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4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40화(340/524)
Episode 340
– 뿌우, 뿌우우…!
힘찬 경적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 촤르륵…!
꽤나 럭셔리한 형태의 유람선이, 미끄러지듯이 파도를 해쳐나가고 있었다.
“크헤…”
“루비, 괜찮아?”
그 유람선 안에 위치해 있는 객실중 한 곳에, 소년과 소녀가 서로 착 달라붙어 서로를 지탱한채 침대에 걸터앉아있다.
“으으…”
“뱃멀미야? 이런, 큰일이네.”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의 볼에 고개를 파묻은채 비비던 소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뱃멀미라도 난건지 얼굴 뿐만 아니라 온몸이 창백한 소녀 역시 소년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고, 그런 둘의 양쪽 손은 서로를 의지하듯이 꽉 맞잡아져 있었다.
그 모습이, 누가봐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연인 관계처럼 보였다.
– 꽈드득, 꽈드득…
“케헥…”
소년이 소녀의 심장에 단도를 꽂아넣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 주르륵, 주륵…
소녀의 몸에서 뿜어져나온 피가, 소년뿐만 아니라 객실 전체를 피비린내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프단… 말이다…”
“음흠흠…♪”
잠에서 깨자 마자 자신이 심장에 단도가 꽂힌채 죽어가고 있다는걸 깨달은 루비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말한다.
“온 몸이 춥다. 추워서 죽을 것 같단 말이다. 네가 진짜로 날 사랑한다면, 그만해다오. 제발.”
“진짜 놀랍네. 피가 이렇게나 많이 빠져나갔는데 죽지 않다니.”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프레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루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왜 네 심장을 꿰뚫을 수 없는거야? 루비?”
“알 필요 없다.”
“왜 네 팔다리를 파고들수만 있고 자를 수 없는거야? 그게 되면 절단한 다음 널 보관하려 했는데.”
“그것 역시 알 필요… 미친놈.”
이윽고 그 표정이, 해탈을 넘어서 초연한 표정으로 바뀐다.
“루비, 널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어? 방법 좀 알려주면 안돼?”
“그런 방법따위 없다. 나는 불로불사란 말이다.”
“그럼 너도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거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 프레이에게, 몸에서 피가 너무 빠져나가는 바람에 심각한 오한과 몽롱한 기운에 비틀거리던 루비가 이를 악물고 답변한다.
“그, 그런건 없다. 난 그저 죽이지 못할 정도로 강할 뿐.”
“우와, 내 여친은 진짜 멋있네.”
“개소리를… 크하악!”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프레이의 단도가 더욱더 깊숙히 파고들어왔다.
“어때, 루비? 오싹오싹하지?”
“………”
“이렇게라도 네게 죽어가는 공포를 알려주고 싶었어.”
덕분에 루비가 몸에 남은 피를 주륵 흘리며 파르르 떨자, 프레이가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는다고 하잖아. 너도 날 닮아야지.”
그것은 천사의 목소리일까, 악마의 목소리일까.
이미 몽롱해질때로 몽롱해진 루비에게는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 두거라.”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그 목소리를 듣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프레이는 천사가 아니고, 악마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아무리 이래도, 난 별반 데미지를 입지 않는단 말이다.”
그렇기에 프레이의 팔을 잡은 루비는, 전력을 다해 그를 밀쳐낸다.
“그러니 그만해.”
“음.”
그런 뒤에, 눈을 빛내며 그렇게 명령하는 루비.
“싫어.”
“크헥.”
하지만, 간단하게 그녀의 마법에 저항한 프레이는 그녀의 심장에 다시한번 단도를 쑤셔 박는다.
“으…”
루비에게 있어서는,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방어라도 하고 싶었지만, 늘 공격만 해오던 그녀는 방어에 매우 취약했다.
그리고, 심장에 파고든 별의 마나 때문에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버, 벌써 이틀째란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울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루비.
“이제, 이제 제발 그만 해…”
프레이와 루비가 서대륙으로 향하는 배를 탄지, 벌써 2일째였다.
그 2일동안, 루비는 프레이에 의해서 온갖 끔찍한 고문들을 당해왔었다.
그 고문은 거칠고 무자비했으며, 조금의 배려도 없었다.
이제 와서는, 남아있던 저항 의지마저 거의 꺾여버릴 정도로 말이다.
“전회차에 네가 날 시험하려 가했던 그 역겹고 끔찍한 고문들을 그대로 따라하는건데. 말이 많네.”
“으, 으응?”
“앞으로도 한참 남았…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그런 루비를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쳐다보던 프레이가, 이내 순식간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고는 그녀의 턱을 어루만진다.
“이제 그만할까? 루비?”
“몇번이나… 말했잖나. 제발 그만해다오.”
“우리 루비는 자존심도 없네. 하긴,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채 몇시간이나 있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으베엡.”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루비의 턱을 아래로 잡아 늘린뒤, 혀에 영약을 휘감아 넣어주는 프레이.
“먹으면 순식간에 피가 보충되는 약이야. 꿀꺽 삼켜.”
“…꿀꺽.”
“옳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꿀꺽 삼킨 루비가, 이내 몸을 파르르 떨며 프레이를 쳐다본다.
“네, 네놈. 내게 뭘 먹인거냐.”
“피가 돌아오는 영약. 혈색이 돌아오고 있는걸 보면 모르겠어?”
“그, 그럼 이 찌릿찌릿한 기분은 뭐더냐.”
그런 그녀의 배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
“이것도 영약의 효과라고 말할거냐? 대체 내게 무엇을 먹인건지 바른대로…”
“날 먹인건데.”
“뭐?”
“날 삼키고 싶다며, 루비.”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루비의 빨갛게 부은 배를 살살 어루만진다.
“그래서 날 삼키게 해준거야.”
“무슨 개소리를…”
– 두근, 두근…
“…미치겠군.”
그 어이없는 말에 사납게 쏘아붙이려다, 또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질끈 감은 루비.
– 퍽…!
“꺄아아아아악!?”
잠시후, 프레이의 주먹이 그녀의 배를 파고들자 루비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지른다.
– 지직, 지지직…
그런 그녀의 배가, 별빛 스파크를 방출하며 경련을 하고 있었다.
“내 별의 마나를 너한테 먹였어. 며칠전부터 포션과 약에 섞어 야금야금. 드디어 덩어리가 지게 됐으니, 이제 죽기 전까지 네 뱃속에 있을거야.”
“끄으으…”
“내 집사의 경우를 응용해본건데… 아무튼, 원하던 대로 나와 하나가 된 소감은 어때?”
“…끔찍하구나, 이 미친것아.”
“사랑해, 루비.”
부들부들 떨며 프레이를 노려보던 루비가, 그 말을 듣고는 움찔 떤다.
“나,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지 말거라.”
“응?”
“그 말만 들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단 말이다!!”
그러던 그녀가, 결국 폭발한채 소리친다.
“젠장, 정말 나한테 아무것도 안한게냐? 정말 별의 마나를 정밀 조작할 수 없는게 맞느냐?”
“응.”
“그런데 왜 그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그 덕분에 폭력을 당하면 또 가슴이 뛰는거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지?”
“크아악!!”
프레이의 태연한 표정에, 그녀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널 찢어죽일…!”
“그럼, 그만 해줄까?”
“뭐?”
그런데, 갑자기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한다.
“다시는 널 때려지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도 말까?”
“그게 무슨…”
그 갑작스러운 반응에, 루비의 눈이 자기도 모르게 파르르 떨린다.
“왜? 끔찍하게도 싫다며? 고통스럽다며.”
“그, 그건…”
“애초에 왜 방어를 안하는거야? 너라면 막을 수 있을텐데?”
“마, 막으려 할때마다 심장이…”
“그건, 혹시 네 핑계가 아닐까?”
그 말을 들은 루비의 표정에, 찰나의 순간 혼란스러움이 스친다.
‘프레이가 사랑한다 말하는것을, 그리고 때리는 것을 그만 둬? 영원히?’
그 가정을 한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흠.”
그 모습을 지켜보다 조용히 입꼬리를 올린 프레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나가자. 배가 거의 도착했으니. 너도 준비하고 나와. 방 안은 깨끗하게 닦고.”
“잠깐…”
“그럼 이만.”
그리고는, 쌩하니 객실을 나가버리는 그.
“………..”
혼자 피비린내가 넘치는 방에 남은 루비는, 그 뒤로 한참동안이나 멍한 표정을 지은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뭐였지, 그건.’
하지만, 그녀는 방에서 나올때까지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해답을 내릴 수 없었다.
.
“우와, 저기좀 봐.”
“………”
객실 밖으로 나온 루비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우릴 환영하는 환영 인파가 저렇게나 많아.”
“이, 이게 어떻게 된거냐.”
어째서인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팜플렛.
프레이와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현수막들.
그리고, 항구를 가득 매운 기자들.
이틀간 객실에 갇혀 프레이가 주장하기로는 ‘사랑’을 받은 루비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좀 봐, 루비.”
“아.”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프레이가 건내준 신문을 보자마자 동그랗게 떠지는 그녀의 눈.
“이게… 다 뭐냐.”
“누가 우릴 계속 쫒아 다니나 본데.”
“시발!!”
자신이 프레이에게 당했던 끔찍한 짓들이, 알콩달콩한 애정행각으로 바뀌어 용사와 악인의 금단의 사랑으로 변모해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해명을 해야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기자회견을 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동안 쌓아온것이 전부 물거품이 될것이다.
“흠… 어쩔수가 없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프레이가 신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그와 동시에, 식은땀이 흘리기 시작한 루비.
그와 강제로 붙어다니며 루비도 꽤나 눈치가 늘었다.
지금 저 모습은, 그가 미친짓을 하기 일보직전의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도망치거나, 막아야만 했다.
“푸흡, 푸흐흐흐!!”
“음?”
그렇게, 프레이의 뒤에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다로 밀어버릴지 말지 고민을 하던 루비는 뒤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푸하핫, 푸하하하…”
“저건 또 뭐냐.”
그들이 인질로 잡아온 교단의 제 6간부이자, 추기경의 동생인 소녀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분명히 프레이가 옆 방에 가둬둔줄 알았는데, 대체 언제 빠져 나온걸까.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방심을 하면 안되는 법이지!”
“…..?”
소녀의 말에 그제서야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프레이가 조용히 시선을 돌린다.
“이미 능력을 쓸 조건을 충족했다고.”
“이틀이나 걸려서?”
“내 능력이 왜 전투용으로 걸맞지 않은줄 알아?”
프레이의 비아냥 거리는 말투에도, 소녀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위로 들어올리며 말한다.
“너무 강해서, 조건이 너무 까다롭거든”
– 츠즈즈즈…
“하지만 준비가 끝난 이상, 난 무적이야.”
그렇게 말한 소녀가 위로 치켜든 손을 움켜쥐자, 그 아래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작은 천칭이 나타난다.
“너희들은 내게 ‘업보’를 만들었어. 그러니, 지금부터 너희를 심판해줄게.”
“발동 조건이, 네게 충분히 잘못을 저지르는 건가?”
“이제 곧 내 발밑에 조아릴 사람에게 그런걸 일일히 설명해주긴 싫네.”
그러더니, 눈을 검게 물들이는 소녀.
– 촤르르르륵…!
그 순간, 사방에서 불투명한 끈이 소환되더니 프레이와 루비를 속박한다.
“이젠 하다하다 웬 잡것이…”
“기다려.”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던 루비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려 하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프레이.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만들었는데.”
“뭐라?”
“쳐맞기 싫으면 손가락 내리라고.”
“………”
그 말에 루비가 조용히 손가락을 내리자, 기세등등해진 소녀가 힘차게 소리친다.
“프레이! 네겐 착해지는 형벌을 내리마!”
“아.”
그러자, 기대에 가득 차있던 프레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간다.
“악인인 너는 무지무지 착해져서, 지금까지 해온 악행들을 평생 후회하고 속죄하며 끔찍한 죄책감에 시달릴거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널 영원히 믿지 않겠지!”
“……..”
“루비! 너는 무지무지 사악해질거야!”
프레이의 침묵을 보며 승리감을 느끼던 소녀가, 이번엔 루비를 가리키며 선언한다.
“정의감과 선함을 망각한채, 마왕같은 존재가 되어 교단을 뺀 세상을 불태울거야! 사람들은 그런 네게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믿겠지!”
“혹시, 독심술 계열 능력인가? 그렇다면 큰일이다만.”
“그리고, 두사람 다 내 노예가 되거라!”
그 말이 끝나자,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천칭이 터져나가며 프레이와 루비에게 스며든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꿇어.”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명령하자, 루비의 몸이 움찔거린다.
– 꾸욱…
프레이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왜 그러는 것이냐.”
“왜긴 왜야, 우린 이제부터 쟤 노예잖아.”
“또 뭐라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너도 나도 저 능력에 아무 영향이 없잖나.”
심판의 앞쪽 내용은, 애초에 그들 자체였기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나마 효력이 있을법한 노예화 조차 적용되지 않았다.
시스템 수치상 최대치를 찍은 그들의 정신력은, 그 어떤 정신계열 능력도, 심지어 신적인 존재의 권능조차도 방어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그들의 정신을 건드릴 수 있는건, ‘시스템’ 그 자체밖에 없었다.
“또 뭘하려는 거냐…”
지친 눈빛을 띤 루비가 그렇게 묻자,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는 프레이.
“트로이 목마라고 아나?”
“…음.”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건 나쁘지 않군.”
이대로 저 소녀에게 노예가 된척 속여서 교단의 근거지로 처들어간다. 꽤나 괜찮은 책략이다.
어째서 마왕인 자신이 교단의 근거지로 쳐들어가야 하는지, 아니 애초에 이 상황에 왜 어울려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하던 미친짓에 비하면 비교적 정상이니 잠자코…
“옳지, 잘했… 크엑!!”
“주인님.”
그런 생각을 하던 루비는, 앞에서 들려온 비명에 고개를 휙 들었다.
“꺄악!? 뭐, 뭐야? 왜 이러는… 케흐윽!!”
“잘 부탁합니다! 주인님!!”
프레이가 소녀의 배를 공손하게 때리고 있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포자기를 하고 만 루비였다.
.
한편 그 시각, 서대륙 교단 본거지 어딘가.
– 우드득…
여느때와 같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큰 옷을 입고 의자에 쭈구려 앉아있던 추기경이,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고는 이를 갈기 시작했다.
– 네 동생 쩔더라?
한장의 편지와, 작은 크기의 영상 기록 마도구가 그의 앞으로 도착해 있었다.