째서인지 출입구를 미친듯이 두들기던 사제들이 자리에 주저앉더니 피를 흘리기 시작한다.
“사, 살려…”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발…”
“히, 히이익… 히이이익…”
아니, 자세히 보니 피가 아니라 오줌이었다. 사방이 빨간색이라 피로 착각한 것 같다.
“왜 그러십니까? 협상을 하자면서요?”
“미, 미친놈. 미친놈이야.”
“악마, 악마다. 악마가 현세에 재림했어…”
그런 그들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니, 아랫도리가 젖은채로 뒷걸음질을 하며 그리 중얼거리기 시작한 사제들.
“왜 이리 오바를 떨지? 이상하네?”
그런 그들이 이해가 안되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이내 테이블을 흔들며 그들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 테이블, 어쩐지 사용감이 상당히 좋다. 부무기로 사용해도 될 정도이다.
“부, 부단장!! 자네가 어떻게 좀 해보게!”
“구, 구해다오!”
“으, 으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제들이 겁에 질린채 벌벌 떨고 있는 부단장을 내 쪽으로 밀었다.
“으아아아아아!!!”
어째서인지 무지막지한 공포에 잠겨있던 그녀가, 이내 광기어린 눈빛을 띤채 내게 달려온다.
“떽.”
“꺄흑!”
미친놈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하지만 주변에 몽둥이가 없기에 그녀를 테이블채로 후려치니, 그녀가 붕 떠서 날아가 벽에 쳐박힌다.
“으, 으으… 으으으…”
갑옷을 잘 갖추어 입었기에 가벼운 타박상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저리 바들바들 떨면서 검을 잡지도 못하는 걸까. 혹시 내상을 크게 입은건가?
“죽어!!!”
– 카징! 카지징! 카지지지징…!
“…..어.”
걱정이 되어 다가갔다가 그녀의 검격을 받았기에, 테이블로 그녀의 검을 마구 찍어내려 박살을 내버렸다.
면적이 넓을수록 검기도 분산되는 법인데, 부단장이나 되는 사람이 검을 지키지 못하다니. 실력 미달이다.
“괴, 괴물.”
“내가 왜 괴물입니까? 그저 협상을 하고 있는건데.”
살짝 한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보던 나는, 부단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물었다.
아까부터 뭔가가 이상하다. 왜이리 나를 무서워하지?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깔보지 않았었나?
“아, 안보여?”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부단장이 내 주변을 가리키며 빼액 소리를 지른다.
“네,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그렇기에 주변을 둘러보니, 머리가 으깨진채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부단장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것도 못견딥니까?”
“우, 우욱…”
보기에 살짝 끔찍하기는 하다. 하지만 고작 이것가지고 뭘 그리 유난을 떤단 말인가.
“사람을 죽인것도 아닌데.”
“…뭐?”
그렇기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니, 구역질을 하던 부단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다.
“사, 살려주세요…”
그러더니, 패닉에 빠져 내게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한 그녀.
“모, 목숨만 살려주세요… 시키는건 뭐든지 할게요. 뭐, 뭐든지요. 그러니 제발…”
“돌겠네.”
진짜 사람도 아니고, 고작 교단에서 만든 인형들을 박살냈다고 왜 이리 유난을 떠는걸까?
– 스으으…
실제 사람도 아니고 지능도 없는, 흙과 흑마력으로 빚어진 인형일 뿐이다. 그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생명체도 아닌 소환수들을 잡는게 그렇게도 무서웠을까?
– 스으으으…
“어, 어어?”
일정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 가득하던 피와 인형들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작살을 내놓았으니 걸려있던 주문이 풀릴 수밖에. 저렇게 완전히 작살을 내놓지 않으면 주문이 유지되어 금새 부활하는 좀비같은 녀석들이다.
“으어어…”
– 콰직…!
방금 머리가 있던 곳에 팔을 조악하게 붙히고 내게 다가오던 녀석처럼 말이다.
교단은 대체 무슨 실험을 하길래 이런 정교한 인형들을 만들어낸걸까?
한번 날을 잡아서 다 털어봐야 되나?
“왜, 왜 내게 말해주시지 않으신거지? 어, 어째서 정예병이 아닌 인형들을 붙혀주신…”
조용히 녀석들이 흙으로 변해가자, 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주교가 썩은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자, 잘못. 잘못했어요. 헤헤.”
한편, 멍하니 그 모습들을 보다가 풀린 눈이 되어 내게 기어오는 부단장.
“용서해주세요. 위대하신 프레이님. 저, 저는 아직 죽기 싫어요. 그러니 제발…”
그러던 그녀가, 내 발을 자신의 머리위에 올리더니 납작 엎드려 그렇게 빌기 시작했다.
“다, 당신의 개가 될게요. 당신에게 충성 서약을 다시 할게요. 그러니 부디…”
“허, 허허. 허허허…”
“우욱… 우우욱…”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사제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음…”
그런 그들을 유심히 보다가, 문득 뇌리에 든 생각.
‘설마, 얘네들… 인형에 대해서 아예 몰랐던건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간다.
내 추론이 사실이라면, 녀석들은 나를 테이블을 가지고 사람의 뼈와 내장을 발라내는 광인으로 봤을테니까.
그런건 원하지 않았는데. 난 그저 적당히 뼈만 박살내는, 그리고 가끔 선행도 하는 착한 사람이다. 관점을 바꾼거지 뇌를 바꾼건 아니니 말이다.
“너, 교단에 언제 왔지?”
“네, 네에 주인님. 이, 이이 일주일 전에 왔습니다. 전임 부단장이 갑작스럽게 실종되어, 그그 급하게 채워진…”
그런 생각을 하며 부단장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역시나 그게 맞는 것 같다.
원래도 괴담 수준으로 자주 바뀌곤 하는 교단 기사단 부단장이고, 전에 날 강간하려 한 녀석과 얼굴이 다르기에 설마 했는데 정말로 신입이었을 줄이야.
“저기 저 주교는?”
“저, 저저 저분은 3일전에 주교가 되셨습니다.”
“그게 끝인가?”
“죄, 죄송해요!! 저도 자세한건 잘 몰라요! 사, 살려주… 으겍.”
기세를 몰아 주교에 대해서도 물어본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벌벌 떨며 내 발에 볼을 부비던 부단장을 살짝 밀어내며 모두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신입 부단장과 초짜 주교를 내보냈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인것 같다.
‘이 녀석들, 버림패로군.’
교황이, 일부러 이런 녀석들을 보낸 것 같다.
파문을 할 명분 만들기? 혹시라도 간부진에 손실을 입을까봐? 아니면, 황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세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게 하나 있다.
‘꼴받네?’
상당히 열이 받는다. ‘메인 퀘스트’에 교단 부수기가 뜬 이상, 교황의 의도는 무엇이었든 간에 불손하다는 것 아닌가.
황실 반역을 성공한 다음에는 좀 쉬려 했는데,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 쿠구구구…
“죽도록 맞으면 교황이든 뭐든 착해지겠지.”
“으, 으익…!”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도 모르게 살기를 뿜어내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주교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콰직, 콰직, 콰직!!!
“꺄악!?”
그리고는, 난데없이 왼팔에서 촉수를 뿜어내어 사제들을 움켜쥐는 주교.
– 꿀렁, 꿀렁…
“와, 문어다.”
“이, 이놈…!”
그 모습이 어릴때 아리아와 바다에서 잡은 문어와 비슷하게 생겨 해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더니, 주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내가 숨겨둔 수도 없었을 것 같느냐!”
“이제 없네.”
“끄억!!”
그렇게 말하며 사제들에게서 에너지를 뽑고는 촉수를 거두어들이던 주교가 내게 힘차게 촉수를 휘두르기에, 테이블로 녀석의 촉수를 내리찍어 끊어버렸다.
역시, 협상 테이블은 훌륭한 교섭수단인 것 같다.
“끄르르…”
“으, 으으…”
“어? 어라?”
팔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녀석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 의식을 잃거나 거품을 문채 꿈틀거리고 있는 사제들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단장이 눈에 들어온다.
“생명엔 지장이 없군.”
– 쿠구구구…
“…음?”
전부 부패한 사제들이었기에 그다지 불쌍한 느낌은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도와줘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나기 시작한 이상한 소리.
“흐. 흐하. 흐하하하하!”
녀석이 온몸에 촉수를 두른채, 천천히 땅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보아하니 공간이동형 주술인것 같은데, 설마 지금 내빼는건가?
– 카징…!
“소용없다! 그분이 날 구원하셨다!”
벌써 몸의 반절이 아래로 내려간 녀석에게 재빨리 테이블을 던져 교섭을 시도해 봤지만, 녀석의 몸을 감싸던 촉수가 테이블을 튕겨내버렸다.
“영원한 태양이 뜨리라…”
“구구야, 몸통박치기.”
“구!”
“…으헉.”
그런 녀석을 인상을 찌푸린채 쳐다보던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구구가 맹렬하게 돌진해 녀석에게 부딪힌다.
– 펑!!
“끄아악…”
구구는 이래봐도 최상위 정령이다. 그런 구구의 일격에 맞은 녀석이, 당연하게도 피를 토하며 고개를 숙인다.
– 츠즈즈즈즈…
“구! 구구!!”
“끄, 끄어어어…”
이윽고 구구가 녀석의 몇 남지 않은 옆머리를 발로 쥐어챈채 위로 끌어올리자, 녀석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 스륵…
하지만,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구구가 그를 놓치자 구덩이 속으로 쏙 사라져버린 주교.
“흠.”
“히, 히익…”
그의 머리카락만 발톱에 쥔채 멋쩍은 표정을 짓던 구구를 조용히 쳐다보던 나는, 그때까지 내 발치에 엎드리고 있던 부단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살려주세요…”
– 스륵…
“…으, 으아?”
치열한 협상 결과, 부패한 사제들과 부단장을 전리품으로 얻었다.
– 꾸우욱…
“흐, 흐이익…”
전리품을 잃버리지 않기 위해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촉수로 그녀의 손목을 묶은 나는, 이내 그녀를 잡아 끌며 마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그리고 그녀가 매달려 있는 검집에 부단장을 매달던 나는, 그때까지 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마신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잠시 마실좀 다녀온 뒤에, 불합리가 뭔지 보여줄게.”
“어, 어딜… 가는… 크헥.”
두들겨 패면 성수와 정보를 뱉어내는 자판기가 그렇게 묻다가 부단장에게 밀려 숨을 토해낸다.
“기대해.”
“…으극.”
그런 그녀의 배에 주먹을 먹이는 척을 하니, 그녀가 배의 근육을 움찔거리며 경련을 한다.
“구구, 아까 녀석에게 깃털 꽂아놨지?”
“구!”
아무래도 원격조종도 되는 자판기인가 보다.
“그 새끼, 지금 어딨어?”
.
그로부터 몇십분 뒤.
“헉… 헉…”
황궁으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한 어두운 숲.
“프, 프레이… 그 자식은 악마의 자식입니다. 성하.”
그곳에서 엎어진채 거친 숨을 몰아내쉬던 주교가, 눈을 검은색으로 물들인채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악마 녀석에게 교단의 저력을 톡톡히 보여주셔야 합니다!! 성하, 부디… 음?”
그러던 그가, 이내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아니, 아닙니다. 그럴리가 없죠. 하하.”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통화를 이어나가던 주교는.
“성하, 그런데 제게 왜 정예병이 아니라 ‘인형’을 붙여주신…”
이내 문득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묻기 시작했으나.
“잡았다.”
“케헥!!”
그 다음 순간,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프레이에게 뒷덜미를 잡혀 숨을 토해냈다.
“협상도 다 안끝났는데!! 어딜가십니까!!”
“끄어어억!”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주섬주섬 챙겨온 테이블을 그의 앞에 펼치고는, 뒷덜미를 잡은 그대로 앞의 나무에 던져 꽂아버린 프레이.
“여, 여길 어떻게…”
“미끼랑 나눌 대화는 없고.”
그러던 그가, 테이블에 걸터앉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다.
“교황, 보고 있지?”
“……..”
“목적이 뭐냐.”
그리고, 잠시 흐르기 시작한 정적.
“꾸륵, 꾸르륵…!”
그 정적 속에서 떨리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던 주교가, 별안간 파르르 떨더니 눈을 뒤집는다.
“…흐음.”
그러더니, 갑자기 표정을 차분하게 바꾼 주교.
“반갑네.”
그런 그는, 이내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말을 건냈다.
“교황 성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무례하군.”
“지랄하지 마시고 빨리 부십쇼. 3초에 한대 추가입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하자,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교황.
“내 의도대로 움직여 줘서 고맙다네, 프레이. 아주 좋은 명분을 만들어 줬어.”
“………”
“몇시간 뒤 세계 전역에 퍼져나갈 파문 선언의 주인이 된걸 축하하네. 물론, 황녀도 포함해서 말이지.”
“교황 성하. 술래잡기 좋아하십니까? 전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프레이의 말을 듣고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나도 어렸을때 자주 하곤 했지. 하지만, 커서는 너무 재미가 없어지더군.”
“어째서죠?”
“잡혀도 그다지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걸 깨달으니 스릴도 없고, 목숨도 여러개라 술래가 너무 불리해. 그리고 이제는 완벽히 은신을 할 방법이 차고 넘치니 말이야.”
그렇게 말한 교황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절대 날 찾을 수 없네. 그러니 파문 선언도 막을 수 없지. 하지만, 지금이라도 내 지시에 따른다면…”
“123° 24° 76°”
“….?”
그런데, 검게 물든 주교의 눈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으며 그리 중얼거린다.
“찾았다.”
– 츠즈즈즈…
그러던 프레이가 그때까지 주교의 머리에 대고 있던 손을 때자, 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주교가 축 늘어진다.
“꼭꼭 숨으십쇼, 교황님.”
“………”
“제 술래잡기에서 목숨은 하나밖에 없답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그렇게 말을 맺고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프레이.
“…………..”
자신의 은신처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눈을 뜬 교황이, 이내 자신의 옆에 있던 사제에게 묻는다.
“123° 24° 76°. 이 좌표가 어딜 나타내는 게냐.”
“음… 잠시만요.”
그러자, 품에서 지도를 꺼내더니 천천히 계산을 시작한 사제.
“…여깁니다.”
“음. ”
그 말을 들은 교황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중얼거린다.
“…좆됐군.”
난데없이 공포물을 찍게된 교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