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3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31화(331/524)
Episode 331
“도련님.”
“으음.”
비몽사몽한 정신을 헤집고 들려온 내 이름소리에 눈을 떠보니, 눈이 부실정도로 환한 빛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잠시 눈을 찌푸리고 있으니 들려오는, 평탄한 어조의 질문.
이런 어투를 구사하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카니아.”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그렇게 말하니, 카니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왠지 모르게 아랫도리가 뻐근한데.”
“……!”
그런 그녀에게 농담삼아 그리 중얼거렸더니, 카니아가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조용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뻐근한 것 같기도 하고?
“음… 내가 정신을 잃은지 며칠이나 지났어?”
“도련님이 정신을 잃으신 이후로 3일이 지났습니다.”
수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다 그렇게 물으니, 카니아가 헛기침을 하며 그렇게 답한다.
“그래? 의외로 얼마 안 지났네.”
마지막에 필살기를 너무 오래 유지하느라 일주일은 몸져 누울거라 생각했는데, 3일이면 양반이다.
아랫도리가 조금 뻐근한 것 빼고는 몸도 아주 쌩쌩하다. 생명력을 왕창 녹여낸 욕조에 담가진 느낌이랄까?
“읏차…”
“도련님? 어디가십니까? 조금 더 쉬시지요.”
“괜찮아. 완전히 회복된 상태에서 구태어 더 쉴 필요는 없지.”
조용히 오른팔을 돌리며 밖으로 나서던 나는, 카니아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그나저나 3일을 쉬니 표정이 많이 유해지셨습니다?”
“응?”
“최근에는 그 약간… 과격하신 면모를 보이시지 않으셨습니까.”
과격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나는 그저 관점을 바꾸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사람에 따라 과격하게 보일수는 있을것 같다. 유약한 카니아니 그럴수도 있지.
“저도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만…”
“뭐, 지금은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니까.”
그리고 애초에 앞으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우선시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다.
황실 반역은 벼락치기로 끝낼 수 있었지만 교단과의 전면전은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관식 일정은 슬슬 잡혀가나?”
“네, 차근차근 잡혀가고 있습니다.”
“오호.”
그런 생각을 하며 카니아에게 물으니,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클라나가 드디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고 한다. 그녀의 분투를 오래전부터 지켜봐온 입장으로서는,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지난 회차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때문에 대관식을 올릴 시간도 없어 끝까지 황녀의 신분이였던 그녀다.
그런 클라나기에, 이번 대관식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로 뜻깊은 날일 것이다.
그러니, 이번 대관식은 아무 차질도 없이 진행되어야…
“…헌데, 이대로 가면 몇달 뒤에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뭐?”
“사실 며칠내로 진행할 수 있었는데, 연속해서 문제가 터지느라…”
내 흐뭇한 표정을 이리저리 살피던 카니아가 소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온다.
문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 황실의 일은 끝낸지 오래다. 이제 평화로운 대관식만 남았을 터인데?
“우선 첫째로… 황실 지하에 유폐되어 있는 성기사의 주도권을 다시 태양신이 잡게 된 것 같습니다.”
“태양신이?”
“둘째로, 일부 공신들과 클라나 파벌측에서 도련님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불만 뿐이 아닌 움직임도…”
“얼씨구.”
“셋째로, 루비가 용사 파티를 이끌고 황실에 방문했습니다. 이를 어찌 대우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
“마지막으로, 교단에서 사절을 보냈습니다. 도련님의 파괴행위와 이단혐의에 대해 추궁을 하러…”
– 우드득…
“…도련님?”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못할 뻔 했다.
클라나의 대관식을 방해하는 요소가 이렇게 많다니. 그녀가 평생을 원해온 소원이자 나의 버킷리스트중 하나였는데.
그런 대관식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이렇게 많다니?
“…꼴받네?”
“도련님? 어딜 그리 급히 가십니까?”
그 즉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걸음을 바삐하기 시작하니, 카니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지하실.”
“네?”
그런 그녀에게 싱긋 웃으며 말해준 나는, 발을 한층 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제들을 전부 처리해야지.”
“…………”
“카니아?”
이윽고 그렇게 말한 뒤에 네가지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해결책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는데, 갑자기 카니아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 진짜로 계산된 광기가 맞죠? 도련님?”
“뭐?”
“그, 그게… 아닙니다 도련님.”
“…….?”
“하고 싶은거 다 하십쇼.”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
“태양신님, 약점이 어디입니까?”
카니아와 함께 황궁의 지하실에 들어온 나는, 해맑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제… 약점이요?”
“네, 태양신님의 약점은 어디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아으으…”
그러자, 그때까지 벽에 꽂힌 검집에 손목이 묶인채 대롱대롱 메달려 있던 태양신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또 왜 저러시는 걸까?
“그, 그러니까… 사실 온몸이 다 약점이긴 한데요… 제가 좀 민감한 편이라…”
“네?”
“그, 그그 그래도 굳이 콕 찝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귀? 귓볼? 이랑 옆구리, 그리고…”
일단 하는 말을 들어보긴 해야 할 것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말한 약점이랑 그녀가 이해한 약점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 어… 그러니까… 부, 부디 사사 상냥하게…?”
“태양신님, 그 약점이 아닙니다.”
“…흐, 흐익.”
그렇기에 천천히 몸을 베베 꼬던 태양신의 앞까지 다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이니, 그녀가 겁에 질린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맞으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바로 기절할 만큼 취약한 부위가 어디십니까? 마신은 저번에 이리저리 두들기며 대충 알아냈는데, 태양신님은 처음이니까요.”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농땡이 안피우고 뭐든 열심히 할테니 제발 때리지 마세요…”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계획을 설명하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비굴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예전부터 생각한건데, 이 사람 여신 맞나?
어째 자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체면이 구겨지는 듯한 느낌이다.
“때, 때리면 저 아파요. 그러니…”
“마신이 주도권을 계속 찾으려 하던 상황과는 반대로, 지금은 마신이 주도권을 찾지 않으려 버티는 상황 아닙니까?”
“…네?”
“그러니까, 태양신님의 영혼에 충격을 주어 접속을 끊는겁니다. 그럼 그 틈을 타 마신의 영혼을 불러오면 되겠죠.”
“구…? 구~!”
그렇게 말하며 내가 그때까지 내 품에서 자고 있던 구구를 꺼내 흔들어보이자,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녀석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래도… 아, 아아 아픈건…”
“그래서 매우 취약한 약점이 있으신지 물어본겁니다. 한방에 기절하시면 고통도 못 느끼실테니까요.”
“………”
태양신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 그녀를 계속 묶어둘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풀어주면 그것이 바로 마신의 노림수가 된다.
녀석에게 지금 회복할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더 이곳에 묶어놓아 줘 패서 회복을 방해하는 동시에 정보를 캐내야 한다.
“지금 태양신님을 기절 못시키면 여신님 뿐만 아니라 세상이 위험해집니다. 저번에 제 시스템에 녀석이 간섭하던거, 기억 안나십니까?”
“으, 으으…”
“그러니 한대만 시원하게 맞읍시다. 세상을 구원할 한대입니다.”
전력으로 협조를 해준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여신님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번거롭게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 아프게 세게 때려드리겠습니다.”
“……..”
왠지 모르게 말이 모순되는 것 같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애매하게 살살 때렸다가 기절시키는데 실패라도 하면, 오히려 더 아플 뿐이다.
“그, 그그 그러면… 배를 때리세요!”
“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참동안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던 태양신이 이내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해온다.
배? 지금 배를 때려달라고 말한건가?
“제가 주신이 아니던 시절에, 루나한테 얻어맞은적이 있었거든요?”
“루나가 누굽니까?”
“달의 신이요. 아무튼 그때 배를 정통으로 맞았었는데, 그때 바로 기절해버렸거든요. 그러니 제 약점은 배일거에요!”
왠지 모르게 자신감에 넘쳐서 말하는게 조금 불안하다. 그냥 뒷목 같은 곳을 치는게 좋지 않을까?
“저, 전 목이 약해요! 목은 때리지 말아주세요!”
조심스레 그렇게 물어보니, 눈을 동그랗게 뜬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여신.
하긴, 자기 몸이니 자기 약점이 어딘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 괜히 목을 쳤다가 고통이라도 남으면 낭패다.
“그럼 갑니다. 눈 감으세요.”
“…흡.”
조용히 주먹을 쥐락펴락하던 내가 팔을 뒤로 뻗으며 그렇게 말하자, 태양신이 눈을 질끈 감고는 숨을 들이킨다.
– 퍼버벙…!
그리고 몇초후, 어마무시한 파워로 여신의 배에 파고든 내 주먹.
“”……………””
“성공인가?”
그 뒤로 흐르던 정적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그 순간.
“케흑…..”
“…….?”
축 늘어져있던 그녀가, 갑자기 온몸을 움찔거리더니 입에서 뭔가를 게워내기 시작했다.
“…윽.”
그걸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카니아.
“으에… 으에에…”
태양신의 입에서 빛의 마나와 비슷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 카니아에게 있어서는 맹독이나 다름없겠지. 나나 세레나, 그리고 클라나 같은 빛의 마나 보유자에게 있어서는 엘릭서나 다름없고.
“태양신님?”
“헤, 헤윽… 헤으윽…”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천년간 제국민들에게 신앙을 받아온 선신 태양신이 내게 배빵을 맞은채 침을 줄줄 흘리고 있다.
이런걸 바란게 아닌데. 한번에 기절시키려고 일부러 꽤 세게 때렸다. 온몸을 움찔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태양신을 보니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죄, 죄송해요… 이렇게… 밖에 도움을 못드려서…”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으니, 태양신이 파르르 떨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띄며 말한다.
“그, 그거… 꽤 도움이 될거랍니다. 마음껏 쓰세요…”
“일부러 이러신 겁니까? 이러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
역시 선신은 선신이라는건가? 무능하긴 하지만 태양신은 역시 선함이 넘치는 여신이었다.
최근에 계속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만 보다보니, 꽤나 감명이 깊었다.
그런데 왜 선조님은 이런 분을 ‘졸렬하다’라고 표현하셨던 걸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헤으.”
“음.”
그렇게, 배에 파고든 내 주먹을 받아들인채 얼굴을 붉히며 파들파들 떨다가 의식을 잃은 태양신.
– 스르르…
“구!”
다음에 만날 일이 있으면 꼭 이번 일을 사과하기로 하고 조용히 머리에 손을 대니, 구구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몸을 빛내기 시작했다.
“…으음.”
그리고 잠시 뒤, 부스스한 눈을 천천히 뜬 그녀.
“안녕.”
“……..”
눈이 빨갛게 물든걸 보니, 마신이 틀림없었다.
성기사의 인격이 튀어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어, 어떻게? 어떻게 날 불러들인게냐?”
“당신 언니를 패서 기절시켰습니다.”
“미친놈.”
뭐가 미친놈이란 말인가. 내 이성적 판단에 태양신님의 선함이 합쳐진 고귀한 희생을 지금 깔본건가? 갑자기 열이 받기 시작했다.
– 짝!!
“꺄윽!”
– 콰직…!
“끄으윽!!”
녀석의 왼뺨을 거세게 때리고 배를 발로 걷어찬 나는, 그녀가 고개를 숙인채 어두운 기운을 흘리기 시작하자 조용히 품에서 플라스크를 꺼내들었다.
“전부 게워내. 옳지, 옳지.”
“게흑… 겍…”
“넌 이제 사악한 마신도, 고결한 여신도 아니야. 배를 쳐맞으면 흑마력을 배출하는 흑마력 수도꼭지지.”
이윽고, 그녀의 턱을 집어든채 플라스크를 채워나가던 나는.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돌아와서 심문을 시작할거야. 그러니 미리 답변을 생각해놓고 있도록.”
“퉤.”
“얼레.”
녀석이 날 오만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침을 뱉자, 다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로 했다.
“한낱 인간주제에… 꺄아아아악!!”
태양신이 내뱉은 흰색 기운을 그녀의 어깨에 몇방울 뿌려주자,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신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몸이 아니라 사악한 영혼에 직접 타격을 주는거니, 역시 문제는 없을거다.
“카니아, 나 돌아오기 전까지 얘 심문좀 하고 있어. 겸사겸사 흑마력도 좀 먹고. 네겐 이게 엘릭서나 다름없잖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문제를 해결한 나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찢어 죽여주마. 널 반드시 찢어… 으그극…”
“도련님이 네 친구니.”
“미, 미천한 년 주제에! 감히 내 머리카락을… 자, 잠깐…”
“내가 네 친구니.”
“으으…”
들려오는 소리를 보아하니,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
황궁의 맨 꼭대기층, 황좌의 공간.
“황녀 전하! 재고해 주십시오!!”
“프레이 그녀석을 정말 황궁에 들이실 생각입니까!!”
“……..”
황좌에 앉은채 무표정으로 모두를 내려보고 있는 클라나에게, 그녀의 심복들과 대신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워낙에 미친놈입니다. 황궁에 들였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옵니다!”
“그를 국서로라도 삼으실 작정이십니까? 절대 안될 일이옵니다!”
“그만.”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던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천천히 사그러드는 대신들의 목소리.
“황녀 전하, 제가 조언 하나 올려도 되겠습니까?”
이윽고 찾아든 적막속에서, 그녀를 찾아왔던 손님이 조용히 입을 연다.
“사냥을 끝낸 사냥개는, 버리지도 말고 잡아먹으라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자는, 다름아닌 교단의 대주교.
교황, 그리고 추기경의 뒤를 이은 교단 내 서열 3위이자, 교단의 원로로서 간부진을 이끄는 자였다.
“으흠. 지금은 저희와 황녀님의 시간입니다.”
“급한 일인건 알겠지만, 잠시 물러나 계시죠. 지금은 회의중입니다.”
“감히, 외부의 세력이 국정에 참견을…”
그 갑작스러운 발언에 황녀의 사람들이 전부 그를 싸늘하게 째려보던 그때.
“황녀 전하, 저도 한 말씀 올리지요.”
맨 앞에서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하프란 경, 자네도 내게 할 조언이 있는가?”
“아니요. 조언이라기 보다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심복들중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그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한다.
“황녀님은, 프레이를 통제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하, 하프란 경?”
“자네, 갑자기 왜 그러나?”
“어허, 이 사람이…”
당황한 대신들이 그를 말리려했지만, 그럼에도 요지부동인 그는 클라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솔직히 전 그를 통제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교단과 쓸데없는 충돌을 일으킨 게 프레이 입니다. 우리에겐 아직 교단과 전면전을 벌일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를…”
“지금까지 몰랐는데.”
하지만,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클라나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한다.
“자네. 상당히 경솔하군.”
“황녀님.”
그럼에도 지지 않고 그렇게 말한 하프란.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셨는지, 잊지 마셔야 할겁니다.”
그 말을 들은 클라나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
한편, 그 말을 마친 하프란과 대주교의 눈빛이 묘하게 교차하던 바로 그 순간.
– 쾅!!!
“왜 쌍으로 지랄 육갑을 떨고들 계십니까?”
누군가가 황좌의 공간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프, 프레이…”
“다, 당신. 언제 일어났습니까.”
“분명히 깨어날려면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 하지 않았나.”
그러자, 순식간에 창백해지는 대신들의 얼굴.
“개 꼴받네?”
그런 그들을 보며, 또다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한 프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